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젊은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취미'는 사전적인 의미로 전문적으로 하는 일이 아닌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을 말합니다. 예전엔 사람들에게 취미를 물으면 나이에 관계없이 우표수집, 책 읽기, 영화 감상 아니면 음악 감상... 이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젊은 세대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정말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옵니다.
INS - 은주 씨나 희문 씨는 특별한 취미 있어요? 희문: 저는 프로레슬링이요. 정말 좋아해서 경기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카페를 만들어서 운영하기도 했어요...
얼굴이 하얗고 얌전해 보이는 인상의 희문 씨의 입에서 의외의 답이 나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얼마 전 남쪽의 한 20대 여자배우는 취미로 권투를 배우고 신인 선수 선발대회에 출전해 화제가 됐는데요. 권투 정도는 특이한 취미도 아닙니다. 더 다양해지고 깊어지는 취미의 세계, 오늘 <젊은 그대>에서 소개합니다.
장희문 : 미국에는 프로 레슬링이 있어요. 그냥 우리가 올림픽에서 볼 수 있는 일반 레슬링 경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각 링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건 같은데 그 안에 갈등 관계가 있고 대립 구도도 있고 마치 한 편의 영화같이 이야기가 있는 레슬링 경기죠. 저는 경기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 또 해보는 것도 좋아해서 학교에서 친구들과 레슬링을 직접 해보기도 하고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프로 레슬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카페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몇 명 없었는데 자꾸 레슬링 동영상, 신문 기사 모음 같은 자료를 올리니까 나중에는 회원숫자가 24만 명이 육박했어요.
진행자 : 그 사람들이 다 레슬링을 좋아한다는 얘기에요?
장희문 : 네, 그렇죠. 제가 고향이 충북 제천이라는 곳인데요. 그곳 인구가 10만을 조금 넘어요. 제천시 인구 2배 되는 인구가 제 인터넷 카페를 거의 매일 찾아 들어왔다는 얘기예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4년 정도 운영했는데 정말 즐거웠어요. 사람들에게 제가 좋아하는 레슬링을 소개하는 것도 보람 있었고 레슬링도 실컷 볼 수 있어 좋았고요. 나중에는 공부를 해야 하니까 그만 뒀죠.
진행자 : 지금도 좋아해요?
장희문 : 지금도 좋아하긴 하는데요. 이 프로레슬링의 전성기가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딱 그때까지였어요. 지금은 별로 인기가 없어요. (웃음) 후발 주자인 K1에 인기를 빼앗겼죠.
진행자 : 마니아... 어떤 것을 열광적으로 좋아해 매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희문 씨가 그러네요. 그런데 희문 씨뿐 아니라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정말 취미에 한번 빠져도 이런 식으로 굉장히 전문적으로 하더라고요. 은주 씨는 어때요?
김은주 : 저도 레슬링 좋아해요. 어머니가 굉장히 좋아해서 가족들이랑 함께 봤어요. 2005년 즈음에 진짜 엄청 인기 있었거든요. 연속극보다 더 많이 봤어요. (웃음) 그렇지만 레슬링이 제 취미는 아니고요. 제 취미는 고전적입니다. 책읽기와 향수 모으기요. 저는 희문 씨같이 깊게 빠진 건 아니고 그냥 심심할 때만 하는 취미죠. 예전엔 웹 디자인이라고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었어요. 너무 빠져서 이걸 직업으로 하면 어떨까 해서 더 깊이 공부를 했더니 그때부터는 취미가 아니고 일이 돼버린 거예요. 그러면서는 그 일을 더 이상 즐길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접었습니다.
진행자 : 이상하죠? 같은 일인데 취미가 일이 돼버리면 왜 재미없어질까요? 아마 부담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요즘엔 정말 여러 가지 취미 생활이 있어요. 취미를 물어보면 예전엔 책읽기, 영화감상 정도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예상 밖의 답변을 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장희문 : 세상이 옛날보다 다양화됐잖아요. 그러다보니 매체에서도 굉장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고 우리가 보고 누릴 수 있는 것이 일단 많아졌잖아요. 학교 기숙사에서 저하고 방을 함께 쓰는 형은 프라모빌 만드는 게 취미에요. 프라모빌은 플라스틱 모형을 말하는데요. 로보트나 총, 자동차를 본 딴 플라스틱 모형을 조립하는 겁니다. 조각을 뜯고 붙이면서 완성의 기쁨을 느끼는 거죠. 그 형이 한두 개씩 만들더니 이제는 아예 로버트 군단이 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웃음) 그리고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 땄을 때는 저도 취미로 수영을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바로 수영 강습을 등록하기도 했어요.
진행자 : 동네 수영장이 미어터질 정도였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장희문 : 또 요즘은 김연아 선수 때문에 취미로 피겨 스케이트 배우는 사람도 늘어났다고 해요.
김은주 : 아, 그게 취미로 가능한가요?
진행자 : 물론, 김연아 선수처럼은 못하겠죠.(웃음) 그래도 비슷하게 좀 배워보는 거죠. 요즘엔 또 특히 각광받는 취미가 춤인 것 같아요.
김은주 : 제가 몸치라고 춤을 못 추긴 하는데 제가 너무 배워보고 싶어서 학교에서 수업을 들었어요. 근데 배워보니까 정말 취미로 딱이더라고요. 재밌고 신나고 스트레스 풀려요.
장희문 : 저는 얼마 전에 연극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참여하고 보니 함께 하는 사람들이 다 직업 연기인이 아니라 직장 다니면서 취미로 본인들이 대본도 쓰고 무대도 만들고 연기도 하시는 분들이었어요. 굉장히 멋져보였는데요. 그런 것 외에 또 겨울엔 스키도 타고 스노우 보드도 타고... 일일이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취미들이 있습니다.
진행자 : 재밌는 조사 결과도 있었던데요. 생활이나 공부, 일에서 오는 정신적 압박... 스트레스라고 하죠. 이걸 무엇으로 푸느냐 물었더니 30대는 술, 20대는 취미 생활이라고 답했네요.
장희문 :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 취미 생활을 하면서 나에 대해 돌아볼 수 있어요. 아, 내가 이런 것을 좋아했네, 이런 걸 잘 할 수 있구나... 그래서 취미 생활에 빠져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매진해 보는 것은 나한테 굉장히 건설적인 일 같아요.
진행자 : 근데, 이런 젊은 세대들의 다양한 취미 생활을 기성세대는 이해하지 못하는 면도 있죠?
장희문 : 이해 못하시죠. 예전에 레슬링 볼 때도 아버지가 옆에 앉으시면 제가 막 설명해드리고 그랬거든요? 근데 그냥 좀 듣다가 방으로 슬쩍 들어가시죠. (웃음) 그래도 조금만 노력하면 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 세대들은 대개 다 컴퓨터 게임을 즐겨 해요. 한번은 게임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들어오셔서 제가 한판 붙자고 게임을 시작해서 나중엔 함께 게임을 자주했어요. 그러면서 아버지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니 좋더라고요.
진행자 : 부모 세대에 비해 요즘 젊은 세대는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이런 취미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도 훨씬 좋습니다. 특히, 가치관도 변한 것 같아요. 좀 더 여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장희문 : 네, 요즘은 굶는 걸 걱정하진 않으니까요. 일에만 매진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좋은 걸 하면서 사는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여유가 생긴 게 아닐까요? 또 기성세대는 공부나 일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반면에 젊은 세대들은 일도 공부도 중요하지만 즐기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저도 그렇고요.
진행자 :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일 것 같은데요.
장희문 : 그건 그렇죠. 근데 저도 돈 걱정 때문에 돈이 안 드는 취미 생활을 찾았습니다. 바로 소설과 시 쓰기요. 돈 안 들잖아요? (웃음) 돈이 필요하긴 한데, 사실 돈보다는 필요한 건 마음인 것 같아요...
INS - 인터뷰 - 어떤 취미 생활 하세요?
지금 흘러나오는 곡은 S1 이라는 악단의 '단발머리'입니다. S1은 직장인들이 취미로 모여서 하는 악단인데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한 걸 봤는데 연주 실력이 최고는 아니지만 그 방송 출연한 악단 중에서 가장 신나 보였습니다.
남쪽에선 취미 생활이 젊은 세대뿐 아니라 나이든 세대들에게도 필수적인 것으로 인정받습니다. 수명이 늘어서 환갑이 청춘이라는데 은퇴 이후 인생을 보내기 위해 취미가 중요하다는 얘기죠. 얼마전 본 북쪽 신문에서도 인생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방법으로 취미 갖기를 권하던데요. 사실 대부분의 주민들에게는 거리가 먼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생각일 뿐 실제로는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 작가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느 날 야구장에서 시원스럽게 날아가는 공을 보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좋아하고 행복한 일을 하고 살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하는데요. 좋아하고 행복한 일... 어떤 일이든 취미라는 이름으로 한번 시작해볼까요.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인생의 즐거움은 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 <젊은 그대> 남쪽 젊은이들의 취미 생활 얘기를 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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