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미니스커트와 핫팬츠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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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남쪽에서는 계절마다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습니다. 봄은 계절의 여왕, 가을은 독서의 계절... 여름은 노출의 계절입니다.

덥다는 핑계로 치마도 바지도 짧아지는 여름, 노출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평양에서도 여대생들에게 일명 기숙사 반바지로 불리는 짧은 반바지를 입지 못하게 단속한다는 소식이 나왔는데요. 당국뿐 아니라 시민들도 이런 차림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고요? 청취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남쪽은 아버지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나가는 딸의 다리 종아리를 부러뜨린다고 으름장을 놓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어느 정도의 노출은 예쁘다, 보기 좋다는 분위기인데요.

<젊은 그대> 오늘은 다가오는 여름을 맞아 짧은 치마, 짧은 바지... 노출에 대해 얘기해봅니다.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김윤미, 이수연 씨 함께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수연, 김윤미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날씨가 덥습니다. 두 분도 오늘 시원하게 입으셨는데요. 짧은 치마... 남쪽에선 미니스커트라고 하죠? 지난해부터는 아주 짧은 반바지, 핫팬츠도 유행인데요. 어떻게 두 분 도 즐겨 입으세요?

이수연 : 네, 여름에는 길면 거추장스러우니까 여름에는 즐겨 입어요. 흐린 날은 긴 치마, 더운 날이나 기분 안 좋은 날엔 짧은 치마를 자주 입어요.

김윤미 : 저는 아무래도 수연 씨보다는 나이가 있으니까요. 짧은 치마라도 맨 살엔 안 입어요. 레깅스라고 북쪽에서는 양말 바지라고 하는데요? 그거 입고 그 위에 입죠. 근데 저는 맨살에 짧은 치마 입은 여성들을 보면 너무 아슬아슬해서 안 입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르신들도 별로 안 좋게 보시잖아요? 아주 짧은 초미니 치마나 바지를 입는 여성들은 극소수고요. 그런 걸 보면 남쪽 사회가 아직까지 그렇게 노출을 환영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웃음)

진행자 : 맞습니다. 어르신들은 별로 그다지 좋은 눈으로 보지 않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런 시선에 별로 구애받지 않습니다. 자기가 좋고 편한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김윤미 : 그렇죠. 미니스커트 같은 건 10대, 20대 많이 입는 것 같고요. 그 이상이 입으면 별로 보기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런데 백화점에서 누가 짧은 치마, 미니스커트를 가장 많이 구매했나 조사 해봤더니 40대 여성들이였다고 합니다.

이수연 : 당연한 결과 같아요. 남쪽은 옷을 입을 때 배우나 가수들을 따라하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 40대 연예인들도 과감하게 노출하는 것이 유행이잖아요? 그런 풍조를 따라가는 거죠.

진행자 : 그리고 요즘에는 다들 관리를 열심히 해서 뒤에서 보면 아줌마인지 아가씨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이수연 : 그것도 몇 년 전에 얘기고요. 요즘은 앞으로 봐도 잘 분간이 안 갑니다. (웃음) 엄마와 딸이 옷을 함께 입는 경우도 많다고 하잖아요? 엄마들이 더 적극적으로 딸에게 옷을 사서 함께 입자하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참 북한에선 있을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인 거예요. 북한의 어머니들은 너무 고생을 많이 하시니까 얼굴에 나이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일을 많이 해서 일찍 허리 굽으시는 분들도 계세요...

김윤미 : 근데 저는 그거 별로 보기 좋지 않아요. 진짜 예쁘고 나이보다 어려보이면 보기 좋은데 안 그러신 분들도 많거든요.

진행자 : 용기 있는 것 아닌가요?

김윤미 : 사실 그런 분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입고 싶으면 입는다는 마음인데 옷이란 자기도 좋아야 하지만 남도 봐야하는 것이니까 좀 자제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수연 : 저는 윤미 씨와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분명 옛날에는 옷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었지만 요즘엔 그 의미가 바뀌었어요. 나를 드러내는 수단이에요. 나는 너와 다르다는 개성을 옷을 통해 보여주는 거죠. 배도 나오고 그랬지만 본인이 과감한 것이 좋으면 입어야죠. 저는 엄마한테 오히려 권해요. 한번 입어보라고요. 근데 어머니는 본인이 딱 질색인데요. (웃음) 그건 또 평범함을 좋아하는 우리 엄마의 개성이고요.

진행자 : 저희가 지금 노출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지만 청취자들이 저희 얘기만으로 남한이 어느 정도 노출이 허용되고 사람들이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 상상할 수 없으실 것 같은데요.

이수연 : 요즘엔 한 뼘 핫팬츠, 초미니라고 해서 그야말로 총 길이가 한 뼘밖에 안 되는 옷도 나와요.

김윤미 : 나오긴 해도 그런 옷을 입는 사람들은 굉장히 소수예요.

이수연 : 그렇죠. 아주 몸매 좋은 사람들이 입죠. (웃음) 어쨌든 근데 여기서는 그런 옷도 나오고요. 그걸 입는다고 해도 사람들이 미친 사람처럼 쳐다보진 않잖아요? 북쪽에서 그랬다가는 다리몽둥이가 부러지죠. (웃음)

김윤미 : 북쪽에서는 그렇게 입고 다니면 잘 못 배웠다, 성적으로 개방적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요. 편견이 강한 거죠. 그리고 저도 그런 편견을 갖고 있고요. (웃음) 그리고 남쪽 사회도 아직까진 노출에 대해 그렇게 개방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

이수연 : 저도 좀 놀란 것이요. 오히려 남한보다 중국이나 동남아가 더 노출이 심해요. 오히려 저는 중국에선 날씨가 더운 곳이라 배꼽까지 내놓고 다니는 배꼽티를 많이 봤어요. 남쪽에 오니까 다들 얌전하게 입고 다녀요. 이게 다 옛날 유교 사상의 영향인 것 같은데 남쪽도 자본주의로 개방됐으니까 그나마 이 정도이지 아니면 노출에 대해서는 북쪽과 비슷하게 보수적이었을지 모르죠.

진행자 : 짧은 치마나 바지에 대해 남성들의 태도도 재밌습니다. 남성들은 보는 건 좋아도 자기 여자친구나 부인이 입는 것은 싫어하는 이중적 태도가 있어요. 오히려 여성들은 본인이 즐겨 입지 않아도 대부분 찬성인데요.

김윤미 : 나쁜 사람들이에요. (웃음) 여자들은 왜 여자들이 짧은 치마나 바지를 입고 싶은지 그 심정을 잘 알고 있으니까 찬성인 것 같고요. 남자들은 본인들이 짧은 치마 입은 여성을 훔쳐보는 그 엉큼한 마음을 잘 알고 있으니까 자기 부인이나 여자친구에게는 못 입게 하는 거죠. (웃음) 편견이죠 뭐...

진행자 : 노출에 대한 편견도 큽니다. 아까 윤미 씨가 말했지만 노출이 심한 여성들은 성적으로 개방적일 것이라는 생각도 있고 이런 노출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김윤미 : 그런 편견들이 범죄를 일으키는 셈이죠. '세상이 아름다워서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결국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자기 행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말인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 자체도 범죄입니다.

이수연 : 저는 워낙 노출에 대해서 좋게 생각하니까요... 너무 자유 없는 곳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가요? 저는 노출에 대해서 완전히 환영입니다. 무슨 옷을 입던 머리를 어떻게 하던 내 마음이잖아요? 너무 심하지만 않는다면 괜찮지 않습니까?

진행자 : 두 분도 남쪽에 와서 그래도 생각이 변한 게 아닌가요? 처음에 봤을 때는 좀 놀라지 않았어요?

김윤미 : 별로 그렇지 않았어요. 중국을 거쳐서 오다보니까 눈에 익어서 정작 남한에 와서는 괜찮았는데요. 중국에서 처음 봤을 때는 와, 화끈하다... 생각했어요. (웃음) 근데 그게 전혀 나쁘게 다가오지 않고 신선하고 자유로워 보이더라고요. 저렇게 입고도 괜찮나? 거리를 다닐 수 있나? 그리고 한국에 와서도 보면 처음에 왔을 때는 제 기대보다도 수위가 낮더라고요. 굉장히 짧은 치마, 반바지도 소수의 사람이나 입지 대부분은 평범하고요. (웃음) 한국 여성들이 옷 입는 게 너무 예쁘고 좋았습니다. 사실 우리 민족은 그런 옷에 대한 끼가 다 있는 것 같아요. 문제는 그런 끼가 넘치는데 북한에서는 꽉 잠그기만 하니까 얼마나 표출하고 싶어요... 먹는 것도 그렇지만 입는 문제에서도 북한에 있는 우리 사람들, 너무 불쌍합니다.

진행자 : 그렇다면 북한이 개방됐다는 신호, 그 바로미터가 바로 이런 여성들의 치마 길이, 바지 길이가 되겠네요.

김윤미 : 여기에 딱 왔을 때 어르신들 옷을 보면 진짜 자유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어요. 북쪽에는 사람들의 옷이 다 칙칙해요. 검은색 아니면 국방색... 여기 어르신들이 빨간색, 노란색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것을 보면서 우리 할머니가 생각났고 우리 할머니도 돌아가시기 전에 저렇게 한번 입어봤으면 좋겠다... 여기는 나이드신 분들도 다 행복해 보여요. 다들 주름도 없고 젊게 살고요. 그걸 보면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 느끼게 돼요.

이수연 : 미니스커트는 남한 사람들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도 있고 그냥 개성이라고 쉽게 얘기할 수도 있지만 북한 사람들은 의복을 선택할 자유가 완벽하게 보장되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노출도 자유의 문제가 되는 거죠.

진행자 : 그럼 우리, 북쪽의 여성들의 치마 길이와 바지 길이가 점점 짧아지기를 바래봐야겠습니다.

이수연 : 네! 야호에요. (웃음)

INS 시민 인터뷰 - 미니스커트 좋아하세요?

미니스커트는 극히 기장이 짧은 치마를 부르는 말입니다.

보통 무릎 위로 10~20cm 길이인데요. 1964년부터 스커트 길이가 짧아지는 경향이었는데 영국과 프랑스의 유명 의상디자이너들에 의해 대중화 됐습니다.

젊고 참신하고 활동적인 짧은 치마는 여성 권익 운동과 함께 전 세계에 급속도로 퍼지게 됐습니다.

남쪽에 유입된 것은 1970년대 초, 신체 노출이 심하다는 이유로 좋지 않게 보아 단속 경찰들이 30cm 자를 들고 다니며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성들을 붙들어 세우고 무릎 위로 올라간 미니스커트 자로 재는 일명 미니스커트 단속을 시행하기도 했는데요. 이건 옛날 얘기죠.

이런 역사를 가진 미니스커트는 단순한 짧은 치마가 아니라 젊음과 여성들의 적극성, 활동력의 상징입니다.

한 남성 탈북자 분의 말이 기억납니다. 30대 젊은 남성이었는데요. 남쪽에 와서 여성들의 치마길이에서 자유를 느꼈다...

경쾌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북쪽 여성들의 모습,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오늘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