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오는 토요일, 5월 5일은 남쪽의 어린이 날입니다.
1923년 아동 문학가 방정환 선생을 포함한 일본 유학생 모임 '색동회'가 중심이 돼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는데요. 이것이 광복 이후 날짜를 바꿔 5월 5일이 됐습니다.
북쪽은 분단 이후 모스크바 국제민주여성연맹이사회에서 지정한 6월 1일을 아동절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날도 남북이 다르네요...
한 가정, 한두 자녀만 낳는 남쪽 가정에서 어린이날은 큰 기념일입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일요일이나 공휴일 날 집밖을 나가기 꺼렸던 사람들도 이날만큼은 얘들 성화에 어쩔 수 없이 길을 나서야 하는데요.
어린이날 부모와 뭘 하고 싶나, 남쪽 어린들에게 물었더니 놀이공원, 유희장 가고 싶다고 한 어린이가 가장 많았답니다.
어디나 아이들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젊은 그대> 오늘 어린이날 얘기 해봅니다. 이 시간,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지철호, 최민선 씨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지철호, 최민선 : 안녕하세요.
진행자 : 5월 5일, 토요일이 어린이 날입니다. 놀이동산마다 난리가 날 것 같은데요. 두 분은 어린이가 아니지만 남쪽에선 워낙 요란하게 지나가잖아요? 남한 어린이날, 어떻게 보셨어요?
최민선 : 이때다 하고 막 얘들이 엄마한테 선물사달라고 하고 어디 놀러가자 하고 난리잖아요. (웃음)
지철호 : 상황이 어려우면 얘들도 그렇게 못하는데 여기는 그래도 식의주(의식주) 문제가 풀려 있잖아요? 그러니까 식의주를 떠나 아이들에게 선물도 해주고 놀아주기도 하고 그럴 여유가 있는 것 같아요. 어린이날 쯤 되면 괜히 얘들도 더 잘 차려입은 것 같고 분위기도 밝게 느껴지는데 특히 백화점이나 대형 상점가면 어린이 용품 파는 층엔 유난히 사람이 많고 왁자지껄하고 그렇더라고요.
진행자 : 맞아요. 어린이 장난감 파는 곳은 그냥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요란합니다. (웃음) 사실 요즘 남쪽에서는 한 가정에 아이가 많아야 둘 정도잖아요? 이렇다보니 가정의 초점이 아이들에게 맞춰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지철호 : 북한은 먹고 살기 힘들어서, 여기는 교육하고 애들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아이를 적게 낳는 것 같아요. 둘만 낳아 제대로 키우자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얘들은 형제가 없으니까 외로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부모들에게 놀아 달라하는 거죠. 그런 것을 보면 북쪽은 먹을 것이 더 많았으면 좋겠고 남쪽은 아이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네요.
진행자 : 북한은 6월 1일이 아동절이죠. 어떻게 보냅니까?
지철호 : 별 기억이 없어요.
최민선 : 교복 입고 모여서 행진하는데요. 학교는 가도 보통 때보다 일찍 끝나요. 공부도 안 하고요. 저는 기억이 제일 남는 것이 오전 일찍부터 텔레비전 했던 것이요.
진행자 : 가족끼리는 뭐 하는 것 없어요?
최민선 : 저 같은 경우엔 엄마가 중국에 일하러 가셔서 아빠만 계셨어요. 어느 해 아동절인가 아빠가 나가서 맛있는 것 사먹으라고 백 원짜리를 주셨어요.
지철호 : 저는 기억나는 게 딱히 없네요. 아동절까지 챙겨줄 여력도 없었던 것 같고요. 옛날부터도 아동절이라고 별다르게 국가에서 내려온 건 없었던 것 같아요. 한번은 모내기 전투도 갔던 기억이 있네요. 계절은 지나는데 모를 다 못 꽂아서 모내기 동원됐어요.
진행자 : 두 분 다 '어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기, 인민학교 시절이죠? 그때가 고난의 행군 시기였나요?
최민선 : 97, 98년에 인민학교 들어갔어요.
지철호 : 저는 95년도 입학했어요.
진행자 : 힘든 시절에 학교 다녔네요. 여기 남쪽에 온 탈북 청년들이 거의 다 비슷할 것 같은데 오히려 엄마, 아빠 어린 시절보다 더 힘들게 지냈을 수도 있겠네요.
최민선 : 그렇죠. 근데 확실한 것은 지금도 어린이날은 놀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여기는 하루 쉬잖아요!
진행자 : 근데 민선 씨는 남한에서 어린이날 학교 하루 쉬는 것이 굉장히 부러운가 봐요. (웃음) 굉장히 강조하네요 그걸...
지철호 : 이유가 있어요. (웃음) 북한은 집단주의를 우월하게 생각하고 굉장히 강조해요. 그러다보니 진짜 하찮은 일에도 주민들을 자주 불러내거든요. 매일 불러내는데 따라다니다 보면 유일하게 집에 있을 수 있는 날이 명절이에요. 앉아서 그냥 텔레비전 보면 그거 진짜 여유롭죠.
최민선 : 저희는 방학 때도 거의 매주 나가야해요. 인분 바쳐라 뭐해라 거의 한주에 한번씩... 그러니까 제가 학교 쉬는 걸 그렇게 부러워하는 거예요. (웃음)
진행자 : 남쪽에선 모여서 뭘 하는 날은 쉬는 날이라고 생각 안 해요. 예를 들면 학교 운동회... 쉬는 날이 아니고요. 그래서 어린이날 같은 기념일은 국가 행사나 단체 행사가 아니라 가족이 우선인데요.
지철호 : 집단으로 모이면 뭔가 큰일을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나잖아요? 그러니까 자꾸 나와라 들어가라...
진행자 : 가족끼리 추억이니 뭐니 쌓을 시간도 별로 없겠네요. 남쪽 어린이들에게 어린이날 부모들과 어디를 가장 가고 싶은가 조사를 해봤더니 1위가 유희장이네요. 어느 나라 어린이들도 다 비슷한 답을 할 것 같습니다.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휴대용 게임기, 오락기랍니다.
최민선 : 저는 그때 아버지가 백 원 주신 것으로 인조고기 밥! 인조고기 밥이 매콤하니 진짜 맛있는데요. 그거 사먹는 것만으로도 진짜 큰 선물이었는데 여긴 참 선물이 크네요.
지철호 : 비싼 것보다 사실 부모의 마음과 가족과의 추억이 큰 선물 아닌가요?
진행자 : 맞아요. 가족들하고 보낸 그 시간이 큰 선물이죠.
지철호 : 친구들한테 자랑도 하고요. (웃음)
진행자 : 조금 이른 얘길 수도 있지만 두 분도 졸업하면 결혼하고 가정을 갖고 어머니, 아버지가 될 텐데 아이들에게 어떤 어린이날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최민선 : 남편과 아이들과 하루 종일 함께 하고 싶어요. 여기 저기 함께 다니고 사진도 많이 찍고요. 진짜 좋은 기억을 심어주고 싶어요. 다른 얘들이 가는 곳은 다 구경 시켜주고 싶고요. 비싼 돈 드는 걸 하겠다는 게 아니라 다함께 가서 직접 해보고 느껴보는 것이요. 그러면서 가족의 화목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나중에 아이들이 그걸 떠올렸을 때 행복한 느낌이 들도록...
지철호 : 자상한 부모가 되고 싶어요. 능력되면 큰 선물도 해주고 싶고 그날은 함께 놀아주는 게 최고의 선물인 것 같아요. 바닷가 같은데 천막 치고 낚시하면서 아빠 어릴 때 이렇게 살았다... 어죽도 끓여주고 (웃음) 그렇게 해주고 싶어요.
진행자 : 내가 어린 시절보다 더 좋은 어린 시절을 만들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인 거죠.
최민선 : 네, 어릴 때 공부 못했던 분들이 아이들에게 더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한다잖아요? 저도 어찌 보면 그런 것 같아요. 제가 못 가졌지만 마음속에 꿈꾸던 것들... 그걸 제 자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마음인 거죠.
진행자 : 어린이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뭐가 될까요?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정세가 긴장된 요즘은 이런 걱정 없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두 분은 어떻게 하십니까?
최민선 : 어린이들이 어린이날에 노인들이 계시는 시설에 봉사활동을 가는 걸 봤어요.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거죠. 그걸 보면서 반성도 되고 죄책감도 들었는데요. (웃음) 이 아이들은 자원해서 나선 것이잖아요? 성인인 저는 더 열심히 잘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지철호 : 일단 저는 아이를 똑바로 교육시키는 것도 큰 선물이라고 생각하고요. 남북의 상황과 체제를 잘 설명해줘서 올바른 사회관을 가질 수 있도록 또 우리 아이도 인권 문제에 관심을 두며 살았으면 좋겠네요.
진행자 : 북한 인권이라든가 남북이 얼마나 다른가, 또 북한은 이런 사회다... 우리 아이들은 이런 얘기를 더 이상 하지 않게 됐으면 좋겠네요. 그게 큰 선물일 것 같습니다. 두 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철호, 최민선 : 감사합니다.
ACT - 어린이 인터뷰 : 어린이날 즐겁나요?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남쪽의 어린이날 노래, 노랫말입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오월의 푸르른 나무처럼
남북의 아이들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길 기원해 봅니다.
<젊은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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