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로 떠나는 여행] 설레고도 두려운 미국 여행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라디오를 들으며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라디오로 떠나는 여행],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평안남도 덕천 출신의 김한 군과 이 시간 함께하고 있는데요. 김한 군은 지난 2012년에 탈북한 뒤 남한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지금은 관련 공부를 더 하기 위해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틈틈이 여기저기 여행도 즐긴다고 합니다.

김한 씨 직접 만나보시죠.

진행자 :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할 곳은 어딘가요?

김한 : 오늘은 지난 1월에 친구와 함께 다녀온 미국 여행기를 준비했습니다.

진행자 : 미국 여행은 처음 아닌가요?

김한 : 맞습니다. 남한에 온 이후 미국에 갈 기회가 꽤 많았는데, 이제야 가게 됐습니다. ‘미국’ 하면 북한분들에게는 ‘미제 침략자’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실 텐데요. 남한에서 미국은 6.25전쟁을 함께 싸워준 우방국입니다. 남한 경제가 발전할 때도 많은 도움을 준 나라로, 북한에서 ‘승냥이’라고 배웠던 미국에 대한 생각이 남한에 와서 많이 바뀌었습니다.

미국이 세계에서 제일 강하고 잘사는 나라라는 데는 북한에서도 이견이 없을 것 같은데요. 국내 총생산이 세계적으로 1위인 나라입니다. 인구는 3억4천만 명 정도이고, 면적은 9억8천만 헥타르라고 합니다.

진행자 : 한반도 면적의 50배 가까이 된다고 해요.

김한 : 네, 이렇게 면적이 크다 보니 날씨도 하나로 정리할 수 없는데요. 같은 기간 봄부터 겨울까지 모두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시간도 다르다고 하잖아요.

김한 : 네, 땅이 크다 보니 지역마다 시간도 다르다고 합니다.저희는 미국 중남부에 위치한 텍사스라는 지역으로 갔는데요. 현지에 사는 분이 초대해 주셨습니다. 미국의 물가가 비싼데, 숙박비와 음식들을 제공해 주신다고 해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진행자 : 어떻게 아는 분인데 여행경비를 지원까지 하면서 초청하셨을까요?

김한 : 사실 탈북민들이 남한에 와서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이 영어예요.한국 친구들은 학교에서 영어를 체계적으로 배워서 대학교까지 졸업하면 어느 정도 영어를 하는데 탈북민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많이 부족해서 미국에 계신 남한분들에게 영어 수업을 들었는데요. 1년 넘게 그 수업을 듣다 보니 한 번 사용해 봐야 한다고 미국으로 초대해 주셨습니다.

진행자 : 공부는 인터넷을 통해 화상으로 한 거고 미국에 와서 현장 경험을 해보라는 거네요?

김한 : 맞습니다(웃음).초청으로 간 여행이라 많은 지역을 다니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방문한 곳이 텍사스 오스틴이었는데, 그 지역은 샅샅이 다 다녔던 것 같습니다. 겨울임에도 10도에서 20도 정도로 상대적으로 따뜻한 날씨라서 여행하기 좋았습니다.

진행자 : 미국 남부라서 따뜻한가 보네요.텍사스라는 지명은 남한에서도 대부분 알고 계실 거예요. 뉴욕이나 워싱턴과는 달리 서부영화에 나오는 사막이나 카우보이가 떠오르는 곳인데, 실제로는 어떤 곳이던가요?

미국 50개 주 가운데 두 번째로 큰 텍사스주

김한 : 텍사스에 대해 잠깐 소개하면 텍사스는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한 개 주임에도 한국의 약 7배 정도의 크기입니다.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유명한 회사가 많이 있고, 자원도 풍부해서 경제적으로도 부유한 지역이라고 합니다. 면적도 미국 50개 주 중에 두 번째로 크다고 들었는데요.텍사스 인구가 3000만 정도니까 북한보다 많은 인구입니다.

진행자 : 여행에 앞서 텍사스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를 했을 텐데, 미국도 처음인데 텍사스의 규모나 인구 등을 알게 되면서 설레기도 하고 압도되는 느낌도 들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관련기사

[라디오로 떠나는 여행] 대구에서 듣는 이등병의 편지

[라디오로 떠나는 여행] 대구 놀이동산


김한 : 그렇습니다. 여행 기간이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2주 정도였는데 설레는 마음도 컸지만, 영어도 잘 안 되고, 무기도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나라라 두려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또 미국에 대해 북한에서 안 좋게 들은 부분들이 있어서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미국 여행을 떠났습니다. 저희는 텍사스주의 오스틴이라는 지역으로 가야 했는데, 거기까지 비행 시간만 1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2012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워터루 레코드에서 열린 인스토어 공연
2012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워터루 레코드에서 열린 인스토어 공연 2012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워터루 레코드에서 열린 인스토어 공연 (Reuters)

남한에서 오스틴까지 바로 가는 비행기가 없어서 댈러스라는 지역으로 이동한 뒤, 거기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오스틴으로 가야 했습니다. 인천에서 댈러스까지 14시간, 댈러스에서 오스틴까지 약 2시간이 걸렸습니다.

진행자 : 댈러스 공항에서도 다음 비행기를 타는 데까지 몇 시간은 기다렸을 테고, 서울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도 90분 정도는 걸리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절차가 좀 복잡해서 보통 3시간 일찍 도착해야 하니까 목적지까지 거의 하루가 걸린 셈이네요.

김한 : 그렇죠. 인천국제공항에 출국 시간보다 3시간 정도 일찍 가서 짐을 부치고, 입국수속을 위해 이동했습니다. 저희가 출국할 때 설연휴와 겹쳐서 많은 사람이 외국 여행을 위해 공항에 왔다고 하더라고요. 아침 뉴스에서 ‘공항에 사람이 너무 많다’고 나올 정도였습니다.

진행자 : 그때 하루에 20만 명 이상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했다고 해요.

김한 : 네. 그래도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사람은 많지만 다행히 빨리 빠져서 1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검색대에서 잠깐 걸리기도 했는데, 100ml가 넘는 액체는 기내에 가지고 탈 수 없더라고요. 챙겨간 화장품 중에 100ml가 넘는 것이 많아서 버리고 빠져나오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 청취자 여러분이 들으시면 ‘무슨 남성이 화장품이 그렇게 많나’ 하시겠네요(웃음). 기내에 갖고 탈 수 없는 게 꽤 돼요.비행기 운항에 지장을 주거나 테러 등을 막기 위한 보안상의 이유인데, 워낙 승객이 많으니까 물건을 보관해주지는 않아서 다 버려야 하죠. 아까워겠네요(웃음).

김한 : 네, 이것도 경험인 것 같습니다(웃음) 저희는 미국 항공사 비행기를 탔는데, 약 260명이 탈 수 있는 큰 비행기였습니다. 기내식이 총 2번 있고, 중간에 간식도 줬습니다.

좌석은 일반석과 비즈니스석, 일등석으로 나뉘는데요. 일반석이 가장 저렴한데, 일등석과는 티켓 가격이 6배까지 차이 난다고 합니다.

진행자 : 좌석 크기도 다르죠(웃음).

김한 : 네, 일등석은 거의 눕다시피 갈 수 있으니까요. 저희는 일반석을 탔는데, 왕복 1000달러 정도 되는 가격이었습니다. 약 14시간을 타고 이동했는데, 일반석은 자리가 좁아 마치 닭장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비행기를 처음 탈 때는 설레는 마음이 컸는데, 오랜 시간 걸리는 비행이라 더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진행자 : ‘남한화’가 됐군요(웃음). 비행기가 크기는 하지만 앞서 260명 정도 탈 수 있다고 했잖아요. 그 수를 다 태우려니 좌석 간격이 좁을 수밖에 없겠죠.그래서 사람들이 돈 많이 벌어서 일등석 타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대다수는 일등석 한 번 탈 돈으로 여행을 한 번 더 가려고 하고요.비행기뿐만 아니라 기차, 배, 사는 집이나 타는 자동차 등에서도 이런 차이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비단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김한 : 그렇죠. 생각해 보면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북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특히 미국으로는요.

진행자 : 그렇게 찾아간 미국 텍사스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데요.본격적인 여행기는 다음 시간에 들어야겠네요.

[라디오로 떠나는 여행] 오늘은 함께 인사드리면서 마무리할게요.

진행자, 김한 :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에 만나요!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