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남한 사회의 모든 것, 아르바이트로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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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 입니다.

아르바이트, 줄여서 '알바'는 임시로 하는 일, 시간제 부업을 뜻합니다. 저희 방송에서도 '알바' '아르바이트' 자주 듣는 말이죠? 외래어지만 남쪽에서는 흔하게 사용됩니다. 그만큼 아르바이트를 많이들 한다는 얘기입니다.

아르바이트는 일한다는 뜻의 독일어인데요. 세계 2차 대전 이후 실직자가 많이 나오자 독일 정부와 대학이 나서 임시 일자리를 만들며 시작됐습니다. 예전엔 대학생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면서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났고 아르바이트는 대중화됐습니다.

바로 지금 같은 방학 기간이 학생들에겐 아르바이트 하기 가장 좋은 시기인데요. 남쪽에 온 탈북자들도 정착 초기엔 이런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도 벌고 남쪽 사회도 알아 갑니다.

오늘 <젊은 그대> 여러분께 '아르바이트'를 소개합니다. 이 시간 남쪽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김윤미, 양승은 씨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김윤미, 양승은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두 분 다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 있으세요?

김윤미 : 저는 화장품 가게, PC 방, 방청객 알바도 해보고 식당일도 해봤어요.

진행자 : 방청객 알바는 뭔가요?

김윤미 : 방송국에서 프로그램 만들 때 관객으로 참여해주는 거예요. 출연자들의 말에 호응해주고 박수 쳐주고 그런 알바입니다. 재밌을 것 같았는데 이동도 많고 대기하는 시간도 길고 쉽지 않아요.

진행자 : 식당일도 많이 하던데 윤미 씨도 해봤네요?

김윤미 : 네, 저는 식당이 제일 힘들었어요. 음식도 나르고 바쁘면 설거지도 하고 그랬는데요. 작은 식당이었는데 거기서 살면서 일 했어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저녁 11시까지 일 했는데 진짜 죽을 뻔 했어요.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때 한 2달 버텼는데요. 그때 너무 힘든 기억이 있어서 이후엔 다시 안 해요.

진행자 : 윤미 씨가 남한에 와서 대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얘기인가요?

김윤미 : 네, 하나원 나와서 일주일 만에 알바를 구했는데요. 그게 화장품 가게였어요. 그것도 온 종일 서있어야 하니까 힘들더라고요. 앉고 싶은데 옆에 분들 눈치 보여서 앉을 수도 없고요. 제가 학원에 갈 때까지 거의 4개월을 일 했어요. 일은 힘들어서 매일 그만 두고 싶었는데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정이 있었어요. 그것 때문에 좀 오래있었죠. 처음 남한 사람들과 친해진 것이었는데 힘들다기보다 재밌었습니다.

진행자 : 남한에 처음 와서 바로 학교에 가지 않고 보통 준비 기간이 있잖아요? 이 기간 동안에 알바하면서 사회 경험을 쌓는 것 같아요. 그럼 윤미 씨는 남한 사회의 모든 걸, 알바에서 배웠다? (웃음)

김윤미 : 알바와 학교에서 배웠죠. (웃음)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게 가장 좋은 적응 방법인 것 같아요.

진행자 : 자, 승은 씨 얘기도 들어봐야죠. 남한 학생인 승은 씨는 무슨 아르바이트를 해봤나요?

양승은 : 카페, 레스토랑에서 일 해봤고 지금은 학생에게 영어 가르치는 과외를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과외 아르바이트도 학생들이 많이들 선호하는 알바죠? 급여도 다른 알바보다 좋고요. 카페는 찻집, 레스토랑은 식당이네요.

양승은 : 음료 만들고 계산하고 뒷정리 해주고 그런 알바에요. 제가 직접 음료를 갖다 주는 게 아니고 요즘은 손님이 와서 주문해서 음료를 받아가는 그런 곳이 많잖아요? 그런 커피 집에서 일했어요. 한번은 크고 맞선을 많이 보는 그런 찻집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요. 토요일 날은 찻집 전체에 다 맞선 손님들로 채워지고요. (웃음)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진행자 : 승은 씨도 많이 해봤네요. 예전에는 학생들이 가장 손쉽게 하는 알바가 햄버거 가게였는데 요즘 학생들은 커피집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직종이 워낙 다양해 지다보니 신기하고 재밌는 아르바이트도 많아요. 한 알바 주선 업체에서 홍보를 위해 내놓은 일명 '천국의 알바'도 재밌습니다. 호주에서 펭귄 먹이주기 아르바이트, 남태평양의 한 섬에서 바다 상어에게 먹이주고 관광 레저 업무 담당하는 아르바이트... 비행기 표는 제공한답니다.

양승은 : 위험한 거 아니에요? 현지에 할 사람이 없으니까 비행기 표까지 줘서 데려가는 게 아닐까요?

진행자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경쟁자들은 엄청났다고 하네요.

김윤미 : 친구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라는 것 아세요? 해보려고 등록까지 했는데 연락이 안 와서 아직 한 번도 못해봤는데요... (저는 말만 들었지 진짜 있는 줄은 몰랐네요) 진짜로 있더라고요. 요즘 하도 바쁘게 사는 세상이다 보니까요. 결혼식 같은 행사가 있어도 친구들이 못 오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친구가 너무 없으면 보기 좋지 않으니까 이렇게 친구 대행 알바를 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양승은 : 이해가 안 돼요. 어떻게 했기에 결혼식에 올 친구가 없죠?

진행자 : 지방사는 사람이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거나 평일에 결혼을 하거나 하면 하객이 거의 못 오는 경우도 있고... 사정이 있겠죠.

김윤미 : 인기가 꽤 많아요. 순서를 한참 기다려야 한답니다.

진행자 : 사실 이 아르바이트만 봐도 남한 사회의 여러 가지 면을 알 수 있네요. 요즘에는 이런 것도 있는 세상이다 이런 거요... 두 분 다 아르바이트 3-4 가지는 해본 것 같은데요. 이런 알바들은 왜 하셨어요?

김윤미 : 처음에 와서는 돈을 벌겠다는 욕구가 많았어요. 그리고 돈을 벌어서 사회도 알고 싶었고 그렇게 시작했는데요. 처음에는 두려웠어요. 화장품 가게에서 일할 때는 화장품 상표를 하나도 몰랐어요. 손님들이 물어보면 뭘 찾는지를 몰라서 언니랑 오빠들이 많이 도와줬고요. 또 말투 때문에도 조선족이냐고 많이 물어보고... 그때는 그런 게 너무 힘들고 두려웠어요. 근데 동네 할아버지들, 할머니들은 맏며느리 감이라고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굉장히 예뻐해 주셨어요. (웃음)

진행자 : 북쪽에서 왔다고 얘기하셨어요?

김윤미 : 네, 어떤 분들은 와서 고생 많다고 그러시는 분들도 있고 그냥 그러냐고 별일 아니라는 듯 넘어가는 분들도 있고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 언니들이랑 다 잘 해주셨어요.

진행자 : 그렇게 돈 벌어서 뭐 했어요?

김윤미 : 모아서 북에 있는 엄마한테 보냈어요. 제 생활비로도 쓰고요. 처음에 나오면 살 것이 많아요. 또 사고 싶은 것도 많고요.

진행자 : 그렇군요. 승은 씨는 보통 부모님께 용돈 받지 않아요? 알바해서 번 돈은 뭐 했어요?

양승은 : 처음에 돈을 받았을 때는 부모님께 선물 했고요. 나머지는 제가 필요한 곳에 썼습니다. (웃음)

진행자 : 근데 요즘 등록금이 너무 비싸서 대학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학교 다니는 친구들도 있던데요.

양승은 : 있어요. 하지만 학교 다니면서 일하기가 쉽진 않죠. 그런데 그런 친구들은 길이 열리더라고요. 장학금 같은 제도들이 있고요. 방학 동안에 열심히 해서 그걸로 학기 동안에 쓰고 그런 친구들도 있습니다.

김윤미 : 제 주변에도 한명 있어요. 공부도 원래 열심히 하는 친구인데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학교 끝나고 아르바이트를 해요. 제가 일주일에 두세번 학원 나가는 시간과 같거든요. 사실 저도 하고 싶었지만 그런 자리를 찾는 게 또 일이에요.

진행자 : 아르바이트는 돈을 벌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는 의미도 크죠?

양승은 : 네, 저는 앞으로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고 싶어서 그쪽으로 일을 해본 것인데요. 아르바이트 하면서 굉장히 즐거웠어요. 내가 생각하고 있는 분야가 내 적성에 맞나 한번 시험해본 셈이고 저한텐 적성에 맞는 것 같아서 결정에 도움이 됐어요.

진행자 :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학생들에겐 일종의 기회라고 해도 될 것 같네요.

김윤미 : 북한에는 이런 아르바이트라는 개념이 없잖아요? 이런 게 있다면 북한도 살 수 있을텐데...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하나원에서도 교육하면서 아르바이트에 대해 알려줘요. 공부하기 전에 아니면 정식으로 직업 잡기 전에 시간제로 이렇게 일하는 것이 있다고 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나가자마자 돈을 벌어야지 의욕이 많았죠.

진행자 : 북한에도 아르바이트란 개념만 없을 뿐 학생들도 다 일을 하잖습니까?

김윤미 : 다 집안일, 농사일이죠. 돈을 받고 일하진 않죠.

진행자 : 남쪽에서도 서비스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이 생겼는데요. 북쪽에서도 경제가 활성화되고 시간제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아르바이트가 자연히 만들어질 겁니다...

INS - 아르바이트 뉴스 클립 + 경험과 용돈 벌이를 위해 아르바이트 한다 학생들 인터뷰

요즘 같은 폭염에 가장 인기 있는 아르바이트가 뭘까요? 대형 얼음을 잘라서 상점이나 식당에 납품하는 얼음 가게 아르바이트, 또 빙상장이나 수영장 아르바이트가 천국의 알바랍니다.

여름 방학, 용돈과 등록금 또 경험을 위해 열심히 뛰는 젊은 청년들에게 더위도 비켜가는 것 같습니다.

<젊은 그대> 오늘 시간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