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INS - 학생들 질문 : 탈북하면 진짜 다 가족들이 잡혀가나요? 한국 드라마랑 영화는 어떻게 보셨어요? 북한 여자들 진짜 예쁜가요? 왜 남남북녀라는 얘기도 있잖아요? (웃음)
지난 30일,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통일 교육 현장입니다. 이날 통일 강사로는 <젊은 그대>에 함께 하고 있는 이수연 씨가 나섰는데요. 남쪽에 온 탈북자가 2만 명이 훌쩍 넘지만 학생들 중 대부분은 이날 처음 탈북자를 만났다고 했습니다. 책이나 영화가 아닌 내 앞에선 누나, 언니, 형, 오빠가 전하는 북쪽의 얘기... 따뜻하고 가깝게 느껴졌다고 학생들은 말합니다.
이 생생한 현장을 탈북 대학생 이수연 씨가 전합니다.
INS - 안녕하세요. 저는 동국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수연이라고 합니다. (박수)
제가 통일 강사로 나선 이곳은 서울 양재 고등학교... 제 앞에는 지금 백 명이 넘는 학생들이 앉아있습니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통일 강의를 듣고 싶은 학생을 신청 받았는데 신청자가 이렇게 많다니 놀라웠습니다.
일단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저를 주목하니 바짝 긴장되고 시작부터 실수 연발입니다.
ACT - 어? 죄송합니다... 제가 긴장을 잘 안하는데요.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니까 긴장하는 것 같습니다. (웃음) 자.... 선군정치...
저는 현재 동국대학교 사회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가 통일 강사로 나선 것이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 이날 학생들은 상당히 관심도도 높고 강의에 대한 호응도 좋았습니다.
처음 강의한 곳은 중학교였는데 북한에 대한 기본 지식이 너무 없어서 설명하느라 입이 아플 정도였습니다. 두 번째 학교 학생들은 강의를 하는 제 얼굴보다 핸드폰, 휴대 전화 쳐다보기에 바빠서 솔직히 실망이 컸는데 오늘은 긴장은 되지만 힘을 얻었습니다.
ACT - 멀티 플레이어 하지 마시고 오늘만은 제 얘기에 주목해 주세요...(웃음)
통일 강의...북한엔 이런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낯선 말이기도 한데요. 이름을 들으면 어떤 내용인지 짐작이 되실 겁니다.
북한에 대해 알려주고 북한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강의입니다. 북한을 잘 알아야 나중에 통일에 됐을 때 함께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가 담겨있는데요. 사실 통일은 당연한 것인데 이것을 왜 교육을 해야 하나? 저는 이런 의문도 갖고 있었지만 이게 바로 남한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ACT - 제가 퀴즈를 잠깐 낼게요... 저처럼 북한을 나와 한국에 온 사람은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요? 이만 삼천 명! 맞습니다. 학생 나와서 선물 받아가세요! 이게 한국에 들어와 있는 탈북자들의 현황이고요. 이 많은 사람들이 왜 탈북해서 남한으로 들어올까요? 그것도 한번 맞춰볼까요? 배고파서? 그것도 정답이에요. 북한 체제가 싫어서? 그것도 정답이에요....북한은 어떤 나라일까요?
남쪽 학생들이 북한에 대한 알고 있는 것은 김정일, 핵무기, 탈북자 정도입니다.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강의는 북한의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 청소년들의 얘기와 북한에서 유행하는 남한 드라마나 영화 얘기, 통일해야하는 이유 등을 설명합니다.
ACT 북한은 군대가 10년제에서 이제 줄어서 8년입니다. (와...) 다들 놀라시는데요. 여자도 가야합니다. (웃음) 너무 길죠? (네!) 북한 젊은 친구들은 이렇게 좋은 청춘을 군대에서 다 보내요. 처음에 남한에 왔을 때 겨우 군대 2년 가면서 울고불고해서 너무 우습더라고요. 근데 이제는 그때의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기 때문에 이해합니다.
언론의 자유가 없다, 국가의 언론을 정부가 모두 장악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모든 사건의 진실, 국가의 정책은 국가의 입장에서만 나가게 되고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그것만 보고 자라는 겁니다. 그게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여러분은 왜 북한 사람들은 그렇게 자유가 없는 사회에서 살아갈까? 태어나면서부터 그것만 보고 자랐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독재체제가 이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꽂제비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나이어린 거지를 이렇게 부릅니다. 이게 바로 꽃제비 사진인데... 한 눈에도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아이인 것 같죠? 아... 저는 정말 이 사진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강의 시간은 한 시간이 채 안 되는데요. 학생들은 열심히 귀를 기울입니다. 저는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 놓는 것도 꺼리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것, 제가 탈북하면서 겪은 일들이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서 모두 공유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ACT 저 혼자 회령까지 도망 나왔어요. 장마당을 기웃거리니까 어떤 할머니가 물어봐요. 중국 가자고... 이거 중국에 팔려 가잔 얘깁니다. 저는 돈 있다고 전화 한번만 빌려 쓰자고 했어요.
가벼운 얘기,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얘기도 많이 합니다. 특히, 한국에 도착해서 저지른 저의 실수담은 100% 웃깁니다. 이건 저에게 웃긴 얘기가 아니고 사실 슬픈 얘기인데 그래도 다들 잘 웃고 넘어갑니다.
ACT 처음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려야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내려주는데 나만 안 내려주고 그냥 가는 거야. 너무 화가 나서 탈북자라 무시 하냐고 막 기사한테 따졌더니 저거 벨 눌러야 내려주는 거라고...(웃음)
학생들에게 질문도 받습니다. 주로 질문하는 내용은 같은데요. 항상 나오는 질문은 '북한 여자들은 예쁜가요?'입니다. 남남북녀라는 말 때문에 이 질문은 항상 나오는 것 같습니다.
ACT 나 진짜 이 말이 왜 안 나오는가 싶었어요... 남한 여성들이 예쁩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해서요.(웃음) 그런데 그런 것 다 빼놓고 얘기해본다면 북한 여성들 예쁩니다.
정치나 인권문제도 중요하지만 생활에서 느껴지는 이렇게 가볍고 재밌는 얘기를 통해 청년들은 북한을 더 가깝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도 크게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도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북한은 먹고 사는 문제도 시급한데 미사일과 핵은 왜 만드나 였습니다.
저의 강의를 듣는 남쪽 고등학생들은 1996년-1994년 사이에 태어난 학생들입니다.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때였습니다. 이 청년들은 분명 북한을 같은 민족이나 같은 핏줄로 느끼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좋은 점도 있습니다. 북한이나 탈북자, 북한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는 것입니다. 백지라면 좋은 내용으로 채우면 됩니다.
ACT 학생 인터뷰 - 선생님들에게 들었을 때 북한은 아주 먼 나라로 느껴졌는데요. 탈북자 선생님이 직접 와서 설명해 주시니까 정말 한민족이고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북한, 김정일... 딱딱하고 도덕책에 맨 마지막에 나오는 식이었는데 젊은 언니가 와주셔서 자세히 얘기해주니까 따뜻하게 느껴졌고 북한 사람들도 그럴 것 같아요.
제가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너희들과 다르게 보이니? 학생들 대답은 아니요. 같아 보입니다... 였습니다. 남과 북이 같다는 것을 알려주는 강의, 그게 바로 제가 하는 통일 강의입니다. 우리는 다르지 않고 차이는 있지만 삶에 대한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고 똑같이 잘 살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어 합니다.
지금까지 이수연이었습니다.
INS -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김승연(가명)) (통일강의를) 4번 정도 했는데요. 북한에서 살았던 얘기 특히 학교 얘기를 많이 해주죠. 북한에 대해 많이 모르고 있더라고요. 남한에 탈북자 몇 명인지 모르는 학생들도 많아요. 북한의 겉모습보다는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은 너무 어렵게 다른 세계로 생각하는데요. 저희가 많이 다녀야죠. (웃음)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최강철(가명)) 주로 학교생활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해요. 제가 여기 고등학교 들어가서 첫 시험 볼 때 시험지를 컴퓨터 펜으로 표시를 해야 했는데 형광펜을 사용한 적이 있어요. 그런 얘기해주면 많이 웃죠. (웃음) 북한에 대해 관심 없는 여기 친구들도 이해는 가요. 너무 공부에 치이고 또 북한을 그냥 별로 알고 싶어 안 하는 것 같아요. 북한에 대한 것은 정말 핵 실험이다 연평도 폭격이다 부정적인 얘기뿐이잖아요? 젊은 세대들은 그냥 싫은 것이죠. 일단은 열심히 알리면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은 갖고 있습니다.
이날 통일 강사로 함께 참여했던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김승연(가명),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최강철(가명)의 말이었습니다. 이 강의의 이름은 찾아가는 '통일 강의', 강사로 나선 탈북 대학생들은 통일을 지고 나르는 능력 좋은 배달꾼들인 것 같습니다.
<젊은 그대> 오늘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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