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탈북 청년들의 찾아가는 통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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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1960,70년대 남한에는 반공 교육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반 공산주의 교육입니다. 전쟁 이후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시기, 전 세계가 이념에 따라 네편, 내편을 구분하던 시기의 얘깁니다.

지금 남쪽 학교에서는 이런 반공 교육 대신 통일 교육을 실시합니다. 그렇지만 청소년 통일 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교육의 효과는 적은 것 같습니다. '통일이 되어야한다'고 인식하는 비율도 2000년 71.2%, 2004년 59.6%, 2008년 46.3%로 감소 추세이고 반대로 '통일문제에 대해 관심 없다'라고 대답한 청소년들의 비율은 늘어났습니다.

싫어하고 미워하던 것보다 무관심한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 청취자 여러분도 동의하실 겁니다.

게다가 통일 교육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답변을 한 학생들이 80%가 넘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통일 교육을 조금 재밌게 할 수 없을까... 젊은 탈북자들이 나섰습니다.

INS - 현장음 : "누구일까요? 농민들 같죠? 이것도 학생들입니다. 북한 학생들은 중학생이 되면 1년에 2번씩 농촌에 나가 일해야 합니다."

5월 12일, 경기도 성남의 한 중학교에서 진행된 통일 교육 현장입니다. 탈북 대학생 3명이 통일 강사로 나서 북한의 실상을 설명합니다. 생생하지만 전달하는 방식은 무겁지 않습니다.

"북한의 교통수단은 뭐가 있어요?" "북한에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있어요?"

학생들이 꽤 관심을 보이는데요. 북한 전략 센터가 새롭게 시작한 '찾아가는 통일 교육'의 첫 수업 현장이었습니다.

오늘 <젊은 그대>에서는 중고등학교 통일 교육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 전략 센터의 최윤철 실장과 통일 강사로 나선 탈북 대학생, 강원철 씨를 만나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우선, 두 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최윤철 : 안녕하세요. 저는 황해도 출신이고 1999년 북한을 떠나와서 한국에 2002년에 입국 했어요. 대학 졸업하고 직장 생활하다가 북한 전략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강원철 : 저는 통일 강사로 나선 강원철입니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이고 1998년 북한을 나와서 2001년에 남한에 입국했습니다.

진행자 : 통일 교육을 받았던 세대로 말씀드리면 이렇게 젊은 강사가 그것도 북쪽에서 오신 분들이 강사로 나선다는 것이 참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최윤철 : 사실 이번에 이런 교육을 준비하면서 학교에 통일 교육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멀지 않은 시기에 통일이 되던 북한이 개혁, 개방이 되던 북한에 대한 왜곡된, 편향된 교육을 벗어나 북한의 현실을 그대로 알릴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우리의 의도는 여기 친구들이 북한에 들어갔을 때 내가 교육받았던 모습과 북한의 현실이 다르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북한에서 온 젊은 친구들과 함께 학교를 찾아다니며 북한의 현실을 알리자고 나섰습니다.

진행자 : 5월 12일 첫 수업이 있었고 두 번째 교육 일정은 언젭니까?

최윤철 : 일단 월 1회로 계획을 했어요. 반응을 본 뒤, 앞으로 교육 횟수나 내용을 조정해 나가려고요.

진행자 : 첫 번째 수업에 강원철 씨가 강사로 나섰죠?

강원철 : 저를 포함해 총 3명의 탈북 대학생이 분야를 나눠서 강의를 했어요. 한명은 학교생활, 한명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 한명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 요즘 학생들이 통일이나 북한 문제에 큰 관심은 없다는데 수업 분위기는 어땠어요? 졸거나 하는 학생은 없었어요? (웃음)

강원철 : 잘 들어준 것 같습니다. 저희도 졸릴까봐 준비를 많이 했어요. 사진이나 이런 자료를 많이 가져갔습니다.

진행자 : 반응은 어땠어요?

강원철 : 한 사람이 17분 정도 발표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 질문을 받으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질문을 많이 못 받았어요. 그래도 다들 열심히 질문했는데 한 가지 좀 인상에 남는 질문이 있어요. 한 학생이 북한의 식량 분배 투명성에 대한 질문을 했어요. 식량을 지원하면 북한 주민들이 진짜 받을 수 있나, 받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나 하는 질문이었는데 이런 질문을 나온다는 얘기는 이 학생이 북한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얘기잖아요? 이렇게 관심 있는 친구들도 있구나... 저에게는 일종의 충격이었습니다.

진행자 :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어떤 내용을 얘기하셨나요?

강원철 : 제가 인권 부분을 맡았어요. 남한과 많이 비교를 했어요. 남한에서 보편적인 것. 예를 들면 이동의 자유, 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 그리고 교육의 권리도 얘기했습니다. 이동의 자유에 대해서는 군에서 군으로 가려고 해도 여행증이 필요하고 평양은 저도 아직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얘기해줬어요. 여기 사람들이야 살고 싶은 곳에 살 수 있잖아요. 그리고 교육의 권리에 대해서는 북한에서 자행되는 공개처형 같은 것. 우리는 수업 도중에 수업을 멈추고 이런 것을 봐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얘기를 해줬고 김일성, 김정일의 역사를 정식 교과목으로 배워야 했다는 것도 설명했고요.

최윤철 : 학생들이 북한의 이런 현실을 듣고 북한도 알고 한편으로는 지금 현재의 생활을 감사하게 생각했으면 했습니다. 일단 교육은 저희가 기대했던 것보다 잘 끝난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신중해야할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냥 북한을 나쁘게만 보면 안 되잖아요?

최윤철 : 그 부분을 우려했어요. 너무 맞아 죽고 총살당해 죽고 굶어 죽는 모습만 보여주면 북한에 대한 오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도 역시 사람 사는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원철 씨가 얘기한 것처럼 첫 부분엔 학생들의 학교생활, 일반 주민들의 생활을 사진 자료를 통해서 많이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자신들과 비슷한 천진난만한 학생들의 모습도 들어 있었습니다. 또 부유하게 사는 집도 보여주고 힘들게 사는 일반 주민들의 집도 함께 보여주면서 판단은 학생들에게 맡겼습니다.

진행자 : 북한도 사람이 살아가는 땅이다. 다른 반쪽이 사는 곳이다... 북한을 가깝게 느끼게 하면서도 실상도 알려주는 두 가지 면을 다 충족시키는 것이 과제일 것 같습니다.

원철 씨는 이번에 학생들 만나시면서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으셨어요?

강원철 : 학생들에게 설명하면서 말미에 너희가 그런 것에 무관심하고 생각을 안 하고 있다면 통일됐을 때 어떻게 그들과 함께 살 수 있겠느냐. 우리가 그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통일 됐을 때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어요.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알고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그런 교육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찾아가는 통일 교육인데요. 앞으로 인기가 높아지면 모셔가는 통일 교육이 되지 않겠습니까? 남한 학생들에게 북쪽의 얘기 많이 전해주십시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최윤철, 강원철 : 감사합니다.

이 두 분과 얘기를 나누면서 통일 교육의 기본은 애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반쪽에 대한 애정이 관심을 만들고 그 관심이 실상을 들여다보게 하고 결국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지 않을까요? <젊은 그대> 오늘은 통일 교육에 나선 젊은 탈북자 두 분을 만나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