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커피② ‘한잔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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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 입니다.

카페 라테, 카푸치노, 캐러멜 마끼아도... 이 암호 같은 이 말들이 모두 커피의 종류입니다. 커피 원액을 압출한 에스프레소 원액에 뭘 섞었느냐에 따라 이런 다양한 이름이 붙여집니다.

INS - 주문하시겠어요?

이런 커피가 남한 시장에 등장한 90년대 말, 커피 전문점 차림표 앞에서 땀 뻘뻘 흘린 사람이 저 뿐만은 아닐 겁니다.

남한의 커피 시장 규모가 30억 달러. 음료수 시장, 과자 시장 전체와 맞먹는 규모라는데 도대체 남한 사람들 왜 이렇게 커피를 좋아하는 걸까요.

한반도에 들어온 지 120년. 이제 서양 음료가 아닌 국민 음료가 돼버린 커피.

커피 얘기, 두 번째 시간입니다. 탈북 대학생, 지철호, 김윤미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자 : 이런 얘기도 있어요. 한국에서 사는데 익숙해지려면 밥값과 커피 값이 거의 같은 걸 인정해야한다.

김윤미 : 가끔 누가 사준다고 하면 제일 비싼 스타벅스...(웃음)

지철호 : 저는 그냥 학교에 가면 교내에 커피숍이 있어요. 커피가 삼천원? 다른 곳에 비해서는 싼 편이에요.

진행자 : 커피 한잔에 삼 달러. 싸다고 할 순 없지요?

김윤미 : 그래서 재테크, 돈 모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을 보면 커피만 줄이고 재테크를 하면 얼마를 모을 수 있다... 이런 얘기도 나와요.

진행자 : 사실 커피숍에 와보면 여성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죠? 지금도 주변을 둘러보면 철호 씨 혼자 남성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윤미 씨가 말한 것처럼 커피 값만 줄이면 용돈의 몇 퍼센트가 준다는 얘기는 하는 젊은 여성들이 많습니다. 윤미 씨는 커피 값 줄이면 용돈도 좀 절약될 것 같나요?

김윤미 : 그렇죠. 한잔에 2천 7백 원 정도인데 사실 하루 밥값이에요. 그래서 좀 줄이려고 해요. 돈 아까워서 자판기 커피 마실 때도 있고요. 그런데 좀 기분이 안 좋고 그러면 아, 오늘은 그 커피 마셔야지 그래요. (웃음)

진행자 : 학교 안에 커피숍이 있다는 건 학생들도 그만큼 커피를 많이 마신다는 얘기죠?

지철호 : 사실 그 안에도 다 여학생들이에요. 커피숍이 유리로 돼 있으니까 다 들여다보이는데 여자들이 각가지 커피, 케이크를 상 하나 가득 놓고 먹어요. 사실 이해가 안 돼요. 그래도 자유주의 국가니까 자기가 좋으면 마시는 거죠 뭐. 그런데 저는 돈 때문에 안 먹는 것이 아니라 이런데서 파는 커피가 제 입맛에 안 맞아요. 자판기 커피가 제일 맛있어요.

진행자 : 그런데 여자들이 왜 이렇게 커피를 유독 좋아하나요?

지철호 : 남자들은 스트레스를 여러 가지로 풀 수 있어요.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게임도 할 수 있고. 그런데 여자들은 보는 눈이 있으니 한계가 있지 않나요? 그러니까 여자들은 힘들고 심적으로 안정을 찾고 싶을 때도 커피 마시는 것 같아요.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렇다는 얘깁니다.

진행자 : 커피 한잔 시켜놓고 하루 종일 수다 떨 수 있잖아요? 그래서 수다 떨러 얘기하러 커피 집에 가는 게 아닐까...

지철호 : 맞아요. 맞아요. 수다 떨면 스트레스가 풀린 데요...

서울 시내의 한 커피 전문점. 여기서 가장 싼 커피가 한잔에 4달러. 거의 한 끼 식사 값입니다.

꽤 비싼 커피 값에도 50명은 넉넉히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넓은 매장이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꽉 차 있습니다.

IN- 인터뷰 : 커피 맛도 좋고 편하게 와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좋고요...

커피 한잔 앞에 놓고 얘기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20대부터 30대 젊은 세대들. 그냥 앉아서 얘기를 나누는 사람도 있지만 노트북 컴퓨터를 켜놓고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는 사람도 있고 여럿이 모여서 열심히 토론 중인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히 커피점 안에 여성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윤미 씨 얘기처럼 요즘 젊은 세대, 특히 여성들은 커피 값을 줄이면 돈을 모을 수 있을 정도로 커피 값 지출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이런 커피 문화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대표적인 것인 일명 '된장녀' 논란. 밥은 1달러짜리를 먹어도 커피는 4달러짜리를 마시며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 행태를 보이는 허영기 있는 젊은 여성들을 '된장녀'라는 이름을 붙여 비판해 논란이 됐습니다.

ACT - 시민인터뷰 : (된장녀 어떻게 생각하세요?) 뭘 사먹느냐 하는 건 개인의 취향이죠. 이걸 뭐라고 하는 건 너무한 것이죠. / 이것으로 20-30대들의 전체들의 폄하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비판받을만한 소비 행태다, 아니다 개인의 취향이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그런 와중에도 커피 전문점은 성업 중입니다.

INS -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지금은 커피 전문점이지만 1960, 70년대 커피를 파는 곳의 이름은 '다방'이었습니다. 다방을 놓고 누가 '거리의 응접실이다'라는 말을 했는데요. 이곳을 이렇게 잘 표현한 말도 없을 것 같습니다.

한 외국인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한국적인 '다방'을 놓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국은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 허구한 날 사람들이 모여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진지한 토론을 한다. 거기엔 남녀노소가 없다. 수시로 들락거리고 화제도 무궁무진하다. 얼굴을 붉히고 목소리를 높이는가하는 새 참석자가 올 때마다 새로운 얘기가 시작된다."

그 시절의 다방과 그리고 지금의 커피 전문점.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고 학생들의 공부방이고 직장인들의 휴게실입니다. 사무실이 없는 사장님들에게는 사무실도 돼주고 가끔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게 여유도 주는 곳 입니다.

우리가 커피, 그리고 커피 전문점을 폄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진행자 : 커피에 대해 비꼬는 얘기가 많죠.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것, 허세다 이런 비판도 많았어요. 그래도 사람들이 커피를 계속 마시는 이유 뭐라고 생각해요?

김윤미 : 바쁜 시간을 지내고 여유를 좀 찾는 기분? 하루 동안에 자기한테 주는 상 같은 것이요. 북쪽도 사는 게 힘들고 어렵지만 사실 한국에 더 바쁘게 돌아가요. 옛날에 유럽에서 커피가 시작됐을 때 일종의 각성제였잖아요. 한국도 빨리 빨리 돌아가는 사회다 보니까 커피가 필요하지만 북한에는 글쎄요... 아직 맞지 않을 것 같아요. 대신 우리가 함께 하고 북한 경제가 일떠서면 북한 사람들도 진짜 커피 좋아할 거예요. 특히 봉지 커피요. (웃음)

<젊은 그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