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여기자 석방 촛불 집회 “돌아오는 날까지 희망의 불꽃 지피자”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 두 명이 가족의 품으로 빨리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촛불집회가 9일 저녁 미국내 주요 도시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열렸습니다. 이날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씨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한국계 유나 리와 중국계 로라 링 기자의 동료 기자들과 시민들이 모여 여기자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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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날 워싱턴 디씨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이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기로 유명한 번화가인 듀퐁 서클 공원 앞에서 열렸습니다. 평소 같으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산책을 하러 나온 시민들 혹은 데이트(연애)를 하는 연인들로 가득 찼을 낭만의 공원이지만 이날 만큼은 분위기가 조금 달랐습니다.

공원 한쪽에는 유나 리와 로라 링 기자의 얼굴이 인쇄된 포스터와 탁자, 그리고 마이크가 설치되었고 시민과 언론인 50여 명이 인쇄물과 엽서를 나눠주느라 분주했습니다. 이들은 북한에 억류된 유나 리와 로라 링 기자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한가지 바람으로 같은날 한 장소에 모인 것입니다.

커런트 텔리비전의 동료기자인 댄 베크만(Dan Beckmann) 씨는 유나 리 기자가 최근 몸무게가 15파운드(7kg)가 빠지고 로라 링 기자의 경우 궤양을 앓고 있는 등 건강이 좋지 않지만 북한에서 잘 치료받고 있다고 말했다며 두 여기자의 근황을 전했습니다. 베크만 기자는 며칠 전 로라 링 기자가 가족과 가진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미국 정부에 외교적 노력을 호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베크만 기자는 두 여기자의 석방을 위해서 시민들이 촛불집회와 같은 모임을 통해 기자들의 억류 사실을 알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긍정적인 결과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칼 아자라엘(Kal Azarael)씨는 두 여기자와 그들의 가족이 좌절하지 말고 좋은 결과가 있을 때까지 건강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Kal Azarael: 북한에 억류된 유나 리와 로라 링 기자가 희망을 잃지 말고 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지지하고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를 바랍니다.

9일 열린 촛불집회는 컴퓨터 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에 개설된 '북한에 억류된 유나 리와 로라 링 기자를 제발 도와주세요 (Detained in North Korea: Journalists Laura Ling and Euna Lee, Please Help)'라는 모임이 주도한 행사입니다. 네트워크 사이트 ‘페이스북’이란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친구들과 대화하고 모임을 만들며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웹사이트입니다.

페이스북 모임의 브랜든 크리머(Brendan Creamer) 대표는 북한에서 열린 재판에서 12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은 여기자들의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워싱턴 디씨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 피닉스 등 미국내 주요 4개 도시와 프랑스의 파리에서 동시에 촛불집회를 연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새크라멘토 집회에는 로라 링 기자의 가족들과 함께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주 의회 의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번 집회에서는 유나 리와 로라 링 기자에게 격려와 희망의 문자를 담은 엽서를 만들어 북한에 보내는 행사도 함께 열렸습니다.

딸과 함께 이날 집회에 참석한 마이클 샌들러(Michael Sandler) 씨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오랜 시간 떨어져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유나 리와 로라 링 기자를 위해 준비했다며 이 엽서를 통해 기자들이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Michael Sandler: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서 다른 나라 땅에서 지내는 심정이 얼마나 힘들고 두려울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딸과 함께 만든 이 엽서에 기자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미국 커런트 텔리비전 소속의 유나 리와 로라 링 기자는 지난 3월 17일 북한과 중국의 접경 지역에서 탈북자를 취재하다 북한 군인에게 붙잡혀 4개월 가까이 억류 중입니다. 북한의 중앙재판소는 지난달 8일 이들에게 불법월경과 적대행위의 혐의로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두 기자는 억류 이후 지금까지 단 3차례 가족과 통화했으며, 평양에 주재한 스웨덴 대사와 3차례 면담하면서 가족들과 편지를 교환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날 촛불집회에는 앞서 유나 리와 로라 링 기자의 조기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하원 외교위원회에 제출한 아담 쉬프(Adam Schiff) 하원 의원의 보좌관과 국제적인 언론 단체 국경없는 기자회의 관계자, 그리고 북한 인권 운동가와 탈북자도 참석해 두 여기자의 석방을 촉구했습니다.