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올림픽이 시작하고 남쪽에서는 낮에 조는 사람들이 많아 졌습니다. 한반도랑 올림픽이 열리는 런던과 시차가 있어서 새벽에 경기를 보고 잠이 모자라 낮에는 꾸벅꾸벅 조는 겁니다.
운동 경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또 무슨 때만 되면 분위기에 휩쓸려 텔레비전 앞을 지키는 사람도 피곤해도 즐거운 올림픽 철입니다.
북쪽도 이번 올림픽,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금메달 4개로 5위인데요. 응원하는 주민들도 신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쪽 선수들이 메달을 따고나서 소감을 말하면 남쪽은 물론 대부분 국가의 사람들이 놀랜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오늘 <젊은 그대> 올림픽 얘깁니다. 이 시간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지철호, 이정민 씨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정민, 지철호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올림픽 잘 보고 계세요? 요새 올림픽 때문에 밤새는 분들도 많던데요?
지철호 : 저도 월요일 새벽에 양궁 단체전하고 박태환 선수 예선하는 것 보고 한 4-5시 쯤 잤습니다. 지금도 졸립니다. (웃음)
이정민 : 저는 회사 때문에 늦게까지는 못 봐요. 한 12시 정도까지 보다가 자는데 아쉽죠. (웃음)
진행자 : 열심히 보고 계시네요. 평소에도 운동 경기 보는 거 좋아하십니까?
이정민 : 저는 평소에는 잘 안 보는데요. 월드컵이나 올림픽 때는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요? 텔레비전도 어디를 틀어도 운동 경기가 나오니까요.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서 보는 거죠. 그리고 운동 경기라는 것이 보다보면 이기는 선수의 마음에 막 몰입돼서 같이 흥분하게 되고 그래요.
진행자 : 북한 선수단 경기는 챙겨보십니까?
이정민 : 저는 더 챙겨서 보고 꼭 응원하고 그래요. 체육 선수들이 물론 다 그렇게 쉽게 운동하는 건 아니지만 북한 선수들은 더 힘들다고 생각해요. 북한은 많은 게 부족하니까요. 그리고 경기 결과에 따라서 혁명화도 받을 수 있잖습니까? 그러니까 경기에 나왔으면 꼭 이기기를 응원하죠. 제가 떠나왔지만 어쨌든 고향이잖습니까...
지철호 : 저는 남한 경기고 북한 경기고 챙겨보진 않아요. 근데 북한 선수들이 하는 경기를 보면 저는 좀 조마조마해요. 이겨서 상금타고 메달 따면 좋지만 순위에 미치지 못하거나 경기에서 지면 옛날부터 들려오는 안 좋은 소리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걱정하면서 보게 됩니다.
진행자 : 그런데 북쪽 선수들이 큰 대회 나가서 지거나 그러면 진짜 처벌을 당한다고 보십니까?
이정민 : 제가 자랄 때도 국가 선수로 현역에서 활동하시던 분이 우리 동네로 혁명화 오신 걸 봤습니다. 제가 은덕(아오지) 출신이잖아요. 솔직히 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는 잘 했을 때 축하해주는 것보다 잘 못 했을 때 위로해주는 게 중요한 데 북한 같은 경우엔 그런 것이 부족하니까 애틋하죠. 특히 수영이나 체조 선수 같이 한두 명씩 출전하는 경기를 보면 저도 키도 작고 왜소하지만 국제무대에 나선 내 나라 선수들까지고 다 그렇게 왜소하고... 안타깝습니다.
진행자 : 남한 사람들은 사실 이런 혁명화 얘기 들으면 진짜인가 의심하죠. 체육 경기를 놓고 설마 그런 처벌까지 받을까 그런 생각들이 많습니다. 근데 북한 선수단을 국제 경기에서 보면서 제일 놀라운 건 우승하고 나서 소감 말할 때에요.
이정민 : 선수들도 내가 거둔 성과를 더 빛나게 하기 위해서 말 한 마디가 중요하다는 건 잘 아니까요.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하지 않더라도 말은 그렇게 하죠.
진행자 : 보통 선수들에게 소감 물으면 부모님, 함께 운동했던 동료 코칭 스텝, 응원해준 국민들 감사하다... 이런 식으로 나가거든요.
이정민 : 선수들 중에 종교를 가진 사람은 꼭 자기가 믿는 신한테 고맙다고 하잖아요? 이런 걸 보면 진짜 북쪽도 일종의 종교로 봐야 맞는 거죠. 근데 북한이 왜 아직도 저러나 이상하다... 이런 시선으로 보기보다는 저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지철호 : 언젠가 북한 선수가 사격에서 우승하고는 장군님이 배워주시는 담력과 배짱으로 원수의 심장을 쏘는 심정으로 과녁을 쏘았다... 그렇게 말하는 게 화제가 됐는데요. 북한에서 이런 게 생활하는데 큰 보너스 그러니까 큰 혜택이 됩니다.
진행자 : 그런데 이런 말을 여기 와서 들으면 북한에서 들었을 때랑은 또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요. 어떠세요?
지철호 : 허탈하죠. 어떤 면에서 많이 변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여전하구나 싶고요.
진행자 : 남쪽에서 올림픽 보는 게 처음이세요?
이정민 : 두 번째입니다. 제가 남한에 들어와서 베이징 올림픽을 봤어요. 중국에 있다가 올림픽 즈음해서 공안들이 단속을 너무 심하게 해서 남한으로 왔거든요. 4월에 한국에 입국했고 8월에 올림픽 봤죠. 그때는 베이징이라는 곳이 피해서 왔던 곳이라 진짜 열심히 봤습니다.
지철호 : 저도 두 번째 올림픽입니다. 느낌이 많이 다르죠. 처음에는 온지 얼마 안 됐던 때라 진짜 고향에 대한 생각이 많았어요. 그래서 북한 경기를 열심히 봤는데 지금은 좀 감정이 식은 것 같고요. (웃음) 요즘은 그냥 지지 말아야 되겠는데, 말실수하지 말아야 되겠는데 이런 걱정을 많이 하면서 보죠.
진행자 : 북한 팀의 경기를 보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얘기네요.
지철호 : 세월이 흐르면 바뀌는 것 당연한 것이잖아요? 북한에 대해 진실을 더 많이 알아가면서 마음이 많이 바뀐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참... 운동 경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 것 같네요. 마음 편히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아까 정민 씨도 열심히 열광하면서 응원하면서 경기를 봤다고 했는데 사실 남쪽에서는 이런 응원에 아주 열심입니다.
이정민 : 그게 저도 해보니까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과 운동장에서 직접 나가는 게 완전히 틀리더라고요. 축구 경기를 가서 봤는데요. 서울하고 인천이 차는 경기였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웃음) 여긴 응원가도 너무 잘 돼 있어요. 북한에서도 응원가를 부르라고 하긴 하는데 그건 다 정해놓고 시키거든요. 근데 여기는 안 알려줘도 그냥 외우게 되고 앞에서 율동을 알려주는 것도 머리에 잘 들어와서 한번 해보면 다 따라하게 되고 하여튼 신납니다. 근데 이게 다 살아가는 재미인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사실 생각도 못 했거든요. 새벽까지 가족들이 함께 앉아서 경기를 같이 보면서 응원도 하고 맥주도 한잔하고... 저도 다음에 월드컵에는 가족들이랑 다 붉은 티셔츠 입고 시청 광장에 나가보려고요. (웃음)
진행자 : 맞아요. 그런 게 즐거움이죠. 올 올림픽은 북쪽에도 경기가 중계가 되죠? 북쪽에서는 사실 금메달이나 메달 따는 주요 장면만 보여주잖아요? 남쪽은 못하는 경기 방영되면 막 화도 나고 그러는데 그런 면에서 북쪽 분들은 편집된 장면이긴 하지만 경기 보면 시원하시겠어요.
이정민 : 무조건 1위 한건 다 나갑니다. (웃음) 아마 다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근데 좀 안 좋은게 남쪽에서는 경기를 하면 정말 지든 이긴 다 보여주니까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감동이나 드라마 이런 것이 있는데 북쪽은 참 그런 게 없습니다.
진행자 : 자, 제가 유치한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붙으면 어디 응원하실래요?
이정민 : 저는 솔직히 북한이요. 아까도 말했지만 둘 다 나의 민족이고 나의 나라이지만 북한 선수들은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 이런 자리에 설 수 없게 될 것이고 남쪽은 얼마든지 계속 운동할 수 있고 더 좋은 기회를 노릴 수도 있잖아요?
지철호 : 저는 좀 바뀌었어요. 전에는 북한 선수들이 잘 하면 좋았어요. 지금은 남한이 잘 했으면 해요. 아닌 건 아니거든요.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을 보세요. 언제 남한이 먼저 도발하는 적이 있었나... 어떤 때는 내가 거기서 왔다는 게 부끄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이 잘 해도 기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한쪽에는 선수들 걱정이 따라올 테니까요.
진행자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지철호 : 딜레마에요. 이기면 정치 체제 선전에 이용될 것이고 지면 선수들이 처벌당할 것 같고...
진행자 : 어렵습니다. 우리 올림픽 정신...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이정민 : 페어플레이 정신이라고 들었는데 제가 영어를 잘 몰라서 사전을 한번 찾아봤어요. 정정당당한 승부, 거기에서 빛나는 승리 이런 것을 뜻하던데요. 지도자가 나쁘고 나라가 나쁘더라도 선수가 경기에 임할 때는 선수만 봐주면 좋겠어요. 북한에 살 때는 미국 선수가 나오면 그 선수가 아무리 잘 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해도 미국 선수라서 넌 아니야 했거든요. 근데 여기 와서 보면 제가 지금 북한을 비슷한 시선으로 보고 있어요. 미국이든 일본이든 남한이든 선수 하나 만큼은 박수를 쳐줘야 하지 않을까요? 북한 선수도 마찬가지고요. 저도 이런 걸 여기 와서 깨닫네요.
진행자 : 북한에서는 파이팅! 이런 말 안 쓰신다면서요?
이정민 :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 이럽니다.
진행자 : 남북 선수들 모두 다 선전을 바랍니다. 오늘 <젊은 그대> 올림픽에 대한 얘기 봤습니다.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이정민 , 지철호 : 감사합니다.
진행자 : 여기 철호 씨, 정민 씨를 비롯한 탈북 청년들이 걱정 없는 마음으로 고향을 응원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 그대> 오늘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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