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INS - 졸업식 현장 사운드
요즘 남쪽에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졸업식이 한창입니다. 남쪽에선 학교 입학식이나 졸업식엔 가족이나 친구들이 다 함께 참석해 꽃다발을 안겨주고 축하해줍니다. 설렘과 희망, 아쉬움이 함께 하는 자리... 오늘 <젊은 그대>는 졸업식 얘깁니다. 이 시간, 남북 청년이 함께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장희문, 최민선 씨 함께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장희문, 최민선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요즘 남쪽 학교들은 졸업이 한창입니다.
장희문 : 저도 방금 방송하러 버스타고 오면서 학교 앞을 지났는데요. 오늘이 졸업식이었나 봐요. 가족들도 와서 함께 꽃을 들고 사진도 찍고 하는데 참 보기 좋더라고요.
진행자 : 졸업식 중에서도 대학 졸업식이 멋있죠? 위쪽이 평평하고 술이 달린 학사모를 쓰고 가운도 입고요.
장희문 : 가운 걸치고 학사모 쓰면 멋있어 보여요.
진행자 : 두 분은 아직 졸업 전이니까 그냥 보기만 했겠네요?
장희문 : 선배들 졸업식 때 사진 찍어주면서 그냥 보기만 했는데요. 뭔가 좀 있어 보여요. (웃음)
진행자 : 예전에는 지금보다 졸업식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입학하기 힘들다는 대학에 입학해 무사히 4년 공부를 끝내고 졸업한다... 부모님에게는 자녀들이 대학 졸업이 큰 자랑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부모님이나 학생들 본인이나 그렇게까지 의미를 두진 않는 것 같네요.
장희문 : 사실 저희 아버지도 저의 대학 졸업식 날을 굉장히 기대하시거든요. 학사모를 쓰고 까만 가운을 입고 그날 꼭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항상 말씀하세요. 아버지 세대는 그게 진짜 중요한 일이었으니까요. 오늘 졸업식도 보니까 학생들이 가운을 딱 차려입고 가족들도 다 온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그냥 평상복 차림으로 졸업장 당랑 들고 버스 타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근데 저는 이런 모습이 안타까워요. 졸업은 옛날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진행자 : 왜 변했을까요?
장희문 : 취업이 큰일이고 앞으로 미래가 더 바쁘다보니까 정작 졸업의 의미가 퇴색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행자 : 사실 옛날처럼 무슨 식이나 행사를 옛날처럼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간소화하는 분위기이고 또 옛날보다 대학생이 훨씬 많아졌잖아요? 대학 졸업이 그렇게 큰 일이 아닌 거죠. 아까 희문 씨도 얘기했지만 아버지가 졸업식 날 사진 찍고 싶다고... 그런 사진이 어느 집에나 자랑스럽게 걸려있죠. (웃음) 민선 씬 남쪽에 와서 졸업식에 참석해 본 경험 있어요?
최민선 : 네, 대안학교 졸업할 때 제 졸업식에 참여한 적은 있어요. 대안학교니까 북쪽으로 치면 고등중학교 졸업하는 거랑 비슷한 건데요. 꽃다발 받고 그랬습니다. 근데 여기 일반 학교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진행자 : 부모님 오셨어요?
최민선 : 아니요. 저는 아버지가 북쪽에 계셔서 못 오셨고 엄마도 그날은 못 오셨어요. 사실 말도 안 했어요. (아니, 왜요?) 그냥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진행자 : 그럼 북쪽에서는요? 북쪽의 졸업식은 어떤가요?
최민선 : 저는 북한에선 졸업식 한 번도 못 해봤어요. 인민학교 중간부터 학교를 안 나갔거든요. 그리고 북한에는 졸업식이 따로 없어요. 그냥 학기 끝나면서 방학하면 그냥 졸업이라고 했던 것 같고 제 기억으로는 졸업식은 따로 안 한 것 같아요. 저희 엄마가 제가 9살 때 중국에 가셔서 그 이후로는 살림을 맡아서 그 이후로는 학교에 잘 안 갔죠. 가도 그냥 오후 늦게 나가고... 제가 저번에 말씀드렸듯이 아버지가 농장원이니까 그렇게 공부를 해서 뭐하나 하는 생각도 많았어요.
진행자 : 그랬군요. 생각해보면 북쪽에선 온 친구들한테 졸업식, 입학식 얘기 들어본 기억이 없네요.
최민선 : 북쪽에선 전혀 중요하지 않죠. (웃음)
진행자 : 그럼 남한은 어떤지 얘기를 들어볼까요? 희문 씨가 기억하는 졸업식은 어때요?
장희문 : 고등학교 졸업식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대학 진학에 대한 압박감을 3년 내내 받으니까 일종의 해방감이 큰데요. 일단 졸업식 표정은 대학에 합격한 친구들과 합격하지 못한 친구들이 크게 달라요. 합격한 친구들은 신나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은 졸업식을 즐길만한 여유도 없는 거죠. 저는 합격했기 때문에 그 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상을 받은 느낌이었어요.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고요.
진행자 : 아니 근데, 요즘도 가끔 그러는 것 같지만 교복에 밀가루 뿌리는 장난도 하잖아요?
장희문 : 졸업식 날도 교복을 입고 오는데요. 이건 일종의 장난인데 밀가루를 가져와서 친구들 교복에 뿌리고 난리죠. (웃음) 끝나면 얘들이 하얗게 변하고 그러는데 저도 경험을 했죠....
진행자 : 근데 그런 건 왜 하는 겁니까?
장희문 : 저도 어디서부터 왜 시작됐는지 모르겠는데요. 고등학교 시절이 좀 스트레스가 많으니까 그런 것들을 날려버리자는 마음에서는 그렇게들 하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 민선 씨는 아까부터 옆에서 재밌을 것 같다고 얘기하네요. (웃음)
최민선 : 네, 전 재밌게 들리는데요. 드라마에서 이런 거 본 적 있어요. 신기해요. 저도 남쪽 학생들이 졸업식 날,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그냥 보면 재밌어 보여요.
진행자 : 요즘은 이 재미로 하는 일이 도를 지나쳐서 못하게 막는 학교도 많습니다. 민선 씨는 대학 졸업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최민선 : 2014년 졸업합니다.
진행자 : 희문 씨는 한 학기 남았죠?
장희문 : 네, 한 학기 남았습니다. 졸업까지 몇 년 남은 민선 씨가 부럽네요.
최민선 : 근데 저는 졸업이 부담이 먼저 될 것 같아요. 공부하는 게 사회에서 일하는 것보다 쉽잖아요? 졸업 생각하면 걱정도 되고 그래요.
장희문 : 지금 민선 씨가 얘기한 것처럼 취업 걱정 때문에 요즘 대학교 졸업식도 고등학교 졸업식과 비슷해요. 고등학교 때 대학에 들어간 친구, 불합격한 친구들이 달랐던 것처럼 요즘 대학 졸업식은 취업한 친구들과 취업 못한 친구들로 나뉘죠. 취업한 친구들은 행복하고 밝게 졸업하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아예 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요. (웃음) 많은 친구들이 결과와 상관없이 좀 행복한 졸업식이 됐으면 좋겠어요.
진행자 : 2월 즈음 졸업식이 많이 열리는데요. 이때를 표현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설렘과 희망과 아쉬움이 함께하는 때다... 동감하시죠?
장희문 : 졸업식은 내 인생의 한 장을 마무리하는 시간이잖아요? 그게 고등학교 시절이 될 수도 있고 대안학교 시절이 될 수도 있고 대학시절이 될 수도 있겠죠. 왜 졸업식 끝나면 다들 식당에 가잖아요? 보통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 먹는데요. 저는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데요. 친한 친구 세 명과 여기저기 밀가루 뭍은 상태로 식당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아서 이제 끝났다 한숨 쉬며 자장면 먹으며 얘기 나눴던 기억...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좋은 추억이 졸업식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됐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졸업식은 지금 희문 씨가 말한 것처럼 일종의 추억도 되는데요. 그래서 민선 씨가 한 번도 북쪽에서 졸업식을 못 해봤다는 얘기가 참 마음에 걸리네요.
최민선 : 희문 오빠 얘기는 진짜 저에게는 영화나 드라마 장면 같이 느껴져요. 그게 진짜 현실인데 저한테는 그렇지 못했거든요. 저도 솔직히 부러웠어요. 제가 좀 더 빨리 왔으면 초중고 모두 여기 얘들처럼 다니고 엄마랑 손잡고 사진도 찍고 했을 텐데 저한텐 그런 추억이 하나도 없는 거죠. 얘들이 교복이 입고 다니는데 저는 평상복 입고 다니면서 어른인지 학생인지... 저는 굉장히 부러워하고 했던 것들인데 오빠가 지금 얘기하니까 눈물이 나네요. 그리고 북쪽에 있는 친구들도 다 같이 학교 다니면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진행자 : 민선 씨, 졸업까지 몇 년 안 남았어요! 꼭 졸업식 때 어머니 모시고 학사모 씌어 드리고 가운 입혀 드리고 꽃다발 들고 함께 사진 찍으면서 그렇게 추억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면 되지요...
장희문 : 남은 날들이 더 많습니다! 파이팅!
INS - 졸업식 노래 / 학생 인터뷰 : 졸업장을 못 받아서 항상 섭섭했었는데 오늘 졸업증을 받고 나니까 기쁘고 아주 마음도 후련하네요. / 많은 고생 끝에 이렇게 보람을 느끼니까 더욱더 좋습니다.
졸업하는 학생들의 짧은 소감을 모아봤는데요. 마지막에 나온 약간 나이든 음성은 만학도... 그러니까 나이 들어서 공부하는 분들의 얘기였습니다. 60대-70대 어르신들 중엔 전쟁 통에, 또 집안 형편 때문에 학교를 못 마친 경우도 많은데 이런 분들을 위한 노인대학이 남쪽에 많습니다. 이런 학교 졸업식은 그야말로 눈물바다입니다. 떠나는 아쉬움은 나이의 많고 적음이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남쪽의 졸업식 노래 가사 중 이런 게 있습니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
끝은 새로운 시작, 아쉬움 보다는 희망과 설렘으로 보내는 졸업식 얘기, 오늘 <젊은 그대>에서 전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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