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남한 수학 능력 시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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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젊은그대> 진행에 이현줍니다.

11월 18일, 남쪽에서는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이 치러졌습니다. 대학 수학 능력 시험, 줄여서 ‘수능 시험’ 이라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수학 능력’을 보는 시험입니다. 북한으로 치면 대학 예비 시험과 비슷한 시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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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 1교시 언어영역 시간을 기다리며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시험의 점수에 따라 대학에 지원하게 되니 대학 입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험이라고 하겠습니다.

어느 대학에 지원하고 또 합격하느냐 하는 것은 대부분의 남한 고등학생들에게 인생의 첫 관문이 되는데요, 바로 이 수능 시험은 이 문을 통과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날은 사회 전체가 수험생들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도 늦춰지고 자동차 경적도 제한하고 경찰차가 수험생들의 승용차로 제공되는 남한의 수능 시험날. <젊은 그대>에서 그 현장으로 가봅니다.

INS - 발자국 소리 + 점점 커지는 응원소리

11월 18일, 1,200개 시험장에서 수능 시험이 치러졌습니다.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은 오전 8시 10분까지 고사장에 들어가야 하는데요, 제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7시 30분. 고사장이 가까워질수록 시험 보는 날답지 않게 요란합니다.

INS- 수능 대박! 선배님들 시험 잘 보세요! 파이팅!

후배들이 고사장 앞에서 이렇게 시험 보러온 선배들을 응원을 하고 있는데요, 응원 구호도 외치고 따뜻한 차도 준비했습니다.

학생들 구호 : 선배님들 시험 잘 보세요!

(기자: 몇 시부터 나왔어요) 6시부터요.

(기자: 손에 든 것은 뭔가요?) 선배들 드리려고 과자랑 귤이랑 초콜릿이랑 담았어요.

(기자: 몇 학년이에요?) 1학년에요 (기자: 이렇게 나와 보니 실감나죠?) 사실 처음엔 굉장히 실감 났는데요, 몇 시간 계속 서있으니까 허리만 아파요. (웃음)

1년 동안 학생들과 동고동락했던 학교 선생님들도 나와 응원의 말을 전합니다.

관악고등학교 황보미 선생님 : 우리 학생들, 1년 동안 수고했으니까 그 노력이 수능 대박으로 이어지길...

이런 후배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의 표정은 밝습니다.

수험생 : 이렇게 해주니까 좋아요. 긴장 별로 안 되고요, 시험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딸을 들여보내고 뒤돌아서는 어머니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수험생 어머니 : 우리 딸 3년 동안 수고했으니 오늘 잘 해라.

이날은 경찰, 북한으로 치자면 인민 보안원들도 수험생들을 위해 뜁니다.

경찰 : 저희는 지하철역에서 고사장까지 학생들을 실어 나릅니다. (기자: 택시도 있는데요? 왜 경찰차까지...) 아, 택시도 있지만 일단 학생들이 지하철 역에서 내리면 마음이 바쁘잖아요, 그래서요... 저희는 일단 신길역에 다시 갔다 오겠습니다!

이렇게 바쁘게 떠난 경찰차는 기자가 고사장 앞을 빠져나오기도 전에 수험생 한 명을 실고 고사장 문 앞으로 달립니다.

남한의 시험 날 풍경 어떠셨습니까? 상상하셨던 것과는 많이 다르죠? 이런 소란은 시험이 시작되면서 조용해지고 학생들은 이날 오후 5시까지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저도 사실 이 풍경은 익숙한데요, 오랜만에 보니 반가운 풍경이지만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만큼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일은 남한 학생들에게 힘든 일입니다.

남북 대학생이 함께 활동하는 모임 ‘나우’의 장희문 학생, 최은주 학생과 함께 남한의 수능 시험에 대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장희문, 최은주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 날씨가 수능 날 답지 않게 포근했어요. 원래 수능 시험 날은 수능 추위라는 것이 있어서 춥잖아요?

장희문 : 엄청 춥죠.

최은주 : 저는 수능 추위, 처음 들어봤어요.

진행자 : 희문 씨는 남한 학생이고, 은주 씨는 은덕 출신의 탈북 대학생이에요. 두 분 다 수능 시험 보셨나요?

장희문 : 네, 벌써 수능 시험 본지 4년 지났어요. 그땐 참 대학 들어갈려고 고생했는데, 시간이 참 빨리 가요.

진행자 : 은주 씨는 대학 수능 시험 봤어요?

최은주 : 저는 안 봤습니다. 특별 시험이 있어서 면접보고 들어갔어요. (탈북 대학생들은 대상으로 면제해주는 건가요?) 북한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라 특기자들도 저희처럼 들어가요. (은주 씨는 중국어과니까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그냥 들어간다는 말인가요?) 네, 제가 시험 볼 때는 시험이 좀 어려웠어요. 원래 면접을 보면서 중국어로 자기소개, 영어로 자기소개만 하면 됐는데, 저는 글 한 가지를 주면서 중국어로 번역해 봐라, 요약해서 중국어 사자성어로 요약해 봐라하는 시험을 봤어요. 엄청 떨렸어요.

진행자 : 은주 씨가 시험보기 전까지는 쉬웠는데, 어려워졌다?

최은주 : 탈북 대학생들이 많이 지원을 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수능을 안 봐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제가 만약 수능시험을 보고 대학에 들어갔으면 저는 지방에 있는 대학을 들어가지 않았을까? 제가 공부에 취미가 없어요.

진행자 : 희문 씨는 수능 시험날 어땠어요? 기억나요?

장희문 : 저는 정말 긴장 많이 했어요. 청심환이라는 약이 있어요. 긴장을 풀어준다는 약인데, 이걸 먹고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효과는 없고 부작용이 있었어요. 갑자기 막 열이 나고 몸이 뜨거워지면서 가슴이 막 뛰고 그래서 오히려 힘들었어요. (웃음)

진행자 : 저도 대학 시험 볼 때 청심환 반쪽 먹고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오전에 잠시, 수능 시험장에 갔다 왔는데 고등학교 후배들이 나와서 선배들을 응원한다고 북치고 노래하고 시끌벅적 하던데요?

장희문 : 네, 저 시험 보던 날도 후배들이 나와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선배님, 파이팅을 외치고 선물도 주고 했는데요, 선배로써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고사장에 들어가기는 했는데 뒤로는 떨면서 청심환도 먹고 했죠. 게다가 그날 부모님이 학교에 데려다 주시는데 그 동안 저를 위해 노심초사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잘 보고 오겠습니다. 인사하고 그러고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진행자 : 은주 씨는 시험 보는 앞에 와서 이렇게 응원하고 하는 것이 좀 낯설죠?

최은주 : 아니에요, 저도 그렇게 시험 봤어요. 검정고시 볼 때 정말 다 선생님, 학생들 다 와서 응원하고... 저는 대안 학교는 안 다녔고 저녁에 대학생들이 가르치는 학교에 다녔는데 다 와서 초콜릿이랑 먹을 것도 가득주고 했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엄청 떨렸는데 초등학교 검정고시 보고 중학교 검정고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보니까 나중에는 떨리지도 않고 저나 선생님들이나 그러려니 하고... 그런데, 시험 끝나고 나와서 울었어요. 너무 떨리는 마음을 어떻게 하지를 못하겠는 거예요.

진행자 : 그랬군요. 시험은 이렇게 떨리는 일이지만 긴장을 잠시 풀 수 있게 웃게 해주는 것들도 많죠?

장희문 : 응원도 그렇지만, 잘 찍으라고 포크를 주기도 하고 문제를 잘 풀라고 두루마리 휴지를 주기도 해요. 또 거울도 줍니다. 잘 보라고.

진행자 : 시험 보는 것은 힘들지만 이렇게 웃게 해주는 일도 있어요.

사실 남한과 북한, 표면적으로 대학생을 뽑는 과정을 크게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남한은 대학 수학능력 시험을 보고 그 점수와 학교 성적을 합해 대학을 지원하면 대학에 가서 대학별 고사를 보는데요, 북쪽은 예비고사를 보고 그 성적에 따라 대학 지표에 따라 대학에서 다시 시험을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시험 과목은 좀 차이가 있어요. 시험 과목은 국어, 수학, 물리, 화학. 김일성 김정일 혁명 역사인데요, 나머지는 남한과 크게 차이가 없지만 김일성 김정일 혁명 역사... 이런 과목으로 시험을 친다는 것을 남쪽에서는 상상할 수 없죠?

장희문 : 반발할 일이죠. 남한에서 그렇게 최고 통치권자의 인생이나 노작 등을 공부하라고 하면 사실... (웃음) 필요가 없죠.

최은주 : 사실 저는 어려서 북한을 나와 대학 시험에 무슨 과목을 보는지는 몰랐는데, 김일성 김정일 혁명역사가 시험 과목에 들어간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배우는 것이라서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이죠.

진행자 : 또 북한 대학은 대학 시험에 한번 미끄러지면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대학 예비 시험이 대학을 가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 한다고요? 출신 성분이나 배경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고요?

최은주 : 근데 그런 얘기가 대학 들어갈 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에요. 인민 학교에서부터 다 나타나요. 인민학교도 집에 권력이 있는 아이가 반장이 되고 그러죠.

진행자 : 이제 북한 얘기는 이쯤에서 접고 탈북 학생 얘기를 좀 해볼까요? 탈북 청소년들 중 수능 시험을 보는 친구들이 있나요?

최은주 : 수능 시험 보는 친구들이 1-2명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나도 남한 학생들과 똑같이 시험을 보겠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은데, 다 학교에 잘 들어갔어요.

진행자 : 그렇군요. 사실 탈북 대학생들이 진학하는 대학교를 보면 한국 외국어 대학교, 서강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등 좋은 대학들이에요. 들어가기 힘든 곳이죠. 남한 학생들이 수능 시험도 없이 면접에 이 학교 들어간다는 얘기를 들으면 일면 배 아픈 얘기이기도 합니다... 희문 씨 어떻게 생각해요?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장희문 : (웃음) 저는 이해할 수 있는데 다른 분들은 그런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탈북 청소년들은 저쪽에서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학교를 잘 못 다닌 사람도 많고 다른 곳에서 왔으니 와서 수능 시험을 준비할 시간도 없었고요. 더군다나 우리 사회에 와서 같이 생활을 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배경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남한 사람과 똑같은 기준을 들이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균형은 필요하겠지만 배려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은주 : 여기 남한 사람들은 고생을 하잖아요? 3년 동안 힘들게 고생해서 시험을 봐도 운이 좋아야 대학에 붙고, 열심히 공부한 것을 하루아침에 시험 하나로 그 결과를 보여줘야 하고...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런데 우리는 면접만 달랑 보거나 시험을 봐도 어렵지 않고 붙을 가능성이 많아요... 그러니 좀 배 아픈 일이기도 해요. 하지만 남한 친구들이 열심히 공부할 시기에 저희는 공부를 못하고 여기까지 넘어오는 과정을 거쳤잖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요, 저희는 또 힘든 것이 있어요. 남한 친구들이 수능도 열심히 공부하고 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왔잖아요? 우리는 그런 친구들과 경쟁을 해서 4년을 공부하고 졸업을 해야 해요. 얼마나 힘들겠어요? 버티는 일도 수능만큼 대단히 힘든 일입니다.

진행자 : 탈북 대학생들 4년 학교생활이 수능 시험이 되는 거네요.

최은주 : 맞습니다.

대학 입학시험이 이렇게 치열하다는 것은 사실 남한 사회의 치부일 수도 있습니다. 대학 즉, 학벌이 그만큼 중요시 되는 사회라는 얘기가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렇지만 이런 면도 있습니다. 누구든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을 잘 준비한다면 아버지가 간부가 아니어도 집에 돈이 많지 않아도 가고 싶은 대학,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차려진다는 것.

오늘 <젊은 그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인사드릴께요.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