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INS - 2012학년도 입학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단상의 국기를 향해주시기 바랍니다...
남쪽에선 새 학기가 시작됐습니다. 학교 입학식은 남북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요. 보통 입학식은 큰 강당이나 운동장에 모여 국가와 교가를 부르고 교장 선생님 말씀을 듣고 학생 대표가 선서를 하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솔직히 말해서 학생들은 언제 끝나나 기다릴 정도로 딱딱한 행사였는데 올해 입학식 풍경이 좀 다릅니다.
ACT - 공연 무대
선생님들과 재학생들이 직접 나서서 신입생들을 위해 공연하고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이 참석할 수 있게 저녁 늦게 입학식을 연 학교도 있습니다. 또 입학식 후 학생과 교수들이 사물놀이패를 앞세우고 교정을 신나게 한 바퀴 돌아보기도 하고 딱딱한 훈시대신 동화책을 읽으며 입학식을 치룬 교장 선생님도 있습니다.
전통 예절관에서 1박 2일 입학식을 진행한 전주남중학교 이준호 교감의 말입니다.
INS 이준호 전주남중학교 교감: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대학교 입학식은 신입생 대표로 외국 학생들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유교 전통을 계승한다는 성균관 대학교에선 로씨아 학생이 학생 대표 중 한명으로 뽑히기도 했고 입학식을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동시에 진행한 학교도 다수입니다. 외국 학생들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고 우리 학교는 국제화된 학교라는 걸 내세우기 위한 일종의 선전일 수도 있는데요. 청취자 여러분들이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남쪽에선 이런 새로운 시도가 모두 다 좋게 받아들여지진 않습니다. 창발적인 생각, 남쪽으로 표현하자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로워진 입학식은 환영받았지만 비싼 출연료를 줘가며 유명 가수나 배우를 동원한 겉만 화려한 입학식은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형식 파괴와 새로움이 모두 환영받는 것 아닌 것 같습니다. 의미는 이어가고 내용은 새롭지만 알차게 채워야 합니다.
프로모 : 청춘이란 마음의 젊음이다. 여러분께서는 지금 RFA, 자유 아시아 방송에서 전해드리는 <젊은 그대> 듣고 계십니다.
INS - 헉헉... 힘들어요.
개강 첫날, <젊은 그대>에 함께하는 탈북 대학생, 이수연, 지철호 씨를 학교에서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서울 동국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데요. 동국 대학교 교정이 언덕 위에 위치해서 올라가는 길이 쉽지 않습니다.
INS - 학우 여러분, 총학생회가 개강을 맞아 공부 열심히 하시라고 공책을 나눠드립니다. 12시부터 나눠 드리니 받으러 나오세요.
총학생회에서 학기 시작 기념으로 공책을 나눠주는 것은 저도 이번엔 처음 봤습니다. 총학생회에서 시험 때는 국수를 삶아 주기도 한다는데요. 청취자 여러분들은 남한 학생회가 시위하는 화면을 많이들 보셨을 텐데 요즘 남한 대학 풍경, 많이 바뀌었습니다.
INS - 여기요. 열공 하세요! 감사합니다.
저도 학생들 틈에서 공짜 공책을 한권 받아들었는데요. 앞에 써있는 말이 재밌습니다. 민족 동국 대학교 44대 두근두근 총학생회...
기자 : 오늘이 개학 첫날이죠?
이수연 : 오랜만에 학교 나와서 너무 좋아요.
지철호 : 공기도 좋고 사람들 그냥 지나가는 것만 봐도 좋고 나도 또 그 속에 한 성원이라는 것이 좋고... 기분 좋아요.
기자 : 대학 교정이 주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활기 있고 기분 좋아져요. 오늘이 첫날인데 수업하나요?
이수연 : 네, 이미 수강 신청을 한 대로 수업을 진행을 했는데요. 제가 수업의 제목만 보고 재밌을 것 같아서 광고의 이해라는 걸 들었는데 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수업으로 바꿨어요.
기자 : 그렇게 바꿀 수도 있어요?
이수연 : 네, 대학이 그게 좋아요. 고등중학교에는 정해진 수업을 들어야 하지만 대학은 자기가 원하는 수업을 신청하고 또 수강 신청 변경 기간에 신청한 수업이 나와 맞지 않는다, 어렵다 하면 바꿀 수도 있으니까 좋아요. 저도 방금 하나 바꿨는데 이제 만족합니다.
기자 : 제가 먼저 와서 학교를 한 바퀴 돌아봤는데요. 여기저기 대자보도 붙고 그랬던데 요즘 학생들 사이에 이슈, 화제는 뭐에요?
지철호 :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개학한지 얼마 안 됐잖아요? 선거와 탈북자 북송 중단 집회 같은 것이 사회적인 이슈인데 지금 학교에선 사실 어떤 교수님이 학점 잘 주는지가 가장 관심사죠. (웃음)
기자 : 요즘 한창 얘기하는 탈북자 북송 문제에 관한 대자보 하나 안 붙어 있네요.
이수연 : 얘들은 잘 몰라요. 제가 페이스 북에 올린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탈북자 북송 반대 콘서트 사진보고 오늘 딱 한 명의 친구가 물어봤어요. 이런 게 있었어요? 이러면서요. 인터넷을 더 많이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자 : 철호, 수연 씨는 동국 대학교 내 탈북학생 동아리 활동하죠? 학우들에게 알리는 계획도 있을 것 같은데요.
지철호 : 동아리 이름은 '하나'이고요. 성원들은 동국대학교에 다니는 탈북 대학생들이죠. 물론 탈북자 북송 문제 같은 것은 저희 가슴에 와 닿는 문제이지만 탈북자들 중에서도 아닌 녀석들도 있어요. (웃음)
이수연 : 요즘은 탈북 학생들도 현역들이 많이 들어와서요...
기자 : 현역? 남한 학생들과 나이가 같은 학생들이 많다는 얘긴가요?
이수연 : 네, 저희들은 저희 동기보다도 나이가 몇 살 씩 많아요. 요즘 들어오는 친구들은 한국에 있는 가족이 데려오는 경우가 많아서 중국에서 체류 기간이 점점 짧아져요. 그러면서 여기 와서 고등학교도 졸업해서 대학 오는 경우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학생들이 나이도 어리고 하다보니까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잊고 사는 얘들도 있고요... 저는 북한에서 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남한 친구들과 동화돼서 잘 지냈으면 좋겠는데 아예 완전히 바뀌어 버렸어요. 본인들이 북한에 왔다는 것이 싫다는 거예요. 어제도 제 친구가 얘기하는데 대학 입학해서 친구들에게 북한에서 왔다고 밝혔더니 다른 북한에서 온 친구가 자기랑 말도 안 섞는다고 속상해 하더라고요. 근데 욕하고 싶진 않아요. 그 친구도 이해는 가요. 그래도 아쉽긴 하죠. 저와 철호 오빠도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 결론은 북한에 왔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저희의 역할이 큰 것 같아요. 저희 죽지 않았습니다!
지철호 : 저희들도 모두 그런 방황은 했었는데요. 이제 그 친구들을 잘 이끌어 줘야겠죠. 다 저희들의 몫입니다.
기자 : 동국대학교 이번 신입생 중 탈북 학생은 몇 명이나 되나요?
지철호 : 경찰행정학과는 3명이요. 지난해는 6명 이었어요.
이수연 : 사회학과는 아직도 저 한명이요. (웃음) 교수님이 얼마 전에 동기들과 함께 저녁 사주셨는데 제가 한번 여쭤봤어요. 탈북 대학생 후배 있냐고요. 없다더라고요. 근데 혼자여서 좋은 점도 있어요. 교수님이 밥 먹으면서 요즘 돈 좀 있냐고 물으시기에 알바 못 해서 돈이 없다고 했더니 학교에서 나오는 특별 장학금을 주신대요. 그 자리에서 갑자기 조교 언니한테 전화하더니 저 주신다고... 아니, 괜찮다고 저보다 힘들게 학교 다니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씀드렸더니 너 혼자인데 챙겨줘야지 하시더라고요. 속으로 굉장히 기뻤습니다. (웃음)
기자 : 좋은 교수님이네요.
이수연 : 교수님이 저한테 미안해하지 말고 나중에 되돌려주면 된다고 꼭 한국 사람에게 되돌려 줄 필요 없고 북쪽에서 온 너의 후배들에게도 베풀라고 해서 너무 감사했어요.
기자 : 1학년 신입생, 새내기라고 하잖아요. 본인들의 새내기 때 생각나요?
이수연 : 저는 학교 처음 들어와서 나이 있어도 기죽지 말고 어리게 하고 다니자! 그랬어요. (웃음) 사회학과에 탈북 학생이 제가 최초이다 보니까 굉장히 긴장했어요. 내가 잘 해야 다음에 저 같은 북한 출신 후배가 들어와도 좋잖아요. 제가 대표 격이 되니까 좀 힘들었는데요. 지금은 괜찮아요.
지철호 : 저는 동기하고 7-8년 나이 차이가 나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까 세대차이도 나더라고요. 그래도 여기 말로 흔히 '야까' 하는 거죠. 북한에서 왔고 나이도 몇 살인지 다 솔직히 까고 얘기했고요. 항상 동기들에게도 선배들에게도 먼저 인사하고 예의를 지켰고 그래서 친구들도 선배들도 잘 해줬고 재밌게 잘 지냈어요.
기자 : 두 분, 재밌게 지내는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각오는 어떻게 돼요?
이수연 : 각오랄 것까지 없고요. 기필코 성적을 올릴 거예요. 이 자리를 빌려 청취자 여러분께 말씀 드릴게요. 저는 이번 학기 꼭 3.5 이상을 받겠습니다! (웃음)
기자 :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성적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군요. (웃음)
INS - 탈북 대학 신입생 인터뷰 : 아직은 설레고 행복한 마음 밖에 없어요. 들어가서 고생해봐야 알겠지만 지금은 사람들 많이 만나고 싶고 교수님과도 친해지고 싶고 대학생다운 놀이 문화도 즐기고 싶어요. (웃음) 기분 좋고요. 얘들한테 탈북자라고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얘들이 먼저 다 이해해줘서 좋았어요. 얘들이랑 밥 먹고 공부하고 그런 학교생활 해보고 싶어요.
3월, 설레는 시작선 앞에선 모든 학생들에게 응원의 마음 전해주십시오.
<젊은 그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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