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이런 옷 어떠세요?

LG패션과 프랑스 라푸마 그룹이 함께 개최한 패션쇼 모습.
LG패션과 프랑스 라푸마 그룹이 함께 개최한 패션쇼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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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젊은 그대> 진행에 이현줍니다.

남쪽도 영하의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추운데 거리에는 짧은 치마에 긴 부츠, 북쪽말로 하자면 긴 왈랭키를 신은 젊은 여성들이 많습니다.

어른들은 '멋 내다 얼어 죽겠다'고 하지만 '얼어 죽어도 멋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런 젊은이들이 여기 지금, 남쪽에만 있을까요?

이런 '멋 내다 얼어 죽겠다'는 각오에 찬 젊은이들의 아버지, 어머니가 젊었을 때는 장발 단속하는 경찰을 피해 다니느라 땀 좀 뺐고 부모의 눈을 피해 짧은 치마를 입으려고 여분의 옷을 가방에 싸가지고 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또 이들과 비슷한 북쪽 세대들의 젊은 시절도 그리고 지금의 북쪽 젊은이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믿습니다.

오늘 <젊은 그대>는 옷과 추세(유행)에 대해 얘기해봅니다.

<현장녹음> 명동 거리 소음

[청취자 여러분도 잘 아실만한 곳, 젊은 친구들이 많이 모이는 '명동'으로 한번 나가봤습니다. ]

기자 : 철호 씨, 오늘 저희가 명동에 한번 나와 봤어요, 별별 상점이 다 있고 관광객도, 놀러 나온 젊은 친구들도 정말 많은데요, 북쪽에서 '명동'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요?

지철호 : 예전에 연속극에서 명동 성당이 나오긴 했는데요, 여기는 워낙 빠르게 변하니까요.

기자 : 저도 명동 오랜만에 나왔는데요,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지철호 : 그냥 시름을 잊고 편하게 얘기하면서 구경하면서 거닐 수 있는 장소가 명동인 것 같아요.

기자 : 우리가 오늘 <젊은 그대>에서 옷차림, 유행 얘기를 해볼까하는데요, 젊은 친구들이 뭘 입었는지 상점에서 뭐가 인기 있는지 한번 보죠. 상점을 한번 들어가 볼까요?

점원 : 어서 오세요.

[남쪽의 젊은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상점에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4층으로 된 건물이 전부 옷을 파는 상점인데요, 여성복, 남성복, 아이들 옷까지 유행하는 옷을 한 자리에 다 볼 수 있습니다.]

기자 : 이런 모자 달린 옷, 남쪽 젊은이들은 참 즐겨 입는데 북쪽에서는 어떤가요?

지철호 : 이런 것 밖에서 안 입어요. 민망하죠. 잠바에서 달렸는데 이걸 윗도리에 달려있는 것을 밖에 입고 나간다는 건 생각 안 해요. 그리고 이런 옷이 없어요. 중고로 중국에서 들어온 옷이 있긴 할 텐데 북쪽에서 만들지는 않죠. 그리고 밖에 나갈 때는 이렇게 화려한 색은 잘... 검은색, 흰색, 회색은 괜찮은데 이런 옷은 안 입죠.

기자 : 엄격한데요?

지철호 : 좀 그렇죠?

기자 : 이런 것은 요즘 유행하는 옷이네요? 동복에 털 달린 것.

지철호 : 그런데 남쪽에서는 뭐든 입으면 개성 있어 보이는데 거기서는 이 모든 것이 황색바람의 요소가 되니까요... 자유가 없는 것이죠.

기자 : 여기 청바지네요.

지철호 : 청바지 같은 것은 대부분 단속이에요. 이건 확실하게 밖에서 만들어 들여온 옷이니까 거의나 단속됩니다.

[상점에는 청바지 종류만도 10 가지가 넘습니다. 상의와 바지, 외투... 겨울이 옷이라고 해야 뭐 특이할 것이 없지만 건물 4층을 빼곡히 채운 옷 중에 북쪽에서 허용되는 것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

지철호 : 이런 모자는 제가 북쪽에서 나올 때 유행했어요. 남쪽에는 모자 쓴 사람이 별로 없지만 눈물도 얼어붙는 곳에서는 모자를 써야하는데요... 사람이 있으면 멋을 부린다고 귀가 얼어 떨어져도 모자 옆으로 붙은 귀 덮개를 내리지 않아요. (웃음)

[확실히 멋 내다 얼어 죽는다는 말은 남쪽 젊은이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짧게 한번 둘러보고 거리로 나옵니다.]

기자 : 이런 화려한데 나오면 고향 생각 안나요?

지철호 : 우선 이런 데 나오면 행복하고요, 고향에는 이런 곳이 없었으니까 고향 생각은 잘 안 나요. 그래도 옛날에 사귀던 여자친구? 같이 이렇게 구경하면 얼마나 좋을까... 또 형제, 친구들과 같이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요. 사람이 생각이 나죠.

기자 : 오늘 명동 나들이는 이렇게 마무리해야겠네요. 그럼 이제 우리 스튜디오로 돌아 가볼까요?

<현장녹음> 명동 거리 소음

진행자 : 안녕하세요?

지철호, 김윤미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도 남북 청년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지철호, 김윤미 씨 함께 자리했습니다. 오늘 날씨가 무척 춥죠, 계절이 바뀌면 여성의 옷차림에부터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김윤미 : 요즘은 잘 모르겠는데요? 이렇게 추운 날씨에서 얇은 살색 스타킹을 그대로 신고 다니는 여성들도 있고요... (웃음)

진행자 : 맞습니다. 개성이라고 길에 나가보면 별별 사람이 다 있죠? 윤미씨, 아무래도 여성들이 더 옷차림에 민감하잖아요? 게다가 윤미씨는 옷을 공부하니까, 한번 소개해주세요. 이번 겨울은 유행이 뭔가요?

김윤미 : 목도리고 외투고 다 털이 붙어요. 이곳저곳에 털이 장식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지금 윤미 씨 털이 들어간 왈랭키(부츠)를 신었네요. 유행이라고 많이 봤어요.

김윤미 : 맞아요. 이런 부츠가 올해 유행이에요.

진행자 : 철호 씨는 어때요? 남성들은 아무래도 여성들보다는 덜해도 요즘 한국 젊은 남성들은 여성들만큼 옷차림이나 유행에 민감하지 않나요?

지철호 :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많이 봤는데요, 10대부터 20대 중반까지는 동복(패딩점퍼)을 많이 입고 20대 후반 30대는 코트를 많이 입더라고요. 남자들은 신발 같은 것에 예민하지 않아서 상의나 하의 정도가 유행이죠.

진행자 : 남측에서는 유행이라고 하지만 북측에서는 이런 것을 추세라고 하죠? 유행이라는 것이 옷차림에 대해 얘기하지만 쓰고 입고 먹는 것, 모든 부분에 유행이 있습니다. 오늘은 옷차림에 대해서 얘기를 한번 해보려고 옷차림의 유행에 대해 얘기해봤습니다. 아무래도 북측에서보다는 남측의 옷차림이 자유로운데요, 다들 처음에 남쪽에 와서 보니 어땠어요?

김윤미 : (남쪽) 드라마를 통해서 많이 봤어요. 그래서 드라마를 통해서 볼 때는 진짜 자연스럽다 예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우리 동네를 보니까 그렇게 입은 사람들이 없어요. 젊은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예쁘게 입은 사람이 없는데요, 지하철을 타고 신촌 쪽으로 오면 다르죠. 얘들이 참 예쁘죠. 어른들도 튀지 않게 입는 것은 (북쪽과) 비슷한데, 아무래도 남쪽이 좀 세련돼 보이죠.

지철호 : 저도 거기서 한국 드라마도 봤고 영화도 봤고 중국, 미국 영화도 봤는데요, 거기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이 모든 것이 자유롭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와서 진짜 보니까 제가 보던 그 드라마나 영화는 예전 것이니까 사람들은 더 세련됐고요... 여기는 우리 북한에서처럼 형태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가 있으니까. 거기서는 화장도 맘대로 할 수 없잖아요, 근데 여기는 내가 귀신처럼 하던 여우 눈꼬리 화장을 하던 상관없으니까요. 참 자유스럽게 느껴지죠.

진행자 : 지금 얘기한 것처럼 남측은 국가에서 내려오는 단순 기준이라는 것이 없는데요, 북측은 있죠?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윤미 : 몸매가 드러나는 딱 붙는 옷을 못 입어요. 귀걸이 못하고 긴 생머리는 허용이 안 되고요. 한국식이나 중국식으로 구분해서 안 되는 것이죠.

지철호 : 남자로써는 쫄바지는 안 되고요 (웃음) 여성적인 옷차림 안 되고 여자들은 긴 생머리가 안 되는 것처럼 남자들은 '각머리'라는 것이 안 되고 많이 길러도 안 되고요. 앞머리도 눈썹 아래로 못 내려오고요. 이런 외형적인 단속이 굉장히 많아요.

진행자 : 이런 단속을 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철호 : 생김이 단정하면 마음도 단정하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거기서는 이런 것들은 자본주의 요소, 사회주의 문화 요소에 배합되지 않는다고 단속하거든요. 입고 싶은 것도 못 입고, 하고 싶은 머리모양 다 할 수 없고 설사 내가 지금은 입고 있는 것이라도 해도 위에서 내일 안 된다고 하면 다 벗어서 할 수 없으면 뜯어서 배낭이나 만들어야 합니다.

김윤미 : 제가 생각하기에는 기준을 만든 이유가 한 사람의 말에 기준이 움직이잖아요. 그 사람 말 외에 딴 짓을 하지 말라는 거죠. 옷도 그래, 말도 그래, 다 통일하라는 거죠. 외부세력이 들어오면 옷이나 말도 다 변할 수 있으니 안 되는 것이고 그래서 문화 자체를 막고 있는 거잖아요. 오직 하나의 말에 수백만 사람들이 하나같이 움직여라 그런 것이죠.

진행자 : 젊은 친구들의 성향은 다 비슷하잖아요? 적어도 젊은 친구들은 불만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김윤미, 지철호 : 불만이 엄청 많죠.

김윤미 : 불만이죠. 단속이 되도 입고 싶으면 입어요. 그런데 단속하려면 똑바로 하던지. 담배를 주면 풀려나요. 그러다가 다시 걸리면 담배를 주고... 자기 돈이 드는 것이죠.

지철호 : 유행에 민감한 사람, 유행에 너무 따라가는 사람을 우리는 식재라고 놀리고 했는데요, 저희 누나도 밖에서 못 입는 옷을 사서 집에서 몰래 입어보고 했어요. 그러면 우리는 막 놀리고 했죠.

김윤미 : 저도 그랬어요. (웃음) 저도 막 청바지를 사서 집에서만 입어보고 그랬어요. 다른 바지는 운이 나빠서 걸리면 담배로 되는데 청바지는 안돼요.

진행자 : 참 의외의 모습이에요. 이런 모습 정말 남쪽의 젊은 친구들과 똑같은데요, 이런 얘기 친구들과 좀 해보신 적이 있나요?

김윤미 : 해본 적 있어요. 놀라죠. 왜? 왜? 왜? 이런 반응이 먼저 나와요. 왜 못 입게 하는지 전혀 이해를 못해요.

지철호 : 그런데 어떤 범위에서 그런가하는 걸 따져봐야 하죠. 여기서는 더 자유로운 것을 원해서 밖에서 입지 못하고 집에서 입는 경향이 있지만 거기서는 여기서 평범하게 입는 것보다 더 평범하지만 그런 옷을 집에서밖에 못 입는 그런 면이 있죠.

진행자 : 그래서 두 분 다 남쪽에서 좀 편하세요?

김윤미 : 많이 편하죠. 거기서는 핫팬츠, 미니스커트 생각도 못했어요. 여기서는 마음대로 편한 대로 입는데요, 가끔 거기서 그랬다는 것을 잊어버려요. 거기서는 이런 것을 못해서 너무 하고 싶었다는 것을... 그래서 의식적으로 가끔 생각해요.

지철호 : 다 같은 민주주의 아닌가요? 그렇지 않아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DPRK라고 멋있게 말하잖아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너무 억압하죠. 여기서는 옷 입는 것뿐 아니라 일하는 것, 일어나는 시간까지 다 자유롭긴 해요.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눈 여겨 보다가 나중에 옷 사러 가서 생각해 놓은 것을 사고, 그런 것도 재미죠.

진행자 : 일종의 즐거움도 되는 군요. 북쪽의 젊은이들도 그런 것을 하고 싶은데 못하는 거잖아요, 다 함께 뇌물 없어도 입고 싶은 것 입고,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철호, 김윤미 : 감사합니다.

윤미 씨의 친구들은 북쪽에서 청바지가 금지되고 옷차림도 규제받는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왜?'라는 질문을 여러 번 했다는데요, '고작 옷차림일 뿐인데 왜? 그렇게 단속하나', '왜 사람들 옷차림까지 단속 대상이 돼야하나' 하는 질문이었겠죠?

저도 묻고 싶습니다. 당국은 왜 이런 단속을 하는 건가요? 그리고 과연 이것이 인민을 위한 것인가요? 여러분은 그 답을 알고 계실 겁니다.

추운 날씨에 남쪽에서 요즘 유행인 털옷을 북쪽에 보내드리면 딱 좋을 것 같은데, 면목 없이 말과 마음만 보냅니다. 건강조심하시고요, 저는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지금까지 <젊은그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