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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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그대를 사랑 합니다'라는 영화가 요즘 남쪽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제목만 들어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사랑 얘기입니다.

좀 특별한 것은 이 영화에서 사랑을 키워가는 주인공들이 새파란 청춘이 아니라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70대 노인들이라는 겁니다. 주인공 나이 또래 분들은 사랑이 웬 말이냐, 주책없다 하시겠지만 영화는 황혼기 노인들의 사랑을 잔잔하고 솔직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남쪽에서는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다는 말이 있는데, 북쪽에서는 어떨까 궁금합니다.

남쪽 젊은이들도 북쪽 사회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연애하고 결혼하나 하는 것인데요, 오늘 <젊은 그대>에서는 남쪽 젊은이들의 사랑 얘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진행자 :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장희문, 최은주 씨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장희문, 최은주: 안녕하세요!

진행자 : 제가 혹시 무슨 일을 하는지 얘기할 기회가 생겨서 북쪽에 방송하는 방송국에 일한다고 얘기하면 대부분 북쪽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을 물어봅니다.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북쪽에서 자유연애가 허용이 되느냐하는 것입니다. 희문 씨 같은 경우에는 남한 학생이니까 아무래도 이 문제에 대해 궁금해 하는 쪽이 아닐까 싶은데요?

장희문 : 저는 수업을 들으면서 알았는데요, 연애가 완전히 허용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조용하게 사랑을 키워간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무래도 북쪽은 폐쇄된 사회라는 사실 때문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연애도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진행자 : 네, 그렇지만 북쪽에도 분명 사랑을 키워가는 연인들이 있습니다. 지금 희문 씨는 북쪽이 폐쇄된 사회이기 때문에 연애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는데 반대로 북쪽의 젊은이들도 남쪽 사회에 이 연애 문제, 사랑 문제에 대해 오해를 가진 것 같아요. 북쪽에서 오신 많은 탈북자들이 남쪽은 성에 대해, 혹은 사랑 문제에 대해 문란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씀하세요. 그렇지만 남쪽에는 건강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사랑을 만들어가는 젊은이들이 더 많습니다. 오늘 남쪽 청년들의 연애 얘기 한번 들어보시죠.

희문 씨, 은주 씨! 남자 친구, 여자 친구 있으십니까?

최은주 : 없습니다. 장희문 : 없습니다. 언제 가는 생기겠죠?

진행자 : 지금은 없으시지만 연애 경험은 있죠?

장희문 : 그럼요. 저는 대학교에 와서는 좀 바빠서 연애를 많이 안 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 PC 방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누나를 사귄 적이 있어요. 누나는 그 당시 대학생이었고 제가 그 곳에 자주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호감이 생긴 것인데요, 어쨌든 그 시기가 제가 고등학교 2 학년에서 3학년으로 넘어가던 시기여서 그 누나와 헤어졌지만 그 뒤로는 공부만 열심히 했습니다. (웃음)

진행자 : 젊은 세대라서 다른 것인가요? 저로서도 좀 놀라운데요? 고등학교 때 여자친구를 사귀었다는 것도 그렇고 연상의 여인을 좋아했다는 것도 그렇고요. 사실 요즘은 이런 경계들이 많이 무너지죠? 여성들이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연하의 남자들을 만나거나 남자들이 이렇게 연상의 여성을 좋아하거나 하는 일이요.

최은주 : 저는 남한에 와서 남한 친구, 북한 친구를 다 만나봤어요. 연애할 때 둘을 살짝 비교해보면 북한 친구는 무뚝뚝하고 남자답고 섬세하지는 못해요. 데이트 할 때 좀 진부해요. 영화보고 밥 먹고 영화보고 밥 먹고 해요. 그런 반면에 남한 친구는 참 배려가 많았어요. 데이트할 때도 참 다양하게 이것저것 많이 먹고 어디 가보고 했던 것 같아요. 진행자 : 은주 씨는 남한 남성들에 대한 편견은 없었나요?

최은주 : 저는 없었어요. 그냥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진행자 : 북쪽에서 오신 분들, 특히 남성 탈북자 분들은 탈북자 출신 여성들이 남쪽 남성을 만나는 걸 싫어하세요.

최은주 : 저도 많이 들어봤습니다. 까치는 까치끼리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 건가요?

진행자 : 아무래도 다 누이동생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최은주 : 저도 사실 그런 얘기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까치는 까치끼리 살아야 한다고요.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장희문 : 북쪽 친구들이 무뚝뚝한 것은 마음에 있는 것을 표현하지 못 해서 그런 것 아닌가요?

최은주 :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자들은 그것을 마음에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표현해주기를 기대하거든요.

진행자 : 아무래도 그런 생각을 밖으로 얘기하는 사회가 아니잖아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연애 얘기를 시작해봅시다. 일단 연애를 하려면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 어떻게 만나는지 얘기해보죠. 서른 넘게 늦게 대학을 가는 늦깎이 대학생들도 일단 대학에 진학하면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얘기하는 것이 있어요. 바로 미팅입니다.

미팅은 영어로 만난다는 뜻인데요, 미팅 해보셨나요?

장희문 : 저는 해봤죠. 대학에 들어오면 이성에 대해 관심이 생기니까 주변에 아는 사람들끼리 연락해서 이쪽 5명, 저쪽 5명을 맞춰서 만나서 미팅하는 거죠. 서로 호감이 생기는 사람이 있으면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술도 한잔하고요.

진행자 : 맞습니다. 그런 것이 미팅입니다.

최은주 : 그런데 저는 옛날식 미팅이 더 하고 싶어요. 자기 물건을 꺼내놓고 그런 것이 있잖아요?

진행자 : 은주 씨는 그걸 어떻게 알았나요? 미팅에 나가서 짝꿍을 정할 때 여성들의 각자 소지품을 꺼내놓고 남성들이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소지품 주인과 짝꿍이 되는 것인데, 사실 진짜 고전적인 방법이에요. 저도 그런 것은 안 해 봤습니다.(웃음) 고전적인 연애 방법하면 길이나 버스에서 만난 마음에 드는 여성을 무작정 집까지 따라가는 것도 그에 못 지 않죠. 요즘도 이런 사람이 있나요?

장희문 : 있죠. 그런데 집까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요즘은 길에서 보고 꼭 다시 만나보고 싶다면 그냥 휴대전화 번호를 물어보죠.

진행자 : 정말 요즘 학생들은 좀 더 직설적이고 적극인 것 같네요. 또 사회가 빠르게 돌아가고 개방되면서 젊은 세대들의 연애 방식은 좀더 '국제화'됐다고 해야 하나요? 또 휴대 전화, 인터넷이 연애의 풍속도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들을 맺어주는 중매 사이트도 생기도 했기고 연애 방법도 세월에 따라 많이 변했습니다.

장희문 : 저희 어머니 아버지도 보면 선을 보고 결혼하셨거든요? 중매로 결혼하신 거죠. 그런데 이것도 참 사회와 많이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대가족이었고 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도 참 중요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개인이 참 중요시 되니까요. 예를 들어 중매는 한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지만 연애는 사실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잖아요.

진행자 : 희문 씨 얘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예전의 중매는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었다면 요즘의 연애는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중매는 집안의 여러 조건들이 참 중요했어요, 연애는 개인차가 있지만 조건을 보고 만나는 건 아니지요. 조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북쪽에서도 이 조건을 참 많이 본다고 하네요. 두 사람은 어때요 사람 만날 때 조건 따지나요?

최은주 : 저는 따져요. 꿈이 있나 가능성이 있나 봐요. 그렇지만 학생인데 돈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요...(웃음) 돈이 많은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꿈을 가진 사람인가가 중요해요.

장희문 : 저도 사실 물질적인 것보다는 이 사람과 잘 되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게 되는데 함께 같은 곳을 보며 갈 수 있는 사람인가를 보죠.

진행자 : 여기 은주 씨나 희문 씨가 남쪽 젊은이들의 대표라고 말할 순 없지만 제가 보기에는 평균에서 그렇게 벗어나지 않아요. 남쪽 젊은이들 이렇게 연애하고 살고 있습니다. 오늘 <젊은 그대> 남쪽 젊은이들의 사랑 얘기 한번 해봤습니다. 은주 씨, 희문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최은주, 장희문 : 감사합니다.

진행자 :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