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북한에서는 '축전'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요, 비슷한 의미로 남쪽에는 축제라는 말을 잘 씁니다. 축제와 축전, 사전상의 의미에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영어로는 모두 페스티발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잔치'죠... 왠지 축제나 축전보다 잔치라는 말이 더 흥이 납니다. 일 년에 한번 남한 대학에서도 모두 함께 모여 먹고 마시며 즐기는 흥겨운 잔치가 열립니다.
오늘 <젊은 그대> 시간에는 남한 대학생, 장희문 씨가 떠들썩한 잔치 마당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INS - 현장음 (노천극장 행사)
안녕하세요. 남한 동국 대학교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장희문이라고 합니다. 남한 대학에서는 매년 봄, 대학 축제를 엽니다. 함께 하나로 어울리자는 의미에서 대학 축제를 '대동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대학에 따라 일정이 좀 다르지만 화창하고 날씨 좋은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 축제 기간입니다. 지난 27일부터 3일 동안 제가 다니는 대학에서도 축제가 열렸는데요,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INS - 현장 학생 인터뷰 : 와서 즐기니까 정말 좋아요. 너무 재밌네요... /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는데 오늘 좀 풀었어요. / 대학생들이 좀 힘을 내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화이팅!
오랜만에 조용했던 학교가 들썩입니다. 방송 시작하면서 진행자가 축제를 잔치라고 소개했는데 진짜 잔치와 같습니다. 먹을 것도 있고 볼 것도 있고 즐길 것도 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 운동장이나 건물 빈터에 천막을 치고 주점을 엽니다. 보통 학과나 동아리라고 하는 소조 단위로 학교 학생회의 허가를 받아 축제 기간 동안 하루나 이틀씩 주점을 엽니다. 주점 말고 다른 것을 해도 되지만 선후배 다 모이고 교수님들까지 모여서 분위기 내는데 술이 빠질 수 없죠. 그래서 대부분이 주점입니다.
이번 축제에도 여기저기 천막을 치고 학생들은 전을 부치고 탕을 끓이고 분주합니다. 주점 앞에는 잘나가는 무슨 무슨 학과, 최고 무슨 무슨 과... 주점을 운영하는 학과나 동아리 이름이 크게 붙어있습니다.
INS - 현장 인터뷰 : 여기는 수학과 주점입니다. 지금 제일 잘 나가는 건, 김치전이요! 너무너무 맛있어요! 많이들 오세요! 저희는 수학과지만 이익을 계산하진 않습니다! 그냥 막 이윤 없이 막 팔아요. 함께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죠.
지금 이 학생의 말에서 짐작을 하셨겠지만 이 음식과 술이 공짜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술값, 음식 값이 비싸진 않습니다. 일반 음식보다 절반은 싸고 거기다 축제의 신명도 덤으로 드립니다.
<젊은 그대> 출연진들도 한참을 배회하다가 빈자리가 있는 어느 학과 주점에 앉아 막걸리 2병과 파전을 시켰습니다.
INS- 축제 현장 녹음
장희문 : 여기 막걸리 2병이랑 파전주세요...
점원 : 여기 나왔어요! 파전은 조금 있다가 나와요.
이현주 : 자, 받으세요.
장희문 : 저희 건배 할까요?
최은주 : 건배! 저는 올해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축제에 못 가봤어요. 그런데 축제라고 해도 저희 학교는 진짜 조용하게 지나가요.
장희문 : 저도 요즘 휴학 중이라 학교에 오랜만인데요, 좋네요.
이현주 : 저는 대학 때 축제마다 4년을 열심히 전을 부쳤는데 사실 부쳐서 파는 것보다 먹는 것이 더 많았죠. (웃음)
최은주 : 그런데 주점을 해서 번 돈은 어떻게 해요? 장사한 사람들이 가져요?
장희문 : 그럼 안 되죠! 학교 행사할 때 학과 학생들에게 음료수를 돌리기도 하고... 어쨌든 과를 위해 사용해요. 사실 저희 학교도 원래 조용합니다. 학교 안에 절도 있고 불교 학교잖아요. 그런데 축제가 되니 그런 분위기가 빵 하고 터지는 것 같아요.
최은주 : 저는 사실 아까 감동 받았어요. 노천극장에서 막 공연하는데 다 같이 종이로 부채를 만들어서 막 치고 했잖아요? 무대에서 하는 화려한 공연보다 그렇게 단결하는 모습이 더 좋아 보이더라고요.
저희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란스럽죠. 이것이 바로 축제의 모습니다.
INS - 물풍선 터뜨려 보세요!
또 물 풍선 터뜨리기, 펀치 날리기, 기왓장 격파하기 같은 오락도 마련되고 장기자랑이나 가수 공연도 열립니다. 노래 잘하는 학생, 춤 잘 추는 학생... 혹시 노래도 못 부르고 춤을 못 춰도 무대에 한번 올라 온몸으로 축제를 느껴보고 싶다는 분들을 위해 무대는 항상 열려있습니다.
INS- 노래자랑 : 저희는 바이오 단과대 학생인데요, 거기서 하는 노래자랑이에요. 친구가 올라가서 응원 나왔는데 오늘 너무 잘했어요. 파이팅! 일등 할 것 같아요...
또 잔치 때는 나그네도 내쫓지 않았던 것처럼 대학 축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한때 여자 대학교는 이 축제 기간에만 개방돼서 남학생들이 자기 학교 축제보다 여자대학 축제를 더 기다렸던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남한 대학 축제의 역사는 1960년대 전쟁 직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북한 텔레비전을 보면 넓은 강당에 모여 남녀가 서로 손을 잡고 군무를 추는 모습이 있던데요. 60년대 남한 대학 축제가 비슷했습니다. 그때는 5월의 여왕이라고 여자대학에서는 미인대회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학생운동이 정점을 찍었던 1980대까지는 학교 축제도 상당히 격렬했습니다. 여기저기 대자보가 나붙고 민중가요가 울려 퍼지고 학생들은 술을 마시면서도 민주화를 얘기했습니다. 정치 민주화와 함께 1990년대부터 대학의 분위기도 바뀌었습니다. 구호와 대자보가 점차 사라지더니 지금과 같은 축제 문화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도 축제에 등장하는 물 풍선 터뜨리기 같은 오락, 또 주점의 차림표는 몇 십년 동안 바뀌지 않고 똑같았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 두 가지와 축제의 열기는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축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축제가 너무 상업화됐다는 비판입니다. 대학 축제 때는 축제 마지막 날, 학생들이 좋아하는 가수를 섭외해 공연을 하는데 경쟁적으로 인기 유명 가수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수들에게 나가는 출연료가 한두 푼이 아닌데 말입니다.
INS 학생 인터뷰 - 등록금이 너무 비싼데요. 이렇게 학교 축제에도 비싼 돈을 주고 가수를 데려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비판 때문인지 학교 축제도 달라졌습니다. 좀 더 착해졌습니다. 즐기고 노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축제를 만들어보자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학교 주변의 주민들 또 지역 상인들과 함께 하고 학교 건물을 청소해주는 청소부 아주머니들, 경비원 아저씨들과도 함께 축제의 흥겨움을 나눕니다.
INS -지역 주민 인터뷰 : 학생들과 하나가 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숙명여자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는 올해 축제 기간에 교내 청소 아주머니들을 초청해 밥을 지어주는 사랑의 밥 짓기 행사를 열었습니다. 함께 참여한 아주머니들은 '학생들이 참여해달라고 했을 때 깜짝 놀랐지만 너무 흐뭇했다'고 기쁨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또 다문화 가족과 불우한 이웃을 돕는 나눔 행사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중앙대학교 굿네이버스 대학생봉사 동아리 대표 김정호 학생의 얘깁니다.
ACT - 솔직히 저도 처음에는 축제에 이런 식의 행사를 하면 학생들이 외면하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잘 참여해줬습니다. 축제에서도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행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니까요...
정말, 이렇게 다 함께 해야 진정한 축제가 아닐까요? 여러분과도 언젠가 함께 이 축제의 흥겨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장희문 : 지금이 밤 9시 반인데요. 여전히 시끄럽죠? 이제 시작입니다...
이현주 : 자유롭고 젊음의 패기가 넘치는 대학 문화를 잘 보여주는 것이 이런 대학 축제 같습니다. 대학 오기 전에는 대학 축제에 참 와보고 싶고 이것 때문에 대학에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오늘 방송 들으면서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장희문 : 청취자분들도 들으시면서 아마 한번 와보고 싶다... 이런 생각 안 드셨을까요?
최은주 : 꼭 함께해요.
현장 클로징 : <젊은 그대> 오늘은 동국 대학교 축제 현장을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이현주, 장희문, 최은주 였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