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현줍니다.
INS - Kodachrome 사이먼 앤 가펑클
전설적인 미국의 남자 이중창, '사이먼 앤 가펑클'이 1973년에 발표한 노래 '코다크롬'입니다.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가사가 이렇습니다.
"코다크롬은 멋지고 환한 색깔을 주지 여름날을 초록으로 물들이고 온 세상을 화창하게 만들어 주지..."
어찌나 유명했는지 노래 제목으로도 사용됐는데요. 코다크롬은 코닥사가 만든 총 천연색 필름의 상표입니다. 1935년, 첫 생산돼 독보적인 색감으로 세계 사진작가들이 즐겨 사용한 필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코닥 필름... 어디 사진작가만 사용했습니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본 사람, 누구나 즐겨 사용했던 필름입니다.
이런 코닥 회사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1월,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필름 시장은 점점 줄어들었고 시대에 맞춰 변화하지 못한 코닥은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이 노래가 유행했던 당시, 아니 몇 년 전만해도 누가 코닥이 망할 것이라고 예상했을까요?
세상은 이렇게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됩니다. 기업은 물론, 국가도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젊은 그대>에서는 이 흐름을 전해봅니다. 이 시간,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지철호, 이수연 씨 함께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수연, 지철호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시작하면서 한번 물어볼까요? 수연 씨, 철호 씨 앞으로 이런 건 좀 사라질 것이다 예상되는 게 뭐가 있을까요?
지철호 : 다 사라질 것 같아요.
이수연 : 책 같은 것도 다 없어지지 않을까요? 제 친구가 핸드폰을 샀는데 손으로 이렇게 움직이면 핸드폰에서 다른 핸드폰으로 문서가 막 옮겨져요. 광고에서도 나오잖아요? 광고보고는 그렇게 될까 궁금했는데 진짜 그렇게 되더라니까요! 요즘 이런 세상입니다! (웃음)
진행자 : 그러게요. 요즘 이런 세상입니다. (웃음) 뭐가 어떻게 바뀔지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예상하기 힘든데요. 이런 세상에 필름 카메라 회사, 코닥이 망했다는 것이 놀라운 소식은 아닌 것 같습니다. 두 분은 필름 카메라 사용해보셨습니까?
이수연 : 옛날에요.
지철호 : 제가 2005년에 북한에서 나왔는데 그때까지도 디지털이라는 말 못 들어봤거든요. 필름 카메라를 많이 썼죠.
진행자 : 수연 씨나 철호 씨는 그래도 사용해 봤네요. 두 분 또래의 남한 학생들은 사실 이 필름 카메라를 잘 모릅니다. 북쪽에는 아직 필름 카메라를 많이 사용하지만 남쪽에서는 디지털 카메라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두 분도 코닥 사가 파산했다는 뉴스 보도 보셨죠?
이수연 : 그럼요. 이렇게 유명하고 승승장구하던 회사도 도태될 수 있구나, 변화 못하면 죽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이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요? 사회나 국가나 개인들도 다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아요.
지철호 : 예전에 한 교수님이 이런 말씀하시더라고요.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는 변한다는 것이다... 모든 게 다 변한다는 얘기잖아요? 변화라는 게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라고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는 변하는 것이다'라는 말,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아까도 시작하면서 뭐가 사라질 것 같으냐 물어봤는데 사라지진 않아도 예상치 못한 속도로 바뀌는 것들도 많아요. 예를 들면 디지털 카메라... 요즘은 이 카메라를 따로 들고 다니는 사람이 없죠?
이수연 : 네, 제 카메라도 집에서 놀고 있어요. 저도 40만원 주고 분홍색 카메라를 샀는데 지금 집에서 놀고 있어요. 살 때만해도 MP3까지 다 된다고 나는 스마트한 사람이야 좋아했는데 요즘 안 써요.
지철호 : 휴대폰 하나로 다 하잖아요? 저도 집에 DSLR 대형 카메라 있는데 그건 정말 웬만큼 큰 행사 아니고는 들고 나가는 것 자체가 쑥스러워요.
진행자 : 핸드폰도 얼마나 빨리 바뀝니까?
이수연 : 슬라이드 폴더 사용했는데 지금은 다 스마트 폰 쓰죠.
지철호 : 정말 스마트 폰 하나로 인터넷 검색, mp3, 카메라 다 됩니다.
진행자 : 손안의 작은 컴퓨터라고 얘기하는 스마트 폰 때문에 사라지는 게 또 있습니다. 데스크 탑 컴퓨터... 북쪽에는 데스크 탑을 아마 전력 사정 때문에 많이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노트북보다는 전력 소모가 더 크거든요. 남쪽에서는 아직도 많이들 사용하지만 스마트 폰이나 평판형 타블렛 PC의 등장으로 이 책상용 데스크 탑 컴퓨터 시장이 줄어든 답니다. 이것도 몇 년 있으면 카메라 필름과 명맥을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철호 : 그 큰 컴퓨터를 보며 우리 옛날에 이런 걸 썼었지... 몇 년 있으면 아마 향수로 남을 거예요.
이수연 : 책도 없어지지 않겠어요? 요즘엔 교과서를 타블렛 PC 로 바꾸자는 얘기도 나오잖아요? 나무를 베어서 종이를 만들고 거기에 글자를 찍어서 책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이런 것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어요.
진행자 : 또 브라운 관 텔레비전...
지철호 : 네, 그건 벌써 사라졌어요. 요즘은 LCD도 아니고 LED 나오잖아요?
이수연 : 항상 기능은 더 많아졌는데 더 얇아졌다고 광고하잖아요?
지철호 : 우리 북쪽에서 남한 드라마보고 텔레비전이 벽에 걸려있다고 난리였어요. 남한에서는 벽에 텔레비전을 걸고 또 빔으로 벽으로 쏴서 텔레비전을 본다고 그래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궁금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빔으로 벽에 쏴서 보는 텔레비전은 아예 볼 수가 없잖아요? 그거 나온 지 얼마 안 됐는데 거의 사라진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은 편지도 잘 안 써요. 전자 우편, 이메일로 대체됐잖아요?
이수연 : 북한도 변하고 있어요. 화교 친구가 얼마 전에 전화가 왔는데요. 요즘 휴대 전화 많이 사용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요즘 평양엔 거의 다 사용해서 새해 인사를 문자로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만해도 2천년에 집 전화 생기고 나서는 손으로 안부 편지나 카드를 거의 안 썼거든요. 다 전화로 했죠. 북한도 이제 휴대전화가 있는 사람끼리는 문자로 인사하고 그런데요.
진행자 : 느리지만 역시 변화는 있다는 얘기네요. 철호 씨와 수연 씨가 있을 때는 어땠어요?
이수연 : 제가 있을 때는 MP3가 최고였어요. 갖고 있으면 자부심이었죠.
지철호 : MP3 하고 벽걸이 텔레비전이요. 노트북은 아직 없었고요.
진행자 : 그렇군요. 북쪽도 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역시 사람들이 새로운 물건에 대한 호기심이나 욕심은 있군요.
지철호 : 사람이란게 다 같죠. 근데 북한은 일부 잘 사는 사람, 권력 있는 사람들만 그 욕망이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우리 일반 주민들은 욕망은 있으나 그것으로 끝이죠.
진행자 : 그러게요. 좀 안타깝습니다. 세상의 변화가 계속 빠르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철호 씨나 수연 씨는 북쪽에서 왔잖아요? 남쪽에 왔을 때 이런 변화, 따라가기 버겁진 않았나요?
이수연 : 그럴 때 있었어요.
지철호 : 물론 그렇긴 한데 버겁다고 느끼면서도 즐거웠어요. 내가 이런 것을 새로 배우고 따라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고 즐겁더라고요. 그것이 안 되는 게 북한 사회잖아요? 저희는 그래요. 뭘 좀 재밌게 잘 하다가도 북한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 생각나거든요. 북한에선 어땠지 이런 생각도 나고요. 저도 여기서 이런 것들 사용하며 좋아 하긴 하지만 일면 가슴 아픈 생각도 들어요.
이수연 : 아직 젊으니까 호기심이 왕성하고 그래서 따라가는데 막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다만 회의가 들 때가 있어요. 나는 그냥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만 허덕허덕하면 따라가지 내가 창조하고 새로운 것은 만들지는 못하는 구나. 저는 이 메시지를 고향 사람들에게 꼭 얘기하고 싶은데요. 저는 이걸 막 따라가는데 급급하지만 고향에 있는 친구들 중엔 정말 뛰어난 친구들도 많거든요. 당국에서 아무리 단속해도 새로운 것을 해보고 가능하면 많은 것들을 경험해서 창조해 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진행자 : 코닥의 몰락을 얘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세계 많은 사람들은 코닥사의 파산이 변화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교훈을 준다고 얘기합니다. 기업은 물론 국가와 사회에 주는 교훈도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이수연 : 김정은은 분명 이 소식을 봤을 건데요. 이 소식을 보면서 꼭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 회사가 그냥 망한 것이 아니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살면 언젠가 자기도 파산 신청을 내야한다고 꼭 좀 느꼈으면 좋겠어요....
코닥 필름의 파산 소식이 알려지면서 코닥과 함께 필름하면 떠오르는 후지필름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후지필름은 필름과 광학 기술을 활용한 사업 다각화에 매진해 의료기기, 복사기, 화장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습니다. 그리고 2011년 전체 영업 이익에서 필름이 차지하는 비율은 1% 안 될 정도로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코닥 뿐만이 아닙니다. 세계 최초 아날로그 휴대전화를 내놓고 승승장구하던 모토롤라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다가 결국 사업 부분 일부를 구글이라는 회사에 넘겼습니다. 워크맨, 카세트 록음기로 시장을 석권했던 소니도 MP3와 LCD 시장 진입이 늦어 지금은 선두 기업들을 따라잡기가 버거워 보입니다.
"누구나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지만 아무도 자신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톨스토이 말은 영원불멸할 듯했던 거인들 추락을 보면서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북쪽 사회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교훈입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시간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줍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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