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순희의 성공시대’ 진행을 맡은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김수진 씨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게요. 수진 씨는 지금 청계산 인근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는 분이라고 했죠?
마순희: 네, 맞습니다. 수진 씨는 22살 때인 1999년 한 동네에서 살던 언니의 말을 믿고 중국에 가게 됐는데요. 인신매매로 중국 시골에 팔려 가게 되었습니다. 두 번의 북송도 경험했지만 수진 씨는 다시 탈북했고 산골이 아닌 중국의 도시에서 숨어 살면서 식당에 취직도 했습니다. 수진 씨가 없으면 식당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신임을 받으며 지냈지만 신변의 불안정은 계속됐습니다. 수진 씨는 중국에서 알게 된 지인의 도움으로 한국에 올 수 있는 길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제 3국을 거쳐 2005년, 한국에 입국했고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한국생활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탈북민 초기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나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의 소개로 유명 백화점의 매장관리원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2년 정도 근무 후 퇴사했습니다. 지금의 남한 출신 남편을 만나 가정을 이루었고 출산과 육아에 전념했습니다.
김인선: 하지만 오래 쉬지 않고 다시 재취업에 도전했죠?
마순희: 네. 김수진 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2년 정도 쉬다가 다시 재취업에 도전했는데요. 어린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후 모든 업무의 기본이 되는 컴퓨터부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도 있었기에 수진 씨는 컴퓨터 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컴퓨터 활용 자격증과 전산 세무회계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 취득 후 수진 씨는 요리사 자격증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원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바로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이었습니다. 연구원 대표님이 세무회계 자격증이 있는 수진 씨에게 연구원에서 함께 일해 보자고 적극적으로 권유를 해주었기에 수진 씨는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의 총무로 근무하게 되었고 경리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준비되어 있는 자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오고, 준비되어 있는 자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데요. 김수진 씨가 그랬습니다. 연구원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모두에게 열려 있었지만, 경리 일을 할 수 있는 전산 세무회계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없었던 것입니다. 요리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선택한 연구원이었는데, 수진 씨는 공부도 하고 재취업까지 성공하게 됐습니다. 근무지가 식당이었기에 수진 씨는 요리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도 받을 수 있었고, 일과 자격증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지 8년 만에 수진 씨는 배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게 된 것입니다.
김인선: 수진 씨가 북한에서부터 음식 솜씨가 좋았다고 했었잖아요. 관심도 있고요. 한국에 와서 자신의 재능에 맞는 일을 하게 된 것 같은데요?
마순희: 네. 그렇습니다. 관심도 많고 재능도 있는 분야이다 보니 수진 씨는 요리 공부를 시작한 지 2달 만에 자격증 취득이 가능했습니다. 회사에서 회계로 일하면서도 공부도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수진 씨는 그곳에서 근무하는 기간 식당을 창업할 수 있는 이론적, 금전적인 준비까지 모두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식당을 창업하기까지 재정적으로 역부족이었지만 남편의 도움으로 수진 씨는 식당 대표가 되었습니다. 2016년 경기도 남양주시에 수진 씨의 첫 사업장 능라평양냉면 식당을 열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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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선: 평양냉면은 냉면 육수가 정갈하다, 깔끔하다는 평이 있는 반면 심심하다, 밍밍하다는 평도 있을 만큼 호불호가 있는 음식이에요. 다양한 분들의 입맛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죠. 식당을 잘 운영하려면 나름의 해법이 있어야 할 텐데요. 김수진 씨는 식당 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마순희: 네. 평양냉면의 핵심인 육수와 면을 만들 때 수진 씨만의 비법이 있는데요. 육수에는 수진 씨만의 비법 간장이 핵심이고요. 면은 메밀가루와 감자 전분을 적절히 섞어서 직접 뽑아서 사용합니다. 냉면 외에도 다양한 음식과 직접 만든 밑반찬, 특히 김치가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습니다. 능라평양냉면의 음식 메뉴를 보면 평양냉면, 해주비빔밥, 평양온면, 평양비빔밥, 감자만두, 찹쌀순대, 개성무찜, 어복쟁반, 개성약과, 북한 주류 등 다양한데요. 대부분이 수진 씨 본인이 직접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수진 씨가 담근 백김치며 열무김치, 명태깍두기 등은 고향의 맛 그대로라며 탈북민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가게는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고 말할 정도로 잘 자리 잡아 나갔습니다.
북한 음식을 맛보는 것과 함께 매주 토요일마다 북한전통문화예술단 공연도 관람할 수 있었기에 더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4명의 직원을 두고 있었고, 160석 규모의 멋진 인테리어를 선보이는 능라평양냉면은 경기도에서는 손꼽히는 유명 맛집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수진 씨는 식당 운영을 하면서 좋은 일에도 앞장섰습니다. 지역의 동네 어르신, 독거노인들에게 무료급식도 제공하고, 4명의 탈북민 직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탈북민들의 취업과 창업에도 도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요. 2년 전 청계산 인근으로 식당을 이전했습니다. ‘평양식객’이라는 새 이름으로 가게를 열고 열심히 영업을 하고 있는데요. 저도 며칠 전 딸과 함께 청계산 쪽으로 갔다 오던 길에 들렀습니다. 평양냉면이 있었지만 저는 추운 날씨에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대신 푸짐한 갈비탕 한 그릇과 추억의 감자송편으로 잊을 수 없는 한 끼를 만끽했답니다.
손님 많던 냉면집을 정리한 이유
김인선: 새롭게 이전한 곳에서도 터를 잘 잡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이전 식당도 운영이 잘 됐다고 했는데, 식당을 이전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마순희: 네. 그렇습니다. 남양주시에서 하던 식당의 규모가 워낙 컸던 지라 직원이 있다 해도 업무 강도가 강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어느 날부터인가 수진 씨 건강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식당 일을 직원들에게 맡기고 병원 신세를 지는 일이 생기면서 식당 운영은 점점 예전 같지 않았고, 수진 씨는 몸도 마음도 편치 않았습니다. 결국 수진 씨는 가게를 접고 병 치료에 전념하게 되었고 오래지 않아 회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건강이 회복되자 김수진 씨는 다시 가게를 내오기로 하고 여러 곳에 자리를 알아보다가 청계산 일대도 돌아보게 되었는데요. 건강을 중시하는 요즘의 추세에 맞게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는 모습을 보고, 청계산 입구 쪽에 가게를 다시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의 가게는 면적상으로 먼저 가게의 절반 정도라고 하지만, 반갑게 맞아주는 직원도 5명이나 있었고 주차장도 두 곳에 두고 있었는데, 낮 시간 대 손님이 많을 때에는 남편이 주차 관리를 도와 준다고 하더라고요.
평일엔 등산객 뿐 아니라 근방의 직장인들도 많이 찾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습니다. 수진 씨는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남편 자랑과 함께 아들이 올해 고3인데 아빠를 꼭 빼닮아 자상하다고 식구 자랑을 했는데요. 무엇보다 한국에 온 후 2009년에는 남동생을 데려왔고 2011년에는 친정어머니까지 모셔 왔기에 가족과 함께 하는 한국생활이 행복하고 하루하루가 꿈만 같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살아보니 어렵다고 포기하다 보면 나중에는 후회가 되더라며 수진 씨는 항상 긍정적인 마음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데요. 미소 가득한 수진 씨의 모습에 저도 기분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평양식객’ 김수진 사장님의 행복한 내일을 응원합니다.
김인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 행운이 그냥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수진 씨의 삶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네요.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마순희의 성공시대. 지금까지 진행에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마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