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우리에겐 힘, 그들에겐 희망-자전거 행진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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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남북 대학생 150명은 지난 7월 21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자전거 행진에 나섰습니다.

[구호제창 - 지치지 않는 젊은, 대한민국을 달리다!]

학생들의 구호가 힘차죠? 이들은 하루 5-6시간씩 꼬박 페달을 밟아 동해 최북단,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서쪽 끝 경기도 파주 임진각까지 달렸습니다. 모두 300킬로미터나 되는 거리... 곳곳에 분단의 현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입니다. 남북 학생들은 이곳을 함께 끌어주고 밀어주며 달렸는데요. 이 학생들 이번 행진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젊은 그대>에서 그 뒷얘기를 들어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문동희, 김지연, 한남수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은 세 명이 함께 나와서 스튜디오가 꽉 찼네요. 반갑습니다. 우선,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문동희 : 안녕하세요. 저는 북한인권 학생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 문동희라고 합니다.

김지연 : 북한인권학생연대 홍보팀장이고 김지연입니다.

한남수 : 저는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대표를 맡고 있는 한남수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진행자 : 4박 5일 동안 남쪽을 동서로 가로질러 자전거를 탔어요. 300 킬로나 되는 긴 거리였다고요? 힘들지 않으셨어요?

한남수 : 힘들었죠. 그 정도 거리면 자동차로 달려도 한참을 달리는데요. 힘들었습니다. 아마 혼자 탔으면 중간에 그만두거나 못 탔을 거예요. 그런데 남한 대학생들 그리고 우리 탈북 청년들이 함께 달리니까 그것이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

문동희 : 사실 너무 힘들었어요. 엉덩이가 너무 아팠어요. (웃음)

진행자 : 그런데 자전거를 평소 좀 타셨어요?

문동희 : 아뇨. 저는 10년 동안 탈 자전거를 이번에 다 탔습니다.

진행자 : 날씨가 또 좋았어요. 장마 끝나고 시작해서 폭우 오기 전에 딱 끝났네요.

한남수 : 폭우 피해가 커서 안타깝지만 사실 비가 조금만 일찍 왔으면 정말 힘들었을 텐데 아무래도 좋은 일 한다고 하늘에서도 도운 것 같습니다.

진행자 : 150명이 다녀오셨어요. 그 중 탈북 청년들이 30명 나머지 120명이 남쪽 학생들인데요. 참가자들은 어떻게 모집하셨어요?

김지연 : 온라인과 각 대학교에 포스터를 붙여서 모집했는데요. 진짜 빨리 끝났어요. 예비자까지 받았는데 다 합하면 한 300명 정도 지원을 했어요. 그리고 이 인원에서 신청만하고 안 가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한남수 : 탈북 대학생들 경우에는 원래는 많이 모집해서 남한 학생들과 반반 가고 싶었는데 홍보할 수 있는 공간도 딱히 없고 해서 원했던 만큼 많은 사람들이 가진 못했어요. 그래도 알음알음으로 30명이 모집됐고 그 친구들이 모두 마음 안 바꾸고 참여해준 것이죠. 중요한 건 적은 인원이지만 이 인원들이 정말 열심히 북쪽에 대해 얘기해주고 열심히 참여해줬다는 거죠.

진행자 : 남북 청년들이 함께 휴전선을 따라 달린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문동희 : 세미나, 강연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얘기를 들으면 북한의 현실, 인권 문제를 알아가는 게 효과가 크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그랬고요.

한남수 : 남북이 4박5일 동안 부대끼며 서로 의지하면서 서로를 지켜보는 거죠. 탈북 대학생들의 솔직한 면, 성실한 면. 반대로 탈북 대학생들은 남한 학생들의 성실함, 진실성 이런 것을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한쪽은 자기 고향인 이 남쪽 땅을 되돌아보고 한쪽은 자기가 살았던 북쪽의 얘기를 전해주면서 우리가 함께 뭘 알리고 뭘 지켜야 하나 하는 얘기를 하는 공간을 마련한 겁니다.

진행자 : 하루 몇 시간 씩 타셨어요?

김지연 : 하루 7-8 시간은 탄 것 같아요.

진행자 : 이렇게 고생하면서 서로 좀 더 많이 친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탈북 대학생들이 남한 학생들과 함께 학교 다니면서 힘들어하죠? 엠티 같은 것도 잘 어울려서 가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남한 학생들과 며칠을 함께 하는 것, 좋은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요.

한남수 : 맞습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는 것이 나중에는 하나가 돼서 움직이고 한국 학생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오니까 탈북대학생들도 다가가더라고요. 이게 함께 사는 방법이구나 느꼈어요.



진행자 : 사실 남한 대학생들, 북한에 대해 무관심하죠? 문동희 : 맞아요. 사실 저희 자전거 행진에 신청했던 150명 중에서도 대부분은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와서 많이 느낀 것 같아요. 나와 함께 자전거를 탄 친구가 겪었던 일이 되는 거죠.

김지연 : 북쪽에서 온 탈북 대학생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내 주위에 있을 줄 몰랐다는 얘기를 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이런 친구들에게는 이번 행사가 좀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북한은 생각도 안 해봤다고 하더라고요. 탈북 대학생들이 한 조에 2-3명씩 함께 포함되니까 그냥 그 친구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자연스럽게 북쪽에 대해 얘기를 듣고 그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던 거죠.

INS - 자전거 행진 현장 사운드

진행자 : 제가 4박 5일 자전거 행진 일정을 한번 봤더니 낮에는 자전거를 타고 저녁에는 또 강연도 듣고 했더라고요.

한남수 : 젊음이 좋다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자전거 탈 때는 다들 힘든 기색에 저녁밥 먹으면 꼬꾸라져 잘 것 같은데 저녁밥 딱 먹고 나면 조별끼리 웃고 떠들고 놀고 강연도 초롱초롱하게 잘 들어요.

김지연 : 진짜 신기한 게 강연자들도 놀랄 정도로 학생들이 질문도 많이 해요. (웃음) 막 졸리고 하면 강연이 빨리 끝났으면 하잖아요... 놀 때도 잘 놀고요. 아침에 6시 출발 30분 전에 다 준비하고 있어요. 오히려 저희 임원진이 더 힘들었어요. 그만큼 참가한 학생들이 많이 즐겼던 것 같아요.

진행자 : 강연 주제는 어떤 것들이었어요?

문동희 : 북한 인권에 초점을 맞췄어요. 안보는 중요하다. 안보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북한인데 그런데 우리는 북한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 먼저 북한을 알아보자 라는 취지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강연이 많았어요.

진행자 : 그렇군요. 사실 좀 무거울 수 있는 주제였는데요...우리가 말하는 접경 지역을 가면 북쪽 땅이 정말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입니다. 지척에 두고 못 가는 땅... 실향민들은 이렇게 말하는데요. 여기 한 대표님을 비롯해 북쪽에서 온 친구들은 4박 5일 내내 북쪽 땅을 지척에 두고 달렸을 텐데 남한 학생들과는 느낌이 또 달랐을 것 같아요.

한남수 :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많이 갔던 곳은 5번 이상 두세 번씩은 다 갔던 곳이었는데 탈북 대학생들도 아마 저와 비슷할 거예요. 추석이나 설날 같은 때 한 번씩 가기도 하고 안보 관광 비슷하게 다녀보기도 한 곳이 많아요. 어떤 때 가면 넋 놓고 바라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참 우리 고향은 변하지도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는 이렇게 빨리 변하는데... 우리 고향도 변해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탈북 대학생들, 북쪽을 바라보면서 고향 생각, 부모님 생각을 많이 하겠죠. 그래도 그런 슬픔은 마음 한쪽에 접어두고 돌아서 오는 거죠.

진행자 : 고성, 인제, 화천 등등 다녀오신 곳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예요?

문동희 : 둘째 날 인제에서 양구를 넘는 곳이었는데 해발 700 미터가 넘는 산을 저희가 자전거로 넘었거든요. 막 자전거는 짐이 되고... 다들 이고지고 산을 올랐는데 정상에 딱 서서 내려가는 그 느낌. 좋았어요.

한남수 : 저는 마지막 날이 좋았어요. 사실 한편으로는 좋고 한편으로는 여기가 끝인가 서운했죠. 마지막 임진각으로 들어올 때, 대열 정비도 할 겸 1 km를 남기고 쉬었어요. 쉬다가 다시 출발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다시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왔구나... 안타까움 그리고 또 끝났다는 시원함도 있었고요.

진행자 : 이번엔 동서였지만 나중엔 또 남북으로 한라에서 백두까지 가능하지 않을까요?

한남수 : 차로 가겠습니다. (웃음)

김지연 : 나중에 스쿠터로 하자는 얘기도 나왔어요.

진행자 : 앞으로 어떤 계획 가지고 계십니까?

한남수 : 이 자전거 타는 것이 우리에게도 힘이 되고 북에 있는 주민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가 된다면 앞으로 계속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문동희 :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북한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싹을 마련한 것 같아요. 이걸 잘 키워가면서 새로운 싹들을 또 키워가야죠.

진행자 : 앞으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세분 말씀 감사합니다.

한남수, 문동희, 김지연 : 감사합니다.

고성부터 파주까지 300 킬로미터. 사실 잘 닦여진 남쪽 고속도로에서 300 킬로미터는 빠르면 3시간 늦어도 4시간이면 돌파하는 거립니다. 이런 길을 이 친구들은 자전거로 꼬박 4박 5일을 달렸습니다. 힘들게 돌아온 길이지만 함께 왔기에 값집니다. 사실 지금은 우리는 동서로 밖에 한반도를 지나지 못하죠. 중간을 막고 있는 휴전선을 관통해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갈 수는 없습니다. 자전거를 타며 모든 학생들이 한번쯤은 떠올려봤을 한라부터 백두까지 자전거 행진... 그 길이 멀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젊은 그대> 오늘은 지난 7월 21일부터 4박 5일간 한반도를 동서로 달린 젊은 청년들을 만나봤습니다. 저는 다음 시간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