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한 젊은이들과 남한에 정착한 탈북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는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지난해, 일 때문에 한 출판사를 방문했습니다. 교육과 관련된 책을 출판하는 곳이었는데 출판사는 주택가 한가운데 삼 층짜리 단독 주택을 사무실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일층의 널찍한 거실에는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 수십 명이 모여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는데요. 좀 이상했습니다. 왜냐면 일단 그날은 평일이었고 딱히 현장 학습 나온 것 같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출판사 관계자가 이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부모에게 집에서 교육받는 '홈스쿨링'을 하는 친구들이라고 설명해주고 나서야 수긍이 됐습니다.
'홈스쿨링'을 하더라도 부모가 교육하기 힘든 부분은 이렇게 모여서 공부를 하기도 한답니다. 정규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교육한다? 북쪽도 그렇지만 남쪽에서도 흔한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남쪽에서는 정규 교육을 대신할 이런 새로운 방식의 교육법을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것을 통상 정규 교육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고 해서 '대안교육', 그리고 이런 대안 교육법을 시행하는 학교를 '대안 학교'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희남이라고 하고요. 두레자연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꿈을 찾는 학교를 모토로 해서 두레 공동체의 '두레'와 자연 속에서 꿈을 찾는 '자연 학교', 두레 자연 학교라고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대안학교라고 특별한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과 꿈을 찾아주고 아이들 스스로 그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모든 학교가 그렇게 돼야하는데 그동안 우리 학교는 획일적이고 또 상급학교 진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존재해왔습니다. 그렇다면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서 아이들의 꿈, 가능성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자, 그걸 위해 섬기는 학교가 되자... 이런 의미라면 사실 대안 학교라기보다는 그냥 학교라는 말이 더 맞겠죠..."
많은 탈북 청년들이 정규 교육 과정 대신 '대안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청취자 여러분도 이 말이 어색하시진 않을 겁니다. 오늘 <젊은 그대>에서는 '대안 교육','대안 학교'에 대한 얘기를 해봅니다.
진행자 : 오늘도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 모임 <나우>의 장희문, 최은주 씨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최은주, 장희문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은주 씨 차림에서 봄이 느껴집니다. 화사한데요?
최은주 : 오늘 날씨가 좋잖아요. (웃음)
진행자 : 오늘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안교육, 대안학교에 대한 얘기를 해봅니다. 은주 씨, 탈북 청소년들은 대안학교 많이 다니죠? 은주 씨는 어땠어요?
최은주 : 저도 대안학교 다녔어요. 저는 일반학교는 나이가 너무 많아서 못 다녔어요. 16살 때 남한에 들어왔는데 초등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해서 그냥 초등학교 학력 검정고시를 봤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진학하기 일년 전에 대안학교에 들어가서 입시 준비를 했어요.
진행자 : 은주 씨는 초등학교, 즉 소학교를 나온 학력이 인정이 안 됐나 보네요. 그런 경우에는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초등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그러기엔 나이가 너무 많았던 거죠? 은주 씨와 비슷한 사정으로 그냥 검정고시를 보거나 대안 학교를 가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최은주 : 네, 그리고 일반학교를 다니다가 대안학교에 가는 친구들도 많이 봤어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더라고요.
진행자 : 어린 학생들이 북한에 대해 잘 모르고 배려심이 있을 나이도 아니고... 학교생활이 쉽지 않았겠네요.
장희문 : 제가 최근에 발표된 통계 자료를 본 적이 있는데요. 남한에 들어온 10대 탈북 청소년들 중에 약 10% 정도가 탈북자 대안학교에 다닌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대안 학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 은주 씨 얘기처럼 동급생보다 나이가 많거나 학습능력이 부족해서 대안학교를 선택했다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 실제 저희가 느끼는 것보다 통계 수치가 적어서 놀랐는데요?
김은주 : 그렇죠? 제 친구들도 일반학교 다니다가 대안학교로 가거나 아니면 대안학교가 아무래도 좀 자유롭고 편하니까 그냥 대안학교에 가는 친구들도 많아요.
장희문 : 일반학교에서 어떤 부분이 적응하기 힘든 거예요?
김은주 : 사실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왔지만 거기서 다시 남쪽으로 왔잖아요. 그러니까 친구를 어떻게 사귀어야 할지도 모르고 특히 우리는 억양이 다르잖아요? 그러면 어린 친구들은 그걸 막 놀려요. 그런 것에 상처받고... 그러다보면 적응이 안 되는 거죠.
장희문 : 대안 학교는 한국 교육법에 나와 있는 정의를 보면 '자연친화적이고 공동체적인 삶을 교육 목표로 학습자 중심의 비전형적 교육과정과 다양한 교수 방식을 추구하는 학교'라고 아주 길게 설명을 하고 있는데요... 너무 말이 어려워요. (웃음)
김은주 : 예를 들면 이런 것 아닐까요? 일반 학교에서는 음악 시간에 음악 교과서를 배운다면 대안 학교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소녀시대나 2PM 같은 대중가요를 배울 수 있는 자율성,유연성이 있는 곳이요.
진행자 : 희문 씨가 요즘 대안학교에서 잠시 일하고 있다고요? 희문 씨는 일반학교를 다녔죠? 그 학교와 지금 일하고 있는 대안학교를 비교하면 좀 차이가 있을까요?
장희문 : 상대적으로 확실히 자유로워요. 일반 학교에서는 지식을 배운다는 느낌이 있는데요.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같은 지식을 머릿속에 넣는 느낌인데 대안학교는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하는 느낌? 경험한다는 느낌이요? 우리가 머리로만 사는 것이 아니잖아요? 사람이 살면서 여러 가지 경험하고 몸으로 익혀보고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과정을 대안학교에서 도와줄 수 있겠더라고요. 제가 다니는 학교는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모인 대안학교입니다. 이 친구들은 음악을 하고 싶어서 일반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거예요. 자기가 하고 싶은 꿈. 기타를 치는 아이들도 있고 피아노를 치는 아이들도 있고 노래하는 친구들도 있고. 그래서 노래연습, 악기연습이 주된 수업내용이고 교과목 수업은 조금 부가적인 수업입니다. 근데 얘들이 정말 즐거워해요. 저는 그런 것을 처음 봤는데 얘들이 집에 가기 싫어해요! 정말 신기했어요! 저는 학교 다닐 때 밥만 먹으면 집에 가고 싶었거든요. (웃음) 학생들이 막 거기서 기타치고 노래하고 하면서 집에 안 가요. 그래서 저는 자율적으로 자발적으로 뭔가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요즘 많이 느껴요.
진행자 : 90년대 초 만해도 대안학교는 학교에서 감당할 수 없는 문제아가 가는 학교로 여겨졌는데요. 몇 년 사이에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지금 희문 씨가 말한 대로 공부보다 자기는 음악이 좋다 하는 친구들을 위한 학교도 있고 미술 대안학교, 탈북자를 위한 대안학교 등 대안학교도 참 다양해졌습니다.
장희문 : 여담이지만요. 첫날 출근하면서 굉장히 긴장했어요. 혹시 얘들이 다 무섭고 반항아들이면 어쩌나... 그날따라 지하철에 탄 학생들도 다 무서워 보이고 (웃음) 선생님으로서 얘들한테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지 다짐을 하면서 교실을 들어갔는데 얘들이 너무 순수하고 착한 거예요. 정말 요즘 대안학교에는 자기 계발을 위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오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진행자 : 제가 학교 다닐 때 입시 경쟁 심했어요. 당시 영국의 '써머힐'이라는 대안학교를 소개하는 방송을 방영해서 굉장히 화제가 됐습니다. 이 학교에는 규칙이 없고 수업이 없어요. 공부하고 싶을 때 하고 놀고 싶은 땐 논대요. 그런데도 이 아이들이 잘 못 성장하느냐 하면 그렇지 않답니다. 당시 이 방송이 상당히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일단 부럽잖아요...
최은주 : 어유, 부러워요. 근데 거기 선생님은 어떻게 수업을 하나요?
진행자 : 학생들이 원할 때 수업을 하는 방식이죠. 얘기만 들으면 참 이상적 학교인데 요즘 기사를 찾아보니 이 학교에도 엄격한 규율이 생겼답니다. 근데 은주 씨 이 학교 얘기하니까 너무 부러워하는데 은주 씨는 이런 학교에 다니게 되면 뭘 하고 싶은데요?
최은주 : 놀아야죠. (웃음)
진행자 : 노는 건 좋은데 그 뒤에는 어쩌죠?
최은주 : 그게 문제죠. (웃음) 사실 그래서 자율이 어떤 때는 규율보다 더 무서운 것 같아요.
장희문 : 저도 많이 느끼는 건데요. 사람은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대안 교육에서도 자율성이 중요하지만 그 자율성도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또 공동체 안에서 발현돼야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행자 : 사실 이 대안교육은 나중에 올 통일시대를 위해서 필요하지 않을까요?
장희문 : 네, 맞아요. 서로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서로를 공감하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고민하면서 함께 학교를 만들어 가면 정말 좋지 않을까요?
진행자 : 오늘 <젊은 그대>는 대안 학교에 대해 얘기를 해봤습니다. 물론, 대안 학교나 대안 교육이 진정한 의미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생겨난 이유는 명백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교육을 해보자는 겁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교육이 바로 나라의 미래, 우리 아이들의 미래입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어떤 교육을 받고 싶으셨습니까? 또 지금 학교에 다니는 젊은 친구들, 어떤 교육을 받고 싶으세요?
희문 씨, 은주 씨 말씀 잘 들었습니다.
장희문, 최은주 : 감사합니다.
오늘 <젊은 그대> 마칩니다. 저는 이현주 였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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