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젊은이들과 남쪽에 정착한 탈북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드리는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시그널 OUT + 현장 Sound IN : 웃음 소리 / 연탄 나르는 소리 )

지난겨울, 추운 날씨에도 30여 명의 학생이 비탈진 언덕에서 부지런히 연탄을 나르고 있습니다. 이곳은 서울에서 소위 ‘달동네’라 불리는 형편이 좋지 않은 곳입니다. 홀로 사는 노인들도 많습니다. 이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시민단체가 연탄을 무료로 지원하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운반을 맡았습니다.
할머니 : 추운데 이것 먹고 하세요...
학생 1 : 춥기는 했지만 제가 추워서 다른 사람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이 따뜻합니다.
학생 2 : 하루 고생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니까 마음이 기쁘고요...
하루 종일 연탄을 나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닌데요, 일을 끝낸 학생들은 오히려 ‘마음이 따뜻하고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지금 이 학생들처럼 자발적인 의사로 남을 돕는 일을 ‘자원봉사’라고 합니다. 이런 봉사에 대한 대가는 없지만 지금 이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면 오히려 금전적 대가보다 더 큰 것을 얻은 것 같기도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는 빈부격차도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그늘도 있습니다. 이런 그늘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겠지만 도움의 손길을 못 받는 사람도 있고 충분치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틈을 메워주는 것이 이런 자원봉사입니다.
오늘 <젊은 그대>에서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힘, 자원봉사에 대해 얘기해봅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장희문, 최은주 씨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장희문, 최은주 : 안녕하세요.
진행자 : 희문 씨, 은주 씨. 자원봉사해본 경험 있으십니까?
장희문 : 많이는 못 해봤어요. 3박 4일의 일정으로 노숙자 교회에 자원 봉사한 경험이 있습니다. 서울에 영등포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영등포에 기차역이 있는데 역 주변에 노숙자들이 많습니다. 이 역 근처에 있는 교회에서 노숙자들에게 밥을 주고 잠자리도 마련해주는데요, 3박 4일 동안 이 분들과 함께 먹고 자고 배식 봉사도 하고 얘기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이분들이 거리에 나온 이유가 참 다양한데요, 작은 관심만 있어도 이들을 사회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은주 : 네, 저도 독거노인 점심 주는 봉사, 장애인들이 계단 같은 곳을 다니기 힘들잖아요? 그런 곳에서 부축하는 봉사도 해봤고요, 장애인과 함께 가방을 만드는 자원봉사를 한 6개월 정도 해 본 적 있어요. 또 성탄절 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봉사도 해봤습니다.
진행자 : 은주 씨는 남한에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오히려 희문 씨보다 더 봉사를 많이 했네요?
최은주 : 꼭 봉사 정신이 투철해서 그런 것이 아니에요. 저는 중국에서부터 그런 봉사자들에게 받고 살았거든요... 한국에 와서도 그렇고요. 항상 받는 입장이 되다 보니까 주고 싶더라고요. 사랑을 받으면 주기도 해야 한다잖아요? 그런 일이 항상 하고 싶었어요.
진행자 : 그럼 이런 자원 봉사의 경험, 본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줬나요?
장희문 : 사회에는 소외당해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분명 있는데 그 사람들을 위해서는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최은주 : 저는 그 분들과 함께 지내면서 내가 진짜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그 전에는 ‘나는 왜 북한에서 태어났나? 왜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이 더 많았는데 제가 좀 더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나도 누구에게 필요한 사람이구나 하는 걸 정말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진행자 :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지금 은주 씨 같은 얘기를 참 많이 해요. 그렇지만 청취자 여러분 이 얘기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단순히 내 처지를 그들에 비해 보니 더 나아서 행복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나도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행복한 것입니다. 은주 씨나 희문 씨, 혹시 자원 봉사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 있어요?
최은주 : 저는 그 순간순간이 다 기억이 나요. 그중에서도 장애우들과 함께 가방 만드는 일. 한 6개월 정도 항상 그 친구들과 얘기를 하면서 만들어서 참 가깝게 지냈는데요, 그 전에 저는 장애인들을 보면서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함께 일 해보니 저보다 훨씬 잘해요. 오히려 제가 그 친구들에게 어떻게 하는 매일 배우고 그리고 이 친구들은 너무 잘 웃고 저보다 훨씬 밝게 사는 것, 인상적이었습니다.
진행자 : 자원 봉사에는 중독성이 있다는 얘기도 하잖아요?
장희문 : 너무 좋은 중독이네요. (웃음)
진행자 : 사실 남쪽에도 자원봉사라는 문화가 들어온 것이 얼마 안 됐죠?
장희문 : 맞습니다. 자원봉사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은 청취자 여러분도 기억하실 것 같은데요, 86년도 남쪽이 아시안게임을 치렀고 88도에는 올림픽을 치르면서부터입니다. 이런 국제적 행사를 위해서는 곳곳에 많은 인력이 필요한 데 그런 인력을 돈으로 고용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자원봉사 문화가 남쪽에 자리 잡게 됐습니다.
최은주 : 자원 봉사는 자료를 찾아보면 서양에서 들어온 개념인 것 같습니다. 자원봉사 문화가 남쪽과 비교도 안 되게 발전된 국가들도 많고요. 얼마 전 미국 불황에 대한 방송을 본 적이 있는데 제목이 ‘미국의 힘, 자원봉사’였습니다. 정말 어린 학생들도 자원봉사 하는 것이 몸에 밴 듯 했어요. 남쪽만 해도 아직도 사람들이 자원봉사라는 것이 연말, 연시나 설날, 성탄절... 이렇게 특별한 때 잠깐 잠깐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요.
진행자 : 맞습니다. 예전에는 ‘자원 봉사’ 라는 것은 양로원이나 보육원을 방문해서 빨래, 요리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아니면 학교 앞에서 교통정리 하는 것... 이런 것이 대표적이었지만 요즘 좀 범위도 넓어지고 그 방법도 다양해지는 것 같은데요.
장희문 : 재능 기부라는 것을 들어보셨어요? 예를 들어 가수는 노래로 아나운서들은 말하는 것으로 전문성을 살려 그 재능으로 남을 돕자는 것입니다.
진행자 : 이발사는 이발을 해주고 사진사는 노인정이나 양로원 등에서 영정 사진을 찍어주는 것. 그런 것이 바로 재능 기부가 아닐까 싶은데요, 말은 어렵지만 누구든 자기 능력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네요. 탈북 청년들이 많이 속해있는 한 남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남쪽 사회에 적응 못 하는 탈북 청년들을 데리고 일부러 자원봉사를 많이 한다고 얘기하던데요. 어떤 의미인지 아시겠죠?
최은주 : 그래서 제가 바뀐 것 같아요 (웃음)
진행자 : 또 탈북자들 사실은 남쪽에서는 소외 계층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도움을 받는 것이 정착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도움만 받아서 사는 것이 몸에 배면 자립하지 못합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남을 돕는 일을 하는 것이 내가 자립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고 하네요.
최은주 : 자원 봉사가 꼭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돕는 길 같아요.
진행자 : 희문 씨, 은주 씨, ‘두레’, ‘계’라는 것 들어봤습니까? 두레는 농사일로 바쁜 봄이나 가을에 동네 사람들이 함께 일손이 필요한 집에서 함께 일 해주는 것이고 계는 뭐 설명이 필요 없이 잘 아시죠? 이런 ‘두레’나 ‘계’도 자원 봉사의 개념이 아닌가 싶은데요. 사람 사는 세상에 자기 혼자 살 수는 없습니다. 농사를 짓고 살던 예전에는 두레나 계라는 마을 단위 모임으로 가능했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바빠지고 인구도 많아진 현대 사회에서는 자원 봉사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장희문 : 북쪽에서는 남한 사회에 대해 나쁜 면을 더 부각해서 선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남한에 온 탈북자들은 남한 사람들 참 정이 없고 매몰차고 차갑다는 생각을 하시거든요? 물론 그런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봉사하고 함께 같이 잘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너무 차갑게 나쁘게만 보지 마시고 마음을 열고 한번 보아주세요.
진행자 : 희문 씨, 은주 씨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장희문, 최은주 : 감사합니다.
진행자 : 청취자 여러분 오늘 <젊은 그대> 자원 봉사 문화에 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