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한 젊은이들과 남한에 정착해 살아가는 탈북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는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 입니다.
지난 17일 주한 영국 대사관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올해부터 시작하는 '탈북자를 위한 영어 프로그램' 출범식과 쉐브닝 장학 증서 수여식이 있었는데요.
영국 외무부에서 지원하는 쉐브닝 장학금은 영국의 대학에서 1년 동안 공부할 수 있는 학비 전액과 생활비 등을 지원합니다.
장학금 수혜자를 선발한다는 공지가 나간 뒤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는데 장학금은 황해도 해주 출신으로 2002년 남한에 들어온 오세혁씨에게 돌아갔습니다.
오세혁 씨는 앞으로 북한 사회의 발전과 대북 지원 효과의 극대화 방안 등 통일을 대비한 연구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장학 증서 수여식을 앞둔 17일 오후, 서울 스튜디오에서 이 행운의 주인공을 만나봤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오세혁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우선 장학금 받으신 것 축하드립니다.
오세혁 : 감사합니다.
진행자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오세혁 : 저는 99년에 북한에서 나와서 2002년 남한에 들어왔어요. 대학에서는 중국어와 영어를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는 사회학을 공부했습니다. 제가 올 2월에 석사를 마쳤는데 마치고 2개월 만에 유학갈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너무 기쁩니다.
진행자 : 처음 영국 대사관에서 장학금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오세혁 : 처음에 전화를 받았을 때 반갑기는 했는데 믿어지지 않았어요. 이제 외국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겠구나하는 것이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사실 소식을 듣고 홀가분하고 마냥 즐거워야 하는데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걱정도 됐습니다. (웃음) 사실 북한에서는 외국을 쉽게 나갈 수 없으니까 외국이나 나라 밖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컸고 또 남한에 와서는 요즘에는 국제화 시대라고 해서 외국에 나가서 공부해보자는 욕망이 컸어요. 그리고 공부를 하다 보니 특히 사회학 같은 경우에는 유명한 사회학자들이 다 영국이나 유럽 출신이다 보니 그곳의 사회학은 어떻게 공부하나 하는 궁금증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 세혁 씨도 잘 아시겠지만 탈북 대학생들 남쪽에 와서 공부하는 것이 참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에요. 세혁 씨도 지금 기회에 대해 얘기했지만 이런 기회가 가만히 앉았는데 앞에 떨어지진 않잖아요? 준비한 사람이 이런 기회를 잡는 법인데 세혁 씨는 어떤 준비를 해왔나요?
오세혁 : 유학을 갈려면 영어가 가장 문제잖아요? 영어를 공부할 때 여러 가지 동기 부여가 있는데 저한테는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사람들과 직접 교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고 신기했어요. 처음에는 진짜 힘들었어요. 그래도 내가 앞으로 대학 졸업할 때가 되면 어느 정도 수준의 영어가 필요할 것이고 그렇게 준비하면 내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되겠다는 계산을 하니까 꾸준히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다행히 외국인들 중에 탈북자들을 위해서 자원 봉사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전화도 하고 이메일도 주고받으면서 조금씩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는 걸 배웠어요. 그리고 유학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면서는 정말 많이 노력했습니다.
진행자 : 사실 유학을 준비할 때 가장 걱정은 학비나 생활비인데...
오세혁 : 그렇죠! 근데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처음 대학원 들어갔을 때도 제가 있는 돈을 다 털어서 학비를 낼 각오를 했어요. 그러다가 탈북 청년들에게 관심 있는 단체들에 찾아서 뭘 하고 싶고 어떤 꿈이 있다고 설명을 했어요. 그곳에서 도움을 받았죠.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그리고 왜 그걸 하고자 하는지... 물론 자기 개인의 성공만을 위해 하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안 둬주겠죠.
진행자 : 이번 장학생 선정에서 본인이 뽑힌 이유 뭐라고 생각해요?
오세혁 : 대사관에서는 영어 성적 이외에 공부를 마치고 남한 사회나 탈북자 사회, 남북한의 통일을 위해서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을 많이 강조하더라고요.
진행자 : 개인의 성공만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 뽑았다는 얘기네요. 99년에 북한을 떠났는데 특별히 떠나게 된 이유가 있어요?
오세혁 : 그때는 정말 암울했어요.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고요. 제가 22살 때 나왔는데 그때까지 계속 그렇게 어렵게 산 것은 아니지만 결정적으로 그 당시, 아버지가 출당을 맞았어요. 시골로 쫓겨 내려가게 생겼는데 거기서 더 이상 희망이 없었어요. 그리고 장사도 할 수 없고 일반 주민들이 사는 만큼도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약 없는 길을 떠난 거죠.
진행자 : 집에 얘기 하셨어요?
오세혁 : 아뇨, 그냥 혼자...
진행자 : 중국에 오셔서도 고생 많이 했겠네요. 남한에는 어떻게 들어왔어요?
오세혁 : 중국에서 텔레비전을 봤는데 탈북자들이 대사관으로 막 들어가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대사관 담을 넘었죠. 독일 대사관이었는데 담을 넘어서 '살려 달라. 남한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진행자 : 남한에 들어오셔서는 어떠셨어요?
오세혁 : 많이 고생했어요. 참 많은 일을 해봤어요. 건설 현장, 사우나에서 때도 밀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하고요. 그런데 그런 일들 하면서 힘이 생겼고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얻는다는 걸 배웠어요.
진행자 : 공부는 늦게 시작하셨겠네요?
오세혁 : 그렇죠. 25살에 대학을 갔으니까요. 얘들이랑 어울리는 데 문제가 많았죠.(웃음) 공부는 열심히 하긴 했는데 진짜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는 탈북 대학생들이 취업이 잘 안 됐었거든요. 요즘에는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북에서 온 친구들도 자격만 되면 기업에서 채용하려고 하거든요. 그렇지만 제가 졸업할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죠. 어쨌든 과정 중에는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밀어붙이면 이뤄지는 것이 있네요.
진행자 : <젊은 그대>는 북쪽에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의 소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북에 있는 친구들의 상황은 아마 세혁 씨가 훨씬 잘 아실 겁니다. 그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오세혁 : 북에 있는 친구들 중에서도 재능 있는 친구들 많아요. 또 북한 밖의 세상에 대해 호기심이나 동경을 가진 친구들도 있을 거예요. 어느 사회에나 남한이나 미국이나 세계 어디에도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지는 않아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열정으로 노력한다면 기회가 얻어집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냉정하지 않아요. 저도 여기까지 오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거든요. 이곳도 사람 사는 사회입니다.
진행자 : 이제 장학금 수여식장으로 가야할 시간입니다. (웃음) 장학금을 받으면 올 9월부터는 영국에 가서 공부를 하게 된다고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해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지 포부를 밝혀주시죠.
오세혁 : 북한이 발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도움이 정말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국제 사회에서 북한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지 그 방안을 연구하고 싶어요. 북한에서 살면서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에서 도움을 받는 것은 자본주의 국가에 예속되는 것이다, 사대주의라고 하는 말을 항상 들어왔어요. 그렇지만 그건 맞는 말이 아니죠. 그런 태도를 갖고 있으면 평생 그냥 그 모양 그 꼴로 살아야합니다. 그래서 내가 가진 배경과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을 납득시킬 수 있는 그런 새로운 방안들을 연구해볼 겁니다. 그리고 북한은 사실 수많은 가난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나가서 그런 국가들을 보고 그런 국가들이 북과 어떻게 비슷한지 그들에게 어떤 교훈이나 경험을 얻을 수 있는지도 보고오고 싶습니다.
진행자 : 오세혁 씨가 그런 공부를 끝내고 돌아왔을 때 그 연구가 진짜 고향에서 이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아! 그리고 세혁 씨 부모님이 아직 북에 계신다고 했잖아요. 정말 혹시 이 방송을 듣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안부 한번 전하시죠. 소식 들으면 정말 기뻐하실 것 같은데요.
오세혁 : 저희 어머니는 제가 나오기 전에 돌아가셨어요. 사실 제가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제 여동생이에요. 왜냐면 여동생이 우리 집 환경이 제일 어려웠을 때 직장에 나가야만 하는 저를 대신해서 힘든 짐을 지고 장사를 다니고 그랬거든요. 나올 때도 동생과 다투고 사과 한마디 못하고 온 것이 가장 마음에 걸려요. 여기 와서도 고향 집에 돈을 보내고 하는 친구들 보면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왜냐면 너무 깊숙이 있어서... 연락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해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부디 살아서... 있기만을 하는 간절한 바람을 지금 방송을 통해서 전합니다.
진행자 : 네, 그런 마음 전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오세혁 : 감사합니다.
진행자 : <젊은 그대> 오늘은 쉐브닝 장학생으로 선발된 오세혁 씨를 만나봤습니다. 오늘 <젊은 그대> 이만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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