[남과 북, 어제와 오늘] 방역체계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요즘 남한에서는 겨울철이 오기 전에 각종 질병과 해충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역사업이 한창입니다. 발전된 선진국일수록 주민 건강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각종 질병 예방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남과 북의 방역사업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오늘도 도움 말씀에 탈북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면서 한국에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동원되어 여러가지 방역사업을 벌이고 있는데요. 김 선생님, 한국에 와서 보신 방역대책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는 지요.

김현아: 너무 철저하죠. 저희 동네도 나무가 참 많은데 얼마 전에 가을을 맞아 나뭇잎에 약을 뿌렸어요. 또 분기에 한 번씩 집집마다 다니면서 벌레나 진드기, 개미가 생길까봐 약을 뿌려줍니다.

오중석: 그게 아마 지자체, 구청마다 다른데요. 어떤 곳은 한 달에 한번 하는 곳도 있고 분기별로 하는 곳도 있습니다.

김현아: 미처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다음날 두 번, 세 번 찾아와서 주위 방역도 하고요. 또 사람들에 대한 방역은 두말할 것도 없죠. 그런데 저는 여기 와서 북한에서 유행하던 전염병은 보지 못했어요. 북한에서는 여름엔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겨울에는 발진티푸스로 고생했어요.

오중석: 남한에서는 거의 사라진 전염병인데요.

김현아: 또 여름에는 서울까지는 아니고 철책선 부근에는 말라리아가 퍼져서 애를 먹는다고 들었습니다.

오중석: 휴전선 인근 마을에서 자꾸 말라리아가 발생하는데, 북한 모기가 와서 문다고 합니다.

김현아: 휴전선에 있는 군인을 대상으로 북한에 해마다 약을 많이 보냈대요. 그런데 그 약을 평양으로 날라간다고 해요. 여기오니까 그런 전염병은 없어요. 전염병이라고 하면 조류독감 같은 짐승 때문에 혼란을 겪는 건 봤어요. 남한은 방역사업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 잘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오중석: 세계보건기구나 유엔이 정한 보건관련기구가 방역사업에 관해서 남한을 선진국으로 인정합니다. 북한에서도 갓난아이가 태어나면 기본적인 예방접종을 해줘야 할 텐데요. 북한에서 각종 전염성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의 방역사업은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아: 갓난아기가 태어나면 원래 세계적으로 다 해야하는 예방접종이 있어요. 결핵을 비롯해서 몇 가지 필수적인 접종을 이전에는 다 해줬어요. 80년대에는 예방주사를 맞아서 파라티푸스나 장티푸스 같은 병이 없었죠. 그런데 90년대 들어오면서 북한 사정이 어려워지다보니 예방주사를 맞힐 수가 없었죠. 아기들도 약이 없어서 못 맞혔어요. 이전에는 약을 거의 사회주의 나라에서 수입했었는데 사회주의 나라들도 다 없어지고, 서방세계에서 들여오자니 외화도 없고요. 예방주사를 못 맞기 시작하니까 애들 사망률이 높아지고, 이전까지는 보지 못하던 각종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90년대 말부터 세계보건기구 같은 국제기구가 들어와 지원을 주면서부터 갓난아기 예방접종은 거의 다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국제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98% 정도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파라티푸스나 장티푸스는 철저히 예방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건 예방주사보다는 북한의 불결한 위생상태를 어떻게 하지 못해서 그래요.

오중석: 남한에서는 모든 예방접종을 국제기구에서 칭찬할 정도로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인플루엔자, 겨울철 독감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습니다. 겨울철 독감이 유행하면 노인과 어린이들이 큰 고통을 당하고 심하면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남한에서는 노인과 어린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해주고 있지요. 일반 사람들한테는 돈을 받는데 거의 다 맞고 있어요. 겨울철 독감은 전염병 중에서 제일 약한거죠. 북한의 노인과 어린이들은 이런 예방접종의 혜택을 받고 있는 지요.

김현아: 아니요. 저는 독감예방주사가 있다는 걸 남한에 와서 처음 들었어요. 그런데 이건 한번 맞으면 괜찮은 게 아니라 해마다 맞아야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독감예방주사까지 놔줄 상황은 안되죠. 물론 감기가 만병의 근원이긴 하지만 북한의 경제력이 그만큼 되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약을 북한에서 본 적이 없는데요. 높은 간부들은 맞는지 모르겠지만, 일반사람들은 생각도 못하죠.

오중석: 몇몇 최고 지도자들은 맞겠죠. 독감예방주사도 그렇지만 독감이 걸렸을때 치료약이 많이 부족하다고 하던데요.

김현아: 최근 북한은 예방약은 둘째고 직접 병이 났을 때 써야하는 약도 부족해요. 국가에서 무상치료도 다 보장을 못해줘서 사람들이 시장에서 사서 써야하는데 우선 돈도 없고, 또 그 약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하기도 참 어렵고요. 예방은 사실 어떻게 보면 배부른 소리라고 해야 되는게 북한의 실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중석: 지구 상 어느 지역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남한정부는 즉각 경계령을 발동하고 공항과 항만에서 모든 여행자와 물품에 대해 철저하게 방역검사를 하지 않습니까? 북한의 공항과 항만 등지에서의 방역체계는 어떻습니까?

김현아: 북한 공항은 이용하는 사람이 몇 안 되다 보니까 잘 모르겠고요. 그렇지만 중국 국경을 통해서 끊임없이 물건이 들어오잖아요.

오중석: 중-조국경은 굉장히 활발하잖습니까.

김현아: 그런데 방역이 허술하죠.

오중석: 방역원이 나와 있습니까?

김현아: 있기는 하지만 숱한 물품에 비하면 방역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죠. 방역을 하자고 하면 시약이나 장비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 하나도 없이 눈 검사뿐이니 거의 안하는거나 다름없죠. 특히 식품 검사는 꼭 해야하는데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신 조류독감 같은게 발생하면 강제로 시장에서 계란을 못 팔게 했어요.

오중석: 닭고기를 팔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요.

김현아: 닭고기도 여기 남한은 검열해서 검사표가 붙으면 일 없잖아요. 조류독감은 잘 끊여 먹으면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오중석: 그래도 수십만 마리를 땅에 묻어버리지 않습니까.

김현아: 여기는 닭을 많이 키우니까 큰 문제인데요. 북한은 그렇게 닭을 많이 키우지 않기 때문에 몇 군데만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안되요. 오히려 그걸 구실 삼아 단속원들이 시장 상인들을 약취하는 경향도 있어요.

오중석: 모든 단속은 서민들을 약취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간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해마다 전염병과 감염성 질환에 의한 사망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열악한 위생환경과 방역대책이 원인이라 생각되는데 이를 개선할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김현아: 장티푸스 같은 병이 생기는 원인은 물로부터 생기는데 한때는 식수를 제대로 소독하지 못하고 내보냈어요. 최근에는 물이 나오는 집까지 가는 관의 보수가 제대로 안되서 곳곳에서 터지고, 또 그 관을 막지 못해서 물이 다시 들어가면 별의별 게 다 섞이는거죠. 그런 물을 먹고 산다는 것 자체가 남한에서는 상상도 못할텐데 북한에서는 할 수 없이 그 물을 먹는거죠. 이런 열악한 식수공급체계나 주사약 부족은 다 나라의 경제 상황하고 관계있는 겁니다. 나라에 돈이 없으니 보수할 대책이 없는거죠. 주민들한테는 자꾸 청소를 하라고 하는데 원래 북한 사람들이 쓸고 닦는 건 참 잘해요. 아무리 쓸고 닦아도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전염병이 도는 겁니다. 어쨌든 북한에서 전염병이 없어지고 위생환경을 알뜰하게 꾸리자면 뭐니뭐니해도 나라경제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경제적인 사정이 나빠질수록 북한 주민들의 위생환경과 건강은 날로 나빠진다는 말씀이시군요. 북한이 개방의 길로 나서는 순간 남한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북한주민의 보건위생 환경 개선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입니다. 하루빨리 남북관계가 정상화되어 북한주민의 건강을 위해 남북한은 물론 세계가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그동안 저희들이 진행해온 '남과 북, 어제와 오늘'은 오늘이 마지막 방송입니다. 그동안 관심을 갖고 저희 방송프로를 들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다음 기회에 더 새롭고 유익한 프로를 준비해서 청취자 여러분께 인사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훌륭한 도움 말씀으로 저희 방송프로를 빛내주신 김현아 선생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