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쪽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2012년을 며칠 앞두고 남한 신문에는 새로운 소식보다 과거의 소식이 더 많이 보입니다. 2011년을 뒤돌아보는 기획 기사들이 몇 장에 걸쳐 실리고 있는데요. 한해를 결산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올해를 강타한 유행어를 정리하기...
INS -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참 애매하죠잉?"
앞에 말은 남한 드라마에서 뒤의 말은 희극 방송에서 유행한 말입니다. 그러나 방송보다는 올해 유행어는 인터넷 특히 사람들끼리 짧은 문장을 주고받는 트위터를 통해 만들어지고 퍼졌는데요. 말 한 마디 잘 못 한 것이 트위터 등을 통해 몇 달씩 돌고 돌아서 곤욕을 겪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야말로 귀도 많고 눈도 많은 세상, 특히 사람의 입보다는 이런 얘기를 인터넷으로 전하는 손을 더 조심해야하는 세상이 왔습니다.
또 일 년 동안 일어난 굵직굵직한 사건을 통해서 한해를 정리하기도 합니다.
2011년의 문은 구제역 파동으로 열었습니다. 소, 돼지 수만 마리가 땅에 묻히는 끔찍한 사건으로 시작된 2011년은 안팎으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부실은행에 갑자기 문을 닫아 서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고 전문 정치인들보다 비 정치계 인사들이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었습니다. 홍수로 서울 강남에서 산사태가 나서 사람이 죽었고 평창이 3번의 도전 끝에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는 희소식도 있었습니다.
나라 밖에서는 중동에 민주화 바람이 불어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예멘의 독재자가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한 소식은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입니다. 갑작스럽게 전해진 소식인 만큼 남쪽 사람들도 놀랐는데요. 북한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또 이제 북한 땅도 개혁,개방이 되는가 하는 약간의 기대로 2011년의 끝은 소란합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젊은 그대>에서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에 대한 남쪽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오늘은 탈북 대학생, 이수연 씨가 지난 26일 있었던 탈북 대학생들의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김정일 사망과 2012년, 북한의 내일을 점치는 자립니다.
탈북청년인권연합 사무실엔 올해를 정리하면서 6명의 청년이 모였습니다. 북한에서 살던 곳도 북한을 나온 시기도 나오게 된 이유도 다 다르지만 우리 모두의 공통점은 북한을 나와 남한의 대학을 다니는 탈북 청년들이라는 겁니다.
28일, 눈 내리는 평양에서 많은 주민들의 눈물 속에 김정일 위원장의 영결식이 끝났는데요. 그동안 북쪽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들도 고생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남쪽에선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이제 큰 비중으로 다뤄지지 않습니다. 일주일 동안 나올만한 보도는 다 나왔고 이제 북한을 지켜보는 일이 남은 것입니다.
그래도 이날 얘기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들은 그날의 얘기로 시작됩니다.
"처음엔 이제 통일 됐구나, 이런 느낌? 그리고 걱정이요?" "그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겠지... " "저는 밥 먹으면서 텔레비전 보다가 소식을 들었는데요. 화면 밑에 자막이 뜨잖아요? 거기에 김정일 사망 나오는데 밥숟가락을 떠서 내려놓지도 못하고 입에 넣지도 못하고 한참을 멍하게 있었네요. (웃음) "
'너는 언제, 어떻게 그 소식을 들었나...?' 요즘 친구들과 모이면 항상 나오는 얘기입니다.
"북한 문제는 그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의 문제, 중국과의 문제, 6자 회담 등의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2012년 김정은의 시대가 올 것인지 아니면 북한이 마지막 장을 걸을 것인지 관심이 높은 시기입니다. 이 자리를 통해 북한에서 살아왔던 당사자들로써 그의 죽음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또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갈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눠보지요...."
당연히 모두의 관심은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에게 모아집니다. 그러나 그 관심은 김정은이 북한을 안정적으로 지도해 갈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김정은이라는 젊지만 경험 없는 후계자가 과연 개혁과 개방을 할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안착과 불안착 관심은 없습니다. 제 개인적인 바람일 수도 있지만 김정은이 통치를 하려면 자기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다른 방식으로 해보라는 것이죠. 좀 더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방향으로요. 제발 좀 깨어있는 사람이길 바라는 그런 저만의 희망인데요..." "아니 여기 다른 희망 가진 사람 있을까요? (웃음) "
맞습니다. 다른 희망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 다, 지금의 순간에서 바라고 있는 건 북한 사람들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잘 살 수 있는 길, 바로 개혁과 개방입니다.
"근데 저는 (북한에) 좀 더 살아봤으니까 말씀을 드릴 수 있는데요. 북한이라는 나라는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잘 해줘요. (웃음) 지금도 주민들한테 배급 주고 그러잖아요? 저도 북한에 있을 때 남한 영화를 수도 없이 봤지만 그냥 보고 그걸로 끝이었어요. 영화는 영화, 드라마는 드라마이고요. 그걸 봐도 다들 세상엔 북한과 중국 밖에 없는 줄 알고 있는 게 문제죠. 개혁과 개방은 그냥 우리가 하는 말일 뿐이죠. "
그런데 오히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북한에서 살고 온 사람들이 훨씬 더 부정적입니다. 가장 바라는 것이지만 동시에 이렇게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바로 북한에서 살아 봤고 그 체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INS - 애정남
남쪽 희극 방송 중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것이 지금 들으신 애정남입니다. 사랑하는 남자가 아니라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의 앞 글자를 따서 애정남입니다. 이 방송은 진짜 애매한 문제를 깨끗하게 정리해주면서 웃음을 유발합니다. 얘기를 하다가 절실하게 애정남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바로 북한에서의 중국의 역할입니다. 지금 북한이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문제는 이것이 앞으로 북한에 득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중국이 순수한 마음으로 북한을 돕지 않는다는 걸 여기 계신 분들도 다 동의하실 거예요.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중국이 동북공정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중국은 북한을 현 상태로 유지시키다가 자기의 손으로 넣으려고 한 것이 아닌가?"
"말도 안 돼요. 중국은 지금 있는 땅도 유지하기도 바쁘지 않아요? 오히려 중국은 북한을 어찌해보려는 생각이 없는데 우리만 괜히 더 얘기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웃음) "
"근데 문제는 북한 사람들이 아닌가요? 오히려 남한보다 중국에 익숙하잖아요? 물건은 중국 물건보다 남한 물건을 좋아하지만 중국에 심정적으로 더 가깝다는 게 문제예요. 어려울 때도 힘들 때도 중국을 찾잖아요."
중국의 영향력을 별거 아니거나 긍정적인 요인으로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었는데요. 중요한 것은 중국도 역시 우리 문제에 있어서 제3자라는 점이 아니겠습니까?
"김정일의 죽음으로 이제 북한이 기회의 땅이 될지 아니면 막연한 땅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이날 모인 친구 중에 김승호 군은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탈북해서 중국에서 살았던 시간이 더 많습니다. 그러나 승호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그 어린 시절의 기억이지만 그곳이 고향이라는 이유로 북한을 떨쳐낼 수 없었고 이런 탈북 청년들의 모임에도 나오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승호는 김정일은 몸은 죽었지만 아직도 살아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이 말은 북한 당국이 선전하듯 인민 속에 영원히 살아계시는 지도자를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앞에 나선 사람은 김정은이지만 그 뒤엔 김정은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정일은 결국 죽었지만 죽은 것은 아닌 게 됩니다. 그걸 벗어나야죠. 자기 아버지와 할아버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해달라는 겁니다."
북한 그리고 후계자, 김정은이 김정일의 그림자를 완전히 떨쳐내고 앞으로 나갈 수 있을까?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그림자 아래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그림자를 완전히 떨쳐낼 수 있어야만 김정은도 북한 주민들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많은 바깥사람들의 생각입니다.
이날 참석한 친구들은 이런 중요한 시기에 너무 공부한 것도 없고 해 놓은 것도 없어서 마음 급해졌다는 얘기했는데요. 이 청년들에게도 2012년은 바쁜 한해가 될 것 같습니다.
<젊은 그대>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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