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외화벌이를 하고 주민들의 여가 생활도 개선한다는 취지로 건설한 마식령 스키장이 올해로 개장 11년을 맞았습니다. 한창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겨울철이지만, 코로나 대유행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끊기면서 스키장은 일부 시설만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 주민이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비싼 요금과 막대한 관리 비용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마식령 스키장의 모습을 천소람 기자가 위성사진으로 살펴봤습니다.
초∙중급 코스∙눈썰매장 등 일부 운영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 랩스 (Planet Labs)’가 12월 5일에 촬영한 북한 강원도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 11월 말, 이 일대에 내린 눈 때문인지 스키장이 눈으로 덮였습니다.
하지만 스키장을 이용하는 인파는 식별되지 않았고, 일부 구간은 흙바닥이 드러난 것처럼 보여 스키장이 전면 개장했는지 여부도 확실치 않습니다.
약 2주 전인 11월 20일에 촬영한 마식령 스키장도 해발 1천363m 높이의 산 정상부와 일부 능선에만 눈이 쌓여 있을 뿐 스키장 전체적으로 눈이 없어 개장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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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은 “이날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스키장 하단부에는 리조트 호텔을 중심으로 두 곳에 눈이 쌓여 있는데, 호텔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초∙중급용 단거리 스키 코스나 눈썰매장을 이용할 수 있게 인공 눈을 살포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키장 전체에 인공 눈을 뿌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북한이 올겨울 스키장을 전면 개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였습니다.
[정성학] (이때까지만 해도) 대화봉 정상부와 산 능선에만 일부 눈이 쌓였고, 스키장 코스 전체적으로는 눈이 없어서 개장 준비가 아직 안 된 것으로 보입니다. 더 살펴보면, 스키장 하단부에 리조트 호텔이 있는데요. 거기를 중심으로 한 두 곳에 눈이 제법 쌓여 있습니다. 이는 인공눈을 살포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호텔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단거리 초∙중급 코스 또는 눈썰매장만 간소하게 운영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11월 말부터 스키장 코스마다 눈으로 덮였지만, 스키장 시설이 정상 가동 중인 정황은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2013년 12월 31일 개장 당시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치적 중 하나로 크게 홍보한 마식령 스키장은 코로나비루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기 전인 2020년 초까지만 해도 설경을 과시했습니다.
실제 2020년 2월 29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산 정상인 대화봉부터 초급 코스가 위치한 리조트 호텔까지 눈으로 빼곡히 덮여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으로 국경이 전면 봉쇄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끊기자, 스키장은 전면 개장도 못 한 채 수년간 방치돼 오고 있다는 것이 정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정성학] 마식령 스키장은 기세 좋게 출발했는데요. 코로나 여파로 국경이 전면 봉쇄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끊기고 눈도 별로 안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면 개장도 못 하고 개점휴업 상태로 수년간 방치된 상태인데요. 위성 사진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지난 2021년, 2022년 위성사진을 봐도 일부 시설만 부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마식령 스키장은 초급, 중급, 고급, 전문가 코스로 조성돼 있고, 리조트 호텔과 헬기장, 빙상장, 눈썰매장 등 여러 시설을 갖췄습니다.
미국인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도 2014년 방북 당시 마식령 스키장을 찾은 바 있습니다.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만든 스키장이지만, 코로나 대유행 이후 관광객이 없는 상황에서 시설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반 북한 주민은 사실상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은이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4일 RFA에 실제로 외국인과 일반 주민이 지불하는 마식령 스키장의 요금에는 약 5배의 차이가 난다며, 북한 당국도 외국인 관광객 대신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마식령 스키장을 운영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은이] (마식령 스키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줄겠지만, 내수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죠. 북한도 외수뿐 아니라 내수도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 사람 중에도 시장화를 통해서 돈 있는 계층들이 생겨나니까 해수욕장도 가고, 스키장도 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스키장 같은 경우 해수욕장보다는 조금 더 고위층들이 돈 많은 사람들이 가는 것 같습니다.
[정성학] 마식령 스키장은 내국인 대상이 아니고 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외화벌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식령 스키장이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외국인 관광객도 없는 상태에서 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애물단지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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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이 국경 봉쇄를 완화하고 인적교류를 허용했지만, 여전히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관광산업은 재개되지 않았습니다.
중국에 있는 북한 여행 전문업체 ‘고려투어스’는 12월 30일 중국 단둥에서 출발해 평양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새해 전야 여행’ 상품 등 26개의 북한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실제 여행이 가능한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스위스 유학 시절부터 스키와 승마를 매우 즐겼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건설된 마식령 스키장은 올해도 개장 준비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관광산업이 완전히 재개되기 전까지는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 위성사진 분석: 정성학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chungsh1024@naver.com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