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우리 함께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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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한 청년들과 남쪽에 정착한 탈북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는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ACT - 산울림 '개구장이'

생물학이나 고인류학에서는 지금 현생 인류의 조상을 몇 가지 종으로 구분합니다. 대표적인 호모 사피엔스,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여기까지는 생물학적 구분이었지만 이후 호모 파베르 - 노동하는 인간, 호모로퀜스 -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 같은 개념으로 발전하면서 인류의 대표적인 특성을 설명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호모 루덴스는 우리말로 '유희하는 인간', 쉽게 말하면 노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네델란드의 역사학자인 요한 하위징아가 1939년 발간한 책에서 처음 만든 개념입니다.

사람들은 놀이에 대해서 유치하고 진지하지 못한 것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보다 열등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놀이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며 문명을 창조하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는 하위징아의 주장을 빌리지 않아도 놀 때 가장 즐거운 것을 보면 확실히 우리는 호모 루덴스입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는 것을 큰 덕목으로 교육받은 우리 민족에게 '논다'는 것은 죄책감까지 느끼게 하는 말이기도 한데요. 요즘은 또 '잘 노는 사람이 공부도 잘 하고 일도 잘 한다' 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북쪽 젊은이들은 어떻게 노나요? 남쪽은 요즘 이렇습니다.

시그널 - FADE OUT

<젊은 그대> 오늘도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지철호, 김윤미 씨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지철호, 김윤미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잘 지내셨습니까? 옷차림에서 봄이 확 느껴지네요.

김윤미 : 너무 좋아요. 날씨가 풀리니까 무거운 겨울옷 벗어버리고 가벼워서 너무 좋아요.

진행자 : 봄을 맞아 우리도 가볍고 재밌는 얘기 한번 해볼까 해요. 윤미 씨, 철호 씨 뭐하고 놉니까?

김윤미 : 요즘은 4월이니까 벚꽃 축제도 많이 갈 것이고 그리고 만우절도 있었잖아요? 친구들한테 재밌는 거짓말로 놀리기도 하고요... 그리고 벚꽃 축제는 매년 하긴 하지만 매년 볼 때마다 새롭잖아요? 너무 예쁘고요. 그런데 많이들 갈 것 같아요.

진행자 : 아니, 친구들 얘기 말고 본인은 뭐하고 놀아요? 본인 얘기를 해주세요.

김윤미 : 저는 요즘 과제가 많아서요. 벚꽃축제 같은데 가본 적은 없고요(웃음) 그냥 다른 사람들이 많이 가기에 한번 얘기해봤어요. 저는 뭐, 조금 한가할 때는 가족들과 얘기 좀 하다가 영화 같은 것도 다운 받아 보는 정도? 또 시간이 있을 때는 사람들도 만나요. 친구들이나 이런 저런 인연으로 아는 분들 만나서 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철호 씨는 뭐하고 놀아요?

지철호 : 학교 안에 커피점이 여러 곳이 있는데요. 거기가면 실내에서도 커피를 마실 수 있지만 밖에서 마실 수 있거든요, 일부러 커피 한잔 사서 밖에 앉아 있어요. 그러면 바람도 불고 이런 저런 생각도 하고 좋습니다.

진행자 : 공부하다 지치면 차도 한잔 하고 그러는군요. 친구들 만나면 뭐하고 놀아요?

지철호 : 그냥 맥주 집 가서 맥주도 한 잔 하고 노래방도 가고요.

진행자 : 요즘 20대들은 뭐하고 노냐고 물어보는 제 입이 부끄러워 질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하더라고요.

김윤미 : 어떤 교수님들은 1-2 학년은 놀아도 된다. 열심히 놀아라... 이 분들 하시는 말씀 들으면 참 맞아요. 저는 사실 이제 30대에 들어서니까 그렇지만 20대 친구들은 한창 놀 나이인데 공부에 파묻혀 있는 걸 보면 좀 그래요. 차라리 공부를 좀 못 하더라도 20대 추억거리는 쌓아가면서 20대 낭만을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지금 애들을 보면 그런 여유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진행자 : 우선 여기 남한 젊은이들 얘기를 해보죠.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 여가 시간을 보내는데 있어 이것 꼭 필요합니다. 여기 있는 두 사람도 모두 갖고 있는데요... 제가 뭘 말하는지 아시겠어요?

김윤미 : 네, 스마트 폰이요 (웃음)

진행자 : 스마트 폰,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지철호 : 음... 만능 전화기요? 스마트 폰은 이 기계로 하나로 컴퓨터를 대신할 수 있잖아요. 전화도 하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책도 보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도 하고요. 인터넷이 연결되면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거든요. 말 그대로 만능이죠.

진행자 : 두 분은 주로 어떻게 이용하세요?

김윤미 : 날씨도 확인해보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그리고 음악도 듣고요.

지철호 : 저도 비슷합니다. 검색 많이 하고 음악은 필수로 듣고 동영상도 보고요.

진행자 : 지하철을 타면 젊은 친구들은 정말 화면을 보면서 귀에 이어폰을 꼽고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어요.

김윤미 : 얘들끼리 그런 말 해요... 처음 스마트 폰을 살 때는 영어 공부한다고 사서 영화 보고 음악 듣고 그런다고요. (웃음) 이걸 사기 위해서 핑계를 대는 거죠.

진행자 : 스마트 폰도 기능이 많긴 하지만 일종의 장난감인 것이죠. 두 분 다 스마트 폰으로 음악 주로 듣는다고 했는데 어떤 음악을 주로 듣습니까?

김윤미 : 요즘에 유행하는 음악 주로 들어요. 내꺼 중에 최고? 철호 씨가 소개해 줘서 뮤직 비디오를 보다가 노래도 좋아졌어요. 그래서 지금 따라 불러보려고 연습 중입니다.

지철호 : 제이세라라는 가수의 '언제나 사랑해'와 2NE1의 '아파'를 많아 듣고 있어요.

진행자 : 저는 잘 모르는 가수들의 이름이 막 나오고 있습니다. (웃음) 빠른 노래 춤추는 노래 안 좋아해요?

김윤미 : 빠른 노래는 사람들 많은 지하철 같은 데서 듣다가 혹시 어깨라도 들썩이면 창피하니까 그냥 집에서 들어요. 집에서는 막 크게 해 놓고 듣죠.

진행자 : 그렇군요. 듣는 거 얘기했으니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네요. 남쪽에서는 쉬는 시간에 텔레비전들도 많은 보는데요, 텔레비전도 좀 보세요?

지철호 : 주말에나 봐요. 1박 2일이나 무한도전 같은 예능 방송도 보고 기록 영화도 보고... 김윤미 : 사실 전 집에 텔레비전이 없어요. 재밌는 방송이 너무 많아서 그냥 없애 버렸어요. 자꾸 쳐다보고 앉아있게 되거든요.

진행자 : 그럼 영화는 자주 보나요?

지철호 : 전쟁 영화, 액션 영화 좋아해요. 그리고 코미디 영화도 잘 보고요. 집에 다운 받아놓고 아직 못 본 영화도 있어요.

진행자 : 요즘은 영화관도 가지만 인터넷을 이용해서 집에서 영화 파일을 다운 받아서 보기도 하죠?

김윤미 : 네, 집에서 주로 많이 봐요. 그렇다고 영화관을 안 가는 건 아니에요. 영화관은 친구들이랑 데이트할 때도 가지만 그냥 친구랑 만나서도 자주 가요.

진행자 : 영화관은 사실 북쪽에서도 많이들 가지 않나요?

김윤미 : 일단 거기는 영화가 다양하지 않아요. 근데 그것조차도 잘 안 돌리죠. 제가 어릴 때만해도 영화관을 자주 갔어요. 정말 영화관 한번 가면 사람 위에 사람이 올라가서 표를 뗐거든요? 진짜 영화 보는 것이 힘들어서 못 갔어요. 표 사는 곳은 정말 여자들은 근처에도 못가요. 무섭거든요 (웃음) 남자들이 막 사람을 올라타서 가서 사다 줘야하고 표를 떼서도 들어가는 것이 전투예요. 사람들 뚫고 들어가면 뼈가 다 아파요.

진행자 : 윤미 씨 얘기 같은 이런 풍경은 남쪽의 50-60년대 얘기고 지금은 표 한 장 딱 사서 들어가면 되죠.

김윤미 : 처음에 왔을 때는 그게 정말 너무 신기했어요. 딱 시간에 영화관 가서 표 사면 어느 자리에 앉을 지 딱 좌석번호가 나오고 딱 그 시간에 맞춰서 영화관에 들어가면 되고... 아, 정말 불공평해요 (웃음) 근데 지금은 아예 그런 영화도 못 본다고 하더라고요. 없대요, 그런 영화조차도.

진행자 : 북쪽에서는 보통 뭐하고 놀았어요? 지철호 : 그렇게 놀 시간이 별로 없어요. 집에 일도 많이 해야 하고 아빠, 엄마 식량 구하러 나가면 대신해서 땔감도 해야 하고 물도 길어다 놓아야 하고. 졸업해서 직업학교 1년 다니고 직장에 취직했는데 직장을 다니면 여기처럼 뭐 휴가를 내고 그럴 수 없어요. 다니다가 마음에 안 들면 여기 사람들 말처럼 때려 친다... 그러니까 그만두고 그런 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노는 것도 그냥 누구 생일날이나 이런 특별한 때 누구네 집에서 모여서 그 집 술 축내며 기타치고 노는 정도죠.

김윤미 :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서 먹을거리를 사서 누구 집에 모여서 끓여먹으며 술 마시며 그렇게 놀아요. 노는 것이 기껏 그건데 노래 소리가 밖으로 나가면 안 되고... 조선 노래는 괜찮은데 중국 노래나 남한 노래는 밖으로 나가면 안 되거든요. 근데 저희 때 디스코가 유행했어요, 그 걸 출려면 꼭 한국 노래가 필요한데 그 노래가 밖으로 안 나가게 최대한 막죠. 그렇게 많이 놀았는데 지금은 또 그렇게도 못 한다고 하네요. 지금은 몇 명만 모이면 왜 모였는지 다 보고하고 그래야 한다네요...

진행자 : 사실 저는 두 분께 얼마나 재밌게 노나 얘기를 한번 들어보려고 했는데 뭐하고 노냐고 입을 뗀 제가 무색하게 모범생으로 사네요. 재미없지 않아요?

김윤미 : 북쪽에서도 미싱 일을 해서 그 때도 밤을 많이 팼는데 똑같이 밤을 패도 그때는 너무너무 피곤했어요. 근데 지금은 할 만 합니다.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딱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지철호 : 여기 오니까 내 꿈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고 내가 지금 하는 고생이 내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잖아요? 국가에 존속된 그런 삶이 아니고요... 그러니까 지금 내 고생은 내가 충분히 감수할 수 있거든요? 뭔가 내 꿈을 위해서 자기 개발도 하고요.

진행자 : 그러니까 두 사람의 얘기는 아무리 재밌는 놀이가 있어도 참고 열심히 공부한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사실 남한에서는 지금 얘기한 이런 것 외에도 놀 거리가 정말 산더미입니다... 아까 두 사람이 북쪽에서 뭐하고 놀았는지 얘기할 때 참 신나 보였어요. 아무리 통제가 심하고 사는 것이 힘들어도 그 중간 중간 그런 즐거움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요? 저는 이제부터 두 분께 남쪽에서도 좀 열심히 노는 것도 배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고향에 가서 친구들에게 남한 친구들과 함께 노는 방법도 좀 전해주지 않겠어요? 놀이는 항상 함께 놀아야 더 신나는 것이니까요.

두 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윤미, 지철호 : 감사합니다.

진행자 : <젊은 그대> 오늘은 남한 젊은이들의 놀이 문화에 대해 얘기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