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북한 학생들, 용돈이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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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남쪽에서는 개인이 자질구레한 용도로 사용하는 돈, 또는 특별한 목적 없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돈을 ‘용돈’이라고 부릅니다.

명칭이 특별히 없을 뿐 북쪽에도 이런 명목의 쓰임새는 있죠.

경제 활동을 직접 하지 않는 어린이들, 학생들, 노인들은 용돈을 받아쓰는데요. 얼마 전 한 업체에서 남한 대학생들이 한 달에 용돈을 얼마나 쓰는지 조사해봤습니다.

월 평균 44만9천원, 달러로 약 450달러 정도인데요. 꽤 많은 액수죠? 남쪽 사람들의 수입과 물가를 비교해보면 그렇게 큰돈은 아닙니다.

학생들은 식비, 그러니까 밥을 사먹는데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하고 그 다음이 교통비, 학원비 등으로 많이 쓴답니다.

또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용돈의 일부는 부모님께 받고 일부는 직접 벌어서 쓴다고 답했습니다.

<젊은 그대>, 돈 쓰는 얘기 한번 해보죠.

오늘 학생들의 용돈 얘깁니다.

이 시간 남북 학생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김윤미, 양승은 씨 함께 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김윤미, 양승은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두 분은 용돈을 한 달에 얼마나 쓰세요?

김윤미 : 카드 청구서에 나오는 돈은 한 40만 원 정도 입니다.

양승은 : 저는 못써도 60-70만 원 정도요.

진행자 : 어우 많이 쓰네요.

양승은 : 많은 거예요? (웃음) 식비랑 교통비 또 간식비, 교재비... 또 제가 단체에서 간부를 맡고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씩 간식도 사야하고 들어가는 돈이 꽤 되요. 저를 위해서 쓰는 돈은 별로 안 됩니다. 한 5-6만원이요?

진행자 : 사람들을 만나면 차도 마셔야 하고 밥도 먹어야하고 지출이 크죠.

김윤미 : 저는 거의 얻어먹는 편인데도 많이 써요. 정말 줄이고 또 줄여서 쓴다고 해도 한 달에 40만원은 지출하게 됩니다. 정말 어디다 쓰는지도 모르겠어요. (웃음)

진행자 : 내가 어디 쓴 적이 없는데 지갑은 텅텅 비죠? (웃음) 남한에서 버스나 지하철의 기본요금이 1 달러가 넘잖아요? 아무리 교통비를 아껴도 하루에 2달러는 쓰게 되는데 한 달이면 이게 어딥니까? 그래도 제가 학교 다닐 때랑 비교해서 너무 많이 쓰네요.

양승은 : 요즘 학교 식당 밥도 3천원, 3 달러가 넘습니다.

김윤미 : 기자님 학교 다닐 때가 십년 전 얘기잖아요! (웃음)

진행자 : 맞습니다. (웃음) 그 동안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얘기도 되겠습니다. 그럼 이런 용돈은 어떻게 충당하세요?

양승은 : 고등학교 학생에게 영어 교습하는 과외를 합니다. 거기서 일부는 사용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부모님께 받아쓰는데요. 비율은 반반 정도 됩니다.

진행자 : 윤미 씨는 어때요?

김윤미 : 탈북 대학생들은 학교 다니는 동안은 생활비가 나와요. 44만 원 정도 되는데요. 저는 엄마와 동생이 온 다음엔 세 가족이 합해서 생계비가 한 91만 원 정도 나옵니다. 이게 계산법이 좀 복잡한데요. 가족 중에 누구 하나라도 고정적으로 돈을 벌면 이 생활비가 끊기는데요. 저희 엄마가 몸이 좀 아프셔 일을 못 하세요. 그래서 저희는 아직 생활비를 받고 있고요. 근데 저는 이 생활비는 정말 손 안 대고 살려고 노력하고요. 장학금을 받아 그걸 쓰고요. 정 바쁠 때는 제가 주문받아서 한복 바느질하는 아르바이트하면 용돈은 해결돼요.

진행자 : 가족 세 명이 91만원 가지고 살려면 빠듯하죠?

김윤미 : 네, 그렇죠. 이게 남쪽의 최저 생계비에 기준해서 나오는 거잖아요? 엄마가 어떤 때는 돈이 없다고 하는데 그럼 제가 따지죠. 엄마 그 돈 다 어디다 썼냐고... (웃음) 그럼 엄마가 네가 살림해봐 그래요. 진짜 빠듯합니다.

진행자 : 윤미 씨가 이제 취직을 해서 직장을 다니고 월급을 받으면 조금 여유가 생기겠죠.

김윤미 : 북한에 있을 때는 용돈이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그냥 돈 주세요... 이러죠. (웃음) 집안마다 사정이 달라서 북한에도 있는 집 자식들은 아무래도 풍족하게 받아 쓸 것이고 없는 집은 자식들은 일찍이 장사로 나서서 부모님을 봉양하기도 하죠. 그래서 더 용돈의 개념이 없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남쪽은 요즘 보면 아이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기 위해 더 일찍부터 용돈을 주기도 합니다. 어려서부터 돈을 규모 있게 쓰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부모들이 용돈을 주고 한 주 또는 한 달을 살아보라고 하는 거죠. 큰돈은 아니고 보통 하루에 백 원, 중학교 때는 천 원... 이런 식입니다.

김윤미 : 저도 어렸을 때 돈을 받은 기억은 있어요. 1원 정도의 적은 돈이요. 모았다가 간식 사먹고 동생 생일에 맛있는 것 사주고 그랬습니다. 중학교 때는 엄마가 많이 아파서 수술을 했는데 정말 못 먹어서 너무 말랐던 적이 있어요. 모아놓았던 돈으로 토끼를 사다가 키워서 아빠한테 잡아 달래서 토끼곰(토끼탕) 끓여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근데 말하고 보니 제 자랑이네요. (웃음)

진행자 : 큰딸 노릇을 톡톡히 했네요. 남쪽에는 용돈이 부모님들에게 좋은 훈육의 도구가 되기도 하죠?

양승은 : 네, 저도 대학교 1학년 때 막 놀고 싶어서 늦게 들어가면 엄마가 1분에 용돈 얼마씩 깎는다고 하셔서 막 달려 들어가고 그랬습니다. (웃음)

진행자 : 그래도 이렇게 부모님한테 용돈 받아 쓸 때가 가장 좋은 땝니다. 근데 그 용돈을 버느냐 고생했을 부모님 생각은 잘 못하는 것 같아요.

김윤미 : 얼마 전에 학교 동기들이 쉬는 시간에 앉아서 1,2학년 때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 엄마, 아빠한테 용돈 받는 게 너무 미안하다는 거예요. 이제 철이 들었구나 했죠. (웃음) 사실 남쪽 학생들이 북쪽 학생에 비해서 좀 철이 좀 없어요. 처음에 와서는 앉으면 연예인 얘기가 하고 그런 게 한심해보였어요. 북한에선 그런 건 사치죠. 친구랑 앉아서 하는 얘기는 살기 힘들다, 이런 얘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도 여기 살다보니 비슷해지더라고요. (웃음) 사회가 다른 거죠. 북한에는 어릴 때부터 생계가 큰 문제이지만 남쪽은 그렇지 않잖아요.

진행자 : 혹시 북한에는 용돈 기입장 또는 가계부 있으세요?

김윤미 : 여기처럼 인쇄해서 나오는 건 없고요. 그냥 책을 묶어서 그런 용도로 쓰는 거죠. 저희 어머니도 북한에서 술을 만들어 파셨어도 그런 걸 특별히 안 쓰셨어요. 일단 북한에는 여기처럼 쓸 곳이 다양하지 않거든요. 남한은 돈 쓸 떼가 많고 갖고 싶은 게 많고 그래서 그렇게 지출을 일일이 다 적어야 하지만 북한은 별 필요가 없습니다. 지출이 빤해요.

진행자 : 요즘은 휴대 전화에다 가계부를 쓰는 사람도 많죠.

김윤미 : 저번에 어떤 분과 함께 물건을 사러 갔는데 휴대 전화기에 계산기 기능 있잖아요? 물건을 사면서 일일이 다 계산기로 계산을 하시더라고요. 와... 정말 놀랐어요. 저는 막 주어 담는 편인데요...(웃음)

진행자 : 그렇게 해야 규모 있는 지출이 가능한 거죠. 가계부 같은 것도 돈을 낭비하지 않고 알뜰하게 살기 위해 있는 것이고요.

김윤미 : 속으로는 막 그만, 필요 없어... 이러면서 손은 막 물건을 사고 있죠. (웃음) ‘이만갑’이라는 방송 아시죠?

진행자 : 탈북 여성들이 출연하는 방송이죠.

김윤미 : 저번에 어떤 탈북 여성분이 나오셨는데요. 슈퍼마켓 상점을 해서 통장을 100개 갖고 있답니다. 그 여성하는 말이 그거예요. 북한에서 살던 것처럼 3년만 살자... 진짜 우리가 북한에서의 생각을 금방 잊어버리는데 그 여성분 말씀은 그렇게 3년만 살면 부자가 된다는 것이었어요. 그 분은 휴대 전화도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윤미 씨 그렇게 살 수 있겠어요?

김윤미 : 아니요. 재미없는 건 둘째 치고 전 왜 여기까지 와서 그렇게 살아야하나 싶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아요.

진행자 : 여기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얘기 같네요. 부모님들은 무조건 아껴야 잘 산다, 젊은 세대들은 즐겨야 한다, 현재도 중요하다.

양승은 : 중간이 좋지 않을까요? 적당히 쓰고 적당히 저금도 하고요.

진행자 : 그 중간이 참 지키기 힘듭니다. (웃음) 두 사람은 돈 쓰는 재미를 느껴본 적이 있어요?

양승은 : 네, 있어요. 저는 받아쓰는 용돈이지만 가끔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빵이나 아이스크림 사들고 들어가거나 또 내가 번 돈으로 동생들 밥 사주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어요. (웃음) 저 혼자 제가 좋은 것 사고 그런 것보다 같이 쓰고 누리는 게, 그것이 바로 돈 쓰는 재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모님께 용돈 받아쓰면서 나중에 내가 돈 벌면 훨씬 더 잘 벌고 멋지게 쓰고 싶다.... 이런 생각하는데요. 사회에 나오면 현실은 그렇지 않죠. 아무쪼록 경제가 좋아져서 우리 아이들이 자기 힘으로 돈을 벌어 쓸 때쯤엔 자기도 풍족하고 쓰고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이나 북이나 모두 말입니다.

오늘 <젊은 그대> 남쪽 학생들의 용돈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