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위인과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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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남쪽의 초등학교(인민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위인전 읽기를 권장합니다. 부모들도 아이들이 책을 접할 나이가 되면 빼놓지 않고 사주는 책이 위인전인데요. 아이들이 책을 읽고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퀴리 부인 같은 위인들을 본받아 원대한 꿈을 품고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인 것 같습니다. 아마 부모님들, 이 위인전을 사주면서 속으로는 우리 아이도 나중에 커서 위인전에 실릴만한 큰 인물이 됐으면 좋겠다... 하는 욕심도 좀 내실 겁니다.

북쪽에서는 '위인'은 단 두 사람에게만 허락된 호칭이지만 남쪽에서는 역사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 큰 업적을 이룬 인물들을 위인으로 부릅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위인보다는 '멘토' 입니다. 멘토,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된 말인데요. 영어로 인생의 안내자, 현명한 조언자, 꿈과 이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스승을 말합니다. 역사 속 위인이 우리가 감히 좀 더 멀리 있는 사람이었다면 멘토는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물, 또 가까이 있는 인물들입니다.

위인과 멘토, 다 우리에게 존경받는 사람들이죠. 남한 젊은 세대는 이 시대의 멘토, 이 시대에 존경하는 인물로 오지 탐험가 한비야와 안철수 교수, 미국 젊은 세대는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국무 장관을 꼽고 있습니다.

오늘 <젊은 그대> 우리 시대의 존경받는 인물에 대해 얘기해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오늘도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최은주, 장희문 씨 함께합니다. 은주 씨, 희문 씨는 존경하는 사람, 특별히 있습니까?

장희문 : 제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한 전도사님이 계신데요. 그분을 지켜보면서 항상 참 존경스러웠기 때문에 누가 그런 질문을 하면 항상 그 전도사님을 얘기합니다. 조원재 전도사님입니다. 청빈하게 살면서 자신이 크게 가진 것이 없어도 항상 주변 사람이 필요한 것이 뭔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뭘까 고민하면서 세세한 배려를 해주시는 분이었어요. 세상 사람들이 다 놀랄 만큼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볼 수 있는 삶도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근데, 아시는 분은 안 계시겠죠? (웃음)

진행자 : 존경하는 사람인데 꼭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도 되죠. 본인 마음 아니겠습니까? 은주 씨는 어때요?

최은주 : 저는 우리 어머니요. 어머니가 없었다면 어릴 때 제가 중국으로 넘어 와서 다시 남한에 오고 이 자리에 있지 못 할 거예요. 북한에 있을 때 어머니가 열심히 돈을 벌어서 생계를 이끌었고 한국도 엄마가 길을 뚫어서 직접 오셨거든요. 그래서 엄마 덕에 편하게 올 수 있었죠.

진행자 : 그렇군요. 보통 명사나 역사적인 인물들도 존경하는 사람으로 많이 얘기하는데요.

장희문 : 아, 그런 사람 중에는 축구선수 박지성이요. (웃음) 존경한다고 해도 될까요? 제가 좋아하는 축구 선수이면서 또 볼 때마다 참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처음에 한국에서 축구 선수 생활할 때부터 열심히 노력해서 유럽으로 진출하는 그 과정을 지켜봤는데요. 정말 성실하고 노력하더라고요. 저는 지름길을 찾아서 좀 쉬운 길을 찾아서 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박지성 선수를 보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꾸준히 노력해서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행자 : 엄청난 연습벌레라고 하더라고요. 귀감이 될 만하죠.

장희문 : 그리고 박지성 선수 때문에 북한이 남아공 월드컵에 나간 것 기억하세요? 월드컵 마지막 예선 때 이란한테 우리가 이겨야 북한이 본선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박지성 선수가 경기 종료를 몇 분 안 남기고 골을 터뜨려서 우리가 이기고 북한이 본선에 나갈 수 있었던 거예요.

진행자 : 북쪽에서도 박지성 선수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희문 씨는 팬을 넘어 존경하고 있네요.

최은주 : 저는 한비야 씨요. 처음 읽었던 책은 '중국 견문록' 이고요. 제가 중문과니까 그냥 별 생각 없이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책도 한번 읽어 봤는데 제목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이 책에는 중국 뿐 아니라 여러 곳을 여행한 내용이 담겨있는데 세계에서는 이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있고 여러 사연이 있구나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저한테 목표가 생겼는데요. 전 세계를 꼭 한번 여행하고 싶다... 항상 그 목표는 마음에 담고 있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진행자 : 한비야 씨가 한국 여대생들이 존경하는 인물 1위로 꼽혔는데요. 은주 씨, 그 이유가 뭘까요?

최은주 : 여자 혼자서 처음 가는 곳, 특히 좀 무섭고 남들 안 가본 곳에 여행을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런 모험 정신이 멋졌어요.

(안철수 - 청년 콘서트 현장 ACT)

북쪽에서는 의사라는 직업이 그렇게 큰 인기를 얻는 직업은 아니지만 남쪽은 다릅니다. 존경받는 전문직이며 무엇보다도 상당한 부가 보장되는 직업입니다. 안철수 씨는 그런 의사라는 직업을 접고 당시에는 생소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드는 연구소를 설립하고, 회사를 세웠습니다. 상당히 내실 있는 튼튼한 회사로 키웠지만 자신이 만든 이 회사의 대표직을 사임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경영학을 공부합니다.

지금은 서울 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강사로 활약합니다. 구수한 사투리, 약간 어눌한 말씨지만 그가 전하는 말에서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을 걱정하고 응원하고 힘을 주는 진심을 느낀다고 합니다.

(한비야 - 텔레비전 방송 인터뷰 ACT)

남들이 가보지 않은 낯선 오지의 땅을 여행하는 여행가, 한비야. '바람의 딸'이란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잘 나가던 직장을 접고 적지 않은 나이에 35살에 한비야 씨는 세계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7년간의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자신이 본 것들을 책으로 엮습니다. 여행 기간 중 비행기를 거의 타지 않고 걸어서 다녔다는 그녀의 책 제목은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제목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 책은 출판된 그 해, 남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한 권이었습니다. 특히 한비야 씨의 열정에 열렬한 지지를 보낸 것은 20-30대 젊은 여성들이었습니다. 한비야 씨는 이후 월드비전이라는 국제 구호단체에서 긴급구호 팀장으로 9년 동안 일하고 지금은 대학에서 다시 공부하고 있습니다.

남쪽 대학생들이 뽑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 1,2위를 차지한 이 두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새로운 것, 자기가 원하는 것에 도전했으며 누구도 말리지 못하는 뜨거운 열정으로 그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뤘다는 점. 그러나 여기서 그쳤다면 이 두 사람은 그냥 화제의 인물이었을 겁니다. 이 두 사람, 자신의 성공을 본인들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만 사용하지 않고 사회에, 세계에 돌려주고 있는데요. 그 점이 남한 젊은이에게 높이 평가되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존경하는 사람이 있고 없고 좀 차이가 있겠죠?

장희문 : 존경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 환경을 극복해 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요즘 청년들이 미래의 진로를 놓고 참 고민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이 살아온 과정과 지금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겠죠.

최은주 : 여기서 좀 더 덧붙이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해요. 성공한 저 사람도 나처럼 처음에는 어려웠다... 이걸 지나면 나도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진행자 : 북쪽은 어떤지 궁금한데요?

최은주 :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 뭐 이런 질문이나 존경하는 인물을 써라 이런 것도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감히 그런 걸 할 수 없는 분위기인거죠.

진행자 : 청취자 여러분은 혹시, 내가 존경할 만한 인물이 누군지 한번 생각해보신 일이 있으십니까? 우리에게 희망과 꿈, 그리고 그것이 실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인물들... 방송에 참여하는 희문 씨와 은주 씨, 그리고 지금 이 방송을 듣는 북쪽에 있는 젊은 청년들이 만들어 가야할 사회에서는 바로 여러분들이 존경하는 인물이 돼야 할 겁니다.

최은주 : 좀 부담감이 드네요. (웃음) 그분들도 존경받아야겠다고 결정하고 삶을 살아오신 것은 아니까요. 저희도 열심히 살면 되겠죠.

<젊은 그대> 오늘 얘기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