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 입니다.
저도 지난 시간에 운동회 얘기를 하면서 알았는데 남한 학교와 북한 학교는 교가를 부르는 방식이 다르다고 하네요. 남쪽의 학교들은 학교마다 교가가 모두 다른데 북쪽은 똑같은 노래에 학교 이름만 바꿔 부른다고요?
교가 내용도 당연히 다릅니다. 북쪽에서는 역시 수령님, 장군님 얘기가 빠지지 않고 남쪽 교가는 주로 학교 근처의 강이나 산 이름이 많이 언급됩니다.
INS - 저도 여명학교 다닐 때도 학교 교가 있었어요. 남산에 떠오르는 태양... 이러면서 학교가 남산 아래 있거든요. (웃음) 근데 사상적인 얘기는 없어서 좀 이상하긴 했어요.
남북의 학교는 두 사회의 체제와 문화만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교가 같이 작은 부분에서 크게는 학제까지... 오늘 <젊은 그대> 남북의 학교생활을 비교해봅니다. 이 시간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지철호, 이정민 씨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지철호, 이정민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철호 씨, 학교생활하면서 남북이 가장 다른 점이 뭐라고 느낍니까?
지철호 : 남쪽은 사상이나 혁명을 공부하지 않는 게 제일 다르고요. 학교에 정해진 규율이 있고 모범 학생을 꼽는 기준은 비슷합니다. 또 한쪽은 공부를 하며 꿈을 키울 수 있다, 한쪽은 그럴 수 없다는 게 사실 제일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정민 씨는 어때요?
이정민 : 저는 남쪽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밟진 않았지만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는데요. 일단 제일 다른 게 시설이죠. 북한 학교는 시설이 아주 열악해요. 저 같은 경우엔 본교가 아니라 작업반 근처에 있는 분교 출신인데 전교생이 열 명이었습니다. (웃음) 책걸상 같은 것도 고장 나면 학생이 직접 고치거나 아니면 부모님들이 와서 수리를 해줬어요. 근데 여긴 가보니까 학교에서도 다 실내화를 신고 다니고 교실 바닥도 하얀 걸레로 닦더라고요. 저희는 톱밥으로 바닥을 닦았는데 세 번, 네 번... 아무리 쓸어도 계속 까만 먼지가 나왔어요. 그리고 종이만 해도 여기처럼 이런 하얀 종이는 없어요. 학교에 좋은 종이로 만든 교과서는 딱 한 권 있었고 나머지는 옥수수 껍데기로 만든 오사리 재생 종이로 만든 교과서였는데 이 교과서는 글씨가 거의 보이질 않아요. 그래서 교과서를 공책에 모두 옮겨 적어 가면서 공부했어요.
진행자 : 지금 정민 씨 얘기하는 거 보니까 아이들한테 엄마는 이런 상황에서도 공부했는데 너는 뭐가 모자라서 공부 안 하느냐...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겠는데요? (웃음)
이정민 : 그럼요! 그런 소리를 많이 하게 되요. 여기는 아이들이 보는 책은 보통 수 십 권씩 전집으로 사서 읽히잖아요? 저는 그런 걸 보면 너무 좋더라고요. 저 학교 다닐 때는 도서관에 공주 얘기 동화책이 딱 한 권 있었어요. 종이 질도 나쁜데다가 간부집 자녀들이 먼저 봐야해서...
진행자 : 그런 것도 먼저 봐야 해요?
이정민 : 그럼요. 순서도 딱 정해져있습니다. 관리위원장 딸이 먼저보고 리당 비서 딸... 서열순으로 돌아가죠. (웃음) 그러다보면 저희한테 올 때 즈음이면 쪽이 다 떨어져서 내용을 추리해야할 정도였어요. 우리 큰 애도 책이 진짜 많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진짜 행복한 줄 알라고 매일 그러죠.
진행자 : 하긴 요즘 초등학교는 제가 가서 봐도 놀랍니다. 저 학교 다닐 때만해도 거칠거칠한 나무 책상, 나무 의자, 나무 바닥 그랬는데 요즘은 아주 깨끗하게 단장했더라고요.
이정민 : 학교에 칠판 보셨어요? 칠판인데 앞에 가리개를 닫으면 스크린이 되고요... 여기 학생들은 진짜 공부를 열심히 해야 돼요. (웃음)
진행자 : 그런데 여기 학생들은 그게 당연한 줄 알아서 문제죠... (웃음) 일단 남북 학교를 비교해보면요. 단순하게는 학제가 좀 다르죠? 남쪽은 8살에 학교를 들어가는데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다니고 대학은 2년제와 4년제로 나뉩니다. 북한은 지난달 개최한 최고인민회의에서 학제를 개편했는데요. 중학교 과정은 중학교와 고급 중학교로 분할하고 소학교 5년, 중학교 3년, 고등 중학교 3년으로 개편했습니다. 여기에 유치원 1년을 합해 총 12년 의무 교육이라고 합니다. 이 소식을 혹시 들어봤나요?
이정민 : 네, 뉴스 보도에서 봤어요. 김정은 체제로 바뀌면서 국민들에게 인심을 얻어야 하니까 그러는 것 같아요. 진짜 학교를 1년 더 다니는 건 좋은 것 같습니다. 기존엔 17살, 만 나이로 16살에 군대를 가야했는데 생각해보세요. 너무 어린 나이입니다. 그리고 또 군사나 이런 부분보다는 교육에 힘을 쏟는다는 걸 보여주는 게 국민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좀 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철호 : 저는 12년 된 게 그렇게 좋게 보이지 않더라고요. 어차피 애들은 학교가 끝나면 오후엔 농촌 동원을 나가던지 아니면 소토지 밭이라도 가야해요. 그리고 북한이 말로는 의무 교육이라고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는 시기마다 거두는 게 많아서 사실상 무상 교육이 아니었어요. 가을이 되면 토끼가죽 2매씩, 도토리 15킬로, 고사리 500그램 가져오라고 하죠. 그 외에도 학교에 뭐가 고장 나면 일인당 못을 20대, 파지 얼마씩 바쳐라... 내라는 게 너무 많으니까 애들이 학교를 안 가요. 이제 겨울철 시작하면 학교에서 화목 비용 내라고 하거나 아니면 땔감을 해오라고 하죠. 진짜 학교에서 나가도 뭘 내라는 게 없는 날이 제일 명절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웃긴 게요. 학생이 공부하러 학교에 가는데 등에는 석탄을 이렇게 매고 책가방은 이렇게 질질 끌고 가고 그랬습니다. (웃음)
진행자 : 남한은 아시다시피 무상 교육은 아니죠. 학비를 냅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이렇게 9년 의무 교육은 학비가 없고 고등학교는 학비를 내죠. 생활이 어려운 계층에는 면제가 되는데요. 그렇게 부담이 되는 금액은 아닙니다. 대신 대학 학비가 비싸죠. 정민 씨 어때요? 아이들 학비가 부담됩니까?
이정민 : 초등학교니까 학비는 면제고요. 대신 방과 후 과외 활동이라는 게 있어요. 학교 끝나고 수학이나 영어 같은 과목을 신청해서 배우는 건데 제 아들은 탈북자 자녀이고 또 다문화 가정 자녀라서 방과 후 학습도 두 과목은 무료로 들을 수 있어요. 태권도 학원만 제가 한 달에 10만원, 백 달러 정도 내고 보냅니다.
진행자 : 부담이 크게 갈 것 같진 않은데 어때요?
이정민 : 지원이 있으니 부담은 크게 없어요.
진행자 : 아이들 학교 등교는 몇 시인가요?
이정민 : 8시 반까지요. 북한에선 7시까지 등교했어요. (웃음) 여기처럼 학교로 곧장 가는 게 아니고요. 모임 장소라는 곳에서 모여서 사상으로 똘똘 뭉친 그런 노래들을 부르며 사열을 해서 학교까지 행진하죠. 일주일에 두 번 사열 행진하고요. 운동장을 몇 바퀴 돌고 들어가는데 겨울에는 사열행진 한 시간 하고 학교에 들어가면 너무 추워서 손이 덜덜 떨려 연필을 잡을 수 없었어요.
진행자 : 남쪽은 월요일 날 아침에 잠깐 조회하는 것도 학생들이 진짜 싫어하거든요.
이정민 : 북쪽에선 그 조회가 매일 아침마다 있다고 한번 생각해보세요... (웃음)
진행자 : 사실 저는 사열 행진한다는 걸 처음 들었네요. 군대는 그렇지만 학교에서도 하는 군요... 공부 과목은 어때요? 남쪽에서는 국어, 수학, 영어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또 역사, 세계사, 사회, 과학, 기술이나 가정, 체육, 미술, 음악, 한문 과목이 있습니다. 제2외국어도 배우는데 불어, 독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학교에 따라 다릅니다. 북쪽과 비교에서 어떻습니까?
이정민 : 친애하는 경애하는 없는 것 빼고는 비슷해요.
지철호 : 역사 수업 내용이 많이 다르죠.
진행자 : 두 분은 공부 잘 하셨어요?
이정민 : 저는 암기를 잘 했어요. 그래서 도록 해설로 군 대회도 나갔었어요. (웃음)
지철호 : 저는 수업 시간에 밥 생각만 나서 공부 못 했어요. (웃음)
진행자 : 북한은 성적표가 어떻게 나와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각 과목별 점수와 석차가 나오고 그걸 부모님께 도장 받아오라고 해서 성적이 나쁘면 아주 곤란했죠. 북쪽은 어때요?
이정민 : 한국은 초등학교 때는 성적표가 안 나오더라고요? 애들이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수 있다고 안 나온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북한은 성적증이라고 부르는데요. 최우등, 우등... 이렇게 나가요. 저는 최우등이나 우등 했어요. (웃음) 그래서 가정은 힘들었지만 어머니가 제 성적증 받아 보시고 많이 좋아하시고 그랬어요...
진행자 : 잘 나온 성적증을 보고 부모님이 기뻐하시고 못 나온 성적표 때문에 아이들이 혼나고 이런 건 똑같네요. 북한도 역시 공부 잘하면 학교에서는 최고겠죠?
지철호 : 그렇죠.
진행자 : 남쪽에서는 학급 반장... 요즘은 회장이라고 하죠? 학생들의 대표입니다. 공부도 잘 하고 통솔력도 있는 친구들이 뽑히는데 요즘은 이 반장 선거도 보통이 아니랍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랑 똑같이 후보들이 공약을 내걸고 선거 운동을 하고 직접 선거를 통해 뽑아요.
이정민 : 그러니까요. 공약을 걸고 막 그러던데요. 공약보다는 친구 많고 인기 있는 학생이 뽑힌다고 저희 아들이 그러더라고요. (웃음) 북한도 반장이 있어요. 북쪽도 역시 학교 성적이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친애하는 경애하는... 이게 제일 중요하죠. 그리고 선생님이 임명하니까 부모님이 선생님께 잘 보여야 돼요. 여기는 해마다 담임선생님이 바뀌잖아요? 북쪽은 소학교, 중학교 모두 1학년부터 학교 마칠 때가지 선생님이 같아요. 근데 저는 진짜 반장이랑 분단 위원장은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대학 진학하면 과대표를 한 번 해볼까 해요. 친구들한테 어떻게 하면 과대표가 될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여긴 아무도 안 하려고 해서 손들면 시켜준대요. (웃음) 제가 한 번 손들어 볼까 생각 중입니다.
진행자 : 자... 이렇게 하나씩 놓고 얘기해보니까 어때요? 돌이켜 본 학창 시설, 즐거웠어요?
이정민 : 배고팠던 것 빼면요.
지철호 : 배고픈 것이랑 학교에서 뭐 갖고 오라는 거 빼면요. (웃음)
진행자 : 요즘 남쪽에서는 아이들에게 신나는 체육 시간,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돌려주자 이런 운동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즐거워야 사회가 즐거워진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남북의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서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두 분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철호, 이정민 : 감사합니다.
진행자 : <젊은 그대> 오늘은 남북의 학교생활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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