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점차 확산되는 남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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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서 평양을 중심으로 남한식 말투와 유행어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자주 접하게 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단속에 나선 사법기관 성원들조차 남한 말투를 구사하는 실정이라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주민들속에서 가장 실없는 질문 중 하나가 "너 한국영화를 봤니?"라는 말이라고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남한영화(드라마)를 "머저리를 내놓고는 다 봤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평양에서 남한영화를 봤냐고 묻는 것은 자칫 "너 머저리인가"라고 묻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소식통들은 지적했습니다.

5일 자유아시아방송과 연계를 가진 평양시의 한 주민은 "남한의 말투(유행어)와 노래는 이미 북한 전역에 퍼지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특히 평양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남한의 영화, 노래에 빠져있으며 영화 속에서 배우들이 하는 말투를 따라하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평양 시민들은 남한영화와 노래뿐 아니라 유명배우들과 연예인들의 이름까지 알고 있다며 남한의 트롯트는 이미 평양의 대중가요로 자리 잡은 상태라는 얘깁니다. 젊은이들이 집에서 남한의 유행가 "내 나이가 어때서"를 몰래 듣고 있으면 전에는 "끄라, 당장 끄라" 하고 다그치던 어른들도 요즘에는 함께 듣는 분위기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평양의 어린이들도 남한의 유행어나 말투를 급속하게 따라하는 추세라고 전한 이 소식통은 "서너 살짜리 어린애들에게 '너 몇 살이니?라고 물으면 "거기는요?"라는 남한식 말대답이 돌아온다며 "우린 한두 살이 아니잖아"라는 남한영화 속 대사가 어린이들 속에 유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근에는 남한식 말투를 단속하겠다고 나선 한 보안원의 이야기가 평양주민들 속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남한 말을 쓰는 주민을 단속하던 보안원이 무의식중에 자신도 남한식 표현을 사용해 주민들의 조롱거리가 되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7일 평양시의 또 다른 소식통은 평양시 사법당국이 남한 말투의 유행을 막으려고 엄격히 단속해도 남한 말투는 이미 주민들 속에서 대중화되고 있다며 "자연스러운 남한말의 구사가 평양에서는 남한영화를 많이 접하는 특권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남한 말을 단속해야 할 보안원들이 오히려 주민들이 가끔 "화이팅!"하고 외치면 따라서 "화이팅!"이라고 외치고는 도리어 "야!"하고 소리치는 일도 발생한다며 이런 현상은 사법기관의 단속성원들조차 암암리에 남한문화에 빠져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보안원들이 주민들로부터 회수한 남한영화와 노래 저장장치나 CD 중에서 인기 있는 것은 해당 기관에 넘기지 않고 빼돌린다며 평양에서 유통되는 남한영화 확산의 주범은 바로 단속성원들임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