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북한 만화, 남한 만화

서점 진열대에 늘어선 아동용 한자학습 만화책들.
서점 진열대에 늘어선 아동용 한자학습 만화책들. (사진-연합뉴스)

0:00 / 0:00

안녕하세요,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쪽 신문에는 마지막 장 오른편 위쪽에는 항상 4칸짜리 만화가 실렸습니다.

어릴 적에 신문이 오면 일단 뒷장을 펴서 만화부터 봤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만화만 본 셈인데요, 신문에 실린 네 칸 만화는 시사 풍자만화여서 아이들이 이해할 수는 없는 내용이었을 텐데도 만화이기 때문에 항상 재미있게 봤습니다. 지금도 만화를 참 좋아하는데요, 다 커서 무슨 만화를 보느냐 하실 수 있지만 남쪽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만화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기는 창작물입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어떠세요, 만화 좋아하십니까? 오늘 <젊은 그대>에서는 이런 만화 얘기를 한번 해봅니다.

ACT - 만화가 이희정 : 안녕하세요! 저는 만화가 이희정 입니다. 2000년 초에 책을 출판했고 지금은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일단 만화는 재미있고 생각을 자유롭게 하고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다들 만화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만화는 사실 어린이들만 본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저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고 작품을 본 다음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남쪽 만화가의 얘기였습니다. 그림동화와 만화의 명확한 구분이 없는 북쪽에서는 만화가라는 전문 직업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남쪽에서는 이렇게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 있고 만화 영화, 즉 아동영화를 만드는 전문 직업인들도 있습니다.

또 만화 시장도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연속 만화가 책으로 출판되는 그 만화를 토대로 영화, 연속극도 만들고 만화 속 주인공을 인형 등 상품화해서 판매합니다. 일종의 산업이 된 것입니다.

남쪽 사람들에게 북쪽에도 만화가 있다면 일단 굉장히 놀랍니다. 일단 만화는 웃기고 재밌어야 하는데 북쪽에서 과연 이것이 허용될까 싶은 것이죠. 당연히 북쪽에도 만화는 있습니다. 그 기술과 완성도 면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지만 내용면에서는 정반대의 평가를 받습니다.

이런 북쪽 만화, 그리고 남쪽 만화에 대한 얘기를 나눠봅니다. 오늘도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장희문, 최은주 씨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장희문, 최은주 : 안녕하세요! 다시 추워졌어요,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진행자 : 청취자 여러분도 여기 희문 씨, 은주 씨도 감기 조심하세요. 오늘 모처럼 재미있는 얘기 한번 해볼까합니다. 두 분, 만화 좋아하세요?

장희문 : 네, 만화 좋죠.

최은주 : 뭐 조금 그렇죠?

진행자 : 대답이 빨리 안 나오는 것을 보면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군요.

장희문 : 막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요, 있으면 보고 그런 편이에요.

최은주 : 저는 만화를 안 좋아 합니다. 철이 없어 보이잖아요? 만화 보면요...

진행자 : 지금 은주 씨말대로 만화를 보면 철이 없다는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왜냐면 만화는 어린이들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사실 북쪽에서 오신 탈북자께 여쭤봤더니 어린 시절에 만화를 보긴 했지만 나이 들어서 만화를 본 적은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지만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이나 미국 등지에서도 만화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함께 만화를 즐기고 합니다.

지금 은주 씨나 희문 씨가 만화를 별로 안 좋아하더라도 어린 시절에는 좋아하지 않았나요? 희문 씨는 남쪽에서 나서 자랐고 은주 씨는 북쪽에서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까 두 사람이 어린 시절에 봤던 만화를 비교해 봐도 좋을 것 같네요. 어떤 만화 봤나요?

장희문 : 일요일 날 아침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틀면 만화를 했어요. 동물 두 마리가 나오는 만화인데, 둘이 티격태격하는 '티몬과 품바'라는 만화가 기억나고 '배추 도사, 무 도사' 도 기억나요. 어렸을 때여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무 도사와 배추 도사가 나와서 전래 동화를 전해주면서 서로 얘기를 나누는 내용이었어요.

진행자 : 저도 그 만화 기억에 나는데요, 배추 얼굴을 한 도사님, 무 얼굴을 한 도사가 옛날 얘기를 해주는데 아마 그 내용은 은주 씨도 잘 아는 얘기일거예요. 호랑이가 고개를 넘는 엄마에게 곶감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했다는 그런 옛날 얘기를 소개하는 그런 내용의 만화 영화였습니다. 희문 씨는 그랬고 은주 씨는 어때요?

최은주 : 저는 딱 하나 기억나요. '소년 장수'. 그 만화 빼고 본 것이 없어요. 어렸을 때는 특히 저 어릴 때는 만화가 많지 않았고 텔레비전이 없으니까 만화하는 시간이면 얘들이 텔레비전 있는 집에 우르르 가서 보고 다 본 다음에 또 우르르 나오고 했어요. 그래도 눈치도 보이고 해서 많이는 못 봤어요. '소년 장수'도 일편부터 끝까지 못 보고 가끔 봤던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여기서는 만화 영화라고 하는데 북쪽에서는 아동 영화라고 하죠? 아동 영화 하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나요?

최은주 : 네, 보도하는 시간, 영화하는 시간 다 정해져있기 때문에 그 시간만 잘 맞추면 눈치가 보여도 들어가서 보고 그랬죠. 그런데 남쪽은 아동 영화도 꽤 긴데요 북쪽은 그렇지 않아요.

진행자 : 은주 씨와 희문 씨 나이가 거의 비슷하죠?

장희문 : 네, 그런데 저는 이런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어요. 저희 때만해도 한 집에 텔레비전 한 대는 있는 세대였기 때문에...

진행자 : 그런 남북의 차이가 있어도 만화 영화 좋아하는 마음은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모두 같습니다.

최은주 , 장희문 : 네, 없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이제 만화의 내용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볼까요? 북쪽에서 나오는 창작물은 모두 체제와 관련이 있는데요, 만화라고 다르진 않을 것 같습니다.

최은주 ; 네, 거의 그런 식이죠. 관계가 있고 또 꼭 교훈을 줘야 끝이 납니다. 한국 만화는 그냥 행복한 결말로 좋게 끝내거나 사랑 얘기도 있고 한데, 북쪽은 교육용으로 쓰기 때문에 마지막에 정리를 딱 내려요. 그러니까 자연을 사랑해야 한다든지, 꼭 교훈을 정리하면서 끝나요.

진행자 : 그리고 만화의 목적을 보면 재미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만화의 기본 목적을 계급적 인간들의 폭로풍자, 교양이라고 못 박고 있네요.

장희문 : 그럼 북한에서는 만화가들이 당의 정신을 표현하는 그런 만화가 밖에 없나요?

최은주 : 그래야죠. 그런 내용이 꼭 들어야죠. '내가 창작해서 재미있게 만들어보자' 하는 마음에서 그렸다면 그것이 출판이 될까요?

진행자 : 사실 만화가들을 만나보면 만화가 너무 좋아서 만화가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고 되는 사람이 많은데 북쪽에는 그런 만화가는 없다는 얘기가 되는 거네요.

최은주 : 그런데 만화뿐만이 아니라 무엇이든 대부분의 개인적인 창작물을 인정하지 않아요. 그래서 개인이 꿈도 꿀 수 없고 그런 것이죠...

진행자 : 그렇습니다.

사실 남쪽에서는 만화는 이제 단순한 만화가 아닙니다. 산업으로 키우자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잘 만들어진 만화책 하나를 가지고 만화 영화, 아동 영화도 만들고 진짜 성인 영화나 연속극으로도 만들고요. 만화 주인공을 가지고 인형도 그림도 만들어서 팔고 합니다. 이런 것을 다 합치면 만화 하나로 창출되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이것도 큰 산업이고 그래서 정부차원에서 지원을 하기도 합니다.

장희문 : 또 전자오락도 만들어요.

진행자 : 맞습니다. 이런 만화 주인공, 특별히 좋아하는 것 있나요?

최은주 : 네, 저는 짱구 좋아해요.

진행자 : 만화 주인공 이름이죠? 말썽을 부리는 장난꾸러기 아이.

장희문 : 못 말리는 아이죠? (웃음)

진행자 : 사실 그 만화는 어린이가 주인공이지만 어린이 만화가 아니라 어른을 위한 만화죠.

최은주 : 5살이지만 천재적인 기질도 있고 엉뚱하고 재밌어요.

진행자 : 만화 좋아하는 사람 참 많아요. 그래서 그냥 역사책이면 읽기 싫어도 만화라면 읽는 경우도 있고 희문 씨나 은주 씨도 그런 경험 있을 걸요?

장희문 : 네, '뚱딴지'라는 책이 있었는데 월드컵에 대해 소개한 부분을 열심히 읽은 것이 지금 제가 축구를 좋아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사실은 어린이들이 공부하기 싫은 책도 만화로 되어있으면 보는 것은 그것이 재미있는 만화이기 때문이거든요. 심지어 어른들도 신문에서도 만화를 먼저 찾아볼 정도로 만화는 즐거움과 재미의 대명사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만화처럼 웃기거나 즐겁지 않지만 그래서 만화가 필요한 것이거든요.

장희문 : 네, 만화의 목적이 교훈 뿐 아니라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만화의 목적이니까 북쪽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만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진행자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젊은 그대> 오늘은 만화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시간 이만 마칠게요. 저는 다음 시간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 현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