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오늘 <젊은 그대>는 <젊은 그대>가 아니라 <어린 그대>가 되겠습니다. 프로그램 사상 최연소 출연진들이 아닐까 싶은데요. '행복한 통일로'라는 시민단체에서 주최한 제1회 청소년 통일 스피치 대회, 통일 말하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6명의 청소년이 일주일간 독일 통일의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이 중에 김종표 군, 이수빈 양, 지하륜 양을 오늘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초등학교는 북쪽으로 소학교이고요. 남한에서 중학교 3학년은 북한 중학교 4학년에 해당합니다.
어린 학생들의 눈에 비친 독일 통일은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어리지만 생각은 어른 못지않게 진지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김종표, 이수빈, 지하륜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우선 간단한 소개하고 시작할까요?
김종표 : 안녕하세요. 저는 영선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종표입니다.
이수빈 : 안녕하세요. 저는 오륜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수빈이에요.
지하륜 : 저는 갈곡 초등학교 6학년 지하륜입니다.
진행자 : 네, 반갑니다. 스튜디오가 꽉 차네요. (웃음) 세 친구 모두 통일 말하기 대회에서 입상해서 그 상으로 독일을 다녀온 거죠? 통일 말하기 대회에서는 어떤 얘길 했어요?
김종표 : 저는 할머니가 실향민이세요. 그래서 평소에도 북한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는데요. 그래서 통일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고요.
이수빈 : 저는 통일에 대해서 그렇게 관심은 없었어요. 그런데 교회에서 한 친구를 만났는데 알고 보니 그 친구가 북한에서 온 친구였어요. 그 친구랑 친해지고 한국에 들어온 과정에 관한 얘기를 들으면서 진짜 통일이 빨리 되어야 하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통일 말하기 대회가 있는 것을 알고 나가게 됐어요.
진행자 : 북한에서 나온 친구라는 걸 알았을 때 어땠어요?
이수빈 : 놀라긴 했는데요.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저랑 진짜 다 비슷하거든요. 말투도 비슷하고 똑같이 여드름도 나고... (웃음) 처음에 어색했지만 곧 괜찮았어요.
진행자 : 막내 하륜양은 어떻게 나가게 됐어요?
지하륜 : 저도 할아버지가 실향민이세요. 전쟁 때 내려오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실 제가 외국에서 몇 년 살았는데요, 외국 사람이 저를 만나면 남한에서 왔니 북한에서 왔니 물어봤고 그럴 때마다 왜 이런 걸 물어볼까 궁금했어요. 이번에 통일 스피치 대회에서 나가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됐고요. 대회에서는 우리가 꼭 통일을 해야 하고 우리가 통일을 이뤄나갈 것이고 다 같이 바라야 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진행자 : 어쨌든 다들 통일 스피치 대회에 나간 계기가 있었네요. 그런데 사실 이 또래 친구들... 통일이나 북한 문제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지 않나요?
이수빈 : 네, 별로 관심이 없어요. 제가 통일 스피치 대회에 나간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네가 통일에 대해 관심이 있었어? 이렇게 물어서 좀 서운하기도 했는데요. (웃음)
지하륜 : 제 친구들도 비슷해요. 그 친구들 때문에 오기로 더 열심히 한 면도 있어요. (웃음)
진행자 : 독일에서는 언제 돌아왔어요?
김종표 : 지난 토요일이요. 근데 너무 짧았어요. 그래서 제가 가고 싶은 곳도 못 갔어요. (웃음) 사실 통일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곳이기도 한데요...
진행자 : 뭘 보고 싶었는데요? 혹시 축구장?
김종표 : 네! 어떻게 아셨어요?
이수빈 : 진짜 종표는 거기서도 내내 축구장 얘기를 했어요. 되게 서운했나 봐요. (웃음)
김종표 : 그래도 굉장히 좋았고 많은 것은 보고 느끼고 왔습니다.
진행자 : 수빈 양이랑 하륜 양은 어땠어요? 어디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지하륜 : 저는 책에서만 보던 건물이나 문화제를 직접 제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게 제일 신났고요. 인상적이었던 것은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두 도시가 너무 비교됐던 것이요. 그리고 사실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은 작센하우젠 수용소에요. 왜냐면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 때 우리 조상들도 그런 식으로 당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진짜 사람들이 너무 잔인하게 사람들을 죽였고 억울한 목숨이 많이 희생된 곳이에요.
이수빈 : 거기에서 갑자기 카메라가 막 작동이 안 됐어요.
진행자 : 네? 무슨 얘기에요?
이수빈 : 왜 그런지는 저희도 잘 모르겠는데 우리는 혹시 원한을 가진 귀신들이 그런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웃음)
지하륜 : 처음엔 좀 무서웠는데요.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무섭지 않았어요. 우리는 이런 일이 있었구나 슬퍼해주고 그 사람들이 당한 일들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귀신이 진짜 있어도 특별히 위험하게 하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웃음)
진행자 : 아... 정말 상상력 풍부합니다. 가이드 선생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지하륜 : 가끔 이런 일도 있습니다.. 하셨어요. (웃음)
김정표 : 제가 귀신이었어도 거기 머물러 있었을 것 같아요.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진행자 : 작센하우젠 수용소가 어떤 곳인지 누가 설명을 좀 해볼까요?
지하륜 : 유대인들이 세계 2차 대전 당시 나치들에 의해서 실험을 당하거나 죽음을 당했던 곳인데요. 노인이나 어린이 등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막 자르고 치아를 뽑고 그랬대요. 샤워한다고 사람들을 속여서 한 곳에 몰아놓고 독가스로 죽였다고 하고요. 진짜 너무 잔인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역사를 잘 못 됐다고 인정하고 이런 걸 보여주니 그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행자 : 작센하우젠 수용소는 하륜 양이 얘기한 것처럼 나치들이 잔인하게 유대인들을 수용하고 살해한 곳인데요. 이곳에서 10만 명의 유대인이 죽었다고 합니다. 슬픈 역사의 장소에 다녀왔네요. 또 아까 하륜양이 말했지만 옛 동독, 옛 서독 도시의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졌다고요?
지하륜 : 딱 가보면 프랑크푸르트는 높은 건물도 많고 서울 같아요. 근데 베를린은 1980년대 풍이라고 해야 할까요? 옛날 건물이 많아요. 통독한지 20년이 됐지만 아직도 차이가 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행자 : 독일이 통일한 지 20년이나 됐잖아요? 그래도 좀 분단의 흔적은 남아 있던가요?
이수빈 : 네, 베를린 장벽을 보면 느낄 수 있어요.
진행자 : 아! 그렇죠. 베를린 장벽이 있죠. 지금은 어떤 모습이에요?
김종표 : 일부가 남아 있긴 해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예술을 위한 도구로 사용돼 화가들이 그림을 많이 그려 놓았습니다. 베를린 장벽을 넘다 사망한 사람들의 추모비도 있고요. 그리고 특히 이런 역사적인 건물이 한순간에 무너진 걸 보면서 우리의 통일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큰 영광을 이룬 독일 국민들처럼 우리도 함께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베를린 장벽을 보면서 많이 생각했습니다.
진행자 : 사실 우리가 독일 통일의 현장을 보고 연구하는 이유는 우리의 통일을 위해 독일에서 어떤 점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요. 좀 어려운 질문이 될 수 있겠지만요. 세 사람은 우리가 어떤 점을 독일 통일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하륜 : 독일은 국민 전체가 통일을 원했어요. 그걸 보면 진짜 우리와 차이가 있죠. 제 친구들을 보면 통일을 하지 말고 그냥 따로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또 통일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면서도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대지 못하는 친구도 있고요. 그러나 독일 같은 경우는 사람들이 원했어요. 그리고 핵이나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대화를 통한 통일을 바랐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런 걸 보면서 좀 부끄럽기도 했어요.
이수빈 : 독일이 못 했던 걸 우리는 잘 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독일이 통일 이후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으니까 그런 부분을 우리는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종표 : 그리고 둘째 날에 우리나라에서 70년대 독일로 간 분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눴어요.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 간호사와 광산 노동자를 독일로 파견했다는데 그 분들을 만난 거죠. 한 분의 얘기가 저에게 큰 감동이었는데요. 그분들에게 물었어요. 통일의 그날 무슨 느낌이 드셨나요? 이 분은 독일국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우셨답니다.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언젠가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감 그리고 독일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느껴져서 울었다고 말씀하셨어요.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진행자 : 참 어른들이 독일 통일에서 얘기하는 건 경제적 어려움, 동서독의 화합 문제 등 부정적인 부분이 많은데요. 오히려 이 친구들의 얘기에서 좀 긍정적인 면을 보게 되네요. 어때요? 세 친구들 모두 동독에서 통일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고 온 건가요?
김종표 : 네, 그렇습니다.
진행자 : 이제 방학이 끝나고 학교가 시작했죠? 각자 친구들에게 들려줄 얘기도 많겠네요. 오늘 세분, 말씀 고맙습니다.
김종표, 이수빈, 지하륜 : 감사합니다.
이날 방송에 함께한 친구 중에 막내 지하륜 양의 꿈이 통일 플래너, 그러니까 통일 기획자랍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직업이 탄생했는데요. 하륜 양 뿐만 아니라 미래의 한반도를 함께 살아갈 남한과 북한의 모든 청소년들이 통일 플래너가 돼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일단 이 친구들이 그리는 미래는 우리 기성세대들이 그리는 통일의 모습보다 밝고 긍정적이라서 좋았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인터뷰를 들으면 저와 비슷한 생각하셨을 것 같은데요. 이 친구들이 만들어날 미래, 어떤 모습일지 기대됩니다.
오늘 <젊은 그대> 통일 독일의 현장을 다녀온 김종표 군, 이수빈, 지하륜 양과 함께 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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