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내일의 발명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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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미국의 유명한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 도시'라고 주장합니다. 인재와 기술, 창발적 생각 등 인적 자원을 한곳에 모와 혁신의 중심지가 된다는 주장인데요. 청취자 여러분들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을 무엇으로 꼽으시겠습니까?

남쪽 사람들의 불, 농업, 전기, 자동차, 전화 그리고 인터넷까지 의견이 다양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획기적인, 북쪽식으로 표현하면 세기적인 발명품들로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휴대전화나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킨 과정을 통해서도 잘 느낄 수 있는데요.

오늘 <젊은 그대> 발명에 대한 얘깁니다. 이 시간,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지철호, 양승은 씨 함께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지철호, 양승은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부터 양승은 씨가 새롭게 참여하게 됐습니다.

양승은 :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여자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양승은이라고 합니다.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남한 학생인데요. 우연한 기회에 북한 친구들을 만났고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앞으로 좋은 얘기를 많이 전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 제가 두 가지 상품을 먼저 보여드릴게요. 두 분도 많이들 사용하시는 거예요.

양승은 : 포스트 잇과 밴드네요.

지철호 : 북쪽에서는 이렇게 말하면 모르죠. 여기저기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 놓을 수 있는 작은 종이죠. 메모지...

진행자 : 맞아요. 작은 종이인데요. 뒤에 풀이 묻어 있어서 아무데나 붙일 수 있습니다. 근데 이게 붙였다 떼어도 풀이 묻어나지 않고 수십번 붙였다 떼도 접착력이 남아 있어요.

지철호 : 중요한 약속 같은 써서 걸 컴퓨터나 텔레비전 같은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놓는 거죠.

진행자 : 용도는 철호 씨가 말한 것처럼 뭘 잊지 않기 위해 눈에 잘 띄는 데 써서 붙이거나 책에 뭘 표시거나...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됩니다. 또 하나는 상처에 피가 나지 않게 붙이거나 감아 놓는 밴드요.

지철호 : 북쪽에도 이런 건 있어요. 있는데 병원에나 가면 있지 개인 집에는 웬만해서는 없죠. 군수공장이나 병원에 다니면서 몇 개씩 빼오는 거지 그런 것까지 집에 가지고 있을 만큼 신경 쓰는 사람이 없죠.

진행자 : 제가 사무실에서 한번 찾아봤어요. 발명품이라고 얘기할만한 것이 어디 있을까 하다가 눈에 보이는 두 가지를 집어왔는데 사실 저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게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죠. 오늘 우리 발명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하는데 두 분, 생각나는 발명품 있어요? 최근에 보고 와... 이런 것도 있었네 싶었던 것.

지철호 : 요즘은 스마트라는 말이 많이 붙여지잖아요? 스마트한 밥솥, 스마트한 티비, 스마트한 휴대전화. 이런 식으로 기존에 있던 물건이 더 발전된 모습으로 선보이는 거죠. 예를 들어 대걸레도 방바닥을 걸레로 닦다가 서서 닦을 수 있는 대걸레가 나왔고 요즘은 그게 회전식 걸레로 개량됐고 또 기계에 넣고 발로 한번만 누르면 물이 짜서 나오는 것도 나왔어요.

진행자 : 요즘엔 기존에 있는 상품에 아이디어, 창발적인 생각을 더해서 나오는 발명품들이 많죠.

양승은 : 언제부터 팔렸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작년에 봤어요. 가방 걸이요. 수업 들으러 강의실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방 놓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요. 바닥에 놓기도 그렇고 어디 마땅히 놓을 때가 없을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때 이 가방 걸이를 앞사람 의자나 내 의자에 걸으면 즉석 가방 고리가 만들어지는 거죠. 사용하면서 누가 참 생각도 잘 했다 싶더라고요.

진행자 : 그런 것도 있군요.

지철호 : 저는 종이컵이요. 남한 사람들이야 워낙 많이 사용하는 것이니 별 생각 없지만 저는 남한에 와서 처음 봤거든요. 북한에서는 물을 마셔야 하는데 컵이 없으면 큰 나뭇잎 을 뜯어서 사용하고 그래요. 여기는 약봉지 같은 종이컵이 나와요. 딱 북한의 약봉지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살짝 펴서 가운데를 벌리면 종이컵, 종이 고뿌가 되죠. 그리고 물만 마시는 게 아니라 그걸로 라면도 덜어 먹고 여러 용도로 사용해도 되고요. 여기 사람들은 이런 게 새로워 보이지 않죠? 저는 모든 게 신기하고요. 확실히 사는데 도움 되는 게 더 많아요.

진행자 : 북쪽에서도 발명을 하자는 얘기를 좀 하죠?

지철호 : 얘기는 하죠. 사실 발명이라는 게 이름난 과학자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근데 북한은 너는 과학자, 너는 기술자, 너는 노동자 이렇게 정해 주다보니 정해져 있는 일만 하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일하고 강연회 참석하고 이러다보면 사람이 어디 상상력을 발휘할만한 틈도 없어요.

진행자 : 근데 북쪽에서 진짜 내세우는 발명품이 있잖습니까? 비날론 같은 거요.

지철호 : 저는 비날론을 한 번도 못 써 봤어요. 만져보지도 못 했어요. 이름만 알아요. 제가 80년대 중반에 태어났고 그리고 그런 것 좀 알만한 나이에는 고난의 행군 왔으니까 저는 비날론을 써본 기억이 없어요.

진행자 : 그렇군요. 사실 '필요가 발명을 한다'고 하거든요. 고난의 행군 시기... 정말 모든 것이 부족한 시기이기 때문에 나온 특이한 발명품들도 많던데요.

지철호 : 소 대신에 사람이 끄는 농쟁이 들어보셨어요? 소는 멍에를 등에 지지만 사람을 배 힘으로 그걸 끌죠. 앞쪽은 수레처럼 돼 있고요. 또 소는 힘이 세다보니까 땅을 30센티는 파는데 사람은 기를 쓰고 해봤자 15센티나 파나요? 그러다 보니까 앞에서 아버지가 멍에를 쓰고 끌고 뒤에서는 얘들이 밀죠. 그래서 밭갈이 꾼이 방향 조절하는 부분이 굉장히 넓어졌어요. 소로 할 때는 손잡이에 손 두 개만 놓으면 됐는데 사람이 하면 적어도 뒤에서 두 명은 밀어야 하는데 손 네 개 놓을 자리가 필요했던 거죠. 저도 끌어 봤는데 정말 배 가죽이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어요.

진행자 : 진짜 많이들 사용했겠는데요?

지철호 : 근데 이걸 사람들이 집에서 직접 만들기도 해요. 이것 뿐 아니라 가구 등 정말 못 만드는 것이 없죠.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다기능적인 인간이 됐습니다.

진행자 : 남쪽에서는 특허는 돈, 재산으로 연결됩니다. 제대로 된 기술이나 상품을 발명해서 그걸로 특허를 내고 특허를 낸 기술을 사용하거나 물건을 만들 때마다 특허권을 가진 사람에게 일정 정도의 특허료를 내야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특허 하나가 기업만큼의 이윤을 내기도 합니다. 본인들은 발명을 직접 해보겠다는 생각해본 적 있나요?

양승은 : 학교에서 그런 과제를 많이 내줘요. 그래서 발명을 하자고 친구들과 생각을 짜내는데 생각해내는 것마다 다 이미 있어서 진짜 쉽지 않더라고요. 치약과 칫솔을 따로 들고 다녀야 하니까 함께 붙어 있어 있는 칫솔을 만들면 어떨까 또 자동으로 치약이 나오면 어떨까 했는데 그런 제품이 이미 나와 있고 자동으로 칫솔질이 되는 칫솔을 생각했는데 이미 있잖아요? 요즘 새로운 게 없잖아요. 쉽지 않아요.

지철호 : 저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저희 형이 그런 생각 했대요. 장작을 도끼로 때리면 두 조각이 딱 나잖아요? 근데 한번 딱 때리면 여러 조각으로 잘라지는 도끼날을 한번 생각해 봤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진행자 : 철호 씨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북쪽에서 생활도 잘 알고 남쪽도 살아봤으니 남쪽 물건도 잘 아니까요. 이 경험을 결합하면 좋은 생각이 나올 것 같은데요.

지철호 :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요. 사실 북한에서는 과학자들이 보통 군수 공장이나 미사일 같은 무기 만드는 데로 뽑혀 가서 그런 연구를 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남한처럼 삼성, 엘지 같은 기업에서 사람들에게 유용한 기술을 연구하면 사람을 위한 발명품이 나오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INS - 개발자 인터뷰 "전기료와 악취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함 음식물 처리기입니다" "손잡이가 빗물받이 기능을 하는 우산입니다" "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그런 제품들이 우수한 발명품들이죠"

물에 뜨는 국자... 냄비가 깊어서 국자가 자꾸 뜨거운 국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걸 방기 위해 물에 뜨는 국자를 만들었습니다.

가방 모양 우산... 우산을 갖고 다니기 곤란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를 위해 가방 모양으로 접히는 우산이 나왔습니다. 또 우산은 세워놓으면 자꾸 미끄러지는데요. 혼자 설 수 있는 우산도 나왔습니다.

쌀 씻는 그릇... 쌀, 보리 같은 낱알을 물에 씻고 나서 물을 버리려고 그릇을 기울이면 낱알들이 물과 함께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걸 방지하기 위해 그릇 위쪽을 사람 주먹 만큼 구멍을 뚫고 거름망을 달아놓았습니다. 그럼 물을 버려도 낱알을 빠져나가지 못하죠.

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아... 이런 생각을 했네 하면서 한번 쯤 웃게 만들어주는 그런 발명품들도 많습니다.

남쪽에서는 학생들에게 발명가 대회 같은 걸 많이 개최합니다. 창발적인 교육의 과정으로 발명을 장려하는데요. 23세 젊은 나이로 국내외 특허 47개를 따고 기업도 차린 윤지혜 양은 그 비결이 항상 '왜 그럴까?' 의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젊은 그대> 발명에 대한 얘기 해봤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