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젊은 그대>, 진행에 이현줍니다.
특이할 것 없이 지나가던 11월 23일. 오후 3시 날아든 속보에 남한 사회는 뒤집혔습니다.
북한에 쏜 수백발의 포탄이 연평도에 떨어졌습니다. 포탄은 군부대를 물론 산을 넘어 주민들이 사는 집에도 떨어졌습니다. 산과 집은 불탔고 육칠십대 노인들은 양말 한 짝 건지지 못하고 눈앞에서 평생 살던 집이 불타는 것을 지켜봐야했습니다. 20대 젊은 군인 두 명이 죽었고 공사장에서 일하던 일반 주민 2명이 사망했습니다.
사건이 난 지 3일째, 거리에서 젊은이들을 만나봤습니다.
(인터뷰)
- 너무 놀랐어요.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겨서 이게 전쟁인가도 싶고 많이 놀랐어요.
- 화도 나고 우리도 대응을 해야 할 텐데 가만있으니 답답하고 그렇습니다. (평소에 북한, 남북문제 관심 좀 있으셨어요?) 많이 없었죠. 그렇지만 앞으로 좀 가만있으면 안 되겠다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준비돼 있지 않은 민간인들이 사는 지역을, 그것도 민간이 사는 줄 알면서도 공격을 했기 때문에 잘 못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언제든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지역이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확전이 될 수 없으니까 그 선에서 대응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려면 평소에 군이 준비를 많이 해야겠죠? 평소에 좀 예산이라는 게 많이 낭비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좀 했습니다... 그래도 이제 남북이 세계적 상황이나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실질적으로 물리적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번 기회로 경각심을 좀 일깨우는 계기가 됐어요.
-지금도 아시아 게임에서 경기하고 그랬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지금 남쪽의 20대는 1990년 초반에 태어났습니다. 생활에서 부족함을 모르고 북한에 대한 적개심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평온한 남쪽으로 갑자기 날아든 북쪽의 포탄은 이런 젊은이들에게 '적개심'을 심었습니다.
진행자 : 서울 스튜디오에 탈북 학생, 지성호, 최은주 그리고 남한 학생 장희문 씨가 만났습니다. 세 학생 모두 남북 학생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스튜디오가 가득 찼습니다.
진행자 : 지성호 씨는 오늘 첫 출연인데요, 본인 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지성호 : 사랑하는 북한 주민 여러분, 저는 북한에서 2006년도에 탈북해서 성공적으로 남한에 와서 대학생활도 하고 생활하고 있는 지성호라고 합니다.
진행자 : 23일, 북측이 연평도를 폭격했습니다. 속보로 전해졌는데요, 다들 어떻게 소식 접하셨어요?
장희문 : 학교에서 소식을 접했는데 같이 수업 듣는 친구가 얘기해주는 거예요. 일단 수업을 들어야 하니까 수업에 들어가긴 했는데 들으면서 걱정돼서 여기저기 휴대전화 문자로 물어보고 했습니다.
최은주 : 쉬는 시간에 알아서 교수님께 말씀드렸더니 핸드폰으로 뉴스 확인해보고 수업 진행하면서 한 친구한테 너는 핸드폰으로 계속 뉴스를 봐라 시키셨어요. 그러면서 수업을 계속했고요. 근데 우리는 걱정이 돼서 빨리 끝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래도 안 된다고 하셔서 수업은 끝까지 했죠.
지성호 : 저도 학교 도서관에서 알아서 인터넷으로 알아봤는데 진짜 심각한 수준인거에요. 민간인에 대한 공격도 있다고 해서 더욱 놀랐죠.
진행자 : 주변 친구들의 반응은 어때요? 학교에서 친구들, 이번 사건 놓고 어떤 얘기 하나요?
최은주 : 많이 통일에 가까워진 줄 알았는데, 이제는 너무 멀어진 느낌이 든다고... 그런 얘기 많이 했어요. 그리고 화를 내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식량 주는 것도 다 없애야 한다면서 좀 남한에서도 강력하게 나가야한다고 얘기하기도 하고요.
장희문 : 일단은 많이 걱정하는 분위기에요. 이번 사건은 이전에 비해 굉장히 심각하다는 분위기고 북한에서 대한 분노, 적개심도 많이 느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 한반도가 어떤 상황이란 걸,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 특히 성호 씨, 은주 씨는 북쪽에서 왔잖아요? 그런 사실을 주변 친구들도 다 알고 있으면 이런 사건이 터지고 주변에서 다들 한마디씩 할 것 같은데 어때요?
최은주 : 저는 어제 공부 모임을 가졌는데 먼저 얘기를 꺼내시더라고요. 저도 화가 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저도 북한에서 왔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잘 못 한 것 같다'고 하니까 흥분을 해서 막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어떤 친구들은 농담으로 '누나네 나란데 어떻게 하실 거예요?' 묻는데 농담인 걸 알지만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제 사과를 참 많이 했습니다.
지성호 : 저희는 그런 상황이 싫어서 나온 사람들이고 그리고 이건 북한 주민들의 문제도 아니에요. 정권의 탓이잖아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남한 주민들도 북한 정권과 주민을 좀 분리해서 보는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도 정말 남한 사람들은 북한 정권을 견제하지 북한 주민들까지 그러지는 않는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고 이제는 북한 정권이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북측에서는 남측이 전쟁 준비에 열을 올린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전쟁 위기를 고조하는 건 북한이 아닌가요?
지성호 : 저도 북에 살 때는 남에서 팀 스피리트, 을지 포커스 훈련을 한다는 보도를 들으면서 남한이 침략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남한에 와보니까 경제에 집중하고 열심히 일하는 그런 나라였습니다. 사실 북한의 이런 선전이 전쟁에 관련된 뿐 아니라 거의가 다 거짓이라는 걸 나와서 알게 되면서 그걸 믿었던 것이 좀 한심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진행자 : 예전에는 이런 비슷한 남북 충돌이 있으면 햇볕정책과 강경정책이 갈라져서 논쟁이 생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햇볕 정책, 대북 온전 정책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지성호 : 결국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들이 움직이는 정부잖아요? 근데 국민의 정서가 돌아 선 느낌입니다. 국민정서가 이렇게 돌아서면 햇볕 정책 같은 쪽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최은주 : 저는 햇볕 정책을 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쌀이나 이런 것들이 들어가면 핵으로 간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저는 밖에서 쌀이 들어가면 북한에서 난 쌀은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찬성했는데, 이번에 보면 쌀을 주고 폭탄을 준 셈이잖아요?
장희문 : 사실 햇볕 정책의 취지는 좋아요. 형제의 나라를 도와주려고 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런 노력은 정말 필요한 것이 맞는데 이번 사건이 터진 뒤에는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진행자 : 북한이 이번 사건으로 어떤 것을 노렸든 하나는 크게 잃은 것이 있는 것 같아요. 거리에서 젊은 친구들을 만나 봐도 북한에 대해 호의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이 없어요. 여러 사람의 등을 돌리게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은주 : 심지어 탈북자들까지도 등을 돌리게 하는 것 같아요. 사실 고향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정작 잘못은 북한 정권이고 북한 정권 때문에 돌아서게 됐는데, 이제 그 후과는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의 몫이죠...
오늘 길거리에서 만난 한 젊은 친구는 지금 이 세계에서 끝나지 않은 전쟁, 휴전된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것 이럴 때 실감한다는 한 젊은 친구의 말에 저도 공감합니다. 우리가 아직도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사실은 분노를 넘어 슬픈 일입니다. 더 이상 이런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젊은 그대 오늘 시간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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