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김한솔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청취자 여러분, 김한솔이 누군지 아십니까? 김정일 위원장과 그의 첫 부인인 성혜림 사이에서 난 맏아들이 김정남이죠. 그 김정남의 큰 아들이 김한솔입니다. 그러니까 김정일 위원장의 손자이지요. 남한 언론에 요즘 '김한솔'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립니다.

올해 17살, 김 군이 최근 보스니아에 있는 국제 학교에 입학했는데 이 사실이 지난 9월 말,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INS - 뉴스 보도 insert

김 위원장의 아들들은 대부분 외국 학교를 다녔으니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김한솔 군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남긴 글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은 커졌습니다. 그는 인터넷 사이트에 '북한 주민들을 돕고 싶다', '굶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등의 글을 남겼습니다.

INS - 김한솔 인터뷰

김한솔 군이 언론과 나눈 짧은 대화인데요. 영어 잘 하죠? 유창한 영어에 국제학교를 다니고 굵은 뿔테 안경에 귀에 달린 2개의 귀고리, 목에는 은 목걸이를 하고 왁스로 머리를 세운 그는 남쪽의 여느 10대처럼 보입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남한 10대 중에서도 외국물을 좀 먹고 들어온 그런 친구처럼 보입니다.

남쪽 젊은 세대들도 또 남쪽에 있는 탈북 청년들도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또 전하고 싶은 얘기도 있다고 합니다.

<젊은 그대> 그 얘기 전해봅니다.

오늘도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최민선, 장희문 씨와 함께합니다.

진행자 : '김한솔', 두 분 누군지 아세요?

최민선 : 그럼요.

장희문 : 네, 저도 들어봤어요.

진행자 : 민선 씨는 북한에서 김한솔의 이름을 들어본 적 있나요?

최민선 : 아뇨. 전혀 몰랐습니다.

장희문 :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인물인데 신세대 북한 청년을 보는듯한 그런 느낌이었어요.

최민선 : 저도 좀 우리가 봐왔던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을 받았고요. 앞으로도 지켜볼 생각입니다.

진행자 : 지켜본다... 꼭 무슨 경고같이 들려요. (웃음)

최민선 : 아, 경고는 아니고요. 궁금하잖아요. (웃음)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좀 지켜보고 싶다는 얘기입니다.

진행자 : 민선 씨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지금 김한솔 군을 굉장히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북쪽에서 주장하는 대로 장군님이 위대해서는 아닌 것 같고 그 이유가 뭘까요?

최민선 : 이 친구가 인터넷에 쓴 글에 '굶주리는 북한 주민에게 미안하다' 이런 얘기도 했기 때문에 좀 신선하게 느끼고 그래서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진행자 : 사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최민선 : 그러니까요. 당연한 얘기인데 북한에선 참 듣기 힘든 말이잖아요?

장희문 : 김정남의 아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구나... 이런 친구들이 북한의 새로운 지도층이 된다면 북한에 새로운 바람이 불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기대인 것 같아요.

진행자 : 근데 북쪽에 계신 청취자 분들이 한솔 군의 사진을 보면 진짜 놀라실 것 같아요. 황색바람이 제대로 들었습니다. 귀를 뚫어서 동그란 작은 귀고리도 두 개나 달았고...

최민선 : 목걸이도 했어요.

장희문 : 아, 예전에 김정철도 에릭 클립턴 공연 갔다가 기자들에게 포착됐잖아요?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선 진짜 화날 수 있는 일이죠.

최민선 : 아니죠. 북한 언론이 그런 내용을 보도할까요? 절대 보도 안 하죠. 북한 주민들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 수가 있겠어요? 전혀 모릅니다.

진행자 : 이 방송을 들으시는 분이 그나마 좀 아시겠죠. 민선 씨는 북쪽에서 나올 때 몇 살이었죠?

최민선 : 16 살이요.

진행자 : 그래도 알만한 건 다 알 나이인데 혹시 김정일의 아들에 대한 얘기 좀 들어봤나요? 어른들끼리는 그래도 그런 얘기 많이 하시던데요.

최민선 : 전혀 생각을 못 했죠. 김정일이 여자가 많다는 건 알았어요. 근데 어른들도 저희 앞에서는 잘 안 해요. 왜냐면 얘들이 말하다 실수해서 잡혀가면 안 되니까 저희들 앞에서는 특히 조심하셨던 것 같아요.

진행자 : 남한 사람들이 김한솔을 보는 느낌은 복잡한 것 같아요. 김정일의 손자든 누구든 북한 지도층이 바깥세상을 좀 보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반대로 김한솔 군이 다니는 학교의 학비가 일 년에 이만달러 정도랍니다. 북한으로 치면 진짜 큰돈이죠?

최민선 : 북한 주민 20명이 일 년 동안 살 수 있는 돈이예요.

진행자 : 그 학비가 어디서 나오는지 김한솔은 아는가... 이런 비판적인 시각도 있어요. 탈북 청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최민선 : 그런 생각 당연히 들죠. 누구는 막 굶어 죽는데 자기는 금붙이를 몸에 달고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살잖아요. 같은 북한 사람이지만 많은 차이가 있네요.

진행자 : 참, 이런 것 하나로도 굉장히 극명하게 비교가 되는 것이 북쪽에서 온 탈북 청년들 얼마나 까맣고 말랐어요. 남쪽 같은 또래보다 키도 작아요.

최민선 : 진짜요. 근데 김한솔 군은 볼이 터질 것 같이 통통해요. 우리 다 보면 까맣고 짭짤하고 또 영양실조도 있을 것 같고 그런 친구들 있는데 이 친구는 키도 커요.

진행자 : 사실, 만으로 16살, 어린 이 친구의 잘못은 아니라도 이런 걸 보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거죠.

장희문 : 근데 저는 진짜로 김한솔 같은 친구들이 해외에서 좀 공부를 하고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게 자랄 수 있었으면 해요. 지금 탈북하신 분들이 보면 북한 주민들의 피 같은 돈을 막 쓰나 이런 얘기도 할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으니까... 이 친구들 어차피 그렇게 돈을 쓰며 공부할 바엔 제대로 공부해 달라는 거죠. 체제의 문제를 스스로 깨닫고 주민을 위해 어떻게 일해야 할까 그런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요.

최민선 : 좀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한솔 군과 우리 탈북자들을 한번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탈출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거든요. 탈북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면 좀 더 현실을 잘 볼 수 있지 않겠어요? 저는 그런 바람을 갖고 있어요.

진행자 : 저는 이번에 김한솔 군 얘기 보면서 인터넷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대단하더라고요. 페이스북과 유튜브. 페이스 북은 인터넷이 개인적 공간을 만들어서 글도 올리고 사진도 올리며 친구들과 그걸 공유하는 사이트이고 유뷰트는 전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입니다. 자기 이름으로 계정을 만들어서 동영상을 보다가 좋아하는 것을 추천할 수 있 수도 있고 댓글을 남길 수도 있어요. 더 대단한 것은 한국의 네티즌,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김한솔이 혹시 한국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았나 한번 추적해서 봤는데 신빙성이 있는 사실들이 막 드러나더라고요. 언론도 그렇고 인터넷도 그렇고 뭘 감추고 살 수 없는 사회입니다.

최민선 : 그리고 김한솔 군은 이런 언론 보도나 댓글을 다 보고 있고 했다고 해요. 아마 이번에 많은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장희문 : 꼭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를 만나서 올바른 방향으로 컸으면 좋겠어요.

진행자 : 여기 두 분도 개인적으로 한솔 군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한마디 하시죠.

최민선 : 한솔 군도 언론이나 네티즌들의 글을 보면서 느끼는 게 있을 거예요. 그걸 감추지 말고 계속 표출해주세요. 그게 긍정적인 변화를 갖고 왔으면 좋겠네요. 꼭 지켜 볼 거예요.

장희문 : 많이 생각하고 배우세요. 윗대에 사람이 했던 독재 정치 그리고 사람들의 실생활은 그다지 관심 두지 않았던 점들을 반성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고민해주세요. 언젠가는 함께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 겁니다.

안타까운 말이지만 남쪽에선 '북쪽에서 온 것 같다', '탈북자 같다'는 말은 좋은 뜻은 아닙니다. 여성 탈북자들은 탈북자 티가 안 난다는 걸 오히려 칭찬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이런 와중에 김한솔 군이 남쪽에서 주목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북쪽 사람 같지 않은 외모도입니다. 한솔 군은 키도 크고 훤칠합니다. 근데 얼마나 많은 탈북 청년들이 나도 키가 좀 컸으면 자랄 때 잘 먹었으면 안타까워하고 있는 줄 아십니까?

탈북자들의 이런 '까맣 짭짤'(까무잡잡)한 '북쪽 사람 외모'는 바로 그의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의 탓이 큽니다. 북한 주민들의 돈으로 공부하는 그도 역시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남한 언론에 한솔 군이 말한 것처럼 '정치에 관심이 없는 단순한 10대'가 될 수 없는 것이죠.

한솔 군이 다니는 학교가 있는 곳, 보스니아에서는 1992년부터 3년 동안 내전이 있었습니다. 보스니아계, 세르비아계, 크로아티아계 주민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눈 동족상잔의 비극입니다. 이 전쟁으로 인구의 3%인 11만 명이 죽었습니다. 이제 평화가 온 그곳. 그 땅에서 공부하는 그곳에서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제대로 보고, 제대로 배워달라는 겁니다.

<젊은 그대> 인사드릴 시간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