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젊은 그대> 이현줍니다.
주변에 신년 계획을 물어보면 10명 중 7명은 '영어 공부', '영어 정복'을 얘기합니다. 올해야말로 영어를 끝장내겠다는 각오인데,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은 수십 년 동안 매해 똑같은 '영어 공부' 계획을 세워왔을 겁니다. 그래서 영어를 가르치는 사설학원의 등록률도 1월이 가장 높다고 하네요.
INS - 영어 학원
남한의 한 영어 학원의 수업 풍경입니다. 보통 단어 공부, 문법 공부, 듣기, 말하기, 읽기로 나뉘어 학원 수업이 진행되는데요, 그 중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는 회화, 말하기 공부 시간입니다.
남쪽에서는 초등학교 그러니까 북쪽으로 인민 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정규 과목으로 영어 수업을 하고 있지만 교과서로 배우는 영어가 한계가 있어서 외국인만 보면 입이 얼어 버리는 영어 공포증을 가진 사람도 많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주로 단어와 문법 위주인 시험을 위한 영어 공부였지만 요즘은 학교에서도 원어민 선생을 두고 말하기를 가르친다니 요즘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좀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 분위기도 취업하려고 해도 상급 학교를 진학할 때도 이 영어 실력이 점점 중요해 집니다.
이런 세태를 비꼬아 '영어 공화국'이라는 말도 생겼는데요, 그래도 영어가 이렇게 중요시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쓰는 능력은 개인에게 많은 가능성을 보장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남쪽 사회 분위기를 이해하셨다면 이 사회에 발을 디딘 탈북 청년들의 어려움 짐작할 수 있으시죠? 미공급 시기에 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었던 청년들은 남한에서 영어의 미로에 빠져 헤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탈북 청소년들은 남한 학생과 함께 공부하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을 합니다.
오늘 <젊은 그대> 이런 영어 공부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진행자 : 오늘도 남북 청년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지철호, 김윤미 씨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윤미 , 지철호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지난 시간에 겨울 방학 얘기하면서 이번 방학에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열심히들 하고 계십니까?
김윤미 : 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영어는 노력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학원을 다니면서 과제도 하고 복습도 하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지철호 : 저는 학원을 안 다니고 혼자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원에 다니면 과제를 내주는데 언어 영역에서 과제 받는 것이 솔직히 싫어요. 영어는 자기가 알아서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서 도서실 다니면서 공부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하니까 혀도 잘 안 돌아가고 예전에 알았던 것들도 생각이 안 나고 해서... 앞으로 방학기간 더 열심히 해야죠.
진행자 : 철호 씨는 혼자서 공부를 어떤 식으로 해요? 책을 보고 공부하나요?
지철호 :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던 교재가 있어서 그런 책을 보면서 공부를 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인터넷으로 찾아보면서 하고 있어요.
진행자 : 두 사람이 공부하는 방법이 참 다르네요. 공부에 왕도는 없다고 자기에게 편한 길이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이겠죠? 영어... 남북이 참 많이 틀리죠? 남쪽은 영어도 많이 쓰고 학교를 가도 영어 공부를 해야 하고 외래어에도 영어가 많아서 참 말 알아듣기도 힘들고 한데요, 처음에 와서 좀 당황스럽지 않았어요?
김윤미 : 제일 힘든 부분이 영어에요. 아마 다 탈북해서 학교에 다니는 우리 탈북 대학생들은 다 똑같은 심정일거에요. 북한에는 환경이 안 되니까 영어 공부를 해도 강도도 높지 않은데 여기는 다르니까 너무 힘든 것이에요. 그리고 지금 얘들은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공부하는데 어떻게 비교가 안 돼요. 대학에 가서 첫 영어 수업에 정말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요. 공부를 했는데도 정말 하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영어 하나 때문에 내가 학교 다니는 것이 무리가 아니냐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서 정말 매일 귀에 꽂고 들었어요. 열 번 넘게 스무 번 넘게 그랬더니 좀 들리더라고요. 학기 끝에 학점은 B 학점 받았어요. 제가 다른 남한 얘들보다는 떨어지지만 점점 성적이 올라가니까 선생님이 점수를 후하게 주셨어요. 그래서 이제는 좀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어떻게 하는 줄 아니까요...
지철호 : 그 땅에서는 평양이라면 모를까 평생 외국인 한번 볼 기회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영어의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그런데 3국을 거쳐서 남한에 들어오면서 남한은 영어가 꼭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마침 제가 영어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때 이런 얘기를 들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 3국에 있을 때부터 영어 공부를 했네요.
지철호 : 네, 그랬어요. 저희가 원래 방콕에서 들어갈 곳이 없어서 교회에 있었는데 거기서 발음 기호 공부했고요, 나중에 경찰에 체포돼서 이민국에 들어서 보니 거기엔 정말 중국사람, 일본 사람, 미국 사람 20개국 사람이 함께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낮에는 소란스러우니 자고 밤에 단어 공부했어요. 100개 외우니까 말이 나오더라고요.
진행자 : 책을 보면서 공부하면 참 발음이 문제가 되는데요?
지철호 : 처음에 제가 'DENY', '거부하다'라는 동사를 '데니'라고 발음했어요. 외국 사람에게 '데니','데니' 했더니 못 알아들어서 어떻게 발음 하느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이 '디나이'라고 읽는다고 알려주더라고요.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배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외국인 친구를 일부러 사귀었어요. 그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영어 공부하고 합니다.
진행자 : 영어공부도 그렇지만 일상생활에서 말하는 단어도 영어가 많아요. 우리 기자들이나 방송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남한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영어 단어를 방송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인데요, 이것이 사실 힘듭니다. 실제로 철호 씨나 윤미 씨도 중간 중간 영어를 사용할 때가 많죠? 이런 외래어 사용이 탈북자들에게는 참 알아듣기 어려운데 처음에 와서 힘들지 않았나요?
김윤미 : 저는 거부감은 없었어요. 사람은 너무 가둬놓고 우리말만 쓰라고 하면 점점 세계화되고 정보화되는데 거기에 맞추지 않고 그냥 원시인처럼 살게 되잖아요? 발전이 없을 것 같아요. 내 것을 고수하면서 국제화 시대에 맞게 활용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철호 : 저는 거부감은 모르겠고 그런 것을 하나씩 배워가는 것이 좋았어요. 사실 분단 된지 60년인데요, 남북이 언어 차이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 차이는 단지 갈라져 있어서 생긴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북쪽이 그렇게 닫힌 사회가 아니라 개방됐었다면 외래어를 안 쓸 수가 없었겠죠. 그리고 지금은 북한은 외래어를 별로 안 쓰잖아요. 그렇지만 앞으로 세계화 공존하려면 외래어 유입 막기 힘들고 외국어 필수일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철호 씨! 영어 공부 왜 열심히 해요?
지철호 : 사실 저는 나중에 40대, 50대 돼서 외국 배낭여행하는 것이 꿈이거든요. 다른 나라 친구들을 만나서 그 나라의 문화도 배우고 우리를 알리고 하고 싶어요. 피부색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영어잖아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40대, 50대에 정말 혼자 힘으로 배낭여행 떠날 거예요.
진행자 : 나라가 닫혀있는 상태에서는 소용이 없을 수 있지만 열린 새로운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언어, 외국어 공부입니다. 여기 있는 철호 씨, 윤미 씨와 같은 또래인 북쪽의 청년들, 이런 준비가 필요합니다.
김윤미 : 사람과의 소통은 언어잖아요? 언어가 안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중국에서 몇 달 동안 느낀 것인데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게 답답한 거예요. 그래서 이런 말을 꼭 배워야겠다는 것을 느꼈어요.
지철호 : 우리 친구들 지금은 영어가 그렇게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저는 영어를 아주 조금이라도 배우라고 강권하고 싶어요. 기술은 어느 한 나라에 종속돼서 변할 수 있지만 언어는 어디 가서든 사용할 수 있어요. 친구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생활 전선도 어렵고 그래도 꼭 간단히 라도 영어 공부 하세요. 그러면 나중에 정말 많이 도움이 돼요...
진행자 : 북쪽에 있는 젊은 세대들이 꼭 한번 들었으면 하는 말입니다. 오늘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쪽의 청년들도 미래를 준비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미래를 위해 외국어와 현대 기술을 공부하라고 강변합니다. 물론 이런 주장에는 먹는 것이 급한데 무슨 사정 모르는 소리냐는 비판도 따릅니다. 그러나 북한 사회도 서서히 변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된 사회에서 유용한 것이 기술과 외국어라는 것에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젊은 세대의 가능성을 믿어봅니다.
<젊은 그대> 이만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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