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선전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북한의 모습에는 웅장함과 화려함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북한의 참모습이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분 영상, 북한을 보다'시간에서 실제로 북한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꼬집어봅니다.
- 북한에서 살아가는 일본인 할머니 동영상
- 대부분 북한 내 일본인, 최하층 계급
- 먹을 물도 안 나오고, 배급도 안 주고
- 납북 피해자, 일본인 잔류자 조사 합의했지만 입장 차 커
2010년 6월, 일본의 언론 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촬영한 북한 평안남도에 사는 일본인 할머니의 모습입니다.
나무로 된 담벼락, 회색 콘크리트 벽의 초라한 집 문을 들어서니 어두컴컴한 집 안에서 할머니 한 분이 홀로 앉아 미국 카드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마른 체형에 한눈에 보기에도 연약해 보이는 몸. 취재원의 질문에 '자신의 고향은 일본 카가와현이고, 올해 81세'라고 말합니다.
-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일본인 할머니] 81세
- 할머니는 일본 사람인가요?
[일본인 할머니] 네.
- 몇 년도에 북한에 왔어요?
[일본인 할머니] 60년대.
- 일본에서 돈 안 오나요?
[일본인 할머니] 아니, 안 와
- 당에서 뭐 해주지 않아요?
[일본인 할머니] 보조금 줘.
일본인 할머니의 집을 살펴보니 바닥의 장판은 거의 벗겨져 있고, 전깃불이 없어 집안은 컴컴한 데다 방이며 부엌에 가구도 별로 없어 궁핍한 모습입니다. 그래도 방 한쪽 벽에 걸려있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눈에 띄는데요,
이 일본인 할머니는 1959년 12월부터 시작된 재일조선인 귀국사업에 북한인 남편을 따라간 일본인 처입니다. 당시 재일조선인 귀국사업으로 약 9만 3천 명이 북한으로 귀국했으며 이 중 7천여 명이 일본 국적자였는데요, 동영상 속 할머니는 북한으로 귀국한 이후 매우 어렵게 살고 있는 일본인의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귀국사업 초창기에 북한으로 건너간 일본인 중 일본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은 80년대 말~90년대 초까지 일본에서 송금을 받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도 적지 않았는데요, 시간이 흐를수록 궁핍한 생활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하나는 일본의 불경기, 두 번째는 귀국사업이 59년에 시작된 뒤 시간이 많이 흘러 친척의 지원이 많이 줄었습니다. 또 지원 규모도 많이 감소하면서 일본에서 북한으로 귀국한 사람의 생활이 악화했거든요. 그리고 북한으로 간 일본인은 친척도 없고, '자본주의를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경계도 많이 받고, 출세도 잘하지 못한 사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2000년 이후는 매우 어렵게 살았어요. 이중 '연락도 끊기고 지원도 받지 못한 일본인이 대단히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실제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 이 동영상입니다.
실제로 일본인 출신 탈북자의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 북한 내 일본인은 매우 어렵게 살고 있으며 북한에서도 최하층 계급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제일 약하고 가난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동영상 속 일본인 할머니의 생활도 열악했습니다. 먹을 물도 안 나오고, 배급도 끊겼습니다.
[일본인 할머니] 물론 안 나와. 먹을 물도 안 나와. 배급도 안 주고...
'언니, 동생, 친척들이 보고 싶지 않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겠다"며 일본에 가고 싶어도 잘 모르겠다고 체념하는데요,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할머니와 같은 일본인 여성 가운데 잠시나마 일본 방문이 허용된 사람은 43명에 불과합니다.
2014년 5월 29일, 일본과 북한은 '일본인 납북 피해자에 관한 조사'에 합의하고 납치 피해자와 행방불명자, 북한 내 잔류 일본인, 그리고 일본인 배우자에 관한 포괄적인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는데요,
지금도 양측은 납북피해자와 북한 내 일본인에 관한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입장 차가 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일반 일본인 잔류자에 관한 조사결과를 전달하겠다는 북한 측의 주장과 납치 피해자에 관한 정보를 우선시하는 일본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건데요
[Ishimaru Jiro] 최근 일본 외무성 관계자에게 들은 이야기인데요, 북한에서 계속 제안하는 것은 납치 피해자가 아닌 일반 일본인들의 안부를 조사해서 먼저 알려주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일본 측에서는 '우선 납치 문제 정보가 있어야 한다', '납치 문제와 그 외 일반 일본인 안부 소식을 따로 통보하는 식은 안 된다'는 건데요, 북한 쪽에서는 아무래도 납치 문제에 관한 통보는 나중에 하자는 입장인 것 같고, 일본에서는 이것을 인정할 경우 핵심 문제라 생각하는 납치 문제가 뒤로 밀릴 수 있으니까 북한이 먼저 하려는 것과 일본에서 먼저 받아야 하는 차이가 너무 커 합의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북한에서는 일본인에 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일본에 친척이 있는 일본인의 일시 귀국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북한에 있는 일본인 중 납치 피해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북한에 입국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의도가 숨어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요즘은 이런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아 일본인 잔류자의 일시 귀국도 당장 실현될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Ishimaru Jiro] 그 후 북한 내부 기자들에게 조사를 의뢰하고 있는데요, 요즘은 북한에 있는 일본인에 관한 조사를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조사는 작년 가을에 끝난 것 같습니다. 또 일본에서 건너간 사람의 집에 가도 '(이제는) 아무 이야기도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 북한 정부에서는 일본 교섭을 위한 조사는 일차적으로 끝났다고 판단한 것 같고요, 추가 조사와 대책, 조치 등의 움직임이 파악된 것은 없습니다. 일본에서 건너간 가정을 찾아가면 작년에는 '일본에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기대감이 없어졌기 때문에 '이번에도 안 될 것 같다'는 식으로 말한다고 합니다.
오는 5월이면 '납북 피해자 조사'에 관한 북․일 협상을 맺은 지 1년이 됩니다. 그전까지 무언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보지만, 현재로써 뚜렷한 진전은 없어 보이는데요,
오늘 소개한 동영상 속 할머니는 이미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아들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일본인 여성이 북한 남성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는데요, 반대를 무릅쓰고 북한 남성과 결혼해 북한으로 건너간 일본인 배우자들, 결국 친척도 없이 의지할 곳 없는 낯선 환경과 북한 당국의 외면, 가난과 핍박의 생활고로 고통받아온 이들의 인생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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