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됐습니다. 대학들에서는 이제 막 수강 신청, 본인이 듣고 싶은 강의를 신청해 시간표를 짜는 기간이 마무리됩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수강 신청을 하기 때문에 이것도 굉장히 복잡하더라고요. 이제 추석이 끝나면 본격적인 학교 공부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반갑지 않은 시험도 이어질 텐데요. 남쪽은 보통 한 학기마다 2번씩 일 년에 4번 시험을 봅니다. 북쪽보다는 횟수가 많죠? 시험 출제 방식도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 <젊은 그대>에서는 이 시험 얘기 해봅니다.
오늘 시간도,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지철호, 김윤미 씨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지철호, 김윤미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은 시험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별로 반갑지 않은 주제인가요? 지난 학기, 시험들 잘 보셨어요? 성적 잘 나왔습니까?
김윤미 : 성적 얘기만 나와도 두려운 건데...(웃음) 항상 새 학기 시작하면 이번 학기에는 지난 학기보다 잘 받아야지 하는 각오를 해요. 근데 그게 부딪치는 게 많고 모르는 것도 많아서 어렵긴해요. 그래도 지금은 좀 자신감이 생겼어요. 학교 공부도 이제 2학년이 되다보니 많이 적응한 것이 저에게도 직접 느껴지거든요. 그래도 처음 결심이 식지 않고 쭉 가는 것이 지금 제 바램입니다.
지철호 : 새 학기가 시작돼서 심적으로 복잡하긴 한데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좋은 학점 받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진행자 : 남한이나 북한에나 학생들, 시험 보기 싫어하는 건 똑같죠?
김윤미 : 똑같죠.
진행자 : 그럴 줄 알았어요. (웃음) 시험은 어떻게 봐요?
김윤미 : 일단 종이를 자기가 준비해 가요. 그리고 여기는 객관식과 주관식이 있지만 북쪽은 거의 주관식이에요. 예를 들면 혁명 활동...이런 과목에서는 날짜나 장소 같은 것이 중요하잖아요? 그걸 책에 나온 대로 그대로 외워서 그대로 써요.
지철호 : 사실 여기는 주관식, 객관식 따로 있으니까 혼동이 많이 되요.
진행자 : 지금 두 분이 객관식, 주관식 얘기를 했는데 청취자들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김윤미 : 모르죠. (웃음)
지철호 : 저도 지금까지 헷갈리는 데요.(웃음)
진행자 : 아.. 그렇군요. 주관식은 서술식 문제, 객관식을 보기를 내주고 4가지 또는 5가지 보기 중 정답을 골라라 하는 것이죠. 남쪽 시험에서는 이 두 가지가 섞여있죠. 또 듣기 평가라는 것도 있고요.
지철호 : 북한에서는 화학이나 이런 데, 예시나 도표가 나와야 하는 수학 문제 중에 한두 문제 빼고는 나머지는 다 주관식이요.
진행자 : 그럼 시험을 찍어서 잘 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네요.
김윤미 : 북쪽에서는 내가 시험을 보는데 몰라서 백지를 냈다하면 점수를 예상할 수 있죠 바로. 빵점이구나... 여기 객관식은 틀려요. 운이 좋으면 몇 개는 맞아요. 그래서 마음은 놓여요. 안도감이 있어요. (웃음)
진행자 : 그래서 남쪽 시험이 쉬워요?
지철호 : 이제야 익었죠. 옛날엔 아주 (낯)설었죠. 어찌하나 황당하고...
진행자 : 시험 채점도 사람 손으로 안 하고 컴퓨터화 돼있으니까 주요 시험은 다 컴퓨터 OMR 카드에 특수 펜으로 표시를 하게 돼 있잖아요? 그래서 더 설었을 것 같은데요.
김윤미 : 맞아요. 처음에 제가 학교가기 전에 양장기사 자격시험을 봤는데 시험을 어떻게 치냐고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찍으면 된데요. 열심히 설명해주는데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방식이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언니들도 답답해서 사인펜을 막 사주면서 이걸로 정답을 칠하면 된다고 알려줬어요.
진행자 : 컴퓨터 시스템 그런 걸 모르니까.
김윤미 : 일단 들어갔는데 옆에서 쑥쑥 답 칠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나는 막 틀릴까봐 얼마나 긴장했는지 몰라요. 막 답을 한 칸씩 밀려서 표시하면 어쩌나 싶고요... 두 번째는 운전면허 자격증 시험이었는데 이건 또 컴퓨터에서 직접 시험을 봐요. 이것도 진짜 설더라고요.
진행자 : 컴퓨터로 치는 시험도 요즘 꽤 많죠. 그래서 어떻게, 시험은 붙었어요?
김윤미 : 네! 한 번에 붙었어요. 정말 자랑스러웠어요.(웃음)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게 나도 잘 할 수 있다 이렇게.
진행자 : 남쪽은 일 년에 보통 4번 시험을 봐요. 한 학기에 중간, 기말 고사... 북쪽은 어때요?
지철호 : 북쪽은 쪽지 시험은 많이 치는데 큰 시험은 일 년에 두 번 정도만 보면 되요.
진행자 : 사실 뭐, 학교 졸업하고도 자격증 시험도 있고 시험의 연속입니다. 근데 사실 저는 좀 의외네요. 객관식은 정형화 되서 보기로 나온 것 중 하나를 찍으면 되요. 주관식을 주관적으로 서술하라... 즉, 시험 보는 학생들이 더 많이 생각하고 자신의 주관을 갖고 문제를 설명하고 풀어라 이런 것이잖아요? 그래서 요즘 남쪽에서는 주관식을 더 늘리고 있는 추세인데요. 단순히 생각하면 오히려 북쪽이 객관식이 더 많을 것 같거든요?
김윤미 : 그러니까 줄줄 외워서 고대로 쓰는 주관식 시험인 거예요. 여기처럼 내 감정이나 생각을 대입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책을 토씨 안 틀리고 옮기는 시험인거죠. 결국 혁명역사나 활동에 대해 얼마나 잘 외우고 있느냐가 평가 기준이 되는 거죠.
진행자 : 외운 것을 옮기는 주관식이라는 얘긴가요?
김윤미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진짜 그건 너무 한 것 같아요. 정말 졸졸졸 외워서 그걸 잊어버리기 전에 정신없이 시험지에 내려 쓰는 거죠. 아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의미 없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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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북쪽에서는 공부 열심히 하셨어요?
김윤미 : 저는 고등중학교 4학년까지는 공부 열심히 했어요. 그 다음 2년은 아예 안 했어요. 원래 5, 6학년이 중요한 시기인데 그때 공부를 안 하다보니까 여기 와서 기초가 많이 부족한 걸 절실히 느껴요. 그런데 제가 공부하기 싫어서 안 한 것이 아니라 환경이 그렇다보니까 못한 거죠. 아마 저뿐 아니라 거의 다 공부를 안 해요. 남자들은 나무하고 여자들은 나물 캐고... 내가 공부를 한데서 미래가 마련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진행자 : 아무래도 미 공급 시기니까 그랬겠죠?
김윤미 : 그렇죠. 저 같은 경우도 엄마가 뭐라도 얻으러 할머니네 올라가시면 집안 살림을 책임져야 해서 아예 학교를 안 갔어요. 그러다보니 공부에 취미도 없어지고... 사실 우선 생계 걱정이고 다음이 공부. 공부는 해봤자 미래가 없으니까 안 하는 거죠.
지철호 : 북한은 소학교, 지금 인민학교가 4년 과정인데 그때는 그래도 부유하지 않았어도 공부를 하면 뒷받침해줄 수 있을 정도는 됐어요. 제가 96년에 고등중학교 올라갔는데 그때가 북한이 고난의 행군 시기였어요. 일단, 집에 먹을 것이 없었어요. 학교도 못 나가고 학교를 나가도 선생님 소유의 소토지 밭에 김도 매줘야 했고요. 정말 호미만한 얘들이 호미를 들고 농촌 동원을 나가서 농사를 지었어요. 거의 학생이 아니고 농사꾼처럼 살았죠. 고등중학교 1-2학년까지 나가다가 나머지는 안 나갔죠. 솔직히 북한에서는 공부를 하려면 집에 경제적인 조건이 정말 중요해요. 여기서는 내가 자수성가하거나 열심히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북한에서는 한계가 분명하거든요.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니까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거죠. 물론 뭐... 제가 맏이는 아니라 집안일을 많이 한 건 아니에요. (웃음) 그런데 저희 형이 당시에 다쳐서 뒷바라지해야했거든요. 정말 저는 12살부터 물지게를 지었어요.
진행자 : 공부라는 게 정말 사치인 그런 상황이네요. 그죠? 지금 남쪽에 와서 두 사람 다 하고 싶은 공부하고 있는데 어때요? 힘들긴 해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김윤미 : 올 때부터 저는 그 결심을 했어요. 가면 공부를 하겠다. 진짜 공부하고 싶다... 근데 그게 굽혀 안지더라고요. 사실 남쪽에 와서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아니, 네 나이에 무슨 공부냐 그냥 돈이나 벌어라 이런 식으로요. 막 코웃음 치고 시집이나 가라 이렇게 얘기하고요.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좀 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이런 말들이 제가 더 공부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그래, 내가 도전해 볼게. 내가 도전해서 너네들한테 꼭 보여줄게... 그리고 이후에 진짜 이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어요. 내가 욕심낼 수 있는 만큼 다 내서 배워보고 싶어요.
지철호 : 처음에는 내가 진짜 그 땅에 들어갈 때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솔직히 부족하고 열악한 곳이니까 처음엔 내가 학교에 가서 배워야만 나중에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여기 사는 것 자체가 학교인 것 같아요. 남한에서 사는 것 자체가...
진행자 : <젊은 그대> 오늘은 시험 얘기를 해봤습니다.
다음 주 시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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