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 개정 헌법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세웠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무위원장 1인 체제를 공고히 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7일 한국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헌법 개정을 통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나타냈다고 진단했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의 말입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 국정원장 설명으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대외적인 명확한 선언으로써 핵무력 지휘권을 명기했다고 보고 있으며...
한국 통일부가 전날 공개한 북한 개정 헌법에는 ‘핵무력에 대한 지휘권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는데, 이는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대외적 선언이라는 것입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개헌을 통해 국무위원장에 대한 여러 견제 장치와 기능을 다 삭제했고, 처음으로 문서상 핵 사용 권한이 국무위원장에게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무력에 대한 국무위원장 통솔권도 강화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핵무력사용권한을 위임할 수도 있다’는 조항이 신설된 데 대해선 “유고 상황이 있다면 그때 존재하는 후계자나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성 전망을 내놓았다고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들은 전했습니다.
다만 ‘핵무력지휘기구’에 누가 참여하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지금으로선 밝혀진 바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 중인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북핵 문제가 논의된 데 대해 자신들이 “어떤 경우에도 조약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반발한 바 있습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이날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자신들의 핵보유가 합법이라고 주장하면서 NPT 회의를 비난했습니다.
북한 새 헌법이 ‘두 국가’ 기조를 분명히 했지만 대남 적대성은 상당히 줄였다는 평가도 국정원으로부터 제기됐습니다.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입니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북쪽에 중국과 러시아, 남쪽에 대한민국과 접해 있는 그 해당 영역에 대한 불가침성 침해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있었습니다만, 대남 적대 문구는 일체 없었다...
국정원은 한반도 북측 지역만 영토로 규정한 조항을 신설한 데 대해 “대한민국은 전시에 평정해야 할 대상이라든지, 주적이란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며, 한국과의 단절은 분명히 하면서도 공세적 의미보다는 현상 유지와 상황관리에 방점을 뒀다고 진단했습니다.
핵무력지휘권 외에도 김정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국무위원장 1인 체제를 공고히 한 점을 개헌의 특징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국정원은 국무위원장을 최고영도자·국가수반으로 정의한 점, 헌법상 최고인민회의에 앞선 헌법기구 첫 자리에 배치한 점 등을 근거로 이같이 평가했습니다.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내각 총리 임면권을 갖게 되는 한편 선대 업적을 헌법에서 삭제하고 김일성·김정일 이름도 뺀 뒤 ‘수령’으로 대체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입니다.
전체적으론 “김정은 집권 15년 차를 맞아 통치 기본 틀인 헌법을 정비해 본인의 권위를 높이고,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면서 견제 장치를 없애 1인 통치가 더욱 공고화됐다”는 평가가 제기됐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이날 북한 새 헌법에 대해 관련 사항을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헌법 개정 동향과 관련된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검토를 토대로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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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IT 인력 위장취업 도운 미 국적자들 실형
이런 가운데 북한 정보기술(IT) 노동자들이 미국 기업에 위장 취업하는 데 도움을 준 미국 국적자 두 명이 현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 IT 인력들의 불법 위장 취업을 지원한 혐의로 미국 시민권자인 매튜 아이작 누트(Matthew Issac Knoot)와 에릭 은테케레제(Erick Ntekereze Prince) 프린스에게 각각 징역 18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미국 기업들이 원격 근무용으로 보낸 회사 노트북을 자택에서 대신 수령해 관리하고, 원격 접속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해외에 있는 북한 인력들이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것처럼 꾸민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같은 수법으로 미국 기업 약 70곳이 피해를 입었고, 북한은 이를 통해 미화 1백20만 달러 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존 아이젠버그 미국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이들이 “북한 IT 인력들이 합법적인 직원인 것처럼 위장하도록 도왔고, 미국 기업들을 위태롭게 하면서 제재 대상 정권의 수익 창출에 기여했다”고 전했습니다.
미 당국은 북한이 범행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이 자체 무기 프로그램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