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남쪽에는 다양한 서양음식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몇몇 가지는 이제 정말 보편적이기 때문에 굳이 국적을 따지는 것이 어색할 정도인데요. 대표적인 음식이 피자, 스파게티, 햄버거입니다.
피자는 우리의 빈대떡과 비슷하게 밀가루 빵 위에 갖가지 야채, 고기와 치즈를 올려 구운 이탈리아 음식이고요. 국수 요리, 스파게티 역시 이탈리아에서 온 요리입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들어온 햄버거는 일종의 고기, 빵 요립니다. 북쪽에서 햄버거 이름을 우리말로 풀어서 그럴듯하게 잘 지었는데요. '다진 고기 겹빵'... 이름대로 다진 고기를 구워 야채와 함께 빵 사이에 넣어 먹는 음식이 바로 햄버거입니다.
햄버거는 만들기도 쉽고 어느 곳에서나 먹기도 쉬운 일종의 간편식인데요. 그래서 빠른 음식, '패스트 푸드'라고 부릅니다. 일종의 서양식 속도전 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편식의 대명사, 바쁜 현대인을 상징하는 음식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되지만 여전히 젊은 친구들에게 사랑받는, 오늘 <젊은 그대>는 햄버거와 햄버거 가게 얘깁니다. 이 시간,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장희문, 최민선 씨 함께 합니다.
INS - 햄버거 가게 가는 길
여기는 서울의 한 햄버거 가게! 다국적 햄버거 전문점입니다. 2인용, 4인용 식탁이 빼곡히 들어찬 넓은 식당은 밝고 깨끗합니다. 저녁 시간이 꽤 지나 한산한 식당 안엔 감자튀김의 고소한 냄새가 가득합니다. 이곳은 봉사원이 자리에 와서 주문을 받지 않고 본인이 직접 판매대에서 가서 음식을 주문해 가져옵니다.
INS : 뭐 먹을까? 저는 빅맥 세트요. 저는 저거 새로 나온 거 먹을게요. 닭고기 들어 있는 건가요? (네, 다 합해서 만 삼천원입니다.) 카드 결제됐습니다. 사인해주세요.
햄버거, 감자튀김 그리고 청량 음료수 한 컵을 묶어 세트 메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3분. 그래서 빠른 음식, 패스트푸드입니다.
INS - 3인분이 많긴 많다.
저희도 한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앉자마자 북쪽에서 온 민선 씨에게 질문이 많습니다.
장희문 : 북쪽에서 패스트푸드 알아요?
최민선 : 전혀 몰랐어요. 여기 와서 처음 알았어요.
진행자 : 콜라는요?
최민선 : 여기 와서 처음 마셔봤는데요. 와, 정말 콜라는 마시면서 한입에 반했어요. 바로, 이 맛이야. (웃음)
진행자 : 감자튀김은요? 북한에서는 감자는 보통 볶아 드시죠?
최민선 : 튀겨도 먹어요. 그런데 이렇게 얇게 썰어서 튀기지 않고 그냥 크게 썰어서 튀기죠. 근데 감자는 북한이 진짜 맛있어요. 저는 주로 몸이 정말 피곤할 때, 혼자 먹기는 좀 그러니까 햄버거 집에서 하나 주문해서 포장해 가지고 집에 가는 거예요. 그리고 방에 가서 맛있게 먹고 힘내죠. (웃음) 좋아요.
장희문 : 패스트푸드는 학생들이 주로 먹잖아요? 대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과제가 많아서 끼니를 챙겨 먹을 시간이 없을 때 햄버거로 때우기도 하고요. 구내식당보다는 비싸지만 일반 음식점보다는 조금 싸잖아요? 저는 그래서 햄버거를 간단히 빨리 먹어야 할 때 잘 사먹어요. 또 사람들 만나면 이런 저런 얘기하기도 편하고 또 책을 보거나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할 때도 와요.
진행자 : 여긴 혼자와도 어색하지 않죠?
최민선 : 진짜 여기도 저희 빼고는 혼자 온 사람들이 많잖아요?
장희문 : 이 햄버거 가게가 현대인들에게 끼니를 때우는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런 패스트푸드가 바쁜 도시 생활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런 바쁜 생활 속에서 혼자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진행자 : 패스트푸드라는 얘기는 영어로 빠른 음식입니다. 햄버거 주문하면 2-3분 만에 나오잖아요? 그래서 빨리 돌아가는 현대 사회를 가장 잘 표현하는 음식이라고 하죠. 그 반대급부로 요즘은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 슬로우 푸드를 먹어야 건강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장희문 : 패스트푸드는 건강에는 그렇게 좋지 않지만 그래도 맛있고 빠른 시일 내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진짜 장점이죠.
최민선 : 제가 처음 패스트푸드를 먹어본 때는 14살 때 중국에서였는데 진짜 못 먹겠는 거예요. 아니, 빵이면 빵이고 고기면 고기지 이걸 왜다 합쳐 놓았는가? 진짜 이상하더라고요. 그리고 여기 남한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햄버거도 특유의 향이 있어요. 처음 접하는 사람은 그런 향을 느끼는데요. 그리고 케첩, 마요네즈, 치즈 다 입에 느끼했어요. 꼬들꼬들한 강냉이 에 김치 먹다가 진짜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근데 언젠가부터 안 먹으면 이상하더라고요. 주기적으로 먹고 싶어요.
진행자 : 이제 적응했다는 얘기네요.
최민선 : 이런 음식에 적응하려면 일정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서양 음식 중엔 유일하게 피자가 맛있었어요. 핫소스 막 뿌려먹으면 매콤한 것이 먹을 만 했어요.
진행자 : 핫소스 덕에 매워서 괜찮았던 게 아닐까요? (웃음)
최민선 : 그건 그렇죠. 처음에 와서 햄버거, 피자, 스파게티에 적응이 안 됐을 때인데 사람들 만나면 막 이런 걸 사주는 거예요.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먹긴 먹는데 성이 안 차는 거죠. 먹고 나서 집에 돌아와서 김치에 밥 다시 먹고 그랬어요.
진행자 : 맞습니다. 특히 여성들보다 남성들은 더 적응에 오래 걸리더라고요. 근데 학교에 다니면 친구들이 남한 학생들이니까 이런 음식에 적응을 안 할 수가 없지 않나요?
최민선 : 맞아요. 근데 여기 얘들 정말 잘 먹어요. (웃음)
장희문 : 식습관이라는 게 무섭네요. 그래서 우리식으로 나온 햄버거도 있어요. 김치와 밥으로 만든 라이스 버거도 있습니다. (웃음) 저는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햄버거라는 것을 접했는데요. 어디 놀러 갔다 오는 특별한 날에만 부모님이 햄버거를 사주셨어요. 어렸을 때는 그거 하나 먹는 게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엄청나게 기대하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진행자 : 햄버거가 이렇게 보편적으로 된 것은 사실 얼마 안 됐죠.
장희문 : 제가 지방에 살았는데요. 그때는 주말에는 외식하는 가족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어요.
진행자 : 근데 이런 햄버거 가게는 친구들과 얘기하고 모이는 장소로 좋으니까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죠?
장희문 : 민선 씨도 오늘 2시간 30분 정도 주인의 눈치를 봐가며 친구들과 대화를 했답니다. (웃음) 근데 북한에선 친구들과 모이면 어디로 가나요?
최민선 : 저희는 주로 마당에서 많이 모이죠. 거기서 그냥 좀 놀다가 헤어지는데요. 거기도 이런 데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수다 떨기도 좋고요.
장희문 : 이런 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것 같아요. 저희에게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더 커요.
최민선 : 정말 북쪽에선 나이 들면 마땅히 모여서 놀 곳이 없어요.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요. 여기 와서 이런 데를 보면 제가 북한에서 갖고 있는 남한의 이미지와 많이 다릅니다. 저는 남한이 건물들은 다 크고 그렇지만 뭔가 허전하고 길거리에 사람들은 걸어 다니는데 뭔가 생기가 없을 것 같고 안기부 사람들만 많고 뭔가 총도 가지고 다닐 것 같은 그런 이미지로 상상을 많이 했어요. 근데 와보면 예쁜 것도 많고 여기저기 번쩍 번쩍하고 많이 달라요.
진행자 : 민선 씨는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못 봤나 봐요? 저희도 이런 햄버거 가게니 여러 가지 남한의 모습들을 보여드리는 이유가 바로 남한의 일상을 좀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서입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 사회인지 특히 <젊은 그대>에서는 젊은 세대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런 것들이요. 사실 이게 소리로 전하는데 한계가 있죠. (웃음) 근데 민선 씨, 지금 남한 생활은 어때요?
최민선 : 공부도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고요. 돈도 노력하면 벌 수 있고 그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요. 가고 싶은 곳 갈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으니, 전 좋은데요? (웃음)
최초의 패스트푸드점은 미국의 '맥도날드'로 1948년 맥도날드 형제가 자신들의 이름을 딴 햄버거 가게를 차린 것이 시작입니다. 이 가게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맥도날드라는 이름을 달고 전 세계 여러 나라로 퍼져나가게 됐습니다. 남쪽의 최초의 패스트푸드점은 1979년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지하상가에 문을 연 '롯데리아'인데요. 첫날 매출이 5천 달러. 당시로서는 엄청난 액수였다고 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 나중에 커서 직장인이 돼서 노임을 타면 그걸로 햄버거를 마음껏 사먹고 싶다는 꿈을 꿨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사먹을 수 있지만 또 그 때만큼 맛이 없네요. (웃음) 요즘 햄버거는 남한 직장인에게 가장 싼 점심이고 햄버거 집의 주요 단골은 한창 식성이 좋은 고등학생들입니다. 남한의 경제 수준의 성장으로 햄버거가 특별식 자리에서 내려온 것입니다.
북쪽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께도 이런 햄버거의 특별한 맛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또 햄버거에 같이 나온 감자튀김을 가득 쌓아 놓고 그게 다 사라질 때까지 끊이지 않는 수다, 떨어보고 싶습니다.
<젊은 그대> 오늘은 서울 시청 앞 햄버거 가게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장희문, 최민선,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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