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문제는 술인가 사람인가: 대학에서 음주 금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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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지난 5일 남한의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표했는데요. 개정안에는 대학 내에서 주류 판매와 음주를 금지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대학 내 잔디밭은 물론 동아리 방, 기숙사 안에서 술은 못 마신다는 겁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대학 캠퍼스는 대학생들만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청소년들과 시민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장소"라며 "대학의 술 문화가 바뀌지 않고는 우리 사회의 술 문화를 바꿀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우리 민족이 좀 술에 대해서 관대한 편이죠? 술 취해서 한 실수에 대해서도 사람이 한 일이 아니라 술이 한 일이라며 조금 봐주는 편이었고요. 이제 이런 술 탓을 봐주지 않겠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한 찬반 논란은 뜨겁습니다.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오늘 <젊은 그대>에서 이 얘기 나눠봅니다. 이 시간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김윤미, 양승은 씨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김윤미, 양승은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 시작했죠? 바쁘겠어요?

양승은 : 넵! 오늘도 학교 끝나고 바로 달려왔어요. (웃음)

진행자 : 제 경험상은 이렇게 새 학기 시작할 때 교수님이 한 잔, 선배들이 한 잔, 친구들이 반갑다고 한 잔... 제일 술자리가 많았던 것 같은데 어떤가요. 요즘은?

김윤미 : 친구들을 만나서 반갑다고 밥은 함께 먹으러 가는데요. 술을 먹자는 말은 잘 들어본 적이 없어요.

진행자 : 윤미 씨는 술을 별로 즐기지 않나 봐요?

김윤미 : 네, 저도 별로 즐기지 않고요. 제 주변에도 그런 친구는 없어요. 끼리끼리 모인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만 딱히 그런 게 아니라 요즘은 선후배 사이에 그런 모임이 예전만큼 많진 않고 그런 자리가 있어도 참석하라고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에요.

진행자 : 취한 모습도 보여주고 그래야 사이가 돈독해 진다고 술자리가 마련되고 그런 것 아니었나요? 요즘 세대들은 좀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양승은 : 아직 그런 문화도 남아 있고 저도 그런 얘기엔 동의하지만 별로 술 마실만한 여유가 없이 각자 바쁜 것이 문제죠.

진행자 : 두 분은 일단 술을 별로 안 즐기는 것 같네요.

양승은 : 네, 별로... (웃음)

김윤미 : 저는 냄새도 별로 안 좋아 합니다.

진행자 : 그런데 제가 시작하면서도 얘기했지만 대학 내에서 음주가 금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혹시 보도를 보셨는지 모르겠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양승은 : 전 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다 성인이잖아요? 학교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축제 같이 특별한 때나 마시는 경우가 많고요. 게다가 교내에서 맥주 한두 잔은 그냥 좀 여유와 낭만으로 봐줘야 하지 않을까요?

김윤미 : 저도 승은 씨와 비슷한 의견에요. 제가 학교에서 학생들이 그렇게 심하게 술을 마시고 난장판을 만드는 걸 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걸 법으로까지 정해서 규제해야 하나 싶어요. 분명 애들이 좋아 안 할 것 같아요. (웃음)

진행자 : 아니, 두 분 다 술은 안 좋아한다면서요? (웃음)

김윤미 : 네! 술은 안 좋아해요. 그런데 축제 같은 경우에는 음주를 금지시킨다는 건 자율 제한의 문제 같아요. 교내에서 술 마시고 문제 생겼다는 얘기보다는 학교 밖의 식당이나 술집에서 마시고 문제 생기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요?

양승은 : 생각해보면 문제가 있으니까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우리 학교에 없다고 다른 학교에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김윤미 : 그럴 수도 있네요. 지금 방금 생각한 사건도 하나 있고요. 저는 술을 즐겨하지 않기 때문에 별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 동안은 진짜 별 고민 없이 학교에서 술 마시는 것도 응당 괜찮다고 생각해왔네요.

진행자 : 이렇게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그런데 저도 이 보도를 보고 든 생각이 '대학 축제 때도 술을 못 마신다는데 그럼 뭘 하지?'였습니다. 술 마시는 것 이외에 다른 문화가 별로 없다는 얘기도 되는 거죠.

양승은 : 맞아요. 그렇지만 이런 법안 때문에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문화를 찾을 수도 있고요. 분명 다른 놀이 문화도 많잖아요? 긍정적인 부분도 있는데요? (웃음)

진행자 : 윤미 씨, 남북의 술 문화를 비교하면 좀 어때요?

김윤미 : 북쪽도 남자들은 진짜 술을 좋아하죠. 없는 살림에 술을 마시기 위해서 집안 살림을 부인 몰래 내다 파는 사람도 있고 못 말리는 주정뱅이도 많죠. 우리 아버지도 진짜 술을 좋아했는데요. 폭음은 아니지만 매일 매 끼니 마다 드셨어요. 저는 그런 아버지가 이해 안 됐고 술에 취해 있는 것도 싫었어요. 사실 엄마가 술을 뽑아 팔았는데요. 남자들은 부인 몰래 쌀을 퍼내서라도 사먹죠. (웃음)

진행자 : 남이나 북이나 술이 원수라는 얘기가 절로 나오게 하는 분들이 꽤 있네요. (웃음) 그럼 여성들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김윤미 : 이제는 여성들이 술 마시는 것이 좀 가능해졌죠. 10년 전 만해도 여자, 남자가 같은 자리에서 술 마시고 그러면 손가락질 받았어요. 노는 아이라고 손가락질 하죠.

양승은 : 북쪽에서도 남자, 여자 술을 함께 마시고 그런 기회가 있어요?

김윤미 : 있어요. 그런데 지금 말한 것처럼 삐딱하게 보죠.

진행자 : 두 분 다 지금 여자 대학교를 다니는데요. 여대의 음주 문화는 어떻습니까?

양승은 : 여자가 술 마신다고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당연히 없죠. 여자 대학이라고 더 마시고 덜 마시고 이런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담배도 당당하게 피는 분위기인데요. 물론 더러 쳐다보긴 하지만요. (웃음) 여자가 술을 마시네?? 이런 말은 당연히 없죠.

김윤미 : 남쪽의 여자들은 북쪽에 비하면 권위가 있죠. (웃음) 근데 진짜 남자고 여자고 술을 마시는 건 좋은데 좀 예쁘게 마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술 취해서 막 돌아다니고 그러면 처벌을 하는 건 어떨까요? 술 마시고 휘청거리는 건 여자, 남자 성별을 떠나서 다 보기 좋지 않아요. 그러니까 술에 취해서 기억이 안 나거나 주사를 해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막 취하고 그러는 거잖습니까?

진행자 : 아니, 윤미 씨 처음에 시작할 때 대학 안에서 음주 금지하는 게 너무 심한 결정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웃음)

김윤미 : 아니, 그건 학교 내에서 한해서 한 얘기이고요... (웃음)

진행자 :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없는 것 같네요.

양승은 : 근데 진짜 술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술을 즐기는 문화가 문제인 것 아닌가요?

김윤미 : 남이나 북이나 남자들이 다 말이 참 없는데요. 말을 하고는 싶고 결국 술의 힘을 빌려서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술을 더 마시게 되고요. 또 술을 마시고 그러면 사람들과 더 가까워진다는 그런 생각은 좀 바꿀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민들 인터뷰 : 대학생 음주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대학 잔디밭에 선후배가 탁주잔 앞에 놓고 사회와 미래에 대해 얘기하던 낭만이 사라졌다, 단속을 이용해 통제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면에 과도한 음주는 대학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이며 대학도 예외가 아니라는 찬성 의견도 있습니다. 정부는 초중고와 대학교 등 학교 내에서 주류 판매는 물론 음주까지 금지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할 예정입니다. 이를 어겨 술을 판매할 경우 5천 달러(5백만 원) 이하, 술을 마실 경우 백 달러(1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습니다. 주류 광고 규제도 엄격해져서 주류 광고에서 출연자가 술을 마시는 장면은 등장할 수 없게 됩니다.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인데요. 청취자 여러분들은 이런 남쪽 정부의 법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젊은 그대>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릴게요.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