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한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INS - 19일 김정일 사망 발표 직후 남한 시민 반응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남쪽 젊은 세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서른도 안 된 후계자에 대한 불안감도 크지만 개혁과 개방이 시작되지 않겠냐는 일말의 희망도 접지 않고 있습니다.
<젊은 그대>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 대한 젊은 세대들 생각을 들어봅니다. 오늘도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지철호, 이수연 씨 함께합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지철호 , 이수연 : 안녕하세요.
진행자 : 기말 시험 시간이었죠? 시험 기간에 김정일 위원장 사망 소식 들었겠네요?
지철호 : 저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텔레비전 보니까 나오더라고요. 처음에는 중대발표 한다고 해서 2012년 강성대국 선포하는 줄 알았어요. 김정일 사망했다고 소식이 나오기에 설마 했는데 진짜 12시 넘어서 조선중앙테레비전이 실황으로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보면서 솔직히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이수연 : 저는 특별방송을 한다고 해서 느낌이 이상하긴 하더라고요. 일단 잊어버리고 공부하고 있었는데 12시 넘으니까 카카오 톡에서 메시지가 막 들어오더라고요. 저는 그 얘기 듣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이 이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눈을 감을 수 있겠다는 거였습니다. 탈북하면서 죽은 사람들, 정치범 수용소 가서 죽은 사람들, 굶어 죽은 사람들 모두 사실 김정일 때문에 죽은 것과 마찬가지이니까요. 그리고 또 들었던 생각은 사람이 백년도 못 살 것이면서 그렇게 악착같이 하고 가나... 참, 허무하고 죽어서 그 죄를 다 어떻게 받을까 싶기도 하고요.
진행자 : 젊은 친구들이나 나이든 분들이나 김정일 위원장의 죽음 앞에서 느끼는 감정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처음엔 안도와 기쁨, 원망 나중엔 허망함까지요.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어떻습니까? 특히, 남쪽 친구들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이수연 : 여기저기 단체들에서 연락이 오는데요. 김정일의 죽음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고 위기가 될 수 있다. 다 같이 모여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논의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고요. 곧 만나서 그런 얘기를 나눌 거예요.
지철호 : 제가 공부하다 보니까 친구들을 많이 보지는 못 했어요. 근데 저녁에 친구들과 긴급하게 모였어요. 김정일 사후 한반도가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떻게 해야 우리 젊은 세대가 어떻게 해야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토의에서 나온 결론은 이건 북한에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하나의 희망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북한에서 일부 간부 계층들은 정말 슬플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것은 희망, 기회다. 그래서 우리가 깨어있어야 하고 북한과 통일의 당위성을 알리는 활동들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솔직히 시험기간이라 많이 못 모였거든요. 그런데 우선 전단지랑 구호판 내용을 바꿀 거예요.
진행자 : 네, 매주 일요일, <나우>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나가서 피켓, 그러니까 구호판도 들고 서있고 전단지도 나눠주죠? 김정일 사망 이후엔 어떻게 바꿀 건가요?
지철호 : 네, 지금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알리는데 초점을 맞췄는데 이제는 여기 청년들이 함께 살아야가야 할 일부분으로 북한을 품을 수 있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려고요.
이수연 : 저는 이번 시험 시간에 고등학교 통일 교육 일정이 잡혔어요. 예전에 했을 때 정말 학생들 호응도가 너무 낮아서 별로 하고 싶지 않았어요. 진짜 그냥 시간 때우자 했는데요. 김정일 사망 이튿날 강의였는데 마음가짐이 바뀌는 거예요. 이제 이렇게 살 때가 아니구나. 일본도 중국도 우리만큼 통일이 급하지 않아요. 결국, 통일된 조국을 원하면 급한 것은 우리거든요. 그래서 우리 안의 통일 의식을 끄집어 내야하는데 가장 중요한 세대가 바로 청소년들이 아닐까... 막 사명감에 불타서 통일의 이득, 통일의 당위성 같은 자료를 보완해서 교육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끝나면서 느낀 것은 우리가 정말 남한의 청년들에게 더 많이 다가가야 하겠다, 더 알려야 되겠다는 거였어요.
진행자 : 저는 대학의 분위기도 궁금하네요.
이수연 : 그냥 김정일이 죽었구나? 별 느낌 없어요. 제가 그래서 좀 심각하다고 얘기하는 건데요. 사실 관심이 있고 느낌 있는 사람들은 소수예요. 그래서 저는 좀 속상해요.
지철호 : 김정일 사망 때문에 논문을 다시 써야하는 사람도 있고요. 어제 만났던 공무원 형도 진짜 어렵게 빠져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알게 모르게 여파는 있어요. 친구들은 김정일 사망에 대한 제 느낌을 궁금해 해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많이 물어봅니다. 그게 제일 관심사예요.
진행자 : 진짜 불안하다는 얘기도 많습니다.
이수연 : 저도 불안한 생각이 많아요. 김정일 체제가 김정일 하나만 다져온 것은 아니잖아요. 주변의 고위급들도 똑같은 생각을 갖고 성을 쌓아 올린 것이잖아요. 이 사람들도 역시 인민들이 잘 사는 방법이나 개혁, 개방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김정일 사후에 좀 더 문을 닫아 걸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북한을 좀 더 문을 열게 하는 역할, 바로 우리가 밖에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철호 :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개혁, 개방을 피해갈 수 없다는 얘기도 많습니다.
진행자 : 여러 가지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요. 김일성 사망했을 때가 1994년 7월 8일이죠? 그때 기억나나요?
지철호 : 그때 저는 소학교 3학년, 4학년 정도 됐을 때에요.
이수연 : 저는 5살이요. 기억이 없죠.
지철호 : 제일 기억나는 건, 산에 꽃 꺾으러 다녔던 것. 북한에서는 충성심의 높이는 없다고 해요. 그러니까 유치원생들도 가야해요. 그때 비가 많이 왔어요. 산에서 비가 오니까 안개가 껴서 길을 잃은 친구도 있고 그랬어요. 그리고 며칠 우니까 눈물이 안 나는 거예요. 근데 얘들은 3일이 지나도 막 울어요. 그래서 저는 소리만 낸 적도 있어요. 근데 지금에 오니까 그때 생각이 더 잘나네요. 근데 요즘 CCTV 보면 동상 앞에 몇 백명 있다고 나오던데 그때는 사람이 바다였어요. 지금은 그냥, 눈치 보면서 마지못해 우는 모양이에요. 사실, 예전에 김일성이 죽었을 때는 춘희 할마이가 막 목소리가 완전히 쉬어서 그랬거든요? 근데 이번에 나온 거 보니까 그냥 그렇던데요?
진행자 : 그런데, 철호 씨는 평양에서 우는 척을 한다고 느꼈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우는 것만 갖고도 난리거든요?
지철호 : 외부에서 보기엔 이상하죠! 세상에 어느 나라에서 대통령 죽었다고 그렇게 울어요. 다 세뇌 교육의 효과라고 할 수 있어요. 이상할 수밖에 없어요.
이수연 : 제가 봐도 이상해요. 근데 저는 겪어 봤으니까요. 솔직히 좀 가식적이어도 보위부가 눈을 뜨고 있는데 울어야지 어떻게 해요? 제가 직접 보진 못 했지만 국경 지대 집들에서는 떡 먹고 있을지도 몰라요. 왜 그런 얘기 들어보셨죠? 주민들이 전쟁이나 확 났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고... 그게 진짜 전쟁을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아니죠. 나라가, 정부가 확 뒤집혀 버렸으면 좋겠다는 주민들의 불만을 얘기한 겁니다. 근데 참, 본인이 이런 걸 몰랐을까요? 알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속상해요. 자기의 죄를 심판이 없이 그냥 갔다는데 대해 눈물이 나도록 속상해요.
진행자 : 근데 보면, 김정일 죽었을 때 가장 많이 우시는 분들은 탈북하면서 아니면 북쪽에서 너무나 고통을 받으신 분들이에요.
지철호 : 저도 원한이 풀렸어요. 아빠가 중국으로 도강하다 잡혀서 결국은 너무 많이 맞았어요. 집에 왔는데 손을 쓸 새도 없이 돌아가셨거든요. 저도 많이 한이 맺혔는데 이제 죽어서도 부모님 앞에 얼굴은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INS - 학생들 인터뷰 : 사람은 누구나 죽으면 슬프기 마련인데 이런 죽음도 있구나 싶었고요. 한편으로는 김정은 체제가 수립하는데 주민들이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요. / 아무래도 저희는 북한의 다음 체제가 어떻게 갈지가 가장 큰 관심사예요. / 저희같이 북한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앞으로 점진적으로 두 체제를 충돌 없이 잘 맞출 수 있을지, 정치, 경제, 복지...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요. 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진행자 : 젊은 세대들은 김정일 사망 이후의 2012년, 새로운 북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북한의 모습은 분명 핵으로 무장된 강성대국의 모습은 아닙니다. 개혁, 개방된 곳, 사람들이 먹을거리 걱정 하지 않는 자유가 보장된 그런 국가를 기대합니다. 젊고 경험 없는 후계자에 대한 불안과 걱정도 크지만 그 속에서도 이런 기대는 작아지지 않습니다.
<젊은 그대>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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