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얘기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뉴스 멘트 : 우리 사회에 금녀의 벽이 여기저기서 계속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남자들도 힘들다는 조선소, 대형 선박을 만드는 거친 현장에서도 여성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 전통적으로 '금남의 벽'이라 인식되던 대학 간호학과에 최근 들어 남학생들이 많이 입학하고 있습니다.
북쪽에서도 이건 남자가 하는 일, 이건 여자가 하는 일이라고 사회적으로 암묵적으로 정해진 선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남쪽에서는 이걸 '금남의 벽', '금녀의 벽'이라고 표현합니다. 지금 들으신 남한 방송의 보도처럼 이런 벽들이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미용실에서 남자 미용사를 쉽게 볼 수 있고 전문적으로 얼굴에 화장, 메이크업을 하는 메이크업 전문가들 중에서도 남성이 두각을 나타냅니다.
또 여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군대나 산업계, 공업계, 정치 분야에서도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북쪽은 어떠신가요? 오늘 <젊은 그대>에서 이 얘기 한번 해보죠. 이 시간도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장희문, 최민선 씨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장희문, 최민선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 제가 금남의 벽, 금녀의 벽을 얘기해보자 했더니 민선 씨는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봤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북쪽에서는 이런 말 안 쓰나요?
최민선 : 네, 안 써요. 금녀는 여자 금지? 금남은 남자 금지? 이런 얘기일 것 같긴 했는데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장희문 : 간단하게 설명하면 직업이 될 수도 있고 스포츠 종목이 될 수도 있는데요. 남자면 남자, 여자면 여자 한 성별만이 할 수 있다고 한계를 그어 얘기하는 거죠. 그게 문화적인 것이 될 수 있고...
진행자 : 직업이 될 수도 있고요. 주로 직업에 대해 이런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제 청취자 여러분들도 민선 씨도 아마 무슨 의미인지 잘 아셨을 것 같습니다. (웃음) 오늘 이 얘기 해보죠.
최민선 : 재밌는 얘기가 될 것 같은데요?
진행자 : 사실 민선 씨도 이런 벽을 허물고 있는 장본인입니다. 대학에서 경찰 행정학을 공부하고 경찰, 북쪽 식으로 말하자면 보안원을 지망하고 있는데요. 북쪽에도 여자 보안원이 드물죠?
최민선 : 거의 없죠. 남쪽에는 여자 경찰이 있긴 하지만 그 숫자가 남자 경찰에 비해 적습니다. 우리 학과에도 여학생이 25명이 남학생이 70명 정도인데요. 여학생이 늘었다고 해도 거의 세배가 차이 납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진짜 많아졌어요. 3-4학년 합해서 여학생이 15명인데 1-2학년은 40-50명 되니까 장난이 아니죠. (웃음)
장희문 : 제 생각엔 대표적으로 '금남의 벽', '금녀의 벽' 얘기할 때 언급되는 것이 군대와 간호사인 것 같아요. 저희 <젊은 그대>에 함께 하는 지철호 씨도 원래 간호학과 지망이었잖아요? 간호학과 다니다가 적성에 안 맞는다고 전공을 바꾸면서 벽을 허물었다가 다시 쌓았지만 (웃음) 일단 도전했다는 게 중요하잖아요.
진행자 : 맞아요. 근데 간호학과에도 요즘 남학생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답니다.
장희문 : 학교에서도 학사 장교나 ROTC, 학군단이 있는데요. 여기에 지원하는 여성들도 꾸준히 늘고 또 여성들을 많이 뽑더라고요. 사실 장교라는 직책은 군대에서 일정 정도 지위가 있는 직급이잖아요? 여성 장교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군대를 지휘한 다는 것이 남자만의 일이 아니구나, 남자가 갖고 있는 지도력이나 조직 장악력도 중요하지만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에서 나오는 카리스마, 지도력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 두 분은 남한 사회에서 살면서 이런 성별의 벽이라는 걸 느끼시나요?
최민선 : 저는 딱히 느끼지 못했어요. 제가 보기엔 남자들이 더 많이 느낄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서도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살짝 닿거나 하면 별 문제없는데 별 의도가 없는 경우에도 남자들 손이 여성들에게 닿으면 난리 나잖아요?
장희문 : 옛날부터 '남존여비'라며 남성의 권리가 굉장히 존중되는 사회였는데요. 최근에서는 오히려 반전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웃음)
진행자 : 남자들은 70-80%의 권리를 누리다가 그것이 60% 정도로 떨어지니까 권리가 없어졌다고 강변하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그런지 북쪽에서 나오신 남자 분들은 진짜 남한 사회의 이런 부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최민선 : 거기는 여자들이 진짜 힘들어요. 제가 한국 와서 처음 들은 얘기가 여기 오니까 여자 애들이 진짜 겁 없어졌다, 지네가 왕 인줄 알아? 하면서 뭐라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 듣고 남한이 좋아지긴 좋아졌나보다 했는데요. 그래서 어떤 때는 남자들이 좀 불쌍할 때도 있어요. (웃음) 확실히 남한 남자와 북한 남자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진행자 : 기질적인 차이도 있지만 남북 사회 분위기가 다르잖습니까?
장희문 : 왜요? 저희도 남성다워요. 막 힘이 세고 강한 것만이 남성다운 건 아니잖아요? 부드러움과 따뜻함도 남성다움일 수 있기 때문에...
최민선 : 아, 예... (웃음)
진행자 : 개인적인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북쪽 남성들보다 남쪽 남성들이 부드럽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런 분위기 때문인가요? 남쪽 남성들은 여성적인 것에도 관심이 있고 그런 관심이 직업으로도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요즘 메이크업 아티스트, 화장 전문가들은 남성들이 많죠?
최민선 : 네, 저도 언젠가 한번 남한 텔레비전 퀴즈 방송에 출연했는데 그때 남자분이 화장을 해주시더라고요. 저는 처음엔 진짜 긴장했어요. 혹시 너무 이상하게 하면 어쩌나... 또 남자가 화장해주는 것도 어색했고요. 근데 손놀림이 굉장해요. 몇 번 쓱쓱 했는데 완전히 딴 사람으로 변했어요. 근데 사실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이 거의 다 남자였어요. (웃음)
장희문 : 요즘에는 정말 남자들이 새로운 분야에 많이들 진출하죠.
진행자 : 저도 처음엔 남자 미용사가 머리를 자르거나 파마하는 게 상당히 어색했는데 잘 하시니까 할 말이 없던데요?
최민선 : 진짜 실력이 중요한 거잖아요? 여자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진행자 : 성별보다 실력이 중요하다 이거네요. 북한은 어때요? 남자가 하는 일,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이런 벽이 존재하나요?
최민선 : 여자는 살림하고 남자는 돈 벌어오고요. (웃음)
장희문 : 궁금한 게 있는데요. 북한에는 여성 정치인들도 있나요?
최민선 : 정치인이 아니고 간부급에 여성들이 얼마나 있는가를 봐야할 것 같은데요. 말로는 있다고 하지만 간부가 되기 위한 조건이 남성보단 여성에 더 많이 붙는 것 같고 저는 여성 간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장희문 : 사실 남쪽에서도 여성 정치인이라면 크게 환영을 받지 못했고 정치가 남성만의 영역이었다고 볼 수 있잖아요? 요즘은 여성들에게도 많이 개방된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여성 특유의 정치적 지도력이 요즘 사회 세태에 잘 맞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복지나 평등의 가치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그런 부분에 있어 여성들이 더 세심한 정책을 펴나갈 수 있으니까요.
최민선 : 저는 개인적으로 좋은 것이 옷 입는 거요.(웃음) 남성, 여성의 구분이 많이 없어지다 보니까 옷 같은 경우에도 여자 옷, 남자 옷으로 구분이 희미해졌어요. 요즘은 마음에 들면 막 남자 옷도 사 입는데 그래도 뭐라고 안 하거든요? 전 그게 좋아요. (웃음)
진행자 : 일도 그렇지만 옷도 그렇다? (웃음) 남자와 여자, 성에 대한 고정 관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건데요. 사실 이렇게 되면서 어느 한쪽만 좋은 것 아닌 것 같아요. 남성, 여성에 대한 강박이 사라지면서 좀 더 자유롭게 되고 또 직업에서도 새로운 분야에 진출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는 거잖아요?
장희문 : 여자가 했던 일을 남자했을 때 결과물이 다르고 여자가 했던 일을 남자가 했을 때 다른 결과물이 나오잖아요? 색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재밌는 것 같습니다.
INS - 충성!
남쪽의 국군간호사관학교에 올해 처음 남자 생도들이 입학했습니다. 간호대학이 남학생을 받기 시작한지는 꽤 됐지만 사관학교는 61년 역사에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올해 입학한 8명의 남자 생도는 무려 94대 1의 경쟁을 뚫고 금남의 문을 열었습니다.
INS - 인터뷰 : 직업에는 남녀 다름이 없는 것 같다. 열심히 하고 싶다.
남자도 힘들다는 조선소, 대형 선박을 만드는 현장에서도 여성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거친 현장이지만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성실함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INS - 인터뷰 : 여성이기 때문에 봐주는 것이 아니라 일로써 인정받고 싶다.
도전 정신과 개척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시도에 금남의 벽, 금녀의 벽... 벽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암닭이 울면 세상이 망한다', '남자가 부엌에 얼씬거리면 고추 떨어진다' 이런 얘기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젊은 그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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