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통계 ‘2012년 여성의 삶’ – 요구보다 행동으로

인천 남동구 인천종합예술문화회관에서 열린 '인천여성 구인ㆍ구직 만남의 날' 행사에서 구직 여성들이 취업 지원을 하기 위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 인천종합예술문화회관에서 열린 '인천여성 구인ㆍ구직 만남의 날' 행사에서 구직 여성들이 취업 지원을 하기 위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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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요즘 남쪽 여성 운전자들이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아마 '김 여사'일 겁니다. 얼마 전 여성 운전자가 주차장에서 황당한 사고를 냈는데 별명이 '김여사'로 붙었습니다. 그 사건이 크게 보도되면서 여성 운전자가 도로에서 조그만 실수를 하면 '김 여사'라는 얘길 듣습니다. 여사님...하면 나이든 기혼 여성을 부르는 존칭이지만 이 경우는 약간의 조롱이 섞였습니다.

몇 년 전만해도 여성이 도로에서 운전을 잘 못하면 '밥이나 하지 왜 나왔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제 '김여사'라고 하니 좀 승진이 된 건가요?

남한 인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49.9%. 평균적으로 여성들은 29세에 결혼하고 84세까지 삽니다. 남성들에 비해 3살 일찍 결혼하고 남자보다 6.9세 더 길게 사는 겁니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49.7%로 남성보다 23%나 낮지만 사회적 지위는 상대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지난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여성 당선자가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47명으로 2천년에 치러진 16대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3배나 늘었습니다. 외교관 등 외무 공무원을 뽑는 시험엔 합격자 반 이상이 여성, 사법 시험에서도 여성 합격자가 40%나 됩니다. 특히 초등학교 교원은 4명 중 3명이 여성입니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이른바 '성공한 여성들'이 늘어나는 배경은 뭘까요? 가장 큰 이유는 갈수록 높아지는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입니다.

지난해 여자 고등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75%로 70.2%에 그친 남학생을 3년째 앞지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긍정적인 부분이고요. 그늘도 있습니다.

ACT- 직장 여성 인터뷰 "아침에 눈 뜨면 회사 늦을까봐 얼른 뛰나왔다가 회사 끝나면 집안일도 하고 육아도 하고 하루 종일 정신이 없어요."

4급 이상 국가 공무원 중 여성 비중은 6%대로 여전히 낮고 기업에서의 여성임원 비율도 낮습니다.

여성들의 가사 노동 등 무임금 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 53분인데요. 남성들은 36분... 거의 5배나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인지 집에서 살림하는 가두여성들보다 직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삶의 만족도는 낮습니다.

지난주 남한 통계청과 여성부가 함께 내놓은 여성 삶에 대한 통계 자료를 소개해드린 건데요. 북쪽 여성들과 비교해보면 어떻습니까?

통계 결과나 실제 사회에서나 남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높아졌지만 삶은 여전히 팍팍한 것 같습니다. 젊은 세대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남북의 20대 여성에게 들어봅니다.

오늘도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 모임 <나우> 양승은, 김윤미 씨 함께 합니다. 양승은 씨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남한 학생이고 김윤미 씨는 함북 출신으로 2007년 남한에 와서 지금 동덕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양승은, 김윤미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두 분도 졸업이 얼마 안 남았죠? 이제 취업을 해야 하는데 여성이라서 어려운 점이 있나요?

양승은 : 여자라서 어렵다기 보다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 남자든 여자든 어렵죠. 제가 4학년인데요. 얼마 전까지 취업이 걱정도 돼서 잠도 못 자고 그랬는데 지금은 좀 마음을 비웠습니다. 제가 지금 23살이고 평균 70-80살이니까 길게 보자, 내가 진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진행자 : 그럼 승은 씨는 살아가면서는 어땠어요? 여성이라고 어려움이나 불합리한 점을 느낀 적 없어요?

양승은 : 저는 많이 못 느낀 것이 그런 차별은 사실 가족 안에서 시작되잖아요? 너는 딸이니까 너는 아들이니까 하면서요. 집에서 딸이라고 아들은 되는 걸 안 된다는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여자 대학교를 다니잖아요? 그러니까 들은 얘기들은 많지만 제가 직접 느낀 것 거의 없습니다.

진행자 : 승은 씨가 몇 년 생이죠?

양승은 : 90년생이요.

진행자 :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뀐 다음에 태어난 세대라는 얘기네요. 윤미 씨는 어때요?

김윤미 : 제가 지금 학교를 졸업하고 하려고 생각하는 직업은 여자들이 잘 안 하는 일이에요. 지금 일하시는 분들도 거의 남자들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걱정이 제가 여자이고 나이도 다른 친구들보다 많은데 취직이 될 수 있을까? 직접 그 분들을 만나서 어렵게 상담을 해봤는데 그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뭘 준비도 안 하고 걱정부터 하느냐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여자라고 안 되느냐... (웃음) 그만한 각오가 있으면 못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진행자 : 윤미 씨 본인도 그런 말에 동의하세요?

김윤미 : 북쪽에서는 여자들이 대학을 간다고 해도 자기 전공을 살릴 기회가 많지 않고 간부를 하고 싶다고 해도 직맹이나 여맹정도 가능합니다. 초급당 비서, 세포 비서는 다 남자고 여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여자들의 설 자리가 많아요. 저는 남한에서는 여자라고 제한을 하는 것은 별로 없다고 봐요.

진행자 : 이렇게 여성들의 지위가 좀 올라간 이유, 사실 사회진출이 활발해 지면 경제적 권한을 갖게 되면서 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북쪽에 비해서는 어때요?

김윤미 : 전에는 남자들의 권위가 대단했어요. 그래서 큰소리치고 부인한테 반말하고 큰 소리 탕 치면 모든 게 다 해결되고 했는데 지금은 여성들이 집안 살림살이를 모두 책임지고 가족들을 다 먹여 살리면서 여자들의 목소리가 올라갔습니다. 이제는 남자들이 벽에 걸린 그림? (웃음) 이렇게 불립니다. 근데 그래도 결혼은 다해요.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진행자 : 역시 경제력이 중요한 부분이 있네요.

김윤미 : 그렇긴 한데요. 북쪽은 아직 멀었습니다. 특히 제도적인 부분에서는 크게 높아지지 않았어요. 말로는 매일 여성들도 한쪽의 혁명의 수레바퀴를 메고 어쩌고 하는데 메긴 뭘 메요... 다 남자 주의죠. (웃음)

진행자 : 제가 프로그램 시작하면서 말씀드렸듯이 사회적인 여성의 지위는 좀 올라갔는데 여성들은 별로 생활에 만족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만족도가 높지 않습니다. 여성이 사회 활동을 하면서 책임과 부담은 늘었는데 육아나 가정일의 분담이 안 되는 게 문제겠죠?

양승은 : 육아나 집안 살림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문제에요. 이것도 하나의 전문적인 일로 인정해주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할 일이 없어서 여성이 살림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이 존중해주는 거죠. 그리고 지금 그런 쪽으로 많이 바뀌는 것 같고요.

진행자 : 조사를 해봤더니 사회에서 느끼는 여러 가지 벽 중에서 성별의 벽이 가장 높게 느꼈다는데 그 벽이 많이 낮아졌으니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이렇게 오기까지 선배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는데요. 이제 윤미 씨와 승은 씨 같은 젊은 세대들에게 남겨진 과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양승은 : 여성이 생각이 많고 섬세한 부분이 있잖습니까? 세상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들이 지금까지는 남성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기업의 사장이나 조직을 이끄는 자리에 올라가는 여성들도 많으니까 여성 특유의 지도력을 발취하면 어떨까요? 그럼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윤미 : 순리라고 생각하고 결혼하면 하던 일을 그만둬 버리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러지 말고 직장에서도 어려운 부분을 잘 이겨내고 열심히 해서 직장에서 여성들의 직위를 계속 높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남성들도 여성들은 더 인정해주고 사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안 해준다고 불평하기보다는 먼저 강해져야겠죠? (웃음)

진행자 : 두 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양승은, 김윤미 : 감사합니다.

ACT - 인터뷰 (여성, 평등하다고 느끼세요?) 일을 하고 싶어도 아이들 제대로 맡길 곳이 없어서 놀고 있는 능력 여성 있는 엄마들이 많을 거예요. / 능력만 있으면 요즘 제대로 평가받고 승진하는 기회가 많죠...

이번 통계 조사는 11년 만에 이뤄진 것이라고 하는데요. 11년 후에 나오는 다음 통계 조사의 결과가 기대됩니다. 다음 조사에는 북쪽 여성들의 답변도 듣고 싶은데요. 그때는 삶이 만족스럽다는 답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젊은 그대> 오늘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