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아메리카노 뭐라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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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 입니다.

특이한 향이 있는 갈색의 물. 설탕을 안 넣으면 한 사발의 사약에 비유되는 한약보다 쓴 이것. 심지어 이 쓴 것이 맛있다고 하루에 몇 잔 씩 들이키는 사람도 많습니다. 들어보셨습니까? 맛 보셨습니까? 오늘 <젊은 그대>는 남쪽 젊은이들의 '커피' 얘깁니다.

/현장 시민 인터뷰 : 하루에 커피 몇 잔 마셔요?

/INS : '아메리카노' - 10cm

'아메리카노'는 뭐라카노..하는 경상도 사투리가 아닙니다. 커피의 한 종류입니다. 아메리카노는 커피를 고온 스팀으로 내린 에스프레소에 물을 조금 부은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기본 커피입니다.

/INS : '아메리카노' 중 '써 써 써....'

노래 가사처럼 씁니다.

남쪽의 20세 이상 성인 한 명이 한 해에 마신 커피는 평균 312잔. 2010년 통계입니다. 20세 이상 성인 모두 거의 매일 한 잔씩 마신 셈입니다.

또 무려 11만 7천 톤, 4억 2천만 달러 어치의 커피 원료가 2010년 한해, 남쪽에 수입됐다고 합니다. 통계로 봐도 엄청난 양인데요. 그만큼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고 또 즐긴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남한 도심에서는 눈에 닿는 곳마다 커피 가게가 있습니다. 오늘 <젊은 그대> 출연진도 스튜디오가 아니라 서울 도심의 한 커피 전문점으로 나가봤습니다.

진행자 : 윤미 씨, 철호 씨 여기! 오랜만이에요...

김윤미 : 안녕하세요.

지철호 : 잘 지내셨어요?

진행자 : 잘 지냈어요... 우리 먼저 주문부터 해요.

점원 : 뭘 드릴까요?

김윤미 : 아이스 모카 마실게요.

진행자 :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지철호 : 오렌지 주스 주세요.

진행자 : 두 분 다 커피 좋아하세요?

김윤미 : 네, 저는 정말 좋아해요. 아침에 꼭 한 두잔 마셔요. 안 그러면 항상 멍한 것 같아서요.

진행자 : 저도 비슷해요. 커피에는 카페인 성분이 들어있어서 각성 효과가 있다고 하잖아요? 일하기 전에 한잔 안 먹으면 몸이 막 나른하고 그렇더라고요. 철호 씨는 어때요?

지철호 : 네, 좋아하는데 얼마 안 마셔요. 저는 커피를 마셔도 졸리더라고요.(웃음) 솔직히 커피라는 것은 교제할 때 마시는 것이죠.

진행자 : 여자친구와 연애할 때 마신다는 거죠?

지철호 : 네, 그렇죠. 남자 혼자 커피 마시러 이런 데는 잘 안 오죠.

진행자 : 커피라는 것이 철호 씨가 말한 것처럼 여자친구랑 만나서 데이트할 때 한 잔 하기도 하고 윤미 씨가 말한 대로 아침에 일어나서 일 시작하기 전에 한 잔 하고 누구 만날 때도 한잔 하고 그냥 맛있어서 한잔하고 그렇게 되는 거죠?

김윤미 : 그런데 커피를 아무리 마셔도 밤에는 별 수 없더라고요.(웃음) 밤에는 마셔도 졸리니까요.

진행자 : 두 분이 학생들이여서 자꾸 커피 마시면 잠이 안 온다는 얘기를 하네요. (웃음) 저도 밤에 공부하려고 몇 잔씩 커피를 마시고 밤에 잠은 잠대로 자버리고 그랬던 기억납니다. 두 분, 북쪽에서도 커피를 마셨어요?

김윤미 : 한두 번밖에 못 마셔봤어요. 그때는 너무 써서 못 먹겠더라고요. 이렇게 쓴 걸 왜 먹지? 생각 했어요. 그런데 중국에 와서부터 맛을 들이기 시작했어요. 중국은 봉지커피를 마시는데 그게 달잖아요? 처음에는 그 단맛에 먹었어요. 처음에 남한에 와서도 설탕이 안 들어간 에스프레소랑 아메리카노는 정말 써서 못 먹겠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먹지? 왜 먹지? 그랬는데 지금은 잘 마셔요.

진행자 : 커피의 쓴 맛을 알면 인생의 쓴 맛도 안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웃음) 철호 씨는 어땠어요?

지철호 : 아뇨. 저는 중국에 와서 처음 마셔봤어요. 제가 중국에서 나올 때 심양에서 호텔을 들어갔는데 그때 처음 마셔봤어요. 근데 그 때는 그것이 커피인 줄도 몰랐네요. 어떤 분이 식당에서 이렇게 앉아서 아주 맛있게 후후 불면서 뭘 마시는 거예요. 저게 뭘까, 숭늉도 아닌데... 냄새도 향기롭다기 보다는 좀 야릇하고. 진짜 궁금해가지고 봉지를 따서 저도 하나 물에 타먹었는데 진짜 못 마시겠는 거예요. 너무 써서... 그래서 옆에 시럽이랑 설탕이 있기에 막 넣어서 먹으니까 그래도 마실만하더라고요. 그때 봉지를 보니까 커피라고 써있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이것이 바로 커피구나! 북쪽에서도 외국 영화랑 봤거든요. 거기 보면 커피점, 커피샵, 커피향 이런 말 많이 나와요. 사실 그걸 보면서는 커피는 무슨 거래할 때 필수인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교제를 할 때도 마시고 피곤을 달래면서도 마시고 책을 읽으면서도 마시고 그렇더라고요.

진행자 : 몇 년 전 뉴스에도 나왔지만 북한에 들어가는 남한산 물건 중 인기 있는 것이 바로 커피 믹스. 커피 믹스는 커피에 설탕과 프림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놓은 것인데요. 우리가 흔 말하는 봉지 커피죠? 북한뿐 아니라 남한 커피 믹스는 중국, 동남아시아에서도 인기 있습니다.

지철호 : 맛있어요. 저는 그 커피 정말 제일 맛있어요. 자판기 커피요.

김윤미 :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이런 노래도 있잖아요.

지철호 : 싸구려라도 저는 그 커피가 제일 맛있어요. 마시다보니 구수하기도 하고. 저는 커피가 생각나면 꼭 그 커피가 생각나요.

INS - '싸구려 커피' 장기하

커피에 적당량의 분말 크림과 설탕이 한꺼번에 섞여 있는 커피 믹스. 한잔 분량의 커피가 봉지에 하나하나씩 포장돼 나온다고 봉지 커피라고 하기도 하고 길거리 자판기에서도 흔히 판다는 의미에서 자판기 커피라고도 합니다. 남한 대중들이 가장 많이 흔하게 마시는 커피가 바로 이겁니다.

남쪽 대형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2천 7백여 품목 중 어떤 것이 가장 많이 팔리나 순위를 매겨봤는데 커피 믹스가 판매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쌀이나 라면보다 커피 믹스가 더 팔렸다는 얘깁니다.

INS-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사운드

서울 덕수궁. 조선의 왕이 머물던 궁궐입니다.

용마루가 버섯 코끝처럼 얌전하게 올라간 기와지붕 건물 사이로 서양식으로 지어진 정자가 눈에 뜁니다. 이곳의 이름은 정관헌, 고종 황제가 커피를 마셨던 곳입니다.

일본군을 피해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하게 된 고종은 그곳에서 처음, 커피를 맛봅니다. 러시아 공관을 떠나 덕수궁으로 돌아오면서 고종은 커피를 가져다가 대신들에게 소개했습니다.

정관헌이라는 이름은 조용히 궁궐을 내다보는 곳이라는 뜻이지만 국가가 남의 손에 넘어간 시기, 커피를 마시던 고종 황제의 마음은 커피 맛처럼 씁쓸했을지 모릅니다.

INS - 전문가 인터뷰 : 처음에는 소위 있는 자 가진 자를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죠. 신여성, 보던 보이들이 마시면서 지식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렇게 귀한 커피가 대중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해방 이후 미군이 남쪽에 주둔하면서 부터입니다. 1970,80년대 경제가 성장하면서 보편화 됐고 1990년대 중반부터는 커피콩을 분말형태로 가공한 가루 커피가 아니라 커피콩을 갈아서 직접 내려먹는 원두커피가 유행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스타벅스, 커피빈 같은 세계적인 커피 전문점들이 남쪽에 들어와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INS- 원터: 한국에는 활발한 커피 문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스타벅스 매장은 하루 종일 붐비고 있고... 한국인들은 정말 커피를 사랑합니다!

이 사람은 미국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윈터 씨입니다. 미국의 시애틀이라는 도시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커피 전문점으로 성장한 스타 벅스. 원터 씨는 자비로 스타벅스의 전 세계 매장을 순례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을 남쪽의 SBS 텔레비전이 인터뷰해 소개했는데요. 26개국을 돌면서 만개 이상의 스타벅스 매장을 가봤다는 이 사람도 남한의 커피 문화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남한 사람들, 이 커피에 왜 이렇게 열광할까요. 스타벅스 매장 등 커피 전문점은 거의 20-30대 젊은이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지철호 : 남자들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데 여자들은 한계가 있잖아요. 답답하다고 술을 마시기도 그렇고 담배를 피기도 그렇고. 그래서 여자들이 커피를 마시는 것 같아요.

김윤미 : 바쁜 시간을 다 끝내고 좀 여유를 찾는 그런 기분? 하루 동안 열심히 산, 나한테 주는 상 같은 것이요?

<커피>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