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한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물건을 싸게 떼어와 가능한 비싸게 팔려고 하고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려고 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입니다.
물건을 사면서 누가 이 물건을 만들었는지, 물건을 만드는 과정이 올바른지 물건 값이 만든 값에 비해 너무 싼 것은 아닌지 고민하면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이 만든 제품을 제대로 공정한 값을 주고 구매하자는 이른바 '공정 무역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남쪽에서도 좋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오늘 <젊은 그대>에서 '공정무역'을 소개합니다.
Ins - "어? 여기다. 거기 써 있네요. 공정 무역 판매점... 들어가 볼까요? "안녕하세요! 아까 대표님과 통화했는데요. 자유 아시아 방송입니다." "들어오세요"
서울에서도 아직도 옛날 기와집들이 많이 남아 있는 북촌길. 그 초입, 한적한 골목 안에 한국공정무역연합이 운영하는 공정 무역 제품 판매점, 울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판매점이지만 물건을 파는 상점이라기보다는 사무실 같은 분위깁니다. 이곳에서는 육정희 공정무역연합 이사를 만나봤습니다.
장희문 : 안녕하세요. 저는 장희문입니다. 여기는 최은주 씨. 북쪽에서 왔어요.
육정희 이사 : 오? 그래요? 반가워요!
장희문 : 저희는 북쪽에 남한 청년들의 모습을 전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이번 방송에서 공정 무역을 좀 소개하고 싶습니다. 공정 무역, 대강의 개념은 알고 있는데 저희도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잘 모릅니다. 먼저, 설명을 좀 부탁드릴게요.
육정희 이사 : 일반적으로 자유무역 시장에서는 가장 저렴한 원가를 투입해서 가장 많은 이익을 얻고자 합니다. 그러나 아주 어려운 지역에서 소규모로 농사를 짓거나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시장으로 접근하기 어렵죠. 공정무역은 그분들이 생산한 제품을 공정한 가격으로 사줌으로써 그분들이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운동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흔히 얼굴 있는 거래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쓰는 이 물건을 누가 만들었는지 생각하고 모든 국가들이 지구상에서 함께 공존하고 살아가자는 취지로 유럽에서부터 활발하게 진행된 운동입니다. 우리나라는 막 시작 단계에 있습니다.
장희문 : 빈곤한 지역을 돕는 거군요.
육정희 이사 : 우리 공정 무역을 하는 사람들이 이런 빈곤 지역을 찾아가 교육도 하고 기술 지원도 하고 또 그들의 전통 방식으로 생산하는 제품들을 구매를 하기도 합니다.
장희문 : 경제행위에 인간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일 같아요.
육정희 : 바로 그겁니다. 또 공정무역이라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몇 가지 기준을 보면 일단 생산 과정에서 성차별이 없어야 하고 노동 환경이 인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하고 아동 노동을 하면 안 됩니다. 또 화학 비료나 약품을 써서 재배하면 안 되고 물건을 만든 과정에서 지구의 환경을 해치면 안 됩니다. 이런 조건이 다 충족됐을 때 공적 무역 제품이라고 인증을 해줍니다.
장희문 : 기준이 까다롭네요. 육 이사는 어떻게 이 운동에 참여하게 되셨어요?
육정희 이사 : 남편과 제가 은퇴하고 노후에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고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첫 작품이 공정 무역에 대한 것이었어요. 실질적으로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를 다니면서 생산자들도 만나고 유럽 등지의 부유한 국가들이 어떻게 어려운 나라들을 돕는지 보았습니다. 한국 사회도 이제 경제 규모가 커졌잖아요? 마땅히 국제적인 이슈 중 중요한 두 가지, 빈곤과 환경. 한 국가에서만 해결할 수 없는 이들 문제를 위해 우리나라도 마땅히 동참해야하는데 우리가 그 일을 한번 해보자 했던 것이죠.
장희문 : 그러면 이 운동을 하시면서 변화를 느끼시나요?
윤정희 이사 : 그렇죠. 오늘도 이렇게 라디오에서 인터뷰를 하시잖아요. (웃음) 언론에서 공정 무역이 소개되면서 많은 젊은 층이 관심을 갖고 대학에서는 공정 무역 동아리가 생기고 해요. 막 이런 변화가 불처럼 일어나서 '공정 무역'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관심 있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건 분명 고무적인 일입니다.
최은주 : 공정 무역 제품은 뭐가 있어요?
윤정희 이사 : 처음에는 3천 종 됐는데요. 지금은 만여 종 이상 돼요. 시장의 성장도 최근 5년 안에는 매년 30% 이상 급성장할 정도로 유럽 등지에서는 아주 보편화되고 있어요. 우선 '공정 무역' 하면 떠오르는 제품이 커피예요. 전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가장 많은 것이 석유고 그 다음이 커피입니다. 국제 시장에서 커피 가격이 어떻게 매겨지는가에 따라 농부들이 손해를 보기도 하고 이익을 보기도 하고 하는데 공정 무역 시장에서는 최저가 보장 제도가 있어요. 그래서 커피 시세가 그 밑으로 떨어져도 최저가격을 보장해주고 판매 초과이익이 나오면 그것은 개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사회에 학교가 없으면 학교를, 우물이 필요하면 우물을 만들 수 있도록 개발비용으로 지원합니다. 커피는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지만 전 세계에서 소비를 하잖아요? 초콜릿도 마찬가집니다. 특정 지역에서만 초콜릿의 재료가 나오고 그걸 전 세계에서 소비하고. 그러나 정작 그 지역에서는 초콜릿을 못 먹어본 사람도 많다고 하잖아요?
기자 : 정말 여기에도 많은 제품들이 전시돼 있는데요. 다 공정 무역 제품인가요? 소개 좀 해주세요.
윤정희 이사 : 저희가 취급하는 초콜릿은 공정 무역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농부들이 만든 카카오를 가지고 여러 가지 종류의 초콜릿을 만들어서...
기자 : 제목도 기분 좋은 초콜릿인데요?
윤정희 이사: 그래요. 여기 뒤에 보면 좋은 내용이 써 있어요. 이 제품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는 제품이고 사람과 지구를 생각하는 공정무역 상품이다...
기자 : 누가 어떻게 만들었나를 알 수 있나요?
윤정희 이사 : 여기 포장지의 인터넷 사이트를 들어가 보시면 카카오 원료를 공급해준 볼리비아의 농장이 어딘지를 알 수 있고 그들이 이런 거래를 통해 어떻게 마을 발전을 이뤘다... 이런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요. 어떤 제품의 경우에는 포장지에 농부의 사진이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이건 스리랑카에서 코끼리 똥으로 만든 카드입니다.
장희문 : 똥이요? 냄새 안 나나요? (웃음)
윤정희 이사 : 이건 의미가 있는 것이 스리랑카 등지에서는 코끼리가 많은데 이 코끼리들을 이용하다가 나이가 들면 양로원으로 보내지는데 이런 곳에서 코끼리 똥을 별도로 모아서 가공처리를 해서 만들어요. 냄새는 전혀 안 납니다. (웃음)
코끼리 똥으로 만든 편지지나 카드. 저희도 이날 처음 봤는데요. 장담하지만 냄새는 없습니다. 병들고 나이든 코끼리들은 쓸모가 없기 때문에 그냥 죽을 때까지 방치되는데 그런 코끼리들의 똥을 모아 제품을 만들고, 여기서 나온 수익으로 이 코끼리들을 돌봅니다.
이런 공정 무역 제품들은 모두 FLO, 세계 공정 무역 상표 기구가 증명하는 공정무역인증표를 붙이고 있습니다. 공정무역인증표는 손을 들고 있는 사람의 형상 옆에 "제3세계 생산자들을 위한 더 나은 거래를 보증 합니다"라는 구호가 적여 있습니다.
세계 공정 무역 상표 기구, FLO는 1997년, 21개국이 참여해 만들어져 공정 무역 제품의 표준, 규격 설정, 생산자 단체 지원, 검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FLO는 세계 632개 생산자 조직, 4,692개 수출, 수입상, 가공업자에게 인증표를 부여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제시하는 공정 무역의 조건은 공정한 가격 지불, 성 평등 노동, 건강한 노동 환경에서 아동 노동이 없이 제품 생산, 환경 보호 등입니다.
이런 공정 무역이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일부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공정 무역의 규모는 매년 성장합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16억 유로 규모의 큰 시장이고 이제 시작단계에 있는 남쪽에서도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고급 물건을 파는 백화점에서도 이런 공정 무역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백화점 담당자의 말입니다.
"상품을 선택할 때 가격과 품질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제 3 세계 노동자를 돕는 취지에 공감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고 저희도 그에 따라 관련 상품을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
이 담당자의 말처럼 사람들은 공정 무역 운동의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에 물건을 구입합니다.
시민 인터뷰 1) 제가 커피를 한잔 먹으면 그 이익금의 일부가 동티모르 커피 농가에 지원된다고 해서 커피 한 잔을 마실 때도 기분이 좋아요. 내가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시민 인터뷰 2) 일단 물건을 살 때 제 자신이 우선 기쁘죠.
시민 인터뷰 3) 내 돈으로 구입을 하는 거니까 이왕이면 좋은 일에도 쓰이고 하면 좋잖아요.
그러나 공정 무역 제품이 오로지 구매자의 선의에만 의지하진 않습니다. 공정 무역 제품 생산자들은 기존 제품에 떨어지지 않는 질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판매점에 들린 김에 저희도 물건을 몇 개 샀습니다. 저희가 산 제품은 초콜릿 2개와 설탕. 코끼리 똥으로 만들었다는 종이 편지지입니다. 모두 합해 20달러가 좀 넘습니다.
육정희 이사 : "이 방송이 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북쪽에 계시는 분들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을 만들어서 우리가 가져와서 소비해주고 하면 빈곤이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할 일은 많다고 생각해요. 여기 있는 은주 씨 같은 북쪽에 온 젊은 친구들이 함께 해주면 정말 좋죠."
INS - 오늘 말씀 잘 들었어요.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 혹시 여기 지나갈 일 있으면 꼭 들러요. 커피라도 한잔 대접할게요...(웃음)
최은주 : 전에 공정무역이라는 걸 별로 깊게 생각을 안 해 봤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구나. 많이 배웠네요.
장희문 : 옛날에는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서 판매하시는 할머니들과 얘기도 나누고 그랬지만 지금은 그냥 들어가서 물건 사가지고 나오면 끝이잖아요. 공정무역은 만든 사람의 땀이나 노력을 생각하게 하는 운동이잖아요? 앞으로 저도 어떤 물건을 사도 한번쯤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네요.
저는 빈곤과 환경. 이 두 가지 문제는 온 세계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라는 육 이사의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두 문제를 해결하자는 공정 무역 운동,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입니다.
<젊은 그대> 오늘은 <공정 무역>에 대해 얘기해봤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장희문, 최은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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