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북쪽에도 세대 차이 난다는 말 하시죠? 언제 가장 많이 느끼십니까?
남쪽 직장인들에게 물었습니다. 언제 가장 세대 차이를 많이 느끼나? 20-30대 직장인들이 세대 차이를 실감하는 순간은 '회식 등 친목 도모 행사에 대한 의견이 다를 때'라고 합니다. 이어서 업무 방식이 다를 때, 텔레비전 방송 등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 또 컴퓨터 등 첨단 기기의 사용 능력이 다를 때와 옷차림을 이해할 수 없을 때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합니다.
남쪽 직장에서는 직장 성원이 다 함께 참석해 술을 한잔하거나 식사를 함께하는 '회식' 문화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회식이 잡히면 약속도 취소하고 개인적인 일은 모두 미루며 참석했습니다. 만약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면 어떻게 얘기해서 빠지나 전전긍긍했는데요, 요즘 젊은 세대들은 개인적인 일이 있으면 참석할 수 없다고 당당하게 얘기하고 회식에서 빠집니다. 요즘 세대들은 회사나 학교 등 자신이 속해있는 단체보다는 본인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회식이 개인적인 일에 앞설 수 없는 것이죠. 물론 개인차는 있습니다.
사실 이 설문 조사에 참여한 20-30대 직장인들은 아직 기성세대라고 불리는 나이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세대차를 느낀다니 그만큼 사회가 빨리 빨리 바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요즘 북쪽 젊은이들은 어떻습니까?
오늘 <젊은 그대>에서 이런 세대 차이 얘기를 한번 해보죠.
ACT - " 결혼해서 자식 낳고 신랑한테 사랑받고 사는 것이 제일 행복한거야..." "엄마, 난 일하는 것이 재밌어요." "결혼이 우선이지 너 나이가 몇 살이냐?"
요즘 30대 이상 결혼 안 한 딸이 있는 집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입니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휘가 급격히 변하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도 세대 간 차이가 큽니다. 남한 통계청의 조사 결과를 보면 50세 이상 여성의 36%가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20-30대 여성들은 단 9% 만이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쪽 사회는 이렇게 여러 가지 문제에서 세대차이가 꽤 큽니다.
세대 차이라는 말은 1960년대 서양 국가들에서 자녀와 부모 사이에 나타난 문화 차이를 지칭하는 말로 처음 등장했습니다. 정치, 문화 등 사회가 전반적으로 빠르게 변하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가치관에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자라온 환경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런 세대 차이는 문화, 정치 분야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고 하는군요.
사회에 큰 변화가 없었던 북쪽 사회의 경우엔 고난의 행군을 전후해서 이런 세대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 남쪽에 있는 탈북자들의 설명입니다. 특히, 요즘 남쪽에 들어오는 젊은 청년들은 남쪽의 연속극, 영화, 음악이 북쪽으로 유입되면서 북쪽 사회의 세대 차가 점점 심화된다고 얘기합니다. 북한 사회에도 변하고 있다는 얘기죠.
오늘도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장희문, 최은주 씨 함께 얘기 나눠 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장희문, 최은주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날씨가 많이 풀렸어요.
장희문: 날씨가 풀리는 것 같더니 또 추워져요. 아직은 봄은 아닌가 봐요.
진행자 : 봄이라고 할 날씨는 아닙니다. 두 분, 몇 년도에 태어나셨어요?
장희문 : 1988년이요.
최은주 : 1987년이요.
진행자 : 희문 씨가 한 살 아래군요.
최은주 : 네, 제가 누나입니다. (웃음)
진행자 : 남쪽은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를 가르는 말이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라고 해서 신세대, 그에 반해 오래된 세대라고 구세대 또는 기존 세대라고 해서 기성세대라고 합니다. 두 분은 확실하게 신세대네요. 본인들이 신세대라는 것 느껴요?
최은주 : 아니요. 거의 못 느껴요. 저희들보다 더 어린 세대들이 더 신세대니까 제가 신세대라는 것은 잘 모르겠어요.
장희문 : 어른들에 비해서는 분명히 신세대인데요, 요즘 얘들은 워낙 신조어를 많이 만들어 써서 인터넷에 접속해 보면 내가 이 얘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진짜 고민이 돼요. 저희가 신세대는 맞는데 워낙 새로운 세대들이 빨리 자라니까 제가 신세대라는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최은주 : 정말 맞는 얘기에요.
진행자 : 은주 씨와 희문 씨가 신세대가 아니라고 하면 저는 정말 구세대인데요? (웃음) 지금 두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고등학생, 중학생들은 대학생인 두 사람보다 더 신세대입니다. 그리고 희문 씨, 은주 씨도 이들과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것 같은데요,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나요?
장희문 : 일단 말투가 틀려요. 또 요즘 유행하는 가수를 얘기하는데 솔직히 저도 대학교 4학년이니까 이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제 동생이 올해 대학에 진학하는데 집에 가면 노래를 틀어놓고 듣거든요, 제가 누구 노래냐고 물어보면 누구라고 대답은 해주는데 저는 잘 모르니까 대화도 잘 안 되고 그냥 멀뚱멀뚱 쳐다보는 정도입니다.
지행자 : 네, 요즘 이런 세대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기준이 바로 새로 등장한 가수들의 이름을 아느냐 모르느냐 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최은주 : 저도 잘 몰라요.(웃음) 그렇지만 알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노래도 일부러 찾아 듣고 가수도 누군지 찾아보고 하니까 그래도 조금씩 이런 차이를 극복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은주 씨는 북쪽에서 왔잖아요, 처음 왔을 때 남한의 같은 또래들과 세대 차이 안 느꼈나요?
최은주 : 느꼈죠. 남쪽 같은 또래들과 저는 정말 다른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 같았습니다. 다들 눈치를 안 본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을 많이 느꼈어요. 저는 말 한 마디를 하려고 해도 여러 번 생각하고 하는데 이 친구들은 자기 생각만 하면서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상처받기도 했었는데 이제 함께 지내다 보니 이해가 돼요. 이 친구들은 아무래도 저보다는 자유롭게 자랐고 개방적으로 자랐죠. 그런데 이런 차이는 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시대가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서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잖아요? 물론 여기에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습니다. 제가 처음 봤을 때는 굉장히 안 좋다고 생각했어요. 아... 정말 저 친구들은 정말 예의도 없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저도 막 따라가게 돼요. 사실 이것은 한국 사회가 그만큼 빨리빨리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 것 같아요.
진행자 : 한마디로 철없다고 느꼈겠어요.
최은주 : 또 있어요. 저는 자고 있다가도 친구가 전화 와서 아프다면 막 달려가는데 남한 친구들은 제가 전화하면 안 와요. 여자들이 더 심하거든? 그러면 진짜 상처를 많이 받아요.
진행자 : 이건 남한 친구인 희문 씨가 변명을 한번 해보세요.
장희문 : 사실 옛날 사회보다는 정, 의리에 대한 개념이 사라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냉혈인간이 된 것은 아니에요. 표현의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에요.
최은주 : 맞아요. 그 말이 맞긴 해요. 요즘 세대들은 자기 일이 첫 번째고 남의 일은 두 번째에요. 근데 예전에 저는 첫째가 주변 사람, 둘째가 저였어요. 그게 차이겠죠.
진행자 : 10년 전에는 신세대 얘기를 들었지만 지금은 확실한 기성세대인 제 경우를 보면요, 저도 그런 신세대들이 너무 개인주의적이어서 서운하게 느껴진 적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또 부러울 때도 있어요.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얘기기도 하니까요, 특히 생각이 자유롭다는 것도 참 부러운 부분이고요.
사실 세대 차이는 정작 신세대들은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본인들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행동한 것인데 어른들은 버릇없다, 세대 차이 난다 그런 얘기를 하고요?
최은주 : 저는 예전에는 사람들과 특히 어른들과 얘기하면서 눈을 똑바로 못 쳐다봤는데요, 한국에서 살면서 눈을 쳐다보면서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어요. 얘기하는 사람의 반응도 볼 수 있고 내 느낌도 전할 수 있고요. 그래서 대화할 때 사람의 눈을 보는데 어른들은 왜 이렇게 당돌하게 쳐다보느냐고 혼내시더라고요.
진행자 : 맞습니다. 세대 차이의 좋은 예인 것 같습니다. 세대 차이는 사실 가치관의 충돌이라고 얘기하기도 해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자란 사회와 문화의 차이가 가치관의 차이로 이어지고 이런 가치관의 차이가 서로 충돌하는 거죠.
최은주 : 근데 재밌는 현상도 있어요. 제가 지금 남한의 60-70대 분들과 의사소통이 굉장히 잘 돼요. 대화가 정말 잘 통하거든요? 우리 때는 풍로가 있었고 '벤또', '구루마' 있었다고 말씀하시면 우리들 그런 것들을 다 알고요...
진행자 : 희문 씨, 풍로 뭔지 알아요?
장희문 : 풍로는 뭔지 모르는데요, '구루마'는 알아요.
최은주 : 혹시 희문 씨 '구루마' 타봤어요?
장희문 : 아뇨...
최은주 : 바로 이런 것 말입니다. 희문 씨랑 세대차이나요. (웃음)
진행자 : 북한에서 온 20대가 남한의 60대와 대화가 통한다... 웃어넘기고 재미있다고만 할 수 없는 얘기네요.
최은주 : 좀 그렇죠? 좀 슬프게 느껴지는 것이 남북 사회가 그만큼 차이가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정말 큰 차이라는 겁니다. 양쪽이 거의 30년의 세월이 차이가 난다는 얘기거든요. 이렇게 보면 참 암울한 얘기기도 하고 반대로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양쪽에 다 살아볼 수 있는 거니까 좋기도 해요. 30년 전 남한과 지금의 남한을 모두 살아보는 느낌 같은 거죠.
진행자 : 그럼 반대로 지금의 북쪽의 20대는 남한의 20대와 얘기가 통할까요?
최은주 : 안 통해요. 저도 16살에 남한에 와서 통하려고 노력했지만 진짜 차이가 납니다. 일단 언어부터 차이가 나니 말에서 안통하고 생활 습관도 차이가 나고요. 그래서 서로 이해를 못해요. '저 아이는 왜 저렇게 행동하지? 그러면 안 되지'가 되는 것이지 '저 아이는 왜 저렇게 행동하지? 그럴 수도 있겠다...' 가 아니거든요? 그런 것 때문에 분명 갈등이 있을 겁니다.
진행자 : 함께 살게 된다면 남북의 세대 차이가 클 것이라는 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차이를 좁히기 위해 여기서 많은 것을 할 수는 없어요. 그렇더라고 적어도 이해하려는 노력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은주 씨는 경험한 사람으로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최은주 : 그냥 서로 이해하려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유일한 길 같아요. 그리고 지방 사람이 서울 왔을 때 꼭 서울말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저 사람은 지방 사람이니까 사투리 쓰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봐주는 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진행자 : 마지막으로 희문 씨에게 물어볼게요. 지금 활동하고 있는 모임, <나우>에서는 남북 학생들이 함께 섞여 있잖아요? 북쪽에서 온 친구들을 봤을 때 좀 다르던가요?
장희문 : 사실 우리가 하는 고민, 취업 문제나 진로 같은 문제를 똑같이 고민하니까 그런 차이는 잘 못 느낍니다. 근데 왜 이것이 가능하냐면 함께 하려 노력하고 대화를 많이 하고 그래서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행자 : 선사시대 동굴에 그려진 벽화에도 '젊은 세대들이 버릇없어서 큰일이다'라는 글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세대 차이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또 이런 세대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그 노력이 인류를 발전시켜 왔다고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지금 남남간의 세대차이 뿐 아니라 앞으로 남북 간의 세대차이도 극복해야하는 과제가 남겨져 있습니다. 그 해답은 지금 은주 씨나 희문 씨가 얘기한 것, 서로 인정해주고 노력하는 것 외의 다른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두 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최은주, 장희문 : 감사합니다.
오늘 <젊은그대>는 세대 차이에 대해 얘기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