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INS - 방송 인서트
남한 방송에 요즘 탈북 여성들의 나들이가 잦습니다. 매주 일요일 밤 열시 방송되는 채널 A 방송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 줄여서 '이만갑'은 9명의 탈북 여성들이 고정 출연합니다.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평양, 은덕, 무산, 청진, 혜산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온 여성들이 북쪽에서의 생활과 남한 사회에서 정착하면 겪은 일들을 들려주는데요. 인기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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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오는 출연진들의 미모가 아주 돋보이는데 남한 유명 배우와 닮았다고 북한 김태희, 북한 심은하... 이런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탈북 여성들은 KBS 방송의 주말 간판 예능방송 <남자의 자격>에도 출연했는데요. 이런 현상을 놓고 한 외국 신문은 '탈북 여성, TV를 점령하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물론,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 문제가 지나치게 화제성으로 다뤄지고 또 일부 출연진들의 발언이 북한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비슷한 또래의 탈북 청년들 이 방송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오늘 <젊은 그대>에서 이 얘기 한번 나눠봅니다. 이 시간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이정민, 지철호 씨 함께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이정민, 지철호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많이 좀 시원해졌죠?
이정민 : 이만하면 살만 합니다. (웃음)
진행자 : 지난 주말이죠. 일요일 날 '남자의 자격' 보셨어요?
이정민 : 봤어요...
아무래도 방송이니까 과장된 부분이 있어요. 취지가 북한을 알리는 건데 북한의 체제 때문에 주민들이 힘들게 산다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요? 그러니까 주민들의 생활을 좀 알려줬으면 친근감을 주는 그런 얘기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남녀 사랑에 관한 것, 남자 친구에 대한 것... 이런 부분을 많이 물어봐요.
지철호 : 근데 남자의 자격에 왜 북한 여성들이 나왔나요?
이정민 : 남남, 북녀를 만나다... 이거죠. (웃음) 지난주에 2회에 방송됐고 다음주에 3회가 방송되는데요. 저는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는데요. 일단 전 방송이 탈북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철호 : 솔직히 북한 여성들이라면 우리랑 잘 통하고 맞는 구석도 있고 순수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건 뭐 여기 여성들보다 좀더... (웃음) 그리고 한 분은 결혼한 남성분과 함께 나왔는데요. 여성분이 북한군인 출신이었다는데 남자분이 처음 만날 때 간첩인지 뒷조사를 해봤데요. 그런 것을 보면서 한 가족을 이루는데도 이렇게 조사까지 해야 하는구나... 남쪽에서 아무리 결혼을 반대한다고 누가 뒷조사까지 해요? 그런 걸 보면서 좀 안타깝더라고요.
진행자 : 안타깝죠. 근데 사실 남과 북이 그런 상태라는 얘기죠?
이정민 : 그렇죠. 전 아침에 출근을 했더니 회사 이사님들이 다 같이 물어보시는 거예요. 너희 고향에도 해방산이 있냐고요. 방송 중에 북한에서 남녀가 연애를 하면서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곳을 '해방산'으로 부른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 얘길 물어보는 거죠. 근데 북한에선 아직 그렇게 자유롭게 표현하는 게 어렵잖아요? 체제의 경직성에 원인이 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자유롭게 안 돼요. 이런 부분은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죠. 또 '이만갑'이라는 방송에선 만경대 유희장이 일반 주민은 가볼 수 없는 곳이라고 말하던데 평양 사람들의 얘기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다면서요? 어쨌든 그래도 결론적으론 미녀들이 출연하면서 인기몰이도 하고 자연스럽게 북한 문제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다만 제작진이나 출연하시는 분들이 진실한 얘기를 전해주고 북한에 대해 깊게 인식시킬 수 있게 신경을 써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정말 길게 장수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봤어요.
진행자 : 이만갑...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방송도 요즘 화제죠?
이정민 : 네, 이 방송은 진짜 탈북자 중심으로 방송이 진행되니까 그게 좋아요. 거의 2-3개월 됐죠?
진행자 : 그 동안 방송에서 다뤄진 탈북자 얘기라는 게 탈북 과정에 대한 기록 영화, 탈북자에 관련된 사건, 정착이 어렵다는 얘기들이었는데 젊은 친구들이 나와서 장기도 보여주고 노래도 하고 희극인을 지망하는 친구가 나와서 웃기기도 하니까 분위기가 많이 다르더라고요. 근데 북쪽에서 온 남성분들은 너무 북쪽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측면에서 거부감이 있을 수 있는데 어떻습니까?
지철호 : 싫진 않아요. 다들 자유 사회에 와서 하고 싶은 말하겠다는데 그걸 말릴 수 없죠. (웃음)
진행자 : 철호 씨 주변 친구들의 반응은 어때요?
이정민 : 북한 남자들에게 묻지 마세요. 북한 여성들이 나서는 자체를 싫어해요. (웃음)
지철호 : 나오지 말지...
이정민 : 이렇다니까요! (웃음)
지철호 : 반응은 그렇게 긍정적이진 않아요. 남한 여성들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온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 (웃음) 하여튼 긍정적인 반응은 아닙니다.
진행자 : 여성들의 반응은 정민 씨한테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이정민 : 반반이에요. 근데 방송 게시판에 들어가서 댓글을 읽어보면 다 응원하는 댓글이에요. 어렵게 남한에 왔지만 씩씩하게 정착하는 모습이 좋다, 후원하고 싶다는 댓글도 있고요. 지금까지는 우리 탈북자들이 이런 아픔을 그냥 안으로만 품고 살았는데 이런 방송을 통해서 이게 흠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고요. 그리고 고정 출연진들 외에 계속 새로운 손님이 등장하는데요. 점점 지원자가 늘어난다고 해요. 탈북자들이 이 방송을 나쁘게 생각했으면 나온다고 했을까요? 특히 저는 같은 탈북 여성으로써 남남북녀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북한 미녀라고 나오는 사람들 보면 어째 저게 미녀인가 싶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번엔 진짜 미인에요. (웃음) 가재는 게 편이라잖아요? 어깨가 으쓱합니다.
진행자 : 지금 탈북 여성들이 출연하고 있는 이런 방송을 남쪽에서는 예능 방송으로 구분하는데요. 예능 방송은 정보를 전달하거나 보도하거나 이런 방송이 아니고요. 그냥 웃고 보자고 만드는 방송이거든요. 그래서 재밌는 부분이 더 많이 부각되는데요. 북한 문제가 화제성으로 다뤄진다는 비판도 있죠.
이정민 : 슬프고 아픔이 있고 사회에서 적응하기 어렵고 그런 것보다는 우리도 아픔이 있지만 이렇게 열심히 산다... 이런 게 더 좋지 않아요?
지철호 : 솔직히 탈북자들 가운데 누가 가족들을 북한 땅에 두지 않았고 누가 부모를 여의지 않았을까요. 다 아프고 그렇지만 그런 아픔을 가슴에 묻고 씩씩하게 살아간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건 좋습니다.
진행자 : 몇 년 전만해도 탈북 청년은 문제 청소년의 동의어 같았거든요. 이 방송에서도 탈북 청년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나오는 청년들, 다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사는 게 좋아 보입니다.
지철호 : 진짜 씩씩한 친구들 많아요. 그런 모습 보면 뿌듯하고 제가 그 일원이여서 더 좋고요.
진행자 : 두 분은 좀 방송 출연 제의가 들어오면 응해보실 의향이 있으세요?
이정민 : 지금 하고 있지 않잖습니까... (웃음) 앞으로 영역을 넓혀 볼까요?
진행자 : 철호 씨, 탈북 미녀들은 나왔는데 탈북 미남은 어떨까요?
지철호 : 왜 저한테 그러셔요...(웃음)
INS - '이만갑' 출연진 중 박예주 씨 : 북한의 실상이나 북한에서 공유하는 문화 등에 대해 얘기해요. 통일하려면 문화부터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미리 알기 위해서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확실히 요즘 화제의 중심에 있는 방송입니다. 북한에 대해 얘기하는 방송은 사실 탈북자들의 평가가 중요하죠? 여러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북한에서 어린 시절에 나와서 북한 체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세대들이 너무 단편적인 정보만 전한다... 또 재미를 위해 성형 수술이나 연애 등 자극적인 소재들만 부각된다...
무관심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는 측면에서 이런 논란도 사실 긍정적인 부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이것 같습니다. 한 시청자의 댓글에서 나온 말인데요. 방송을 보면서 탈북자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
오늘 <젊은 그대> 여기까집니다. 이 시잔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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