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 통일의 또 다른 준비

서울 성북구청 앞마당에서 열린 주한외국인 초청 김장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직접 만든 김치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청 앞마당에서 열린 주한외국인 초청 김장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직접 만든 김치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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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INS - 완득아! 완득아? 도완득!

어려운 가정환경에 공부도 못하는 고등학생, 완득이는 학교에선 문제아입니다. 그렇지만 장애를 가졌어도 열심히 살아가는 아버지를 존경하고 지적 장애를 가진 삼촌도 잘 돌보는 심성 착하고 따뜻한 아입니다. 이런 완득이가 간절히 바라는 건 오직 하나!

INS - "똥주 좀 죽여 주세요"

'똥주'는 완득의 이름을 시시때때로 불러대는 완득의 담임선생님입니다.

INS - "완득아! 기도는 마음에서 간절히 우러나게 해야 이뤄지는 거야"

지난 달 개봉해서 지금 남쪽에서 영화 예매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완득이'의 얘긴데요. 이 영화의 내용은 세상에 등 돌린 소심한 반항아 완득이와 그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 희망을 보여주려는 선생 동주의 얘기를 희극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완득이는 요즘 남쪽에서 말하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입니다. 완득의 아빠는 한국 사람이지만 엄마는 필리핀 사람인데요. 약간 달라 보이는 완득이의 모습은 그가 방황하게 되는 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요즘 남쪽 영화나 드라마에선 남쪽에 와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나 남한 사람과 국제결혼을 한 외국 여성들, 그리고 이들의 아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지금 남한 사회를 얘기할 때 이들을 빼놓을 수 없다는 얘기죠.

이런 외국인 근로자 또 남한 사람과 국제 결혼한 이주 여성... 그리고 이들이 이룬 가정은 다양한 문화가 섞였다고 해서 다문화 가정이라고 하는데요. 이들 이주민들의 숫자 벌써 100만 명... 이들에 대한 편견을 넘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들이 한창입니다.

<젊은 그대>에서 다문화 얘기를 해봅니다. 오늘도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지철호, 이수연 씨 함께합니다.

진행자 : 요즘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정말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숫자가 몇 년 사이 부쩍 늘었는데 두 분, 실감하십니까?

지철호 : 네, 요즘 지하철 타면 외국인 근로자들 진짜 많이 만나죠.

이수연 : 영등포나 안산이나 공장들이 많은 곳을 가면 굉장히 많고 이분들이 모여 사는 동네도 생겼잖아요.

진행자 : 동남아 등지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들 뿐 아니라 요즘 국제결혼도 부쩍 늘었습니다. 그래서 남한에서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숫자가 점점 늘고 있는데 이런 남한 거주 외국인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남한 사람들의 의식은 빨리 바뀌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죠?

이수연 : 제가 이러면 안 되는데요... 저도 그냥 저분들은 나와 조금 다를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날 제가 지하철을 타고 안산을 가게 됐어요. 지하철에서 딱 내렸는데 주변에 다 외국인들뿐이 없는 거예요. 근데 괜히 위축되고 떨리고 무섭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진행자 : 외국에 내리면 갑자기 어색해지고 긴장하게 되는데, 그런 느낌 아니었어요?

이수연 : 비슷하기도 한데요. 제가 이런 얘기를 솔직히 하는 이유는 저도 편협한 생각들을 마음 한구석에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런 겁니다. 다문화 사회... 저도 내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할 때가 아니라 이 문제를 이제 내 문제로 받아들여야할 때다는 하는 생각을 갖게 된 계기였어요.

진행자 : 수연 씨가 말한 것처럼 남쪽에서 진짜 이런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편견이 존재합니다. 좀 부끄러운 일이긴 한데요.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죠? 서양은 잘 산다, 동남아는 못 산다, 우리보다 좀 후진된 국가라는 편견이요.

지철호 : 아직까지 우리는 입으로는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하지만 무의식 속에 그런 편견을 갖고 있지 않나 싶어요. 제 자신도 별로 그런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세계 각국을 보여주는 기록영화를 보면서 어떤 곳은 후진적이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근데 요즘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제가 그렇게 임의로 후진적, 선진적으로 나누는 것이 일종의 편견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숟가락으로 밥 먹는 우리에겐 손으로 밥 먹는 사람들이 좀 이상해보지만 그것도 그 사람들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인정해 줘야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진행자 : 지금 철호 씨가 말한 것처럼 모든 문화권을 그 사람들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존중하자, 품어보자는 것이 다문화를 이해하고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는 기본이라고들 말합니다. 자, 그러기 위해 참 많은 여러 가지 방법들이 대두되고 있는데 두 분은 어떤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수연 : 작은 관심부터가 시작이죠. 근데 아예 관심이 없으신 것 같아요. 지금은 내 아이가 학교를 가면 다문화권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있는 세상인데 아직도 그런 각성이 없어요. 근데 이제는 진짜 바뀔 때가 됐어요. 다문화권으로 진입했다는 걸 인정하고 이 문제에 관심을 두는 것이 시작인 것 같아요. 다문화권을 형성하는 사람들을 보면 국제결혼과 이주 노동자들이 제일 많은데요. 결혼하면 당연히 2세가 생기잖아요? 지금 지방 학교에서는 거의 반이 다문화권 아이들이랍니다.

지철호 : 저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책적으로 서로 공감하고 그 사람들의 정착을 도와주는 그런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철호 씨는 정부의 노력, 수연 씨는 국민들의 노력을 얘기했는데 사실 이 두 가지가 같이 가야겠죠? 근데 남쪽의 다문화 사회 문제... 이런 것을 저희 청취자들은 좀 알고 계실까요?

이수연 : 북한에서는 사실 다문화 자체를 인정을 하지 않죠. 민족주의적 성향, 공산주의, 사회주의 성향을 제외한 다른 것은 허용이 안 되죠. 근데 진짜 북쪽에서 무슨 성명 같은 것 발표할 때보면 자민족주의 성향이 강하게 나오잖아요?

진행자 : 우리 민족끼리... 그러잖아요?

이수연 : 네! 우리끼리... 자민족 중심주의가 엄청나게 강조된 것이죠. 그래서 북한에서는 솔직히 거의 닫혀있는 상태이고 외국과의 교류도 없으니 다문화적인 성향은 이해할 수 없겠죠. 저는 이게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통일되는 시점에 남한은 분명 다문화 사회가 될 텐데 북한 주민들은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다문화 사회인 남한과 함께 살아야할 거예요. 분명 큰 파장이 있을 것 같아요. 한쪽은 너무 개방되고 문화도 굉장히 다양한데 다른 한쪽은 그것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함께 살아야 한다면 문제가 분명히 많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가 방송에서 이렇게 다문화를 소개하는 게 청취자 여러분들께도 정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고요. 그리고 그 때를 위해서 꼭 우리 자신들이 모범이 되는 그런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분명 많은 개선이 필요하고요.

진행자 : 수연 씨 얘길 들으니까요. 통일을 위해서도 다양한 문화에 대한 포용성을 가진 다문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다문화의 범주에 같은 민족인 북쪽이 포함되진 않지만 다양한 문화를 포용한 경험이 오랜 분단이 만든 남북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수연 : 그냥 다른 나라 문화를 이해한다고 크게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신기하다... 이런 것도 있구나, 배워볼까 하는 마음을 갖는 게 다문화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생각해요.

진행자 : 그게 바로 열린 마음이죠... 그런데 북한 전문가들은 남한의 이런 다문화 문제를 북한이 가장 가리고 싶은 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얘길 해요. 남한이 잘 산다는데 얼마큼 잘 사는가 하는 걸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는 거죠.

지철호 : 중국에 다니면서 저도 느꼈는데요. 중국 변방 도시엔 엄마 없는 애들이 진짜 많아요. 근데 그런 아이들 엄마들이 한국에 돈 벌러 갔다는 거예요. 중국도 우리가 보기엔 잘 사는 국가인데 한국에 돈 벌러 갔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 우리 중국에서 두 달 벌면 일 년 살았는데 남한에서 몇 달 잘 벌면 중국에서 일 년 산데요. 그래서 당시에 한국 비자, 여행권이죠? 이걸 받지 못해 난리였어요.

진행자 : 그렇군요. 남쪽에서는 다문화 얘기가 나오면 이런 얘기를 사람들이 많이 해요. 우리 정말 여기에 돈 벌러 온 사람들을 잘 해줘야 한다... 남한도 70년대 독일 등지로 돈 벌러 많이 나갔거든요. 사우디 건설 현장에 나가서도 돈 많이 벌어왔고 멕시코, 브라질의 사탕수수 농장 일 하러 갔었고... 그때를 생각해서 잘 해주자,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수연 : 진짜 그때 고생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지금은 남한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성장했어요. 이제 이런 경제의 성장이 국민 의식의 성장으로 좀 이어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진행자 : 수연 씨가 아주 남한 국민들에게 직설적으로 얘기해 줬는데요. 일견 맞는 말이에요. 남한 사회에서도 이 부분에서 반성이 많습니다. 경제 수준과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이 과연 걸 맞는가...

이수연 : 이 문제가 절대 작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앞으로 우리가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야하거든요. 특히, 남쪽의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는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기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지금 이 다문화 사회가 앞으로 통일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첫 발걸음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진행자 : 네, 지금 남한 사회...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기 위해 '열공', 열심히 공부 중입니다.

이수연 : 그런데요. 진짜 좋은 움직임도 많아요. 많은 분들이 많이 생겼고 시민 사회도 많이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희망이 보여요.

2012년 2월부터 남한 군대의 입영선서에 '민족'이라는 말이 '국민'으로 대체됩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가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로 바뀐 것인데요.

국방부는 국군 사명의 부합되는 선서를 실시하고 다문화 가정 입영자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라는 울타리는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좁은 울타리를 높이기보다는 모두 함께 멀리 가야할 시대인 것 같습니다.

<젊은 그대> 오늘은 다문화 문제에 대해 얘기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