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그녀는 예뻤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인으로 꼽히는 김태희.
한국의 대표적인 미인으로 꼽히는 김태희.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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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요즘 시대, 외모는 경쟁력입니다. 외국어를 잘 하고 공부를 많이 하고 컴퓨터를 잘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능력 못지않게 외모도 중요합니다. 여기서 외모라는 것이 꼭 얼굴의 생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풍기는 전체적인 겉모습이라는 얘기인데요. 물론, 이렇게 외모가 중시되는 분위기는 대부분의 보통 사람에게 크게 환영할 일은 아니죠. 그렇다고 겉모양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는 더 합니다. 마음이 예뻐야 여자라고 얘기하지만 세상 분위기가 어디 그렇습니까? 또 세상 사람들 눈은 둘째, 본인들이 더 예뻐지고 싶어 합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 예쁜 그녀에 대해 얘기해봅니다.

진행자 : 응, 이 사진. 조명애 맞네...

지철호 : 에이... 북쪽에선 이런 얼굴 예쁘다고 안 해요.

김윤미 : 북쪽에서는 여자들이 입이 작아야 해요.

조선만수대공연단 무용배우인 조명애는 지난 2002년 서울에서 열린 8.15민족통일대회에서 북측 기수단으로 참가해 남쪽에 알려졌습니다. 남쪽의 여성 가수, 이효리와 함께 휴대 전화 광고도 찍었고 남북 합작 사극, '사육신'에도 출연해 남쪽에선 북쪽 미녀하면 쉽게 떠올리는 인물입니다.

이런 조명애 씨를 탈북 대학생, 김윤미 씨, 지철호 씨는 전혀 몰랐는데요. 남쪽에서 북쪽 미녀하면 떠올리는 얼굴이라니까 인터넷으로 바로 찾아보더니 별로 안 예쁜 얼굴이랍니다. 그럼 어떤 얼굴을 북쪽에선 미인이라고 하나요?

지철호 : 북쪽에선 이렇게 마른 사람들 예쁘다고 생각 안 하는 이유는 여기서는 부인들이 맞벌이도 하지만 가사 일만 하면 되잖아요. 북한은 여자도 소토지도 같이 해야 하고 장사도 해야 하고 튼튼해야 해요...(웃음) 그래서 그런가 마른 사람 별로 안 좋아해요.

INS - 대한 뉴스 : 1957년 열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1957년 남쪽에서 최초로 열린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 장면입니다.

이 대회를 찍은 기록 영화를 보면 참가자들은 대체로 아담한 키입니다.

당시 남쪽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인형은 청취자분들도 잘 아시는 영화배우 최은희 씨 같은 얼굴입니다.

계란형 얼굴의 동그란 이마, 오목조목한 이목구미, 아담한 체형, 너무 살찌지도 마르지도 않은 몸매. 그러나 지금 남쪽의 미인형은 달라졌습니다. 요즘 미인대회 입상자들을 보면 평균 신장 171cm. 이렇게 키는 더 컸지만 얼굴의 비율은 더 작아지고 눈, 코, 입은 더 큼직해 졌습니다. 얼굴은 주먹만하고 눈은 시원하게 길고 크며 코는 오똑하고 입은 적당히 도톰하고 게다가 키도 크고 날씬해야 합니다. 또 마냥 마르기만 하면 안 되고 적당히 굴곡도 있어야 합니다.

미의 기준이 바뀐 것이죠.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의 요인을 사회적 영향과 체형의 변화에서 찾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가진 고전미보다 눈에 확 들어오는 서양 미인들이 더 예뻐 보인 거죠.

INS- 전문가 인터뷰 : 우리나라 인체 치수가 다리가 길어지는 서구형화 돼가고 있습니다. 전체 몸길이에 비해 얼굴 비율도 점차 낮아지는 경향입니다. 식습관이 변화하고 생활 습관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식습관이 서구화됐고 한국인의 체형도 변했습니다. 지난 30년간의 통계로 살펴보면 키는 2-5 cm 정도 커졌고 몸무게 7-12 킬로 가량 늘었습니다. 그러나 얼굴 길이는 1 cm 이상 줄어들어 남성은 6.8등신에서 7.4등신, 여성은 6.7등신에서 7.2등신으로 변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요즘 우리가 흔히 말하던 서양의 8등신 미녀들이 남쪽에도 흔합니다. 북쪽도 역시 이런 미 기준의 변화는 겪고 있죠?

북쪽에서 온 윤미 씨와 철호 씨의 생각은 어떨까,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INS - 스튜디오 인터뷰

진행자 : 두 사람은 어떤 여성이 예뻐 보이나요?

지철호 : 얼굴은 계란형, 눈이 그렇게 많이 크지 않아도 살짝 위로 올라가고....

김윤미, 진행자 : 와... 너무 구체적이야. (웃음)

지철호 : 코는 좀 오똑하고 입은 작아야하고요. (웃음)

진행자 : 윤미 씨는요?

김윤미 : 키는 165 정도로 적당하고? 그게 적당한 거죠. 요즘은? 그러면서 몸매가 볼륨이 있고 군살이 안 잡히는 사람?

진행자 : 이쪽은 더 까다롭네요.

김윤미 : 제 자신이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상상하는 이상형이니까요.(웃음) 눈, 코, 입은 그렇게 크지 않고 잘음잘음하고... 피부가 좋죠. 얼굴 좀 작고.

진행자 : 여러 가지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요즘 다들 외모에 많이 신경쓰죠?

김윤미 : 제가 요즘 학교에서 계절수업으로 '결혼과 가정'이라는 수업을 들어요. 교수님이 결혼정보회사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서 여성과 남성 등급을 어떻게 매기나 알아오라는 과제를 주셨어요. 이걸 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것이 여성은 외모구나. 여자는 우선 외모고 그 다음이 학력, 나이... 이런 실정이니 외모는 우리가 부정하려고 해야 부정할 수 없는 것이구나, 느꼈고 좀 씁쓸했어요. 여자는 예뻐야 한다는 식의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요. 여자들이 겉은 예쁘고 그래도 속은 모르는 것인데 남자들은 껌뻑 넘어가잖아요. 그래서 남자들이 속물인가?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여자들도 똑같은 것 같고. 저만해도 외모에 신경을 안 쓸려고 해도 안 쓸 수가 없어요.

진행자 : 맞습니다. 철호 씨, 어때요? 이성친구 만날 때 뭘 보나요?

지철호 : 외모요.

진행자 : 아니, 철호 씨까지 그렇게 말하니까 너무 가슴 아프다... (웃음)

지철호 : 딱 예쁘다, 아니다를 본다는 말이 아니에요. 외모가 그런 것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예쁘고 잘 꾸미고 화장 잘하고 비싼 옷을 잘 입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싼 옷이라도 자기 개성에 맞게 잘 어울리게 하고 다니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걸 본다는 거죠.

김윤미 : 제가 봐도 제 기준에서 그 사람이 개성에 맞게 당당하게 사는 여성들이 더 멋진 것 같아요. 딱 보면 꾸민 것 같지 않은데 자신감 있고 당당하고 그러면 그게 또 예뻐 보여요.

진행자 : 처음에 왔을 때 남쪽 친구들과 외모에서 차이 같은 것 느꼈나요?

김윤미 : 예전에는 이질감을 많이 느꼈어요. 나는 북쪽에 왔다는 생각 때문에. 그래서 항상 더 잘 입으려고 하고 어떻게 하면 비슷하게 모방해 입을까 생각해보고. 이런 모방이 자연스럽게 보일 리가 없죠. 그래서 어색했는데 지금 많이 편안해졌어요.

진행자 : 우리 흔히 남남북녀라고 하잖아요?

김윤미 : 아... 그 질문. 진짜 많아 받아요. '북쪽에서도 연애하나요?' 이 질문 다음으로 제일 많이들 하는데 진짜 난감해요. (웃음) 내 자체가 미인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사실 남쪽 여성들이 더 예쁜 여자들이 많은데 이걸 남쪽 여성들이 더 예쁘다고 말하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죠. (웃음)

진행자 : 북쪽에서 예쁘다는 기준, 남쪽과는 조금 다르지만 외국 영화, 남쪽 연속극 등이 들어가면서 이제 좀 많이 변하지 않았나요?

지철호 : 처음에 남한 연속극, '천국의 계단' 봤을 때 진짜 여자 주인공 너무 예뻤죠... 북쪽은 시내와 시골이 차이가 있어요. 시골 얘들은 감자 같죠. 키도 작고 얼굴도 동글동글하고. 시내 얘들은 그래도 밥술은 놓지 않으니 키도 좀 크고 얼굴도 버들형이고... 그러니 미의 기준이 바뀌죠. 또 남한 영화, 드라마 보면 재밌잖아요. 그리고 멋있어요... 예쁘고. 제가 있을 때 이것 때문에 쌍꺼풀하고 속눈썹 인묵(문신)이 엄청 유행이었어요.

김윤미 : 그 때 그게 엄청 유행해서 막 인묵을 했는데 잘 못해서 웃기는 사람도 많았어요.

지철호 : 약도 안 좋아서 막 인묵한 부위가 붓고 퍼렇게 되고.

진행자 : 쌍꺼풀 수술도 했어요?

김윤미 : 제가 나올 때도 유행이었어요. 2002년도부터 했으니까 아마 지금은 엄청 기술도 좋아졌을 걸요?

INS - 시민 인터뷰 : 사실 저는 눈이 마음에 안 들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수술하고 싶기도 하고요 (웃음)

예뻐지고 싶은 여성들의 욕구는 수술도 감행합니다. 눈꺼풀을 약간 절개해 쌍꺼풀을 만드는 쌍꺼풀 수술은 이제 간단한 시술 정도로 인식됩니다. 그만큼 많은 여성들이 했다는 얘긴데, 최근 남쪽에서는 새삼스럽게 북쪽 여성들의 성형 수술 열풍이 화제가 됐습니다. 한 대북방송이 "요즘 평양 시내에는 쌍꺼풀 수술한 10대 여학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미용 수술이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는데 방금 윤미 씨의 얘기도 그렇고 쌍꺼풀 수술 정도는 이제 북쪽에서도 많이 하는 모양입니다.

이전에도 해외 북한 식당 접대원의 쌍꺼풀 수술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일반 주민들까지 한다니 남쪽 사람들의 반응은 각각입니다. 병원에서 치료도 못 받는 사람도 많다는데 성형 수술이 웬말이냐고 놀라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예뻐지고 싶은 마음은 만국공통이다' '북쪽 여성들도 맘껏 꾸미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INS - 김윤미 : 우리 북쪽에서 오신 분들 중에 진짜 열심히 꾸미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아요. 일종의 반작용인 거죠. 해보고 싶은데 너무 못해 봤으니까 막 굉장히 옷도 많이 사고 화장도 많이 하고...

지철호 : 사실 여성들이 뭘 해보기에는 북한에서 한정된 것이 너무 많아요. 안 되는 것도 너무 많고... 맘보바지 입고 청바지 입으면 그게 나쁜 건가요? 너무 50년대 스탈린 모자 쓰고... 이건 좀 아니죠. 북쪽에도 개성이라는 것이 좀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뭐든지 알려준다는 인터넷에서 한번 검색해봤습니다.

"예뻐지는 방법은...."

별별 답 글이 다 올라오는 중 가장 추천해드릴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네요.

'많이 웃으세요', '자신을 사랑을 하세요'.

<젊은 그대> 오늘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저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